2015. 05. 11. 월요일
정체불명 무숙자
편집부 주 아래 글은 정체불명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독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
손님은 없고 일하기는 싫고 바깥 날씨는 무지하게 좋고. 딴지 들어와서 이것저것 읽다가 나도 뭐 유익한 이야기 쓸 게 없나 하다가 문득 생각이 나서 써볼게.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이글 읽는다고 시간 날리지 마. 이 글은 영어로 떠드는 게 안 되는 아이들, 들어도 못 알아듣는 아이들, 중-고-대 10년을 들이 파고도 미국인하고 얘기하며 노는 게 안 되는 사람들, 또는 조기유학 준비하는 아이들이 대상이니까.
난 태평양 변으로 이사 오기 전에 뉴욕에서 과외 선생을 한 10년 했었어. 영어는 나도 못하지만 나보다 더 못하는 학생들이 있어서 영어 과외 선생질을 할 수 있었지. 아, 미리 알려줄게. 난 전문글쟁이가 아니니까 횡설수설이 될 거야. 하지만 파악된 내 주제를 초월하면서까지 이런 횡설과 수설을 해보려 깔짝거리는 이유는 오랜 세월 눌러 두었던 답답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어.
그럼 횡설 첫 번째 부터.
어떤 인간이 현지에 가서 '영어로 산다면 당근 영어가 늘겠지~' 하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시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인간은 분명 매우 용감한 사람이었음에 틀림없어. 그러니까 매우 무식하다는 얘기야. 갓 이민 와서 아이를 중고등학교에 보내기 시작한 이민 가정을 예로 들어볼게.
우선 아이들 입장.
한국서 중2까지 다니다가 여름에 미국에 온 철수. 미국 학년은 여름방학 끝나고 9월에 시작을 해. 미국의 학제는 초등학교 5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4년. 그러니까 미국식으로 보면 철수는 7학년을 다니다가 온 거야. 아직 7학년을 끝내지 못했으니 7학년부터 다녀야 정상이지만, 영어가 문제야.
학교 등록하러 가서 만난 교직원들과 선생들이 뭐라뭐라 샬라쌀라 하는데 이게 한국서 영어 학원 다닐 때 듣던 거 하고 달라. 지가 생각하기로는 좀 한다던 게 영어였는데 철수는 무지 당황하는 거지. 쌸라쌸라가 뭔 소린지 모르겠으니까. 대답하기 곤란하지. 웟슈어네임은 알겠는데 그 다음부터는 그냥 샬라샬라.
그래서 1학년을 꿇기로 하고, 6학년부터 시작해. 기초가 튼튼해야 하니까. 영어가 안 되는 이민학생들을 위한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모국어가 아닌 영어) 클래스가 학교마다 있어서 하루 40분씩 철수는 따로 수업을 듣게 돼.
첫날 등교해서 산수시간에 철수는 샥(쇼크 shock)을 먹어. 세상에.
2:3 = 4:?
이런 문제들을 40분 동안 풀고 있는 거야(편집자 주: 이런 비례식은 울나라에선 초딩때 배운다).
첫 과학 수업은 환경오염이란 무얼까 뭐 그런 내용이었는데 타이틀 빼고는 선생하고 아이들 교과서 읽고 묻고 답하고 하는 바람에 사전을 찾을 새가 없었고, 세계사 시간은 유럽의 역사를 배웠다. 점심을 먹고 드디어 ESL 클래스.
ESL 선생이 뭘 나눠주는데, 보니까 손바닥만 한 카드에 동물들 그림들이 있네.
옆에 앉은 동양 애한테 뭐냐고 물어보니까 가만 보더니 “아임 차이니스, 맨~” 대답이 돌아와. 지가 중국인이라 하는 거 같은데 맨이라고 날 불렀어. 미국에선 이름 모르면 맨, 우먼 요렇게도 부르는 거야? 선생은 계속 뭐라 하고, 다른 아이들은 뭔가 하고 있고, 철수는 선생만 보고 있고. 선생이 다가와서 뭐라고 부드럽게 묻는데 철수는 할 말이 없어. 와 진짜 답답하지.
미국 사회시간은 지도 읽기. 그럭저럭 체육시간을 넘기고 국어시간(영어시간). 국어시간에는 전혀 알아들을 수 있는 것이 없으므로, 대충 분위기 살피다 첫 시간 지나고 드디어 집에 갈 시간. 긴장했던 탓에 좀 피곤하지만 철수는 기분이 좋아.
학교는 어땠니? 엄마가 물어 봤을 때 철수의 대답은 철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명쾌했지. 엄마 나 영어만 잘 하면 전교 1등도 문제없어. 덧붙여서 학교에서 가르치는 산수가 얼마나 쉬운지, 몇 개 되지도 않는 과목들이 얼마나 간단하고 쉬운지. 철수가 말도 많고 기분도 좋은 걸 보면서 엄마의 얼굴에도 희망의 웃음이 번져.
처음엔 거의 모든 이들이 똑같이 범하는 전철 그대로 철수네 부모들은 이제 드뎌 미국 학교에 들어갔으니 지가 금세 영어도 늘고 재미있게 생활하겠지 하는 찬란한 희망에 차고 철수 또한 영어를 정복하자아! 마음속 함성을 지르며 매일 등교하기를 근 한 달. 그러면서 차츰 철수가 깨달아 가는 게 있어. 우선 하루 40분 듣는 ESL이 실재 수업을 듣는 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 둘째는 도저히 혼자서는 숙제가 감당이 되지 않는다는 것.
매일 Global Science 4~5 페이지 읽고 뒤에 7, 8개 본문 내용을 되묻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문장으로 적어가면 되는 숙제는 컴터 사전 찾아가며 읽는데 1시간, 작문하는데 1시간, 단어 공부 따로 할 시간 없음. 한두 개라야, 아니 한 백 개만 되어도 어찌 엄두를 낼 텐데 이건 수 천 개야 수 천 개.
사회숙제도 똑같은 모양이지. 본문을 읽고 내용 되묻거나 의견을 물어보는 질문들에 대한 답변하기, US history 같은 판. 국어시간 숙제는 하려고 하다가하다가 결국 포기. 매일 에세이를 적어오라고 하는데 읽기도 벅찬데 무슨 에세이.
그리고 세상에, 독후감이라니? 전자사전 끼고 교과서 읽기도 골을 패는데 문학작품 독후감이라니오? 마마? 지리수업 숙제도 읽고 답하기. 과학 역시. 프로젝트가 뭔 말이냐고. 이건 12시간 투자해도 절대 다 못함. ㅠㅠ 대책이 없네.
그리고 하이라이트는 그 쉬운 산수 숙제. 문제 자체는 한국보다 쉬워. 예를 들자면 이런 거. ‘3/4 빼기 1/4’ 근데 이게 숫자가 아니고 말이야 말. 그러니까 문제가 이렇게 생겨먹었어.
A class has 16 students. The 3 fourths of them are boys.
How many boys are left when 1 thirds of the boys is excluded?
(한 학급에 16명의 학생이 있는데 전체의 3/4이 남학생이다)
(학생 전체의 1/3을 제외하면 몇 명이 남나?)
우이씨. 그 쉬운 산수가 망할 놈의 영어 땜에, 뺄까 더할까, 착한 철수도 순간적으로 짜증이 울화로 치밀어 올라.
결국 철수는 다른 한국 아이들을 찾았어. 한인들 많기로 유명한 뉴욕. 역시 6학년에서만 5명의 친구들이 생긴 거야. 동병상련. 영어가 안 되다보니 함께 한국말로 대화할 수 있는 사이가 필요한 거지.
이 친구들을 알고 마음의 위안처가 생긴 후로 곧 철수는 놀라운 사실을 하나 깨닫게 되지. 이민 와서 학교를 다닌지 3년이 지난 다니엘 김도 영어를 제대로 읽고 쓰지 못한다는 사실을. ‘쟤는 분명 영어공부는 안 하고 딴 짓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 거야’ 철수의 손쉬운 결론은 우선 그거였어.
약간의 의구심이 있었던 건 마이크 2년, 데이빗 2년, 챨리 1년. 다들 미국생활 선배들인데 영어가 안 된다는 거. 머리가 그다지 나쁜 아이들도 아니고, 딴 짓을 한다고 바쁜 것도 아닌데 말이지. 철수는 엄마 아빠에게 도움을 청해야겠다고 생각해. 나를 믿고 언제나 나를 위해 모든 것을 해 주는 우리 엄마 아빠.
아들의 장래를 위해서 엄마 아빠는 괜찮은 영어 학원을 수소문해. 철수가 감당할 수 없는 학교 숙제들 때문에 급하게 들어간 방과 후 교실은 다만 철수의 학교 숙제완성(!)을 도와줄 뿐, 영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은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두 달 동안 거길 드나들었던 건 이민 초기의 흔한 시행착오에 해당되는 거였어. 이제야말로 영어를 가르쳐주는 학원을 간다. 낙관을 가지게 되지. 곧이어 좋은 날들이 올 것이다!
근데, 얼래? 학원은 학원인데 '진학학원'을 다니게 되었어. 물론 영어를 가르쳐. 종류가 문제지. 뭘 가르치냐면, 전문 엣세이반, 헌터/브롱스텍 고등학교 진학 엣세이반. 영어 논술학원이라니ㅠㅠ 아무 것도 배운 것 없이 한 달을 다니다가 진학학원을 그만 두고(진짜 등신 되어 앉아만 있었다는) 철수와 엄마 아빠는 기초영어학원을 찾아 헤맸어.
한인사회 신문이나 찌라시에 드문드문 나는 광고들. 이를테면 '성인영어 가르쳐줌', '시민권 영어 초보부터 기초까지' 문제는 '학생 영어 기초부터 완성까지' 뭐 이딴 게 없다는 거야. '유학생 엣세이 작성 도와 드립니다' 이딴 건 있는데. 이제 갓 이민 와서 학교 다니십니까? 제가 처음부터 책임지고 도와드리겠습니다. 이게 없다는 말. 우이씨, 미국에 영어학원이 없다는 게 말이 돼?(한국에는 한국학교 다니는 필리핀학생을 위한 기초한국어학원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모름. 알려주시길)
철수는 시간이 없어. 무슨 시간? 영어를 따로 공부할 시간.
잠시 내가 보는 철수의 상황은 이래. 철수가 접하는 6학년 교과서와 뉴욕시 추천 도서 54권 필독서들의 수준은 한국에서 유학시험 준비랍시고 하는 TOEFL보다 수준이 훨 높아. 게다가 장문 작문까지. 이게 TOEFL Writing 하고 틀린 건 격이 다른 거야. 논리적이어야 하고 설득력이 있어야 하는 한 편의 작품이라는 거. TOEFL은 한 3학년 수준 정도랄까? 아니 3학년인 우리 아들이 매주 60권정도 도서관서 빌려다 읽는 책들 중엔 그보다 훨 까다로운 책들이 많아.
서울 종로 TOEFL 학원에서 종일 지내본 청춘들은 알거야. 입에서 단내 나게 Reading Comprehension, L/C, VOCA 어쩌고 들으면서 하루 종일 영어한답시고 다리 비비 꼬며 지내는 심정을. 근데 철수는 아침 8시부터 3시 10분까지 학교 수업 들어야(앉아있어야) 해.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숙제를 해야 하지. 미국서는 숙제 안 해가면 성적 팍팍 깎아. 그니까 하는 척이라도 해야 돼. 남이 한 거 베끼는 거지만서도.
물론 철수의 성적은 개판이고, 선생들은 재껴 놨어 벌써. 선생들 입장에서는 철수가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철수의 하루를 보면 이래. 학교 갔다 와서 숙제방에서 해준 숙제 베끼고, 집에 오면 6시가 넘어. 밥 먹고 나면 7시 반. 그 시간이 돼서야 영어를 따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겨. 물론 이론상으로는 공부할 수 있지. 이론상으로는.
근데 영어를 어떻게 공부하지? 성문기본을 달달 외워? 아님 토플 문제를 푸나? 모르는 단어 20개씩 매일 외워나가? 여태껏 그렇게 하고 또 해서 지금 이 모양인데 또 그걸 해? 증말 아닌 거 같다 그건. 무언가를 달리 해야만 하는데 현지에서 학교 다니면서 따로 영어공부를 할 수 있는 유일한시간은 써머베케이션(여름방학)이야. 근데 좀 전에도 물었지만 다시 하는 질문. 어떻게 공부해? 중-고-대 10년을 해도 ㅆㅂ 안 되는 영어를 두 달 반, 방학 동안에 정복할 수 있는 용빼는 방법이 있긴 한거야?
그럼 이제는 엄마 아빠의 입장.
아니 옆집 살던 순이네는 캐나다 이민 가서 딸아이가 이민 첫 해 부터 전교 1등을 한다고 좋아 죽더니만 우리 철수는 걔보다 공부를 더 잘 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 거야? 영어를 전혀 못하던 애들도 미국 와서 1~2년 고생하면 다들 영어 잘 한다는데, 우리 아들은?
여기서 횡설수설의 횡 정도 되는 걸음을 멈추고 같이 상상게임 하나 할까?
간단해. 거꾸로 해 보자고. 어떻게? 니가 해 보는 걸로 생각해 보자. 철수보다 훨씬 오래 영어 공부하신 니가 미국 중학교나 고등학교를 다닌다고 해 봐. 물론 이 글을 읽고 있으니까 넌 영어를(한국 영어시험점수 말고) 유창하게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지. 아침이면 학교 가서 전 과목 수업을 다 들어. 하루 여섯 시간. 그러고 숙제를 하셔. 따로 영어공부하고 싶음 마음 내키는 대로 하셔. 현지에서 현지인들과 하는 거야. 그렇게 한다고 치고 영어 마스터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 거 같어? 1년? 아님 2년?
이런 가정은 어떨까? 아프리카 우간다 13살 아이를 데리고 와서 한국 초등학교 6학년에 넣는 거야. 수업 다 듣고, 숙제 당연 해 오는 거고, 지가 한국말을 언제 통달하는가 보자는 거지. 우리 대다수처럼 10년이 걸려도 안 될까? 아님 일 이 년이면 게임오바 될까?
내 결론은, 정상인의 능력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거야. 그럼 가자마자 물 만난 물고기처럼 펄펄 날며 잘하는 인간들은 뭐냐고? 그래그래 사람들이 그걸 모르더라고. 한 600명 정도 가르치다가 보니까 알게 된 게 그거야. 걔네들은 어학적으로 타고 났더라.
너무 허무하게도 그냥 그렇게 타고 난 거더라고. 웬만하면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은 자식을 걸고 함부로 하면 안돼. 공염불쯤 되는. 될거 같으면 젠장 미국 2년, 프랑스 2년, 러시아 2년, 중국 2년 학교 보내서 5개 국어에 능통한 아들, 딸을 만들면 되잖아? 먹고 사는 거 걱정 없을 걸. 정말 환상적이지 않아? 5개 국어 동시통역의 귀재. 쨘!
정상인의 언어 습득 능력이란 게 시기가 있다는 말 어디서 들어본 적 없니? 한 살에서 다섯 살 사이의 아이가 가진 언어습득능력은 성인에 비해 초능력이라고 부를 만한 수준이라는 거.
언어교육의 '결정적 시기'
열 살 넘어가면 스무 살짜리하고 별 차이가 없어. 타고 나지 않았고, 십년을 해도 안 되던 영어가 필리핀, 미국, 캐나다로 위치이동을 했다 해서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철수 이야기로 돌아가서 대개 철수 같은 아이들이 겪는 과정은 다음과 같아. 처음에는 벽으로 느껴져서 부수고(또는 문을 열고) 통과할 수 있으리라고 여겼던 영어가 점점 커지고 높아져서 산처럼 변해. 괴물 같은 어쩔 수 없는 산. 그리고 자존심을 다쳐. 부모에게는 실망스런 아들, 자신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있지 못하다는 질책, 학교에서는 저능아, 공부는 정말로 글쎄요 하는 신세. 계속 하다가 보면 다 들리는 것 같고, 다 이해되는 것 같은데 막상 문제를 풀게 되면 아무 것도 명확히 읽히고 아는 것이 없다는 결과의 반복. 온 사방이 뽀얗게 보이는 듯하지만 어느 것 하나 선명하지 못한 그런 상태가 계속 되는 거야. 정신건강에 치명적이지.
그리고 요즘 미국에선 주 학력평가(State test)라는 걸 매년 쳐서 통과를 해야 다음 학년으로 올라가. 초등 4학년부터. 통과 못하면? 낙제지 뭐. 그러니까 낙제라도 한 번 먹기 시작하면 철수의 자긍심은 박살이 나는 거야. 두 번 낙제하면? 후배들한테 쪽팔려서 학교 못 가. 학교 옮기고, 어짜고 저짜고 우여곡절 끝에 졸업장 못 쥐면 군대 가는 거지 뭐. 한국서 멀쩡하던 애 하나 병신쪼다 만들기가 너무나 쉬운 일이 되는 거지. 진짜 멀쩡하던 이쁜 아들딸 등신껍데기 만드는 이 미필적 고의는 부모들까지 나락으로 끌고 들어가서 부셔버려.
처음에는 그래도 나아지겠거니 하다가 일 년, 이 년 가게 되면 어느 순간, 그러니까 여느 때처럼 쌸라~대는 교실에서의 버티기를 하고 있던 어느 순간 호흡이 가빠지고 현기증이 나면서 진땀이 나고. 도저히 그 자리에 순한 양처럼 앉아있을 수 없는 순간이 아이들에게 찾아 와(이건 실재로 내가 몇 아이들에게서 들었던 고백이야).
아이가 도서관에 혼자 앉아있든, 학교 밖으로 나가 버리든 학교에서는 아무도 찾지 않아. 혹시 있을 수 있는 친한 친구 외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을 거야. 한국 같으면 교실에서 학생 하나가 없어졌다 그러면 선생이 알고 담임이 알고 묻고 찾고 전화하고 하겠지. 근데 말야 미국 중고등학교에는 담임이 없어. 한국 대학 생각하면 되겠다. 선생이 들어와서 출석 체크 하고, 수업 끝나면 출석사무실(attendance office라고 해)에 자료를 넘길 뿐이야.
사무실 직원은 수업 무단결석한 아이와 아무런 안면이 없지. 컴터가 처리해. 자동으로 댁의 자녀 누구가 ‘몇 월 몇 일 어느 수업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인쇄해서 부쳐. 근데 대개의 한인 가정에서 우편함 열쇠는 그나마 영어를 하는 아이들이 쥐고 있다는 거. 대개 아이가 이 단계에 이르러 무단 결강에서 무단결석을 하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어져. 내가 겪었던 걸로는 대개 반년에서 일 년이 걸리더라. 부모가 이걸 아는데 까지가.
무단결강(class cut)이나 무단결석(부모의 정당한사유서가 없는 결석)을 시작하면 다음 수업에 들어가는 게 더 힘들어져. 우선 숙제 못했지. 수업 내용 더 모르지. 한두 번 하다보면 선생한테 제대로 찍혀서 앉아있는 게 더욱더 곤욕이 되는 거고. 지금 내 어림짐작으로 뉴욕의 이민가정 고등학교 졸업률은 최대로 잡아서 60퍼센트 정도. 어쩜 40퍼센트 정도 봐야 할까?
거짓말이었음 참 좋겠다. 이역만리 살아보겠다고 와서 자식 잘 되는 모습 한 번 보는 게 그나마 삶의 희망인데 돈이 없음 더더욱 방법이 없는 자본주의의 천국. 일대 일로 영어 가르치는 영어 독선생 하나 둘라치면 월에 1000불(주 3일 두 시간 정도)이 힘을 못 쓰니. 그 꼴난 숙제방도 한 달에 400에서 500, 여름캠프 한 번 보내려 해도 2, 3000불이 돈이 아니니(근데 이야기가 어디로 가는 건지).
그래 맞아. 미국 대학 입시 미국 전국 수석을 하는 이민자 2세 한국아이도 있고, 한국의 자랑이여 하는 애들도 물론 있어. 근데 그게 말이야 걔네들은 타고난 거야 그냥. 이쁜 여자애가 남보다 어릴 때부터 하루 여덟 시간씩 미용체조를 해서 예쁜 건 아니잖아? 어려서 예뻐지려고 인상도 안 쓰고 매일 화장에 피부영양제에 마사지 받아서 그런 게 아니잖아? 걔네들은 그냥 그렇게 타고 난 거고, 공부 잘하는 애들도 거의 다는 타고 난 거처럼.
...너무 오래 떠들었네. 그래도 오늘 하루는 떠든다고 시간이 잘 갔어. 딴지가 고맙네. 그럼 마무리해야지.
나는 이제 가르치는 거 포기하고 기계를 뜯어먹으면서 살고 있지만 당연히 방법이야 있지. 영어교육 방법. 한국의 영어교육 방법은 갈아엎어야 돼. 요새는 다르다고? 미안하지만 그런 말에 나는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어.
서울에 내 조카들이 중3, 고 2야. 초등부터 영어 학원 다녔어. 그 신식이라는 영어교육을 받았다고. 둘 다 학교에서 톱을 달리고. 특목고도 가고. 근데 어이없게도 나와 내 아들이 영어로 뭐라고 말할라치면 못 알아들어. 그리고 영어로 대꾸도 못해. 한국어로 알아 들었나 확인해보면 역시 몰라.
한국 영어 교육을 갈아엎는 방법은 한편 간단한데 그건 나중에 한 번 얘기할게. 당장엔 멋모르고 부모 따라 왔거나 부모가 보내서 미국에 와버린 보통의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영어의 정복자로 만들 수가 있느냐가 다음편 될거야. 그래야 횡설수설이라도 횡 다음에 설 차례가 맞을 거 같어.
그리고 다음에 쓰게 되면 어학연수 한답시고 와서 몇 년을 어학원 다니면서 영어가 안 되는 관계로 대학 본과에도 못 들어가고 허송세월하는 젊은 애들한테도 쬐금 도움이 되도록 써보려고 그래(그니까 여기 와있는 아이들만을 대상으로 우선 얘기할래).
나도 이제 퇴근해야 돼서 이만. 그래도 읽은 이는 조기유학 운운하는 인간 있음 부디 말려줘라. 어학적으로 타고난 아이들 있는 집들만 빼고. 이렇게 언놈이 그러는데 어학연수 보내는 게 무지 잘못하는 거라고.
취업이 어려우면 외국으로 눈을 돌려보는 거, 하나의 대안이 될 걸로 봐 나는. 또는 이민 역시. 근데 아파트 팔아서 와도 완전무장 없이는 개털되는 게 다반사를 넘더라. 완전무장이란 영어와 인내심을 말해. 가진 돈은 일단 없는 걸로 치고, 싼 아파트 얻고, 남의 집 살이 일 년은 무조건이지. 그러니까 돈이 먼저가 아니란 말.
혼자 살라고 오는 게 아니고 가족, 특히 자녀들을 위해서 오는 거라면 너는 아니더래도 자녀들은 영어를 할 수 있게 해서 와야만 하고, 일자리 찾아오는 너라면 너 역시 영어를 할 수 있게 해서 와야만 해. '어학연수 보내지 마세요~' 요런 말을 하려고 이야기를 시작한 게 아니야. 내가 하고픈 말은 '제대로 준비하고 제대로 알고 보내든지 오세요' 이런 말이라고.
그런데 횡설수설을 하더라도 말이 씨가 먹힐라믄 일단 근거가 있어야 되겠더라구. 그래서 일단 반응도 볼 겸, 어학연수 만만한 거 아니다 니들. 요렇게 일단 끄적여 본거야. 사실 이 내용은 내가 뉴욕서 잠시 쉴 때 혼자서 주간 잡지랍시고 만들어 돌린 적이 있었는데 첫 간행물에 '철수의 이야기'라고 해서 적어봤던 내용이야. 먹고 산다고 금새 때려 쳤지만 교민들한테서 전화도 오고 그랬었다. 고민상담하자고.
근데 그때는 딱 답답한 이야기만 하다가 스탑했어. 혼자서 몇 놈 갈쳐봐야 뭔 대안이 되겠냐 싶더라고. 그리고 돈이 안 되더라. 여기서도 재벌집 아이들은 저렇게 쩔쩔 맬 일이 없더라고. 좀 사는 집 아이들은 어쩌면 해당이 안 될 수도 있는 게 내 영어이야기야.
맨해튼 유명한 비쥬어아트 대학원 다니던 학생 하나가 예전에 그러더라. 수업 마치고 카페테리아에 모이면, 맨 먼저 하는 얘기가 “야 오늘 과제물 아는 사람!” 이라고. 이러면서도 대학원을 세군데 째 다니는 청년도 봤다. 한국에서 교수자리 그럴 듯한 거 날 때까지 놀고 있는 거라더라. 얘네들은 영어 안 해도 돼.
내가 관심을 두는 건 진짜 살아야 하고, 살아내야 하고, 자식들에게 만큼은 제대로 된 세상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는 부모들이야. 또는 제대로 한 번 살아보고픈 젊은이들이 되겠지.
아무도 않 하니까 내가 적는 것들이 씨앗이 되길 바래. 한국을 떠나서도 외국 한국인(이 사람들은 한국인이 아니다, 나까지도)들의 밥이 되지 않기를 바라니까. 그니까 날 좀 도와줘. 이제부터 시간 날 때마다 영어공부 방법이랍시고 횡설수설하려고 하는데, 나보다 더 나은 너희들도 좀 같이 해보자는 얘기야. 오케이?
그럼 나 컴터 뜯어 먹어야 하니까 나중에 봐. 즐거운 주말 - 평온, 화사한 햇살, 좋은 가족, 살가운 애인, 맛난 간식, 뭐 이런 것들 하고 – 지내.
빠이빠이
피에쓰: 다음에 쓸라고 하는 건 영어 알파벳하고 음절이야기야. 어떻게들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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