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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21세기 이렇게 바뀐다 - 제1편

2000.3.6.월요일
딴지 엽기 생활과학부

우리의 생활 속에는, 현대과학으로도 극복할 수 없는 함정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대 과학이 절라 발달해야겠지만, 그때꺼정 마냥 기다리고 있을 본지가 아니다.


해서 본지, 이번호부터 생활속의 문제와 짜증, 그리고 꿈과 희망을 앞으로 인류가 성취해 낼 과학기술로 해결해보는 <21세기, 이렇게 바뀐다> 시리즈를 방영하기로 전격 결정하였다.  어떻게 바뀌는지 함 가 볼까나..


 개발배경


지난호에서 본 기자는 3홍 제품의 역사적 기여와 시대적 필요성에 대해 논한 바 있다. 이러한 생활용품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식품문화를 주도했던 음식들에서도 홍색은 항상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었다.


헌데  김치, 깍두기, 꼬추장, 명란젓, 육개장, 쌈장(은 똥색인가...) 등등의 이 홍색 식품들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있다. 홍색의 확산성이 바로 그것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쫄면이나 비빔냉면, 육개장 등을 먹는 상황에 봉착한다. 그리고 그런 거 먹을 때면, 누가 백의민족 아니랠까봐 꼭 새하얀 순백색 웃도리를 입고가는 빼도박도 못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데, 그런날이면


꼭 튄다.


반드시 튀고야 만다.


약 반경 1mm에서 3mm가량의 홍색 반점이..


아무리 면을 가위로 썰고, 조심조심 떠먹고 해도 이건 불가항력적이다. 나비가 꽃을 찾듯, 똥꼬가 빤쭈를 찾듯, 지가 튀겠다는데 우짤 것인가 말이다.











< 각종 홍색 식품들 >
절라 맛있기는 하지만, 패션에 막대한 대미지를 입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고춧가루와 고추장을 주성분으로 하는 이 홍색반점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한 것이어서, 이거 찌찌부분에 두 방울 정도만 튀면 그 아무리 카라에 각잡은 와이셔츠라도 거의 빵꾸난 양말같은 분위기로 변신하고 만다. 이 고춧가루 홍색의 그 꾸리꾸리한 위력을 보라.


덕분에 일부 피해자들은 방울이 튀어서 건조/고착되기 전, 그 길로 화장실로 달려가서 세면대에서 부분세탁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휴지에 보리차를 묻혀서 박박 닦는 등의 미봉책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하지만, 자칫 방심해서 그 엄청난 탄력으로 인해 고추양념 가득한 쫄면빨이 아예 옷에 덱! 붙어버린다던가, 집채만한 깍뚜기를 국물가득한 육개장 뚝배기에 풍덩 떨궈버리는 상황이 된다면 어쩔 것인가. 아, 생각만 해도 막 암담해 질려구 그런다..


그런 재앙을 당하고 나면 별 수 있냐. 화장실로 달려가서 냅다 웃도리 까는 수밖에.


 "고춧가루 레이저 요격 시스템"의 개요


하지만, 이제 때는 바야흐로 21세기. 보리차와 휴지, 그리고 화장실 세면대에만 의존하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은 그 종언을 고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눈부시게 발달할 센서기술과 광학기술은 이 모든 홍색 음식의 약점을 보완해 줄 획기적인 시스템의 도래를 이미 예고하고 있다.


그 시스템이 바로 오늘 소개할 "고춧가루 레이저 요격 시스템(개발명 초장박살)"되겠다.


이 시스템은 식당 의자 등받이에 설치되며,사용자의 머리 좌우 그리고 상단부분에 위치한 레이저가 국물방울을 요격, 분해하는 것을 그 기본 스펙으로 하고 있다.


아...


이 요격 시스템의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국물방울의 색깔과 이동을 추적하는 광학센서 기술이다.


이는 현재 국방부가 인민군 모자의 빨간 별모양을 추적, 식별해 야간 전투에서 아군 적군을 구별할 목적으로 개발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 홍색 검색 센서(BBalgangyi detectable sensor) 기술을 도입, 응용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다.


그렇다.


"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자"이거다.


무릇 과학 기술은 인간들의 절라 사소한 불편을 해소해주는 데 그 임무가 있는 것이지, 적군으로 구별된 사람에게 치명적 후장파열로 이어지는 어택을 가하라고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어쨌든 이 센서 시스템은 사냥개가 사냥감의 냄새를 미리 입력받고 사냥에 나서듯, 서빙되어 나오는 음식국물의 색깔을 사전 입력받는다. 그리고 일정 속도 이상으로 사용자를 향해 접근해오는 홍색 국물을 감지하여 레이저 발사부에 신호를 보낸다.


시스템의 CPU는, 국물 방울의 현재 위치와 비산 속도를 근거로 홍색 국물의 요격 지점을 예측한다. 그리고 거기에 맞춰서 레이저가 발사된다.


쫄면 등의 면류에서 튀는 방울은, 국물류에서 튀는 방울의 속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속일 것이 예상되므로, 더 빠른 연산속도를 낼 수 있는 CPU가 장착된다. 당연히 시스템의 단가도 고가가 될 것인데, 이에 따른 면류 제조/판매 업체의 추가 부담 비용은, 의류문화의 쌔끈함을 유지할 책임이 있는 환경부와 문화간강부, 그리고 복지부에서 공동 지원하게 된다.


레이저의 요격 범위(Attack Range)는, 일반적인 사무직 종사자들의 와이샤쓰 작용범위인 가슴(GapBBa)부터 배꼽(Stomach GooNyong)까지로 설정된다. 이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장기(Jot)에 어택이 가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왜, "몸이 천냥이면 조슨 만냥"이라는 옛속담도 있지 않은가.


 안전 모드 - "헬멧형 요격 시스템"


그러나 본지, 여기서 한똥꼬 더 생각해 봤다.


과연 의자 뒤꾸녕에 철썩 쇳덩이를 붙여 놓는 것이 미관상, 기능상 좋기만 할 것인가. 혹시나 식사 도중 딴지 아날로그판을 읽다가 박장대소 하느라 머리를 크게 뒤로 헤드뱅잉 했다가 저 튼실한 쇳덩이에 떵! 쌔리 박기라도 하면 어쩔 것인가.


한술 더 떠서, 저 레이져 시스템의 존재를 망각하고 아무 생각없이 고개를 휙휙 돌렸다가 눈이라도 콱 찍히면 어쩔것인가.


해서 본지는 부착형의 개발에 맞춰 새로이 "헬멧형 요격 시스템"까정 동시에 제작해 버렸다.


이 헬멧형 요격 시스템의 알고리즘은 의자 고정형과 동일하나, 본체를 헬멧형으로 대체, 사용자가 직접 머리(Dagari)에 착용하도록 설계 하였다. 따라서 목(Mogagee)을 상하좌우 어디로 내치더라도 안전하게 작동 되도록 하였다.


또한 헬멧의 내부에는 핸드폰과 연결되는 고음질 이어폰을 장착하여 사용자가 단란한 식사를 중도에 멈추고 전화를 받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배려하였다.


그림에서 이어폰 같은거 안 보인다구? 당연하다. 미래의 발달된 정보통신, 음향기술은 그런거 보이게 만들지는 않는다. 명색이 미랜데 적어도 "내 귓속의 도청장치" 정도사이즈는 돼야지 않겠나.


 부가 장착 뒷처리 시스템


또한 이 시스템은 부가적으로, 홍색 음식 섭취 후 생기는 부작용에 대한 뒷처리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치아간 고춧가루 제거 시스템(일명 양치 유닛)"이 바로 그것인데, 이는 식사가 끝난 뒤 사용자들의 일말의 두려움을 없애주는 데 효과적이다.


사용방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는 식사 후 곧장 머리를 180°회전하여, 이마(MaBBak)를 양치 유닛에 고정한다.


그리고 "이힝힝~"스러운 표정으로 이빨들을 몽조리 노출시킨다.


양치 유닛은 이빨의 흰색(사용자에 따라서는 누리끼리한 색)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고 있는 뻘겅 고춧가루들의 위치를 감지하고, 해당 위치에 동일한 레이저를 발사한다.


이 양치 유닛은 식사 후 이빨 내놓고 웃고 즐기다가, 치아간에 들러 붙어있는 고춧가루를  노출함으로써 이미지 관리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어 연인들에게 특히 권장할 만하다.


근데 이거 기술적으로 가능하냐구 물으실 독자덜 계실줄 안다. 원래 본지, 그런 절라 따짐은 지긋이 개무시한다는 것쯤도 다 아시리라 믿는다. 앞으로 눈부시게 발달할 과학기술로는 가능하다잖어.


믿어라. 불신지옥이다, 불신지옥.





독자 제위들이여. 굳은 신심을 가지고 고개들어 미래를 보라.


과학기술의 생활과학적 응용으로 이루어질 명랑 엽기사회의 도래가 벌써부터 막 보일라구 하지 않는가. 





-  엽기 생활과학부에 거의 말뚝박는 추세로 나가는
비서실장 이드니아 콘체른(시스템개발 파트)
영화부 부장대우 한동원(기술개발 파트)
(edenia@netsgo.com, sixstring@nets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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