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물뚝심송 추천2 비추천0

2013. 03. 30. 토요일

정치부장 물뚝심송




정보와 민주주의

 

정보는 힘이다. 정보는 모든 것을 결정한다. 정보의 중요성은 아무리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보의 중요성을 또다시 반복해서 얘기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매우 많은 사람들이 이 정보의 중요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와 권력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뜻밖에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jpg

 

 


모든 의사결정에는 정보의 확보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좋은 결정이 나올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가 수정구슬을 가지고 있는 샤먼에게 물어보고 국가의 운명을 건 결정을 내려야 하는 그런 시대는 아니다. 그러므로 의사결정에 앞서 양질의 정보를 얼마나 신속하게 확보해서 분석, 판단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 그 의사결정의 품질을 좌우하게 될 것이고, 정보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는 조직은 도태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대 사회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적 의사결정의 가능 여부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 즉 유권자들에게 얼마나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는가 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보가 대중에게 제때 공급되지 않고 특정 계층들만 양질의 정보를 확보하게 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 역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만약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국가에서, 중대한 결정을 유권자들의 투표로 결정하려고 하는 순간, 대중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공급되지 않고 있다면, 아니 한 발 더 나아가서 권력을 연장하고자 하는 세력들이 고의로 잘못된 정보를 유권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그 사회는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어지게 된다. 유권자들의 투표라는 형식적이고 외형적인 절차만을 진행한다고 해서 민주주의가 구현되지는 않는다. 유권자 하나하나의 선택이 제대로 된 정보에 기반한 '가능한 선택' 중의 하나로 나올 수 있어야 그 선택들이 모여 제대로 된 국가적 의사결정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지난 몇 년간 붕괴해 왔었다는 것이 밝혀지고 말았다.

 

그렇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죽어버렸다.

 




 

정보기관의 역할

 

보통의 국가라면, 국가 규모의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모으기 위해 정보기관을 만들어 운영하기 마련이다. 미국의 경우라면 CIA가 있을 것이고, 우리에게는 KCIA, 즉 국정원이 있다.

 


 2.jpg

 

 

이 국정원이 해야 하는 일은 매우 단순하면서도 중요하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첩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참고로 첩보와 정보는 다르다. 첩보는 인간의 오감을 이용하여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해주는 매우 작은 단위의 단서들이다. 수도 없이 많은 첩보들을 취합해서 분석하고 재조립하게 되면 상당히 가능성이 높은 가설들이 작성될 수 있다. 이렇게 가공된 첩보가 바로 정보가 된다. 첩보는 의미가 없으며 선악의 기준이 없다. 하지만 정보는 첩보들로 구성된 가설체계이며 이 정보들 중에 신뢰도가 높은 것을 우선 참고하여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수집된 첩보들을 가공해서 정보로 만드는 것도 국정원의 역할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정보들을 관계기관이나, 최고 의사결정권자에게 보고하여 오류가능성이 적은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돕는 것이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된다.

 

 3.JPG

 

<이명박 전 대통령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즉, 국정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정부기관의 '눈과 귀'라는 것이다. 눈과 귀는 스스로 판단하지 않는다. 정보를 대뇌에 제공할 뿐이다. 또 눈과 귀는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 손발이 아니라는 뜻이다. 직접 일을 벌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국정원이 '손과 발'의 역할을 해야 할 경우도 있다. 우리 국가 내에서 발생한 어떤 사건들에 대한 정보가 우리 국가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는 집단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정보를 보호' 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 경우이다. 사적인 이익을 위해 국가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정보를 빼돌리는 사람들이 존재하기 때문이고, 그들을 막아낼 수 있는 집단이 바로 국정원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국정원은 직접 개입해서 정보의 유출을 막고, 그 시도를 하는 자들을 적발해내 적절한 사법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인계 조치를 해야 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국정원이 직접 나서서 처벌을 가하거나 해서는 안된다. 모든 사람은 사법체계에 의하지 않고서는 처벌해선 안된다는 것이 또 민주주의 국가의 기본 원칙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게 원칙이다. 국가 차원의 정보를 다루는 국정원은 국가의 눈과 귀 역할을 해야 하며, 국가 차원의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정보의 유출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아내는 정보 보안의 역할을 수행할 경우에만 손과 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이 결론에 이의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 이 원칙은 언제나 무너지기 마련이다.

 



 

권력과 정보

 

권력은 언제나 정보를 필요로 한다. 아니 그 이전에 권력 자체가 정보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무력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전두환이 군 내부의 최고 정보기관이었던 보안사의 사령관이었다는 사실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쿠데타에 성공하자 마자, 자신이 지휘하던 보안사만큼이나 중요한 정보기관이었던 중앙정보부를 바로 장악해 버린 것도 우연한 일은 결코 아니다.

 


 

4.jpg

 

 

전두환은 그만큼 정보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사람이고, 권력이 정보에서 나온다는 것, 정보의 도움 없이는 권력을 잡을 수 없으며, 잡았다 하더라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정보에서 나온 힘을 바탕으로 권력을 탈취한 사람들이 정보기관의 운영에 대해 원칙적인 입장만을 가지고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아주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즉, 그들은 정보기관을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부서' 쯤으로 인식하고 활용했을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되면 정보기관은 매우 위험한 존재로 변질되고 만다. 물론 전두환의 롤 모델이었던 박정희 역시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박정희는 언제나 중정을 자신의 비서실만큼이나 지근거리에 두고, 중정을 이끌던 김재규를 자신의 심복처럼 생각해서 부려왔던 것이다. 그러던 박정희가 바로 그 중정의 장에게 총을 맞고 죽게 된다는 것은 참으로 역사적 아이러니이기도 하지만, 그 아이러니 속에서도 정보의 강력함이 배어나오기도 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로 하자.

 

그렇게 박정희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정보기관의 삐뚤어진 역할은 전두환 체재를 맞이하면서 더욱 더 변질되고 타락하게 되고 만다.

 

전두환 시절의 안기부(중앙정보부의 후신)는 정보기관이 아니라 정치기관이었다. 전두환 시절에 치러진 모든 선거는 안기부의 기획작품이었으며, 안기부는 전두환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말 그대로 어떤 일이든지 할 수 있고, 해내는 조직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와중에 1985년 2.12 총선에서 신민당이 돌풍을 일으키게 된다. 이 사건은 바로 다름 아닌 '안기부의 실패' 였다. 안기부가 첩보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정보에 의하면 신민당의 돌풍 같은 것은 없었어야 한다. 안기부가 2.12 총선을 위해 물 밑에서 작업한 것에 의하면 신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의 기대는 투표로 이어지지 못했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보기관이 실패하자 전두환은 위기에 빠져버리게 된 것이다.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던 권력의 실수라고나 할까.

 

물론 그 전통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하나 둘씩 깨어지기 시작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합쳐서 민주정부 10년간 국정원은 상당히 많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었다. 국내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못하게 되었으며, 권력자들이 스스로 그런 개입을 억제하고 정보기관의 부당한 도움을 거절하기도 했다. 그렇게 변화하면서 국정원은 조금씩 국가 차원에서 운영하는 정보기관 본연의 할 일을 찾아 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앞에서 얘기한, 첩보를 입수하여 분석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일, 눈과 귀의 역할과 국가의 이해가 걸려 있는 정보의 유출을 막는 손과 발의 역할, 정보보안의 역할에 집중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국정원과 관련된 법 조항들도 많은 개선이 있어왔다. 이제 더 이상 국정원은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는 국정원이 진보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표현하면 안되고, 단지 국정원이 본연의 역할,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가 정보기관이 했어야 하는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기 시작했다는 정도로 표현을 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즉, 국정원이 조금씩 정상화 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는 얘기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어렵게 어렵게 정상화되던 국정원은 이명박의 취임과 함께 극단적으로 회귀하게 된다. 암울했던 과거의 중앙정보부와 안기부, 그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는 행태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국정원의 퇴행

 

 

 5.jpg


 

아무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권의 무리한 행보를 지켜보며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국정원에 대해서도 동일한 우려를 하고 있었다. 정권의 성격 자체가 민주주의와는 별로 친하지 않았던, 오히려 완전히 정반대로 가는 행보를 보이고 있던 이명박 정권이었으니 무리한 추측은 아니었다.

 

하지만, 국정원은 그 조직의 특성상 그들의 행동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이명박이 자신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던 원세훈, 하지만 아무런 정보관련 전문성도, 군 경험도 없던 그 원세훈을 국정원장에 임명하는 것을 지켜보며 사람들의 우려는 점점 더 높아갔지만 그 우려를 현실화 해낼 수 있는 근거는 거의 흘러나오지 않았다.

 

있어봐야 간혹 벌어지는 국정원의 민간인 사찰 혐의가 드러나는 사건이나, 대북 정보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만이 점점 더 우려의 폭을 넓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북한의 최고 권력자 김정일의 죽음을 언론의 보도가 나올 때 까지 국정원에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하의 국정원, 원세훈 국정원장이 이끄는 국정원은 실제로 그랬다.

 

과연 이 사람들이, 이 집단이 도대체 무슨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이었을까? 간간히 들려오는 소식으로는 오랜 시간 동안 대북 첩보활동, 정보 분석활동에 종사하던 전문가들이 전혀 엉뚱한 직책으로 밀려나고, 각국에 퍼져있던 인간 정보망들이 대부분 단절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국정원 본연의 눈과 귀의 역할이 무뎌지고 있다는 징후인 것이다.

 

그렇게 지내오면서도 이명박 정권의 임기는 쏜살같이 지나가 버렸다. 그리고 차기 정권을 선출하는 선거가 한참 진행 중이던 순간 국정원의 문제점이 우리 모두가 직면한 당면 현실로 엄청나게 터져 나와 버린 것이다.

 

국가가 운영하는 어떤 조직의 발전과 퇴행은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도 국정원 같이 거의 모든 업무가 기밀에 속하는 집단의 변화는 외부에서 감지하기 힘들다. 삼권분립에 따르는 입법, 사법, 행정 모든 기관에서도 국정원의 내밀한 움직임을 간섭할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오로지 행정부의 수장이며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뿐이다. 대통령이 입 다물고 있으면 국정원의 변화를 알아내고 일을 그르치는 것을 사전에 막아낼 도리는 없다.

 

결국 퇴행할 대로 퇴행한 국정원의 행보가 정권의 몰락과 함께 터져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이명박 정권을 끝내고 차기 정권을 선출하는 과정에 와서야, 국정원 퇴행의 증거를 현실에서 직면하게 된 것뿐이다.

 

그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 결과 우리 사회는 아주 큰 것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국정원 직원 감금사건

 

이 당황스러운 사건이 발생한 것은 18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대선 일주일 전, 2012년 12월 11일 오후 7시였다.


인터넷 언론을 시작으로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한 이 사건의 내용은 매우 어처구니 없는 것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들뜬 분위기였다고는 하지만, 이 사건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는 점은 매우 아쉬운 일이었다. 물론 사회적인 차원에서 이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기 위한 거대한 흐름이 있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도 했다.


사건의 내용인즉슨, 국정원의 직원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한 오피스텔 내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즉, 야당의 대선후보를 비난하고 여당의 대선후보를 홍보하는 인터넷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와서 민주당 측에서 경찰과 선관위 직원을 대동하고 해당 오피스텔에 찾아가 증거를 확보하고자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여성이 문을 걸어 잠그고 수사에 협조를 하지 않아서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양측이 대치하고 있다는 것. 이 대치는 무려 2박 3일동안이나 계속되었다.

 

 

6.jpg  


 

처음에는 국정원 직원도 아니라고 했었다. 그러더니 직원은 맞지만 여기는 사적인 공간이라고 주장이 바뀌었다.

 

그러던 상황은 어느새 역전되어...

 

 

 



 

 

편집부 주


제 여러분은 무규칙2종매거진 [더딴지 5호]에서

국정원이 보여준 기기묘묘한 행동들의

본질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사건의 꼭대기에 누가 존재하고 있는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가?


화련한 역전극의 주인공으로 당신을 초대하며

편집부는 아래의 링크를 마련해드림으로써

독자 여러분들에게 최대한의 예를 갖추고자 한다.


더딴지 5호 보러 냉큼 달려가기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