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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4. 04. 목요일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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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수생각]

 



솔직히, 그나마 새롭고 기발해 보이기까지 하던 1990년대 마광수교수의 책 조차 당시 돈주고 사보긴 애매해서 고속버스 터미널 서점의 야설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 기억이 있어. 마교수 책을 사보진 않았고, 서점에서 대충 읽고 시간 때우긴 했지만. 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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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 트위터, 페북하느라 책을 안봐서 문제다.'


라는 마교수의 인식은 내 생각엔


'그건 당신 생각~'


이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소감 정도랄까.


왜냐면 그냥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나라인 한국에서 태어난 것 뿐이라 그래.


책이 소중한 이유는 책을 읽어 세상을 인식하는 틀을 만들고 판단하며 세상에 사람이라는 개체로서 어울리기 위한 학습과 교양을 쌓기 위한 거잖어.


책을 읽으면 읽을 수록 현실과의 괴리는 커지고, 교양을 쌓아봐야 대중 속에서 외로움은 더 커져서 <왕따 스스로 되기 입문 방법>쯤인 게 현실이거든.


내가 학교다닐 때 3국지였어. 국어, 국민윤리, 국사, 올만점. 전국 상위 늘 0.1%에서 놀았고 선생님이라 불리는 직업 종사자들이 막 때리기에 애매한 아이였지. 지 좋아하는 과목은 다 만점자인데 싫어하는 과목 점수 안좋다고 두들기기엔 뭔가 애매한, '노력을 해라, 공부해라, 가 아니라 넌 이 과목을 좋아해야한다' 라는 이유를 제시 못해서 스스로 뻘쭘한 지경에 빠뜨린 학생이었거든.


근데 세상에 나와 출사를 해보니. 가장 쓸모없는 과목만 잘했네. 된장.


국어. 잘하면 뭐, 당연한 거고. 국사. 지눈에 고깔이라고 어차피 세계사랑은 별 상관없이 '우리잘났소'하는 자위딸딸이 책인데 잘 알아서 뭐 써먹을 일이 있나? 그나마 뻥이 많아서 세계사와 괴리도 많고. 국민윤리. 이거 완전 개뻥이고 쓸모 없는 세상에 내가 태어난 걸 알았다면 책 읽느라 시간낭비할 동안 청춘기 로맨스에 더 전념할 걸 그랬어.


윤리 지키느라 모텔정문 돌아다닌 것만 수 천번인데 말이지. '사랑해'라는 뻔뻔한 거짓말을 하기엔 윤리의식이 너무 처절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말 잘듣는 노예등급을 길러내기 위한 학문에 불과한 윤리. 그리고 그 책 안에는 대한민국 찐따 특급코스로 안내하는 각종 교양과 철학들이 주구장창 반복되어 있지.


회사다닐 때 성실하게 일 잘하고 윗사람 말 잘 들으니, 내 몫의 유류비는 과장 술값이 되고 내 몫의 회식비는 부장의 안마시술소 비용이 되더군. 참다 참다 윤리를 격하고 발출한 씨바신공의 불싸다구를 부장에게 날리고 과장 멱살 잡고 300명쯤 근무하는 회사 건물 5층 한복판의 회의실 섹션에서 쌍욕을 날렸더랬어.


윤리책으로 판단했다면 난 짤렸겠지.


내가 태어나 욕 내공은 3갑자쯤 돼서 꽤 쎈편인데 그 날의 욕 수위는 6갑자 수위였거든. 귀 달린 사람이 자동으로 얼굴이 찌뿌려지며 심장 약한 애들은 허덜덜거리는 손으로 지갑을 두 손 모아 바쳐야 할 수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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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범생 출신이 모인 대기업 계열사였던, 당시엔 삼성은 2등기업이라고 무시하던 그 곳.


사원주제에 너무 막나가버리니깐 반응이 어땠을까?


-저런 막되먹은놈?
-미친놈?

-저놈 당장 짤라라?


게다가 그땐 IMF가 막 터진 1997년 후반기였다고.


결과는,


-저놈 뭔가 빽있는 놈.

-정씨문중  핏줄일 거야.

-어쩐지 관상이 몽구스럽더라.

-어째 잘먹고 자란 덩치가 범상치 않더니.


대충 이런 루머의 생성, 재확산, 기정사실화가 된 거야.


부장 짤리고 과장은 지발로 나갔어. 난 무려 네 번의 부서 이동. 팀장들마다 내 근퇴는 커녕 내 인사받기에도 부담스러워하더군.


월급 몇 달치 준다기에 3차 정리해고에 신청을 하고난 후, 6개월쯤 더 다니고 있는데 프로젝트 수행 경험 인력이 다 퇴사해서 부장이 집에서 띵가띵가 놀구있는 나한테 전화를 했어.


제발 프로젝트 수행에 참여해달라고. 매일 안 나와도 좋으니 3일에 하루씩만. 비용정산 다 해줄테니 맘껏 쓰래.


사원임에도 불구하고 군대에서나 들어보던 마이가리 대리달고 팀으로 가서 예쁜 여자들로만 4명을 뽑아 구성된 소규모 팀장을 했어. 난 매번 팀 회의를 당시 근무처인 예술의 전당 근처 커피숍에서 했고 케이크까지 따박따박 먹고 비용청구했지. 하다못해 한 달에 한 번 양수리로 팀 단합대회 겸 워크샵을 가서 빌라빌려 고기굽고 먹고 놀았어. 비용청구 다 하고.


서열을 침범했으니 사회적 윤리 위반이고 계급사회에서 멋대로 놀았으니 봉건시대라면 사형이야. 근데 이게 세상이더라고.


적당한 루머. 그걸 듣고 혹시나 찔러보는 애들에게 확신을 주는 포커페이스와 뻥질. 무려 3계급을 쥐고 흔들 수 있는 루머의 힘.


여기에 책 읽는 것 별 필요 없더라고. 그냥 뻔뻔하고 벼랑끝 전술에 막가는 심정하나면 다 되던데? 대한민국이 권리와 의무의 경계가 합리적인 나라도 아니고, 법의 집행과 처벌에 있어 기준이 있는 나라도 아니야. 세금은 지 좆꼴린대로 내도 힘과 연줄 있으면 되고, 하다하다 너무 해먹다 걸려도 고개 좀 숙이고 뒤로 로비 좀 하면 집유 혹은 2개월 정도 살고 사면이나 모범수로 나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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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백수로 살다 친척 하나 권력잡으면 공기업 자리 만들어 들어가 정년까지 버티고 그 후엔 풍족한 연금생활자로 죽어가는 거고.


그도 아니면 태어나자마자 대충 재산 수십억 굴리며 성인식하면 준재벌이 되어있는 인구도 적지않아. 상위 5%, 뭐 , 이런 놀이하는데. 사실 그 인구의 대부분이 서울에 살아. 그러니 생각보다 니들 주변엔 그런 놈 하나쯤 어딘가에 있어.


매번 정권바뀌면 공기업, 유관기관 탈탈 털어 수 천자리 정도가 그렇게 풀려나가. 아주 부자로 태어나지 못한 애들은 그런 수 천자리쯤에 하나 꼽히면 그 다음 세대가 부자로 태어나게 해주는 마법의 양탄자가 되는 거고.


운전만 할 줄 알면 연봉 6-7천으로 정년찍는데 뭘. 대학마저 나와봐, 연봉 1억은 쉽게 가겠네. 거다가 자녀학비 공짜인 세상에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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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대한민국에서 책으로 얻을 게 무어야.


더러운 세상 보고 자살하지 않을 수준의 인내심? 더럽게 재미없는 책을 읽으면 인내심이 쌓이긴 해.


마 교수책은 대충 10분쯤 집중하긴 좋더라. 매니큐어 바른 여자가 아침에 일어나면 마스터베이션 해주는 그런 내용들 말이야. 당신 책보고 장미여관자리 나이트클럽 좀 다녔어. 1990년대 초반에.


라라를 찾아서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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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판타지일 뿐이고, 사실은 술값만 더럽게 쓰고. 멋진 일탈따윈 없다는 걸 알긴 했으니, 얻은 건 있는 건가?


트윗놀이 잘 하고 페북관리라도 잘 하는 게 1990년대 야한 상상 적힌 책 보고 돈 쓰며 호구되는 것보단 인생에 도움이 될지도 몰라. 뭐, 사실 키보드 질도 별다를 게 없긴하다만.


여튼, 책을 안 보는 젊은이 탓보다는 책과는 전혀 다른 세상을 만들어 버린, 그래서 괴물들만 살아남을 쥬라기의 어느 하루처럼 되어버린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낸 -기득권층의 한 말석쯤 차지하는 교수자리에 앉은- 스스로의 지난 시절을 회개하라고.


당신과 우리세대가 만들어가고 있는(이 씨바. 어느새 나도 이 세상에 책임을 가져야하는 세대일세.) 책따윈 필요없이 삽 한 자루면 되는 시대인 지금을 애들에게 물려주는 걸, 쪽팔리고 미안하게 생각하며 스스로의 책쯤 밤새 스캔받아서 이메일로 쏴주는 정도의 사죄행위, 필요할 때이지 않을까?


한 여자는 밥을 먹이고 한 여자는 젖꼭지를 애무하고 한여자는 거시길 빨아주는 상상을 담은 당신의 책을 쓰던 그 시간에, 당신 학생은 최루탄을 대가리에 박고 죽었고. 또 누군가는 분신을 했고. 누군가는 고춧가루 물을 코로 들이키는 희한한 경험을 공권력의 서비스로 받았다고.


그런 시대의 채무가 넘치고 넘쳐 책이 가치 없는 강자존의 시대를 만들어서 이제 학생이된 애들에게 보여주고 있어.


여전히 대한민국은 돈 많으면 애들좀 패도 되고 세금 좀 떼먹어도 휠체어 사서 쑈를 보여주면 되고 검사, 판사는 청지기마냥 넙죽 돈 잘받아먹고 꼬리 잘 흔들며 살아가고 국민의 의무따윈 노예들이나 수행하는 거룩한 엘리트 귀족사회가 되어있어.


군대 안간 새퀴들은 아싸 한판 붙자~ 이러고. 군대있는 녀석들은 오늘 내일 어디 한 대 맞지 싶어 잠못드는 주말이라고.


책따위, 안 읽으면 어때? 읽어서 도움될 세상따위가 눈앞에 없는 걸. 대한민국이 살길은 내보기엔 책보단 걍 윤리의식을 저렴하게 해주는 횽 책을 무한 카피해서 무료로 배포하고 무료앱으로 등재해서 막 찍어내. 그래서 애들이 윤리의식 저렴해지고 충동적이 되서 막 하는 거야.


그럼 인구도 늘고 새로운 노예가 막 수혈이 될거자너. 그럼 횽하고 내 노후 연금이 어쩌면 고갈되기는 커녕 막 늘어날지도 몰라.


진정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면 책 공짜로 막 뿌리고 더 쎈걸로 다시 써서 막 뿌려. 그리고 곱게 매니큐어바르며 또 상상하라고.


아침에 일어나 맞이할 뮤즈같은 여인들의 육탄공세를~


자, 횽, 매니큐어 바르고 자~




메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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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비.


유쾌하게, 즐겁게, 흐뭇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