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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8일엔 드디어 문제의 국정 교과서가 공개되고 집필진 또한 공개될 예정이다. 그러나 필자, 지난 보수정권 8년간 줄기차게 추진해온 뉴라이트의 교학사 교과서가 애통하게 좌절되고 국정교과서가 대통령 임기 말에나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에 한탄함과 동시에, 해리포터 시리즈의 신간을 기다리던 그 설레임이 다시 발동해 주제넘게도 집필진 명단을 입수하려 백방으로 구글링했다. 그런데 깜깜이 집필이니 뭐니 하면서 하나둘 언론에 공개된 교수들이 좀 있었다. 항상 등잔 밑이 어두운 법, 벙커 바로 옆에서 국정교과서 TF팀이 작업하고 있지 않았는가? 물론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의 노력이 없었다면 나름 보안이 잘 유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이 글은 두 건의 언론보도를 바탕으로,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것으로 '추정되는' 분들의 성향에 대해서 써 보고자 한다. 워낙 이 사람 저 사람 거미줄처럼 얽혀있어서 부족한 재주로는 명확하게 쓰지 못하는 점 미리부터 양해 부탁드린다. 또한, 독자들의 평소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을 믿어 의심치 않으므로 이 분들의 주장에 대해 일일이 반박하지는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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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보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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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도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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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동국대 이기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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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국감에서 히트다 히트를 친 한국학중앙연구원장, 동국대 이기동 교수는 최몽룡 교수가 의문의 성추행 논란으로 웃으며 손 털고 난 후 신형식 교수와 함께 교육부가 내세운 투 톱 중 한 명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학계에서 명성이 매우 높은 기관이었으나,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이후 새누리당 또는 뉴라이트 인사의 낙하산 돌림 기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기동 교수는 70년대 암담했던 삼국시대 연구를 주도했던 원로 중 한 명이다. 특히 신라 연구에 많은 업적을 쌓았으며, 화랑제도와 골품제도에 대한 논문은 여전히 클래식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즉 70~80년대에 리즈시절을 보냈던 원로 사학자다. 그래서 인지는 모르지만, 유신시절 대학가가 '반박정희' 기조로 흘렀음에도 그것에 참여하지 않은 까닭을 "나도 처음에는 군인들이 뭘 하겠냐고 의구심을 가졌지만, 지켜보니 잘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 이라는 얘기도 한 적이 있다.

그러던 분이 90년대부터 민중사학을 까기 시작한다. 이 교수는 91년 <민중사학론>이란 글과 강연 등에서, "민중사학은 지향하는 목표에 있어서 기성역사학계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옹호와 크게 배치된다", "그들의 연구는 현재 우리 사회에 적용 가능한 민중해방·민중혁명전략을 모색하는 작업". "민중사학자들은 근대화 과정의 문제점만을 꼬집는데 만족하고 있다"며 까는데, 마르크스 역사학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여기에 색깔론을 집어넣기 시작하면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기 시작한다.

한편 이 교수가 국감장에서 답변한 것은 안타깝기까지 하다.
 


이날 국감에서 오 의원은 이 원장에게 한국학중앙연구원 소속 교수 등이 제출한 연구보고서에 "국내 좌익 및 북한 공산세력은 대한민국의 건국을 저지하기 위한 반대투쟁을 집요하게 전개했다. 공산폭도들은 제주 4·3사건 등을 일으켜 5·10 선거를 저지하려 했으나 이러한 공산주의의 도전을 극복하고 1948년 8월 15일 마침내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고 게재된 것에 대해 질문했다.

오 의원은 "4·3사건은 양민학살이 아닌가? 4·3사건 때 억울하게 돌아가신 1만4000 희생자가 있다. 저도 그 유족"이라며 "저희한테 어떻게 공산 폭도라고 말할 수 있나"라고 재차 물었다. 이에 이 원장은 "공산당에 위협당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다시 "4·3 특별법에 대해 아느냐? 4·3사건의 정의에 대해 아느냐"고 물었고, 이 원장은 "모른다"고 답했다.
원문 (링크)



여기에 유은혜 의원이 "청와대나 교육부의 지시나 협조 요청받은 적 있느냐"라고 묻자, 갑자기 화장실이 급하다며 도망가면서 비서에게 "젊은것들에게 수모 당하고 못 살겠다"고 한탄하시기까지 했다. 안쓰러워 죽겠다 정말.

이 분이 한국학중앙연구원장으로 임명된 배경에 미르재단 앵벌이를 주도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2. 강원대 손승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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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대 손승철 교수는 조선사, 특히 한일관계(조선-왜) 연구에 집중하고 임진왜란 관련 연구 등 여러 업적을 쌓았다. 또한, 독도 관련 연구에도 명성이 높아 동북아역사재단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일본의 독도영유권 논란이 있을 때마다 한국 측 연구논리를 펼쳤던 인물이다. 한발 더 나아가,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증거보다 대마도가 한국땅이라는 역사적 근거가 더 많다." 고 주장하기도 했다. 재밌는 분이다.

이 분은 또 특별히 보수단체 활동도 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지난 2011년에 있었다. 당시 '2009 고교 교과서 집필기준안 개발 공동연구진' 중 한국사분과 위원장으로 참여했던 손 교수는 국사편찬위원회의 개입으로 다른 교수가 반발해 이탈하는 상황에서 꿋꿋이 자리를 지켰었다. 그런데 이 연구진이 '일본군 위안부' 부분은 집필기준에 포함하지 않아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해 손 교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일본군 위안부 부분을) 뺀 것은 아니고, 집필기준에 일일이 모든 용어를 나열할 수도 없다”며 “또 집필기준에 없다고 교과서에서 다루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결국 나중에 이 부분은 수정되었지만.

현재 손 교수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인문특별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3. 허동현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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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분은 이번 집필명단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될 만한 분이다. 근대사 전공자이지만 솔직히 말해 학계에 널리 인용되는 논문을 썼다기 보다, 트러블메이커로서 열심히 활동한 분이다. 특히 '조선은 일본의 침공이 없었다면 자생적 근대화에 성공했을 것이다.'라는 '내재적 발전론'을 아주 집요하게 까는 것으로 유명하다.


경력을 좀 보자면, 대표적인 뉴라이트 학자이며, 역시 뉴라이트 교수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한국현대사학회>의 핵심 멤버이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이 놈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교과서 좌편향 논쟁을 촉발한 '교과서 포럼'의 멤버들이 창립한 단체로서, 전경련의 후원을 받고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야심찬 프로젝트인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 이명박 정권 수립 이후 뉴라이트 학자들이 참여하기 시작했고, 허동현 교수도 2010년 한나라당의 추천으로 참여했다. (한편 이 시기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위원장이었던 이승조는 "4.3은 폭동, 5.18은 민중반란"이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링크)

또한 지난달에는 무려 부마민주항쟁 진상규명위원회에 심의위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유신체제 종말의 계기가 된 사건에 뉴라이트 학자를 투입하는 박 정권의 꼼꼼한 자세를 엿볼 수 있다. 교과서 쓰기도 바쁘실 분이 참 왕성하시기도 하다.

이 분의 사상을 가장 잘 나타내는 한 건의 기사가 있다. 김무성 의원이 주도한 '새누리당 근현대사 역사교실'을 다룬 기사다.

허 교수는 일제 강점기에 대해 “수탈과 개발이 병존했다”며 “일제라는 드라큘라에 물려 피를 빨렸고 그것을 떼기 위해 독립투쟁했다”고 말했다. 이어 “(GDP 성장을 두고) 피만 빨린 게 아니라 영생을 얻었으며, 드라큘라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일제라는 드라큘라에게 물려서”라고 말했다.

허 교수의 발제문에는 그동안 현대사와 관련해 중론으로 통해왔던 ‘내재적 발전론’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내재적 발전론은 조선 시대부터 근대화의 태동이 싹터왔지만 일제 강점기에 의해 근대화가 왜곡되었다는 것이다. 허 교수는 “내재적 발전론에 입각해 국망의 이유를 일본 탓으로 돌리거나, 독립운동이 나라를 되찾은 주된 동력이었다고 실패의 역사에 분칠하는 것으로 뼛속 깊이 우러나오는 진정한 자긍심이 길러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상해 임시정부가 국제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요인들이 개인 자격으로 귀국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웅변하듯, 광복과 건국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도움에 의한 것임을 부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발제문에서 지속적으로 내부 독립운동보다 외부의 조력을 광복의 주요 요인으로 꼽았다. 허 교수는 “(기존) 교과서들은 외세에 기대지 않는 자주적 독립, 즉 무장투쟁만이 정당한 독립운동방법론으로 보아, 광복이 연합국의 승리에 의한 것임이 역사적 현실임에도 교과서 집필자들은 그들이 이상시한 무장투쟁에 의한 자주적 독립을 등가치적으로, 아니 그 이상으로 해석”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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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교수는 “따라서 교과서들은 30면 이상씩인 독립운동 관련 서술에서 외교독립활동을 펼친 이승만에 대한 서술은 한 면을 넘지 못할 정도로 소략한 반면 무장투쟁의 경우 6면에서 10면에 이르는 지면을 할애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반공주의 역시 허 교수 주장의 배경이다. 허 교수는 교과서들이 사용하는 ‘일제 강점기’는 “북한 역사용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허 교수는 “당시 미국 수뇌부는 남한이 공산화 되어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며 “이승만은 미국의 정책 변화를 이끌어 낸 대한민국 건국의 주도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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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링크)

유명한 허 교수의 일화가 하나 있다. 서울특별시 교육연수원에서 열린 역사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 근현대사의 이해' 수업에서 연수 대상교사 36명 중 7명이 수업에 불참하거나 중간에 참참못을 시전하고 뛰쳐나간 일이 있었다. 아예 2명은 허동현 교수(경희대 교양학부)가 강의실로 들어설 때 그 앞에서 '친일·독재 미화, 역사 왜곡 허동현 교수의 수업을 거부합니다'란 글이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게다가 수업에 참여한 교사들도 아예 벼르고 허 교수와 토론을 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한다.

시위를 벌인 교사들의 말이 일품이다.

“학술적으로는 허 교수가 얼마든지 자신의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학술 논쟁의 자리도 아니고 역사교사들을 가르치는 자리에 우리나라 교육과정에 담긴 내재적 근대화 과정까지 부정하는 사람을 강사로 쓰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해석할 수 없어 역사교사의 양심에 따라 수업에 빠졌다.”

“허 교수는 이승만을 김구와 함께 건국의 아버지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쫓겨난 사람을 어떻게 그런 반열에 올리느냐고 지적했더니 4·19혁명과 그 이후의 민주화 과정이 이승만이 있었던 덕에 이뤄진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펼쳤다.”

이 건 외에도 KBS의 이승만 다큐 참여, EBS 강연, MBC 100분 토론 등 나오라면 무조건 나가시는 아주 열정이 넘치시는 분이다.



4. 경기대 이재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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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사 전공자이며, 특히 후삼국 시대 연구 성과가 많은 경기대 이재범 교수는 대표적인 찬성론자이다. 주요 저작으론 <슬픈 궁예>가 있다. 많은 학자가 반대의 스탠스를 취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국정화 찬성을 주장하며 언론과의 인터뷰도 마다치 않는 분이다.


CBS에서 한 인터뷰는 국정화 찬성론자의 주요 논지를 잘 나타내주고 있어서 대부분을 발췌해보았다.



◆ 이재범>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겠지만요. 특히 역사는 과거의 어떤 사실, 이러한 것을 저희들이 동일하게 공유하면서 하나의 공동체 의식을 갖는 데 도움을 주는 과목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보면 한국사에 대해서 저희들이 가지고 있는 공유된 지식에 차이가 너무 많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교양 과목으로 한국사개론 같은 것을 강의할 때 전혀 상반되게 학생들이 갈라지는 걸 보게 됐는데요. 하나의 공동체, 이런 데 포함을 시키려고 하면 한국사교과서가 가장 큰 역할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 김현정> 갈등, 분열, 좀 다른 가치관. 이런 것을 하나로 묶을 필요가 있겠다는 말씀이세요. 
◆ 이재범> 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전에 우려했던 획일화된 이념이나 사실을 왜곡, 날조해서 주입하는 교육이 아니고요. 이러한 단일 교과서를 여러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모여서 합의하고 공유한 사실로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에 전제조건이 있어요. 왜곡과 날조가 없는 좋은 책이어야 한다는 건데요. 그런데 말입니다. 국정교과서가 검정교과서 체제로 넘어올 때를 상기해보면요. 교과서를 한 권으로 단일화를 해놨더니, 어떤 정권이 권력을 잡느냐에 따라서 교과서의 역사기술이 왔다갔다. 정권에 입김에 의해서 좀 왜곡되기도 하고, 들쑥날쑥하더라 이 말입니다. 그래서 국론 분열을 막겠다고 단일 교과서를 만들었다가 오히려 국론 분열의 씨앗이 뿌려지는 결과가 벌어져서 우리가 검정으로 온 것 아니겠습니까?  
◆ 이재범> 그렇죠. 그런데 그러다 보니까 이제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공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요. 또 아직은 저는 교육과 학문은 분리가 돼야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왜냐하면 고등학교 학생들까지는 미성년 집단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람들에게는 어떤 사실이나 그걸 강조를 해서 이렇게 주입을 시키게 되면, 그것을 하나의 종교적 지위나 어떤 이데올로기로 믿어버릴 수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다양한 교과서가 나오는 데 거기서 각각 자기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역사 교사들의 어떤 성향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요. 그러한 것들이 만약 잘못 교육된다면 폐해를 낳을 수도 있지 않느냐.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김현정> 그게 이제 잘된 지침이 나와야 할 텐데요. 과연 그 전제, 잘된 지침이 나오겠느냐. 이 부분에서 확신들을 많이 못 가지세요. 말하자면 정권에 휘둘릴 거다. 아무리 권력으로부터 자유롭다고 해도 단일로 하다보면 교육부의 눈치를 보게 되고, 정부는 정권 눈치 보게 되고 이렇게 되지 않겠느냐, 하는 건데요?
◆ 이재범> 현재 시대적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고요. 그리고 단일화를 하는 데 있어서 현재와 같이 국가에서 지정을 하는 시스템을 바꾸면 되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이 듭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했던 것은 지금 이번에 검정에 참가했던 출판사가 8개인데요. 그 집필자들을 학교나 이런 것에 대한 구분 없이, 같은 자리에 모여서 얘기를 하고요. 그리고 거기에서 방향을 아예 새롭게 정해나가면서 거기에서 국가 권력이 배제가 된다면.

◇ 김현정> 이념, 학파, 권력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원탁회의 같은 역사편찬위원회를 만들어서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한 채 교과서를 만들자는 말씀이세요. 또 하나는 아까 말씀하셨던 획일성 부분입니다. 지금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들은 오히려 검정제보다도 더 자유로운 자유발행제를 택한 경우가 많다는 점. 이것도 주목해 볼 만한데요.  
반면에 북한을 비롯해서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은 국정교과서 제도를 시행 중이죠. 이런 것만 보더라도 지금 단일교과서를 다시 시행하자는 건, 우리 사회의 지향점을 다시 전체주의 쪽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니겠느냐. 학계에서 이런 지적이 나옵니다. 
◆ 이재범> 제가 주장하는 단일교과서라고 하는 것은 여러 학파나 이러한 곳에서 각각 다른 의견들이 제시가 되고요. 거기에서 공통 분모적인사실이나 사건. 저는 어떻게 보면 간략한 한국사 교과서로 단일화시키자는 얘기인 거죠. 그렇게 되면 교사들의 부담이 줄어들 테니까요. 그 나머지 많은 부분을 교사들의 역할에 의해서, 학생들에게 강의하도록 하는 게 어떠냐는 거죠.

◇ 김현정> 전체주의로 흐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주 간략한 팩트만 정리한 교과서를 주고, 나머지 다양성은 각각의 역사 교사들에게 부여하자는 말씀이세요. 
◆ 이재범> 그렇죠. 그리고 일본만 하더라도 독도 문제 이런 걸로 인해서 아주 극우적으로 우경화가 돼 가고 있고요. 중국도 동북공정을 하면서 굉장히 중화주의적인 입장을 나타내는데요. 저희들도 이런 강대국 속에서 최소한의 단일화가 된 국민의식이나 이런 것들이 조금 강조될 필요가 있는 시기가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 원문 (링크)



정리하자면
1. 역사학은 공동체 의식을 갖는 데 도움을 주는 학문이다.
2. 어린 학생들에게 특정한 사상을 주입하는 건 곤란하다.
3. 국가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기관에서 교과서 단일화를 하는 것이 좋다.
4. 책에는 간단한 팩트만 나열하고 해석은 일선의 역사 교사들에게 부여하자.
5. 주변국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아 참, 이재범 교수는 '박근혜게이트'가 터지자 이런 반응을 내놓았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사건은 현 시대의 문제 뿐만 아니라 과거 최태민 시절 때부터 이어온 만큼 아이들을 가르치는 스승인 나부터 이를 지나쳐온 우리 세대들이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과거 세대, 현 세대가 하나 돼 현 시국을 바로잡을 때가 아닌 가 싶다"

자나 깨나 하나밖에 모르시는 분 같다.

(이재범 교수는 김무성 전 대표와는 고등학교 동창, 이정현 대표와는 동향이다)



5. 강규형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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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 파트를 맡을 것으로 보이는 강규형 교수는(박사는 서양현대사, 러시아사, 국제관계사 전공) 교과서 국정화를 적극적으로 찬성하는 인물이다. 자유민주연구원 정책연구위원이면서 전경련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 분이다. 또한 앞서 쓴 <교과서포럼>과 <한국현대사학회>의 핵심 멤버이며, 한 때 뉴라이트 활동에 참여했고 지금도 관계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본인은


“한국현대사학회를 뉴라이트로 몰아가는 것은 빗나간 시각”

“나만 해도 한때 사회민주주의를 지지했고 현재도 여운형·조봉암 등 사회민주주의자들을 존경하는 사람”

“나는 뉴라이트 출신이지만 학회 안 뉴라이트에 굉장히 비판적인 학자도 있고 다양하다”


등의 발언으로 현대사학회와 뉴라이트의 관계성을 반박했다.


이 분은 지난 교학사 교과서 파동 때 많은 비판을 받자 시대정신에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동과 한국 좌파의 퇴행성'이란 글을 발표했다. 관심 있는 분은 읽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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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링크)


대체적으로 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지지하는 학자들의 주요 논지 중 하나가 민중사관의 비판이다. 이 분도 이런 글을 쓰신 적이 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가 NL(민족해방)파니 PD(민중민주주의)파니 하는 여러 자생적인 공산 이론이 대학가를 장악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전통적인 역사관과 사회관을 부정하는 수많은 좌익 사상과 역사관이 우리 마음을 장악했다. 결국 우리 사회는 수많은 한국판 킴 필비들이 각 분야에서 기성세대로 활동하는 장이 된 느낌이 있다. 특히 이 논쟁에서 승리한 NL파는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했고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꼭 북한의 사주를 받아서가 아니라 마음속에 존재하는 우리 안의 NL 심리가 더 무서운 것이다. 한반도 통일을 앞둔 이 시점에 한국 사회가 극복하고 넘어가야 할 큰 장애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지금 벌어지는 역사관 논쟁도 결국 이런 진지(陣地)전의 한 형태인데 워낙 NL 진지가 견고하기에 걱정이 앞선다. 우리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자유민주연구원 - 원문 (링크)



또한 NLL 논란 때 쓴 글도 일품이다. 이 모든 게 '리영희에게서 비롯된 잘못된 역사관에서 나온 케케묵고 삐뚤어진 민족담론(談論)의 영향'이라는 표현도 썼다. 해당 글 또한 딴게이들의 안구와 혈압 보호를 위해 링크만 남겨두겠다. (링크)

이 분에 대해 쓸 거리는 너무나도 많지만, 이 정도만 하고 넘어가자. 필자도 괴로우니까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ㅠㅠ) 주요 저작으로는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 <박정희시대와 한국현대사> 등이 있다.

(한편 교학사 교과서의 역사왜곡을 지적당하자 그는 “5·16이 당연히 군사 쿠데타지 어떻게 혁명이 될 수 있으며, 5·18이 어떻게 폭동이 될 수 있느냐”며 반박하기도 했다)



6. 단국대 서영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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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대 서영수 교수는 고대사를 전공한 학계의 원로다. 80년대 광개토대왕비의 신묘년 기사 문제가 뜨거워지고 일본의 임나일본부설(일본의 야마토왜[]가 4세기 후반에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하여 백제·신라·가야를 지배하고, 특히 가야에는 일본부()라는 기관을 두어 6세기 중엽까지 직접 지배하였다는 설)이 시끌시끌했을 때 고구려 중심 해석을 내놓으며 임나일본부설을 반박하고, 또한 광개토대왕비 조작설도 반박했다. 고대사 관련 부분은 학계의 통설에서 크게 엇나가지 않은 학설들을 펼치고, '고조선 중심지 이동설'을 주장한다. 특히 동북공정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는 학자이기 때문에, 국정교과서는 동북공정에 대응하는 형태로 서술될 수도 있다. 특히 요동반도 쪽과 관련하여.

사실 고대사에서 성향이란 게 미묘한 것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해석하는 사람들은 일관적인 주장을 펼치지만 역사학적 방법론을 적용하는 학자라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점 밝혀둔다. 주요논문으론 1988년 발표한 <고조선의 위치와 강역>이 있다. 현재도 각종 토론회 등에 참여하며 왕성하게 활동하는 학자다.

서 교수는 국정교과서 관련하여 특별히 반응을 내놓지는 않았다.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명단에도 이름이 없다. 물론 단국대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에도 이름이 없다.



7. 고려대 박용운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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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운 교수는 고려사 전공자이다. 박 교수가 펴낸 <고려시대사>는 개설사로써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한국사 연구자 중에는 고려사 연구자가 매우 드물다. 그래서인지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추정'되는 분 들 중 중세사 전공자는 이 분 밖에 없다. 따라서 국정교과서의 고려사 파트도 기존 교과서들과는 크게 다르지 않은 기술로 구성될 것 같다. 안습의 고려사다.


다만 이분은 전두환 정권 시절 제5차 준거안을 만든 '국사교육 심의위원회'에 참여하셨다. 그때 같이 참여한 분들이 국정교과서 집필진의 투 톱, 신형식, 이기동 교수다. 아무래도 박용운 교수나 서영수 교수는 원로 교수들의 요청에 참여한 것 같은 뉘앙스다. 역전의 용사들이 다시 모이는 거랄까. 이 분 또한 서교수처럼 '올바른 역사 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 명단에도, '국정화 반대 성명서' 명단에도 없다.


한편, 박교수는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에서 박정희 기념관을 지으려 할 때 “쿠데타로 역사를 후퇴시킨 사람에 대해 아무런 역사적 평가 없이 기념관을 세운다는 것은 시기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8. 동국대 윤명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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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윤명철 교수는 고구려사 전공자이자, 특히 해양사에 연구 성과가 많은 교수다. 특히 뗏목을 타고 고대의 바닷길을 탐험하는 특이한 학술탐사를 수차례 했다. 다만 가끔씩 분위기에 취하는 건지 좀 애매한 발언들이 있다.


“현대 한국인의 기질을 잘 분석해보면 모두 역사적인 근원이 있습니다. 예컨대 ‘빨리 빨리’ 기질은 우리 민족이 말을 타고 대륙에서 유목을 하면서 급하게 이동을 했기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이런 기질이 현대사에서는 근대화를 급속하게 추진하는 동력이 된 것이지요. 또한 21세기 ‘디지털 노마드(nomad·유목민)’시대에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조급증을 낳아서 각종 부실 공사를 야기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는 것은 역사적 진실을 오도하는 것입니다."


또한 역사학자라면 출연하지 않을 STB 상생방송에서 고구려사 강의를 한 것도 어째 좀 깨름칙하다. 채널 돌릴 때마다 환단고기를 읊조리는 채널인데... 뭐, 순수한 마음으로 나가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관심이 가는 쪽은 백제의 '요서경략설(백제가 동아대륙의 랴오시 지방에 진출했었다는 설)' 부분인데, 윤 교수는 백제의 요서경략설에 대해 상업기지 정도만 설치하고 운영한 '절충설'을 주장하는 학자라 현행 교과서의 기술과 어떻게 달라질지 궁금하긴 하다. 역덕후들만 궁금할 거다.




9. 서울대 허승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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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일 교수는 세계사 분야의 원로이면서 특히 로마사의 권위자이다. 한국키케로학회 회장과 한국서양사연구회 회장을 역임하는 등 이 분야에서는 손꼽는 분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다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는 역사연구자라면 한 번쯤 읽어볼 만한 명저로 꼽힌다. 세계사 전공자인 만큼 국정교과서에서 이 분의 참여도는 매우 낮을 것 같고, 다만 작은 토막으로 '그 시절 세계사는 어땠는가?' 정도의 내용을 맡을 것 같다.




10. 한상도 건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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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사 전공자인 한상도 건국대 교수는 독립운동 연구에 여러 성과를 낳았다. 국무총리실 산하의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위원회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독립기념관 초기의 자료모집에도 연구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특히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를 소개하는 활동을 많이 펼쳤다. 그가 저술한 김원봉의 생애와 항일 역정(1990)도 약산 김원봉이 널리 알려지게 된 주요한 논문이다. 또한, 민족문제연구소에서 펴낸 <친일인명사전>의 편찬위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 분은 건국대 교수들의 국정교과서 반대 명단에 이름이 없고, 뉴스타파의 질문에도 회피했다.


https://youtu.be/9PnoMR8zOb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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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이 세계일보 보도를 바탕으로 한 학자들 면면을 살펴본 결과이다. 아직 교과서가 나오지 않았고, 집필진 전원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분들로 살펴보자면 대략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적극적인 국정화 찬성론자와 소극적인 국정화 참여자.


문제는 현대사 파트를 맡은 학자들 중의 다수가 '국정화 찬성론자' 이면서 뉴라이트 계열이라는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고대사도 중세사도 근세사도 물론 다 중요하지만, 국정교과서의 목적이 근현대사에 있음을 우리 모두 잘 알지 않는가. 다만 그렇지 않은 학자들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 '교학사 교과서' 정도의 참사는 나타나진 않길 바래본다. 어찌 됐건 학계에서 나름의 업적과 공로가 있으신 분들도 참여하신 만큼, 그들의 학자적 양심이 그리 물렁물렁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이기동, 최몽룡 같은 원로 교수들이 애국과 교육을 위한 충정으로 국정화에 적극 참여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또 다른 의도가 들어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다만 이분들이 해석의 학문인 역사를 법전처럼 딱 정의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려스럽다. 교과서는 통설을 바탕으로 쓰여야 하고, 통설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 80년대의 교과서와 현대의 교과서는 변화하는 시대 양상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바뀌어온 것이다. 혹시 아는가? 또 어떤 시대가 도래하면 이분들이 생각하는 것 같은 학설이 통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그분들이 그렇게 욕을 하는, 소위 '민중 좌파사학자'들은 직간접적인 후학들이 아닌가. 이분들이 1987년 5차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활동할 당시엔 40대의 젊은 학자들이었다. 30년이 지났다. 인제 그만 물러나실 때가 되시지 않았나, 진심으로 권유 드린다. 이미 공로가 충분한 원로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상황은 후학들이 보기에 충분히 안쓰럽다.


또한 전경련, 뉴라이트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한국현대사학회의 멤버들은 이상의 명단 외에도 다수가 참여하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승만, 박정희,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학자로서 내린 해석 외의 특수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몇 명은 있을 수도 있다) 진정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정권의 힘에 기대지 말고 학계에 나가 싸우시라. 교학사 교과서가 이미 시장에서 외면당했는데,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국정화에 참여하는 것은 지나친 반칙 아닌가.


뭐, 이 모든 게 조금 있으면 만덕산에 다 묻힐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찬 상상을 해본다. 11월 12일, 우리가 피켓을 들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교과서 국정화'에 있다. 만덕산아, 기다려라.






빵꾼


편집: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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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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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네 개 파트의 미래가 어둡다는 거지요.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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