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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2. 03. 월요일

물뚝심송







통일은 대박 맞다.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뜻밖의 문장을 말하는 바람에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이 자체는 적극 환영할만한 일이다. 물론 그 어휘의 천박함으로 인해 과연 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런 어휘를 사용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 하는 논란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 정도는 그저 웃어 넘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통일에 관한 논의 자체를 봉쇄하고, 북한과의 상생을 얘기하기만 해도 종북으로 몰리는 그런 사회 분위기 보다는, 우리 사회를 뒤덮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 남북대치 상황을 어떻게 호전시킬 것인가 하는 논란이 생산적으로 시작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천박하면 어떤가, 필요한 얘기를 할 수 있다면 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통일은 대박이 맞다.


굳이 과거에 운동권들이 가지고 있던 공통된 역사인식처럼 '분단'이 남한 사회의 모든 모순의 근원이며, 이 모순을 걷어내기 전에는 아무런 역사적 진보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극단적인 통일 지상주의를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인식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인식만으로 현대 국제사회에서 우리 남한 사회가 차지하고 있는 역할을 모두 무시하고 순진하고 정서적인 태도로 북한에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를 먼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이 우리 생각보다 훨씬 더 종잡을 수 없고,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이해하기 힘든 매우 독특한 구조의 사회라는 점은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한이 현재 처해있는 다양한 사회적인 문제를 고려한다면, 통일은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 분명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통일을 추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반도의 안전을 보장하고 우리 사회의 물적, 인적 토대를 굳건히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는 것이기 때문에 통일은 대박 이전에 반드시 수행해야 할 역사적 과제이며 우리의 생존을 보호하기 위한 필수적인 대안이라고 보는 것이다. 지극히 현실적인 관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통일이 과연 대박이라면 그 대박은 이루어질 수 있는 꿈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이루어야 하는 것인지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현재의 상황을 얘기해 보도록 하자.


작계 5029 


남북한이 처해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한 마디로 '작계 5029'라고 할 수 있다.


왜 굳이 미국이 주축이 되어 세워 놓은 군사적인 계획, 작전계획 5029를 남북한 문제의 핵심키워드로 놓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작전계획이 세워지게 된 배경과, 개념계획을 거쳐 작전계획으로 자리를 잡게 된 과정을 보자면 한반도를 둘러싼 정치 군사적인 모든 상황이 다 거기에 녹아 들어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작계 5029 이전 한반도 상황의 핵심은 작계 5027이었다. 이는 북한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과 미국의 공동 대응 방안이었으며, 가장 극단적인 상황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책이었다. 작계 5027의 핵심 내용은 북한이 전면 남침을 일으켰을 때에 과연 한미연합군은 어떻게 그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을 가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즉, 최전방 DMZ를 지키고 있는 한국군 전방사단이 얼마를 버티고 후퇴하는가, 그리고 그 사이에 바로 그 뒤를 지키던 예비사단들이 어떻게 전열을 갖추어 북한군의 진격을 막고 시간을 버는가, 그리고 그 목숨과 바꾼 시간 동안 오키나와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주력부대가 어떻게 한국전에 참전하게 되는가, 그 뒤에 한미연합군이 어떤 식으로 '역공격'에 나서 북한군을 격퇴시키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담겨 있다. 물론 그 작전계획에 따라 한국군의 모든 사단급 부대는 병과별로 행동계획이 모두 수립되어 있고, 그 계획에 따라 최말단 보병 분대까지 임무가 다 주어져 있으며, 주기적으로 이 과정을 연습하는 것이 한국군의 주된 임무였다는 것이다. 


핵심은 과거 미국 정부는 북한이 일으킬 수 있는 최극단의 도발이 전면 남침이었다고 간주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며, 그 상황을 바로 이 작계 5027을 통해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상황이 바뀌게 되었다. 북한의 전면도발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졌고, 미군의 동북아 전략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북한의 내부 사정은 한미연합군을 상대로 전면 도발을 감행하기에는 역부족으로 전락하기 시작했으며, 그 결과 비대칭 전력, 즉 WMD(대량살상무기, 핵 또는 생화학 무기 등)를 개발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다. 미군 역시 동북아 전략을 수정해서 인계철선이네, 작계 5027이네 이런 개념을 버리고, 전략 기동군 체제로 재편하고 있다. 이는 손쉽게 말해서 한반도에 더 이상 미군이 주둔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며, 손쉽고 신속하게 이동이 가능한 전략 기동군을 곳곳의 거점에 배치해서 중국의 태평양 진출을 봉쇄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치적으로 표현하자면 이제 더 이상 북한의 전면 남침은 미국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한반도 역시 중국의 대양 진출의 포스트로서의 기능이 많이 축소되고 있다는 판단이기도 하며, 대신 이런 대국적인 판단 하에서 가장 골치 아픈 작은 문제, 북한의 WMD 문제만이 남아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있겠다.


그런 관점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작계 5029 라는 것이다. 이 작계의 내용에는 북한의 남침 따위는 아예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대신 제일 큰 관심사는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WMD의 통제권이 무력화 되는 상황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즉, 북한의 WMD가 해외로 유출되거나, 혹은 더 심각하게 북한이 직접 이 WMD를 사용하려고 들 때에 한미연합군이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를 규정하고 있는 계획이라는 얘기이다. 이 과정은 사실상 클린턴 시절 거의 실행단계 직전까지 갔었던 '북폭'을 연상케 한다. 실제로도 그 위기상황을 겪으면서 작계 5029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 것이라고 보는 관측도 있다.


그런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기폭제는 역시 북한 정권의 붕괴상황이다. 북한 내에 구테타가 발발하거나, 민란이 발생해서 북한 정권이 궁지에 몰리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미국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대처방안은 직접 북한 영토에 상륙해서 WMD의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작계 5029는 이런 과정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작계 5027에는 상당한 국제정치적 명분이 있었다. 일단 북한의 전면 남침이라는 도발로 인해 발동되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대응방침이라는 점이 그렇고, 그 전면남침을 격퇴시키면서 '역공격'의 개념으로 북한 영토를 수복하자는 방안은 남한의 입장을 고려한 배려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영토를 수복하는 것에 그리 관심이 없다고 봐야 한다. 지금의 분단 상황이 오히려 세력간의 균형에는 도움이 되는 상황이며 미국의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작계 5029 역시 상당한 국제정치적 명분이 있다. 북한 정권이 흔들리면서 궁지에 몰린 권력자들에게 WMD가 맡겨져 있는 상황은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용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라크 후세인을 털듯이 북한을 털어서 미국 본토에까지 피해를 줄지도 모르는 WMD만큼은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후세인에게는 제대로 된 WMD가 있지도 않았지만, 북한은 몇 차례나 핵실험을 수행한 국가이며 거기다가 핵무기를 운송할 미사일까지 보유하고 있다는 혐의가 있다. 그러니 당연히 미군의 개입이 정당화 되는 것이다.


이에 따른 부수적인 내용으로 한미연합군(사실상 남한의 병력)이 북한에 진주하여 사태를 수습하자는 방안이 딸려 있는 것이고, 이는 마치 5027에서 남한군에게 역공격을 허용해주는 정도의 보상(이게 보상인지는 모르겠다. 남한군이 북한에 진주하는 과정은 엄청난 인명피해를 유발할 만한 재래식 전쟁상황일 테니 말이다.)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중국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


중국과의 관계


중국은 작계 5027에 그닥 관심이 없었다. 북한이 전면 도발을 해야 발동되는 계획이며, 북한군의 전면 남침은 중국정부의 입장에서도 반대해야 명분이 서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중국이 작계 5027을 비난하게 되면, 미국은 한 마디만 하면 명분이 서는 상황이라는 뜻이다.


“어차피 당신(중국)들도 반대하는 남침을 북한이 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렇게 되면 중국은 미국이 만든 작계 5027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 북한의 남침이라는 사건 자체가 동북아 균형을 깨트리는 비평화적 행동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평화적 작전계획인 5027을 반대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계 5029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된다. 물론 북한의 WMD 보유를 우려하는 미국의 입장에 대해서는 중국정부도 원칙적으로 동의를 해야 하는 문제이긴 하다. 중국도 북한의 핵 무장을 원칙적으로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 보자. 하지만 작계 5029의 경우에는 그 계획의 발동 조건이 다르다.


즉, 북한의 전면 남침이라는 가시적인 행동으로 인해 촉발되는 5027과는 다르게, 5029의 경우에는 '북한 정권이 불안해지는 상황'이라는 다분히 애매한 조건이 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도대체 북한 정권이 얼마나 불안해졌는지, 5029를 발동시켜야 할지 말지 여부를 누가 판단한다는 말인가. 바로 미국 정부에 속한 한미연합사령관이다. 이 부분에서 중국은 동의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을 촉발한 한미연합군의 서해상의 훈련을 생각해보자. 중국 정부는 이 훈련을 강경하게 반대를 했었다. 바로 이 훈련이 작계 5029의 발동 상황을 가정한 본격적인 한미합동훈련이었는데, 중국의 입장에서는 이 훈련을 이유로 미국의 해군 주력 부대인 항모까지 서해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 못내 불편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그 대규모 훈련 자체가 한미연합사령관의 판단으로 인해 언제든지 현실화 될 수 있는 실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에 이르면 중국은 '위협'을 느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니 이 작계 5029에 대해서는 북한은 거의 생존권 차원에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고, 국제적으로도 그 반응이 정당화 되는 구석이 있을 수도 있다. 북한 내부의 정치적 상황을 미국이 판단해서 언제든지 무력을 투입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는 제3자적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위험한 일이며, 미국이 북한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해석도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이를 반대했고, 북한은 여기다 대고 포를 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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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사건


그 포격에 대해 한미연합사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은 아마도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상황에 대한 국제 사회의 눈초리가 백프로 미국의 편을 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제사회에서 명분이라는 것은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까지가 지금의 남북을 둘러싼 동북아 정세를 작계 5029라는 핵심 키워드에 기반해서 해석한 관점이다.


노무현과 작계 5029


노무현의 참여정부 시절, 당시에는 이 작계 5029가 작전계획으로 승격되지 못하고 개념계획 수준으로 머물러 있었다. 노무현이 이 개념계획이 실제 작전계획으로 승격되는 것을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계 5029는 이명박 정권에 들어와서야 작전계획으로 승격된다.


그 이유는 사실상 중국의 입장과 동일했다. 이 작계 5029의 발동 조건이 미국의 판단에 달려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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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의 동북아 균형자론


노무현이 가지고 있던 남북문제에 관한 시각은 대략 '동북아 균형자론'에 입각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동북아 균형자라는 개념이 국제 정치학계에서는 그리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중요하게 취급되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과연 남한이라는 국가가 세계 최강대국들 (미중러일이면 완전 세계 빅4 아닌가?) 사이에서 '균형자'의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하는 회의적인 시선은 거부하기 힘들다.


하지만 노무현은 최소한 우리 민족의 생존 자체가 걸려 있는 작계 5029의 발동 조건이 한미연합사령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전적으로 맡겨지는 상황 자체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이 부분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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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문제에 있어 가장 현실적이었던 정권의 리더, 노무현 전 대통령


이 문제는 좀더 비현실적인 유추가 필요한 부분이지만, 작계 5029가 실질적으로 발동된 그 이후를 추정해 보면 더 확실하게 와 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북한에 실제로 정권의 불안정성이 극대화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작계 5029가 발동되고 미국은 일단 확인된 모든 북한의 핵 시설과 생화학 무기 비축고를 폭격하게 될 것이다. 그 폭격이 실패한다면 한반도는 아마 2차대전 이후 가장 격렬한 WMD의 실험장이 될 것이고 우리는 몽땅 끝장난다.


그렇다면 그 폭격이 성공해서 북한이 보유한 WMD가 전량 무력화 되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렇게 되면 미국은 원하는 바를 달성하게 된 것이고 북한은 불바다급 아수라장이 되어 거의 국가 기능이 마비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이 상황까지는 중국도 정세를 관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직후 작계 5029에 따라 한미연합군이 북한으로 진격해서 북한의 각종 시설들을 접수하기 시작하면 중국은 좌시하지 않게 된다.


지금 현재 북한의 각 지역에는 중국이 관할하는 구역이 많이 존재한다. 중국이 투자한 공단이나 광산들, 각종 무역시설, 사회 간접자본들에 대한 중국의 관할권을 이유로 중국은 한미연합군의 북한 접수를 강경하게 반대하게 될 것이고, 이를 보호하겠다는 명분으로 중국군의 북한 진주를 명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이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관계가 조성되고, 지루한 협상이 시작될 것이며, 한미연합군은 오도가도 못하고 멈추게 될 것이며, 북한의 취약한 정권은 중국 편에 붙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협상은 상당한 확률로 중국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미국은 원하는 바(WMD무력화)를 이미 달성했고, 중국은 기존의 자신들의 권리 (국제적으로도 하자가 없는 정상적인 권리)를 지키는 입장이라 명분을 가지고 더욱 강경하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고착되는 경우 북한은 사실상 중국의 영토로 넘어가게 된다고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우리는 마치 삼국통일이라는 명분하에 한수 이북의 땅 대부분을 당나라에게 넘겨버린 신라의 꼴이 되는 셈이다.


즉 작계 5029의 발동 결과는 사실상 미국과 중국의 이익으로 결론지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진다. 미국은 손해 볼 것이 없다. 어차피 남한이라는 포스트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손에 남게 될 것이고, WMD만 효과적으로 제거하면 되니까 말이다. 중국도 별로 손해 볼 것이 없다. 단지 중국의 걱정은 미국이 이 협상에서 공격적으로 나와 중미 간의 충돌이 격화되는 상황일 뿐이다. 그러니 중국이 작계 5029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반발하되, 폐지시켜 버릴 만큼 강경한 태도를 가지지 않는 것도 설명이 된다.


결국 작계 5029의 발동은 한반도의 통일을 완전히 무산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며 우리는 휴전선(아마도 현재의 휴전선보다는 약간 북쪽이 되겠지만.)을 사이에 두고 이제는 북한군이 아니라 중국군과 대치하는 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얘기이다. 그것도 최선의 예측이 그렇고 여차하면 한반도 전체가 WMD로 인해 불타오르게 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이런 추정이 가능한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인가? 노무현은 이런 상황을 거부했지만, 바로 이어 들어선 이명박 정권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인 것이다. 아마도, 미국이 그렇게 남한을 홀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에 기반했을 것으로 봐야 한다.


이명박의 통일론


이명박 정권 초창기에 평소 약간의 관련이 있던 평화통일자문위원회, 줄여서 평통 측을 통해 흘러나오는 당시 청와대의 통일론에 대해 접할 기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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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 같이 사라진 정권의 이명박 전 대통령


외부적으로는 “통일은 도둑같이 오게 될 것이다” 라는 이명박의 표현으로 함축되는 그 통일론은 조만간 북한 정권이 붕괴하게 될 것이며, 그런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한미연합사가 작계 5029를 발동시켜 북한 영토의 대부분을 접수하게 될 것이라는 '흡수통일론'이었다. 사실상 이명박 정권은 이 추정에 근거해 개념계획 5029를 공식 작전계획으로 승격시킨 정권이기도 했었다.


순조롭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 상황 이후 우리가 접수한 북한 영토를 재건하기 위한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당할 계획 같은 것은 없었다. 중국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할 것이라는 반론에 대한 해명도 전혀 없었고, 그저 미국의 힘으로 장악한 북한의 영토를 우리의 관할로 넘겨주는 관대한 처분만 바라겠다는 다분히 무력하기 짝이 없는 서글픈 흡수통일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은 이런 허술한 통일론에 입각해서 북한정권을 상대하면서 다양한 창피를 경험하게 된다. 정권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남북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북한 측을 매수하려는 시도를 했다가 들통이 나기도 했다.


통일이 도둑 같이 오기는커녕, 북한정권은 김정일이라는 세습군주의 사망이라는 악재를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이라는 젊은 후계자에게 3대 세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 버렸다. 기대하던 “임기 내 북한 정권의 붕괴”는 완전히 헛 꿈이었음이 밝혀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일언반구의 해명도 없었다.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예측이었던 것이다. 당시 평통을 통해 흘러나온 이야기로는 국정원에서 북한 정권이 이명박 정권의 임기 내에 반드시 무너질 것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근거까지 가지고 있었다고 했었는데, 그 국정원은 임기 내내 정치 댓글만 달고 있었던 그 국정원이다. 오히려 원세훈 국정원장 취임 이후로 인적 정보망까지 완전히 붕괴되어 김정일 사망 소식 조차 제때 확인하지 못하는 추태를 부리던 그런 국정원이었다. 그런 국정원이 제시한 근거를 믿고 '통일은 도둑 같이 온다'는 헛소리나 해 대던 그런 도둑 같은 정권이었다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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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언제 죽었는지도 잘 몰랐다며?


아니 실제로 도둑 정권이었나?


박근혜의 대박론


박근혜는 '통일은 대박이다' 라는 표현으로 사람들을 놀래켰다. 실제로 북한에 한 번 가보지도 못했던 이명박과는 달리 박근혜는 야당 정치인 시절, 북에 방문해서 김정일과 직접 매우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면담을 하기도 했던 경험이 있다. 같은 독재자의 2세라는 동질감이 작용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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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김정일과 박근혜 현 대통령(출처:<오마이뉴스>)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이 붕괴시켰던 남북관계를 호전시키기도 했다. 중단되었던 개성공단을 재가동시켰다. 물론 원래의 계획에는 한참 못 미치는 후속조치만으로 끝나 북한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긴 한다.


북한도 때맞춰 이산가족 상봉 계획 등을 전향적으로 제시하고 남한 정부도 맞장구를 치면서 조금씩 상황은 호전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박근혜 지지자 그룹이 언제 또 북한에 대한 강경책을 주문하면서 상황이 악화될지 모르지만 아직은 아니다.


북진통일론 같은 말도 안 되는 조갑제류의 통일론에 대한 사회적 대응도 상당히 성숙해져서 그런 것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되기도 했고, 대북 지원사업이 사회적으로 꽤 퍼지면서 밑바닥에서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투자가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활력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통일은 대박”이후로 과연 그 대박을 터트리기 위해 어떤 과정을 밟을 것인가에 대한 로드맵이 전혀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임기 내에 북한정권이 붕괴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이명박의 청와대와는 또 다른 반응이다. 통일은 대박이긴 한데, 대박이라 주변국들에게도 좋은데, 하는 얘기만을 반복하고 있을 뿐, 그 구체적인 경로는 말하지 않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그 어떤 경로로도 이에 관한 이야기는 흘러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박근혜의 청와대는 정보를 안 알려주기로 유명하긴 하다.


통일은 대박이 맞긴 한데, 여차하다가는 그 대박이 우리의 대박이 아니라 중국의 대박이 될 수도 있다는, 아니 그럴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이 현실에 대해서 박근혜의 청와대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과연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한지도 전혀 모르겠다.


현실적인 방안


어찌되었든 간에, 지금 현재는 작계 5029가 한미연합사의 기본 행동방침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군대라는 것은 무서워서, 특정 상황이 발발하면 미리 정해진 대로, 사전에 프로그램 짜여진 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즉, 장성택 처형 정도가 아니라 좀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면서 김정은의 권력이 위태로워지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마치 버튼이 눌린 작동기계처럼 한미연합사는 작계 5029에 따라 작전을 발동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한 번 발동되면 위에 설명한 결과 이외에 다른 해피한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 와중에 발생할 엄청난 인명피해는 덤일 뿐이다.


대통령의 의지로 작전을 중단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는 계속 지연되고 있다. 또 얼마나 연기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전략기동군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한반도의 작전통제권을 대한민국 정부가 환수하기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연기되고 있다. 이는 순전히 우리의 정부가 그러기를 원하기 때문인 것이다. 스스로의 생존에 대한 통제권을 넘겨 받기를 두려워 하는 정권이라니.


쉽게 말해서 우리에게는 우리의 생존과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상황에 대해 우리의 의지로 개입할 아무런 장치도 권력도 없다는 뜻이다. 오로지 바랄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역으로 '북한정권이 붕괴하지 않는 상황'이 된다. 아니 한 걸음 더 나아가자면 한반도의 미래를 위해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기를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결과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제는 북한 정권이 그리 튼튼하지 않다는 점이다. 원론적으로도 어떤 사회도 북한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으면서 3대 세습 정권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는 힘들다. 이미 해방 이후부터 엄청난 시간을 그런 체제로 살아온 북한 사회지만, 그들도 이미 리눅스에 GNOME 탑재해서 맥과 유사한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내고 자기들이 만든 OS라고 자랑을 하는 수준의 사회라는 뜻이다. 거기다가 극심한 경제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솔직히 말해서 북한 정권이 내일 당장 무너진다 해도 전혀 놀라운 일은 아니다. 반면에 북한 정권이 앞으로 백 년을 간다고 해도 역시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북한 정권은 불확실성이 극대화된 그런 정권이라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상대하는 사회가 그런 황당한 사회라는 점이 남북관계를 고민할 때 언제나 밑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점이 제일 어려운 문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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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참 골치 아프다.


결국, 그렇게 북한 정권이 붕괴하게 될 경우 짜여진 각본이 전혀 우리가 원하는 결론을 내 주지 않는 상황이니, 우리가 할 일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 밖에는 답이 없다. 물론 정당하지 않은 일이다.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당장에라도 민중봉기를 통한 혁명을 일으키고 총선거를 실시해서 민주적인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 옳은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남한이 그것을 도와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나와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붕괴해 버리면 우리가 피해를 본다.


말하면서도 참으로 우스운 것이, 이렇게 모순된 결과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새삼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이게 바로 분단이라는 모순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결과이며, 그 모순이 풀리기는커녕 누적되어 가중되기만 한 우리의 현대사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슬픔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헛웃음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현실은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괴물이다.


이렇게 모순으로 점철된 남북문제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그것 밖에 없다. 최대한 북한정권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을 하면서 북한 사회에 다가올 역사적인 변혁을 대비해야 한다. 최대한 개방시켜야 하고, 최대한 북한 사회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 주고, 북한 주민들의 소득을 향상시켜야 한다.


이는 또 한편으로 어느 날 갑자기 남북의 사회가 통합이 되었을 때 우리가 지불해야 하는 통일 비용의 절감을 가져올 수도 있는 일이니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기도 하다.


우리가 경제적인 원조를 하면 그들은 그 돈으로 WMD를 만들 것이라고 화내는 것은 바보짓이다. 우리가 경제적인 원조를 안 하면 오히려 그들은 더욱 더 필사적으로 WMD에 매달릴 것이고 그걸 써보고 싶어서 안달을 하게 된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북한 정도의 규모가 되는 국가라면 핵무기 십여 기는 아무런 외부의 원조가 없이도 아주 손쉽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거기다가 북한은 세계에서도 손 꼽히는 우라늄 광산을 보유한 국가이다.


북한 정권이 비록 세계사에 보기 드문 전근대적인 3대 세습 왕권이긴 하지만 우리라고 뭐 많이 다른가? 이미 2대 세습이 성사되었고, 일부 종편에서는 박지만의 아들이 집권하는 3대 세습의 세상을 꿈꾸고 있는 그런 상황인데 말이다.

 

 

통일은 장난이 아니다. 엄청난 두께의 역사적인 모순이 집약되어 있는 현장이며, 사상 최고로 날카로운 칼날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파괴의 현장이 바로 그 곳이다.

 

 

한 순간 실수하면 남북 합쳐 칠천만이 넘는 생명이 그 날로 날아가 버릴 수도 있는 것이 바로 남북의 대치상황이며, 그렇게 한반도의 생명들이 다 끝장난다 하더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사람들이 바로 미일중러 4국이다. 그들은 이 바닥에서 모두가 다 자신들은 결코 손해 보지 않기를 원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한반도가 진짜 불바다가 되어 아무도 살 수 없는 땅이 되어 버리면 그들은 속 시원해 할지도 모를 일이다. 골치 아픈 문제가 해결되고 통일한국이라는 잠재적인 경쟁자가 하나 사라지기 때문이다.

 

 

감상적인 태도는 위험하다. 북한을 한 민족으로 생각해서 우리는 한가족을 외치는 순진함도 이제는 버려야 하고, 한 갑자가 넘게 흘러가 버린 전쟁 시절에 생겼던 원한을 이 미묘한 상황에 대입하는 노망은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다.

 

 

가장 차갑게 현실을 이해하고, 그 현실에 가장 어울리는 대안을 생각해 내고 요구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대안에는 모든 것을 떠나, 사람의 생명이 죽지 않는 방안이 담겨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이 문제를 가지고 너무나 많이 죽어왔다. 더 이상 죽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소망인지 모르겠다.


거기에 우리가 좀 더 편하고 행복하게 잘 살게 되는 것, 즉 한반도의 경제가 좀더 호전되는 방향으로 결론이 나온다면 훌륭한 부록이 될 것이다.


그렇게 통일이 다가오게 되길 빈다. 힘들겠지만 말이다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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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