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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4. 21. 월요일

딴지팀장 꾸물








지난 16일 제주로 가던 세월호 여객선이 진도 앞바다에 침몰하면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했다. 국내 방송사, 신문사 등은 물론 외신들도 특보와 속보를 내걸고 기사들을 내보냈다. 아직 정확한 사고 원인과 실종자 구조 및 사망자 인양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이 한 장의 사진에 담겨진 위화감과 어색함이 신경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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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이 임시 집결해 있는 전남 진도군 실내체육관에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방문’한 자리에서

한 실종자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가족을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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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약자가 강자에게, 잘못한 사람이 용서를 빌거나 무언가 도움을 바랄 때 자신을 내려놓고 요청하는 자세이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 받아들여지는 사회적 언어라 볼 수 있다. 


나는 왜 위화감이나 어색함을 느꼈을까? 사진 속의 어머니는 도움을 요청하고 있지만 그게 무릎을 꿇고 애원할 만큼 터무니 없고 일방적인 요청이나 구걸인가? 무엇이 한 사람의 어머니이고 아내이자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을 무릎꿇게 만들었는가? 저 어머니는 죄인인가?


절박함 모습보다 먼저, 내가 위화감을 느꼈던 지점은 박대통령의 반응이다. 대통령은 무의식 중에 자신이 강자이고 높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아무 잘못도, 엉뚱한 자리에서의 요청이나 구걸도 아닌, 한 실종자의 어머니가 무릎을 꿇었다. 국가의 주인 중 한 명이 대통령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가만히 서서 지켜 볼 뿐이다.


응당 사람이라면 저런 상황에서 “왜 이러세요. 일어나세요.”라고 하며 같이 몸을 낮추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20일 새벽, 진도에서 정부의 무능한 대처와 뒤죽박죽 발표, 비어있는 대책본부 회의실, 가족들 사이에 사복경찰 배치 등으로 분노한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기로 한다. 그 길에 정부는 경찰병력을 풀어 진도대교에서 가족들을 막아선다. 그리고 그 때의 사진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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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라면, 아파하는 사람에 대한 동정심과 공감이 있다면, 사진의 경찰처럼 길을 터 달라는 어느 실종자의 아버지가 무릎을 꿇었을 때 함께 몸을 낮춘다. 상대방이 잘못도 없고, 터무니 없는 부탁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사고 발생 후 지난 며칠동안 수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은 같은 사람, 국민, 국가의 주인들을 상대로 공감능력을 상실한, 마치 귀족과도 같은 어떤 사람과 집단에 대한 것이었다.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의원


정부의 세월호 실종자 구조, 수색 상황이 언론의 보도, 재난대책위원회 및 해경의 발표와 달라 실종자 가족들의 주장과 감정이 폭팔하고 여론이 들끓자 한기호 새누리당 최고의원이 20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 북에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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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출신에 한국군사학회 이사장인 그를 차치하고 서라도 실제로 분단된 대한민국은 북한으로부터 안보 위협을받고 있다는 점에 공감한다. 하지만 자식을 잃은 슬픔과 차가운 바다 속 사랑하는 사람이 잠겨있는 상황의 가족들이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대책에 분노하고 이를 함께 공감하는 국민들을 종북 무리로 규정, 제거하겠다는 이 사람의 생각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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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과로로 순직한 고(故) 이신애 중위 사안을 두고 "본인에게도 상당 귀책사유가 있다."고 발언했던 그를 생각하면 더더욱 더.




정홍원 국무총리

 



항의하는 가족들을 아랑곳 않고 기자들과 카메라 앞에서 인터뷰를 한다.

 


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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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병을 맞는다.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려고 시도한 새벽, 이를 말리기 위해 정 총리는 다시 진도 체육관을 찾았다. 당시 실종자들의 요구와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던 정 총리는 가족들이 자신들의 요구사항과 대화를 원하며 차를 막아서자 차 문을 닫고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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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지 않은 나이, 새벽에 나와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려니 너무 피곤했던 것일까 분노할 수밖에 없는 가족들과 대화를 진행한다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 것일까. 알 수는 없지만 그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어 걸어서라도 청와대로 가고자 하는 실종자 가족들의 심정에 공감하지 못하고 굳게 닫은 차 문과 눈 만큼 마음도 닫아버렸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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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원의 실수라면 실수이겠지만 어쩌면 서 장관을 수행하던 수행원은 으레 장관을 수행하던 대로, 교육받은 대로  사람들에게 얘기했을지 모른다. 그렇게 해왔던 행동들을 지금껏 제재받지 않았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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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자 가족들이 있는 곳에서 라면 먹는다고 뭐라 하는 게 아니다.

단지, 왜 그들의 자리는 특별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남경필 의원

 



왜 남의원 당신은 대통령의 방문을 직접 사람들에게 알리려 한 것인가? 무엇 때문에 진도까지 내려간 것인가? 진행본부나 가족들 중에 한 명이 이야기하면 안되는 것인가? 혹 그들이 대통령 방문을 모르고 있다 하더라도 당신이 대통령의 방문을 가족들에게 알려야 했었나? 가족들의 목소리를 들으러 간 게 아니라 당신의 이야기,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하러 간 것인가?




김문수 경기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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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의 <사랑 그대로의 사랑>이라는 노래 가사에 이런 표현이 나온다.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국민들 역시, 당신이 얼만큼 피해자 가족들을 생각하는지 알지 못하지만 막상 내려간 진도에서 무책임하게 내뱉은 말을 들어보면 앞으로도 그 마음은 알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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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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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옛다 관심.




안행부 송영철국장


송 국장은 20일 오후 6시경 진도 팽목항 지원상황실에서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과 실종자 가족들을 만났다. 송 국장은 30여분 뒤 실종자 가족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해야 하니 잠시만 비켜 달라"고 두 차례나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념촬영의 배경은 상황실 사망자 명단 앞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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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국장은 곧바로 직위박탈 당했다.




신문, 방송사들


신문, 방송사들의 역할은 무엇일까? 국민의 알 권리? 지난 닷새동안 당신들이 해왔던 것을 생각해 보자. 너도 나도 앞다퉈 '속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정부 발표, 당신들이 듣기만 한 것들을 내용도 없이, 확인도 없이 제목만 적어서 뿌려대지 않았나? 당신들이 찍어댔던 사진, 영상들은 자극적이고 울부짖고 있는 사진들이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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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충격에 빠질만큼 대형 참사가 벌어져 많은 피해자가 발생하고, 온 국민이 실의에 빠진 시점에 신문, 방송사 취재진들은 무엇을 위해 카메라를 들이댔고 카메라 앞에서 사람들, 심지어 피해자 앞에서 어떤 말들을 했는가? 당신들의 카메라와 마이크 앞의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 보았는가? 조회수, 시청률을 위한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나? 그들의 심정, 그들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적은 얼마나 있었는가?


공영방송이란 이름을 달고 얼마나 정확한 사실을 사람들에게 제공했는가? 연일 정부는 수백명의 수색인원과 함정, 어선, 구명보트, 헬기 등등을 동원해 수색을 펼친다 하면서 선체 주변을 수색하는 똑같은 화면만 며칠 째 내보내다가 지난 17일 뉴스타파 보도와 jtbc의 실종자 가족 인터뷰 이후 정부의 부실한 대처와 대응을 꼬집는 방향으로 급 선회하지 않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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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른 특종, 속보에만 눈이 멀었던 신문, 방송사들. 공감하지 못하고 남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함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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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와 몰지각한 인간들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 일베, 실종자의 번호를 사칭해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확인된 몰지각한 놈들의 생각없는 장난은 실종자 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이준석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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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목숨이 하나이면 다른 사람의 목숨도 하나인 법이다. 사람인 이상 그렇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이 간단한 사실을 선장이 모르는 게 아니라면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선장은 다른 이를 생각할 줄 모르는 공감능력이 애초에 없는 사람이거나 '사람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는 걸 모르는 경우다.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공감을 경험합니다. 분노, 공포, 슬픔, 기쁨 등과 같은 기본 감정들이나 통증과 같은 감각뿐만 아니라 좀 더 복잡한 감정인 죄책감, 당황, 사랑 등도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감은 타인을 해치지 않고 이타적인 행동을 하도록 동기를 부여합니다. 공감은 어머니와 아이 사이, 배우자 사이의 친밀한 유대감뿐만 아니라 사회 그룹에서 친밀감을 형성시켜 줍니다. 


침팬지를 포함한 영장류의 사회를 보면 그들도 인간처럼 상대방을 속이기도 하고, 동맹 관계를 형성하기도 합니다. 분노라는 감정도 느끼고 기억도 하는데, 그 기억이 순간적으로 끝나지 않고 며칠 동안 지속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들이 상대방의 의도를 헤아릴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동물들 중 오로지 인간만이 타인이 생각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고 판단됩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공감 - 사이코패스는 공감 능력 마비자 (인간의 모든 감정, 2011.04.10, 서해문집)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뉴스를 찾아보며 참 많은 감정과 사건들을 접하게 되었다. 그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남들이 느끼는 대부분의 분노와 슬픔, 생각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심지어 어떤 의미에서는 음모론까지도. 하지만 본문에 열거한 사람, 혹은 대상들에 대해 조금도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었다. 이는 비단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생각, 행동들. 그들은 우리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실제로 다른가? 꼬추가 3개가 달렸나? 똥이 칼라인가? 태어날 때 금 수저를 들고 태어난 것인가? 실제로 보거나 확인하지 못해 아니라고 장담할 순 없지만 이해할 수 없는 그네들의 행동과 생각들은 나 스스로에게 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가? 자문하게 만들었다.  



'나 역시도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것인가?'하는 자괴감에 빠질 때 즈음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세월호가 TV화면에 잡혔다. 왠지 모르게 플라톤이 국가를 배에 비유한 것을 떠올렸다. 



플라톤이 비유한 정확한 내용을 찾으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아래의 글을 보게 되었다. 다행히 나는 아직 다른 사람들과 공감하는 부분이 남아 있다는 확인을 하고 잠시나마 안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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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보]정몽준 쥬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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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잘못되지 않았다.

잠시나마 안심할 것도 없이

난 지극히 평범하고 남들의 아픔과 슬픔, 생각을 공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이로써 확실해졌다.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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