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부 홀짝
2014. 08. 07. 목요일
편집부 홀짝
고전이 뒤집어 쓴 누명
고전(古典). 왠지 듣기만 해도 마땅히 읽어야만 할 것 같은 당위성이 마구 느껴짐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거부감이 생기면서 뒤이어 스멀스멀 ‘읽으면 좋기야 하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세상 사는 데에는 별 지장 없지 않겠나’ 하는 셀프 합리화가 자가 발전을 하게 되는, 그런 존재.
여기에는 최소한 두 가지 정도의 선입견이 작용하는데, 먼저 고전이라면
응당 ‘읽으면 좋은 거’라는 생각이다. 고전의 사전적 의미를 비추어 볼 때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만 당최 어디가 어떻게 어째서 좋은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면 창조경제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그거 하면 전 국민이 다 잘 먹고 잘 살게 될 거 같다고 생각하는 가카적 사고 수준과 다를 바
없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다음 선입견은 고전은 지루하고 재미없다는 생각이 되겠다. 이건 일부
몰염치한(?) 고전들의 압도적 책 두께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
글에서 소개할 『고전 문학 읽은 척 매뉴얼』(이하 읽은 척 매뉴얼)에도
등장하는 도스토예프스키나 존 스타인벡의 소설 같은 경우에는 한 작품이 무려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분량을 자랑하고 있으니 이 정도면 지가 아무리 ‘시험 전날 보는 만화책’ 급 재미를 갖추었다 해도 쉽게 손이 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책이
두꺼워 베개로나 써야겠다고 생각하는 재활용적 마인드의 독자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런 두께를 베고 자면 목 디스크 걸리기 딱 좋다.
거기에 우리가 어린 시절 책꽂이나 도서관에서 보아왔던 고전 작품의 낡고 칙칙하기 그지 없는 비주얼적 요소까지
더해져 ‘고전=졸음’이라는
등식이 더욱 견고하게 성립되었다 하겠다.
제 아무리 장점을 두루 깊수키 갖추었다 한들 첫 인상이 이러하면 손에 쥐기도 힘들뿐더러 큰 맘 먹고 시도했다가도
얼마 안 가 포기하기 십상. 그렇다고 평생 고전과 남남으로 등돌린 채 살자니 언제 어디서 자신의 지적
수준을 의심 받게 되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질까 전전긍긍하며 살게 될 진저, 가히 윌리엄 세익스피어의 고전
『햄릿』에 등장하는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와 같은 딜레마에 빠진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 열분덜의 고민을 해결해 줄 한 줄기 빛이자 희망이 딴지일보에 불쑥 등장했으니 그게 바로,
딴지일보 너부리 편집장의 『읽은 척
매뉴얼』
되겠다.
고전 작품을 읽지 않아도 손쉽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읽은 척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독자들의 취약한 지적 방어
거점을 효과적으로 엄호함과 동시에 특유의 문체와 딴지적 비유로 고농축 빅재미를 선사한 너부리 편집장의 『읽은 척
매뉴얼』이 개정증보판으로 파워업
하여 열분덜 앞에 등장했다. 이미 그 명성을 익히 들어 아는 독자들이 다수 분포하고 있을 거다. 몇 해 전 출간되었던 초판의 중고는 현재 신간보다 높은 가격으로 팔리고 있는 것으로 저자인 너부리 편집장의
트윗을 통해 확인되었을 정도다. (직장 상사가 그렇다면 그런 줄 아는 것이 아랫사람의 도리다)
여튼 평소 다독하기로 유명한, 그리고 추천사 잘 안 써주기로 유명한
유시민 전 장관마저 자신이‘읽은 척 매뉴얼’의 애독자였다고
수줍게 고백 한 바 있는 『읽은 척 매뉴얼』의 매력포인트는 대체 뭔지 함 디벼보자.
놀라운 범용성
『읽은 척 매뉴얼』은 최우선적으로 지금껏 고전 작품과 담 쌓고 살아왔던 독자들에게 유용하다. 방대한
분량과 깊이를 자랑하는 고전 작품의 핵심 내용과 쪽집게적 작품 해석을 불과 홍삼정 한 스푼 정도의 분량에 옹골차게 담아 낸데다 재미라는 꿀까지
발라놓았으니 복용하기에 부담이 없고 장복 시 자기도 모르게 감퇴된 지성이 회복하는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읽은 척 매뉴얼』이 지금껏 고전에 관심이 없었던 독자들에게 선사하는 또 다른 미덕은 고전에 관심을 갖게 한다는 것이다. 읽은 사람이 고전을 읽은 척 할 수 있게 함으로써 불의의 쪽팔림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적 역할에만 그치지
않고 고전의 참 재미까지 일깨워 준다는 점. 그래서 해당 고전을 읽은 척 하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직접
찾아 읽도록 한다는 점에서 『읽은 척 매뉴얼』이 시중의 그렇고 그런 고전 문학 줄거리 요약본과의 차별성을 갖는다 하겠다.
따라서 앞으로 고전을 좀 읽어볼 계획을 갖고 있는 독자라면 『읽은 척 매뉴얼』이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이미 해당 고전 작품들을 읽은 경험이 있는 독자들에게도 『읽은 척 매뉴얼』은 유용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가 언급한 바 있는 ‘문학의 건망증’이라는 개념이 있다. 문학 작품을 읽을 당시에는 밑줄까지 그어가며
탄성을 내뱉었다가도 시간이 흐른 뒤 책장에 꽂힌 그 책을 꺼내 다시 펼치게 되면 본인이 밑줄을 쳤는지도 가물가물해져 마치 새로운 작품을 읽는 기분이
드는 것을 말하는데, 고전 작품 또한 특유의 방대한 분량과 구성의 복잡함 때문에 ‘문학의 건망증’에 노출 되기 쉽다.
『읽은 척 매뉴얼』은 그런 사람들에게 작품의 흐름과 내용을 쉽게 상기시켜 주는 것은 물론이고 해당 고전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과 이해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해설서의 역할까지 수행한다 할 수 있겠다.
한 마디로 고전을 읽지 않았으면서 앞으로도 읽을 생각이 없는 사람, 앞으로는 고전을 읽어볼 생각이 있는 사람, 이미 고전을 읽었던 사람들
모두에게 『읽은 척 매뉴얼』이
졸라 유용하다는 거다. 가히 꼴통보수들이 말문이 막힐 때마다 내뱉어서 상황을 정리하는 ‘너 빨갱이지?’와 맞먹는 놀라운 범용성이다.
‘단언컨대 고전은 재미있다.’
『읽은 척 매뉴얼』에서 너부리 편집장이 강조한 말이다. 서두에 언급한 바 있는 고전이 뒤집어
쓴 제 1의 누명은 ‘고전은 재미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읽은 척
매뉴얼』이 소개하는 고전 작품들은
재미있다. 그냥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졸라 재미있다. 바로
이점, 고전이 뒤집어쓴 재미없다는 누명을 벗긴 것 만으로도 『읽은 척
매뉴얼』이 가진 미덕과 소장 가치는
충분하다.
왜
재미있고 어떻게 재미있는지는 직접 확인해보시라.
마지막으로, 혹시나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딴지스가 다른 곳에서 『읽은 척 매뉴얼』을 읽은 척하는 패륜적 작태를 범하지는 않기를 당부하면서 리뷰를 마친다.
이상.
편집부 주 딴지일보 너부리 편집장의 신간,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은 딴지마켓과 각종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 가능하다. 뭣허냐? 아직 누지르지 않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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