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03. 04. 수요일
한동원
개봉일 3월 5일
‘통으로 롱테이크’라는 획기적인 시도 및 현실-가상-환상 넘나드는 이야기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영화라는 평부터, 각종 핵심 아이디어들은 대부분 장 뤽 고다르의 영화들에서 가져 온 것인데다 가장 획기적이라 일컬어지는 ‘통으로 롱테이크’ 역시 알렉산더 소쿠로프의 <러시안 아크> 같은 영화에서 이미 시도했던 것인 마당에 대체 대단할 게 뭔데, 라는 평까지 각종 다양한 평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당 영화의 결말에 대한 해석도 꽤 여럿 등장하고 있는 것 같다만, 필자의 생각으론 이 모호한 결말(그리고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에 대해서 가장 확실한 답을 줄 수 있는 소스는 이른바 ‘마술적 리얼리즘’ 계열로 일컬어지는 작가들의 소설들, 특히나 당 영화와 똑같이 뉴욕 상공을 날아오르는 남자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 살만 루슈디의 <광대 샬리마르> 같은 소설이 아닐까 사료되는 가운데,
기왕 소설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당 영화 사건전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는 레이몬드 카버의 단편들을 각색한 영화 속 연극 <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자체의 완성도에 대한 얘기는 그다지 보이지 않는 듯한데, 사실 영화 중간 언뜻언뜻 등장하고 있는 이 영화 속 연극의 완성도야말로 당 영화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여겨진다만,
어쨌든 당 영화로부터 나올 수 있는 이런 저런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은 전부 밀어둔 채, 김치 맛도 모르는 미개한 유에쓰에이 여자애 캐릭터가 영화의 큰 맥락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히스테리 삼아 날린, 지극히 지엽적이고도 하찮기 이를 데 없는 대사를 놓고 이른바 ‘김치비하 논란’이라는 영양가 제로의 구설만이 유통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이야말로 ‘김치비하 대사’ 그 자체보다도 훨씬 유감스럽고도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음이라.
<버드맨> 적정 관람료 (8000원 기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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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 +2290원 |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쨌거나 근래에 이 정도의 펀치력을 보인 영화가 있었던가 : 200원 헐리우드 무비가 헐리우드를 까대고 : 100원 왕년의 수퍼히어로가 요즘 수퍼히어로를 까대고 : 80원 배우가 평론가를 까대고, 평론가가 배우를 까대고 : 70원 배우 자신이 (가상의) 배우 자신을 까대는 대사 및 상황들 : 100원 그리고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각종 돌발사태들과 : 150원 캐릭터들 사이의 얽히고 설킴 : 100원 그 지리멸렬한 상황들로부터 우러나오는 코믹성 : 120원 그리고 비애 : 150원 그리고 연민 : 150원 그를 통한 시대비판의 통렬함 및 설득력 : 200원 롱테이크 그 자체가 획기적이던 시대는 이미 지난 지 오래다만, 그럼에도 흥미롭던 '롱테이크' 시도: 150원 그 주무대인 세인트 제임스 극장부터 타임스퀘어까지 이어지는, 뉴욕 한복판의 더러움 및 매력 : 100원 마이클 키튼의 멋들어진 재생 : 200원 크게 자기 패턴을 벗어나고 있진 않다만, 그래도 신뢰할 수 있는 배우들의 신뢰할 수 있는 연기 : 120원 그들의 적재적소 캐스팅 : 100원 솔로 드러밍과 클래식이 공존하는 섹시한 음악 : 100원 이 모두를 애워싸는 '환상'의 모호함 : 80원 그리고 아름다움 : 120원 |
인하 -310원 |
아닌게 아니라, 요즘 같은 디지털의 시대에 '통으로 롱테이크'가 뭐 대단히 신기할 것 있겠는가 : -50원 더구나 디지털의 힘을 빌려, 컷과 컷 사이를 이어붙일 수 있는 마당에야 : -30원 그리고 그 기법이 '연극스런 영화' 정도의 효과 외에는 못 내주고 있는 마당에야 : -80원 원작소설의 훌륭함에 비해 매우 밋밋한 영화 속 연극 : -100원 그로 인한 다소의 에너지 누수현상 : -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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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관람료 : 8000원 + 2290원 - 310원 = 9980원 ※주의 : 수퍼히어로 액션무비 절대 아님. 뭐, 다들 아시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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