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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마의 예언(Fatima's Prophecy)에 대해 글을 쓰자면 어쩔 수 없이 교황청이 공인한 기적의 허구성에 대해 비판을 해야 합니다. 기독교 신자로서 교황청이 공식 인정한 성모발현(聖母發顯) 현상을 (실제 사실과 다르더라도) 진짜 신의 기적이라고 믿고 싶으신 분들은 이 글을 읽지 마시길 권합니다.

 

뜬금없지만 파티마의 예언이 지난 20세기에 얼마나 큰 이슈였는지, 1981년에 일어난 사건 하나를 소개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1981년 5월 2일, 아일랜드의 에어 링구스(Aer Lingus) 항공사 소속 여객기 한 대가 런던 히드로 공항으로 착륙하기 직전 승객 한 명이 자신의 몸에 석유를 끼얹었습니다. 로렌스 J. 다우니(Laurence J. Downey)라는 56세의 호주인은 자기 몸에 석유를 뿌린 채 손에 라이터를 쥐고 조종실로 난입했죠. 그는 여객기의 기수를 이란으로 돌리라고 명령하며 자기 말을 따르지 않을 경우 분신을 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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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비행기 테러 사건을 보도한 기사 내용

 

기수를 돌린 여객기는 연료 부족으로 이란이 아닌 프랑스 르 투케(Le Touquet) 공항에 비상 착륙했고, 프랑스 측은 전문 협상가를 동원해 다우니의 요구가 무엇인지 파악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다우니의 요구는 사람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었죠.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지금까지 봉인해온 파티마의 제3예언을 일반에게 공개하라!"

 

기도와 침묵을 강조하는 엄격한 트라피스트(Trappist) 수도회 수사(修士) 출신이었던 다우니가 여객기를 납치해 인질극을 벌인 것은 저 한 마디를 교황에게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 어처구니 없는 다우니의 테러극은 착륙 10시간 만에 프랑스 특공대에 의해 진압됐지만 이 사건을 통해 세계인들은 교황청이 감춰온 파티마의 예언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종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파티마의 기적에 대해 들어본 분들은 많으실 겁니다. 파티마의 기적은 로마 가톨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성모발현(聖母發現) 사건인데, 성모 마리아가 파티마에 나타나 인류의 미래에 대해 세 가지 예언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파티마 제1, 제2, 제3 예언입니다.

 

가톨릭에선 교인들이 무분별한 신비주의에 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떤 종교적 기적(이라고 여겨지는 현상)이 보고되었을 때 나름대로 검증 절차를 밟습니다. 그런 검증 과정을 통과한 사례에 한해서 '이것은 진짜 신의 기적이다'라고 교황청의 이름으로 공인을 해주는 거죠. 1917년 포르투갈에서 일어난 파티마의 기적과 예언은 그러한 검증 과정을 거쳐 교황청으로부터 성모발현 현상이 분명하다는 인정을 받은 사건입니다.

 

먼저 파티마의 예언이 어떤 내용인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그 내용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던 1917년 5월 13일, 포르투갈의 파티마라는 지역에서 양을 치던 세 명의 어린 목동(루치아, 프란치스코, 히야친타)들 앞에 성모 마리아가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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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모를 만난 목동들. 왼쪽부터 히야친타(7), 루치아(10), 프란치스코(9)

 

성모는 목동들에게 5개월 동안 매월 13일에 나타나 신이 뜻을 전하겠다고 약속했으며 닥쳐올 미래에 대해 세 가지 예언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성모를 만났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파티마에 몰려오기 시작하자 지방 행정관은 그것을 정치적 선동이라고 여겨 루치아 일행을 감금했고, 성모가 전해줬다는 예언의 내용을 캐물었습니다. 사실을 말하지 않을 경우 끓는 기름 가마에 집어넣겠다는 협박까지 당했지만 아이들은 성모에게서 전해들은 예언의 비밀을 발설하지 않았죠.

 

풀려난 루치아 일행에게 성모는 다시 나타나 모든 이들이 신의 말씀을 믿도록 10월 13일 정오에 코바 다 이리아(Cova da Iria) 들판에서 크나큰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루치아 일행은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렸고, 10월 13일 코바 들판에 모여든 군중의 숫자는 7만여 명에 이르렀습니다. (*포르투갈 신문의 기사로는 3만여 명, 그날 코바 들판에 있었던 Coimbra 대학의 자연과학 교수 Joseph Garrett 박사의 추산으로는 10만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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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티마에 몰려든 군중들 사진. 1917년 10월 29일자 Ilustracao Portugueza
 

참고로 파티마의 기적과 관련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자료는 이탈리아 가톨릭 신부이자 연구원이었던 존 데 마치(John De Marchi)의 기록인데, 그는 1943년부터 1950년까지 7년 동안 파티마 지역에 머물면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모았습니다. 당시 파티마에 몰려든 군중들은 연령과 종교, 사회적 지위가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이었는데, 이하 내용은 데 마치 신부가 여러 사람을 인터뷰하고 쓴 저서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깜짝 놀란 군중의 눈앞에, 태양은 모든 우주 법칙을 넘어서 갑자기 놀라운 운동을 했다. 전형적인 표현에 따르면 태양은 「춤을 추었다」”

- 포르투갈 신문사 O Seculo의 기자 Avelino de Almeida

 

“태양은 노랑과 진자주색의 후광을 두르는가 하더니 한 순간에 주홍색 불길로 둘러싸였다. 곧이어 그것은 강한 열기를 뿜어내며 하늘에서 지구로 다가오듯 하더니 대단히 빠르게 회전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 Ordem 신문사에 실린 Domingos Pinto Coelho 박사의 인터뷰

 

“엷은 회색빛으로 둘러싸인 은색의 태양은 흩어진 구름의 원 안에서 소용돌이치듯 회전했다. 태양빛은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을 통한 것처럼 아름다운 청색으로 바뀌었다. 기적을 목격한 사람들은 맨손으로 울며 기도했다. 그것은 매우 생생한 경험이었으며 수 초가 수 시간처럼 느껴졌다.”

- 리스본 신문 O Dia의 리포터

 

“갑자기 큰 외침소리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터져 나왔을 때, 태양은 성난 소용돌이처럼 빙빙 돌고 있었다. 천체의 반짝임은 아니었다. 회전하는 태양은 창공에서 풀린 듯 했으며 거대한 불의 열기로 우리를 태워버릴 것처럼 지구로 돌진해 왔다. 나는 그런 태양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 Coimbra 대학 자연과학 교수, Almeida Garrett 박사

 

“태양은 모든 무지개의 색을 취하여 여러 가지 빛깔의 빛의 섬광을 뿜어내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웅대한 불수레바퀴 같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비할 데 없이 숭고하며 압도적인 광경은 10여 분 동안 지속됐다. 그 거대한 기적에 압도된 군중들은 무릎을 꿇었다.”

- Santarem의 교수이자 성직자인 Formigao 박사

 

“내가 본 것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다. 태양은 창백하며 눈부시지 않았다. 회전하는 눈동자처럼 보였던 태양은 지구를 위협하며 지그재그로 내려오는 것 같았다. 무서워진 나는 달리고 울며 어느 순간에 세상의 종말을 예상하고 있었던 사람들 사이로 숨었다.”

- 파티마에서 18km 떨어진 Alburitel에서 소년기의 경험을 서술한 Joaquim Lourenco 목사

 

“그 어린이들의 예언을 기억하지 않더라도, 나는 1917년 10월 13일의 그날, 결코 전에는 보지 못했던 쾌적한 하늘에서 주목할 만한 광경에 매혹되었다. 나는 베란다에서 그것을 보았다.”

- 포르투갈 시인 Afonso Lopes Vieira

 

10월 13일 파티마의 코바 들판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증언에 따르면 비가 그치면서 구름이 걷히자 태양이 기이한 움직임을 보였고, 어떤 이들은 비에 젖었던 지면이 순식간에 말라버렸다고 증언했으며 구름 사이로 성인(聖人)들의 모습을 보았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레이리아의 주교는 파티마에서 일어난 이 성모발현 사건을 조사해 그것이 허황된 거짓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1930년 10월 13일에 로마 교황청은 파티마의 기적을 공인했고, 1953년엔 파티마 대성당을 세워 이 사건을 기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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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의 예언을 들었던 프란치스코와 히야친타는 얼마 후 스페인 독감에 희생되어 각각 1919년과 1920년에 사망했고 살아남은 루치아는 수녀가 됐습니다. 그리고 루치아는 성모에게서 전해들은 세 가지 예언을 문서로 작성해 교황청에 넘겼죠. 그 문서는 오직 교황만이 열람할 수 있도록 밀봉되어 일반인들에겐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루치아가 교황청에 전달한 파티마의 제1예언과 제2예언은 1941년 교황청에 의해 공개되었는데, 그 내용은 노스트라다무스 등의 예언가들의 것에 비하면 상징과 은유가 적고 상당히 구체적인 편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예언의 내용이 1차 세계대전의 종전과 2차 세계대전의 발발, 그리고 소련의 대두와 몰락을 의미한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예언들의 구체적인 내용은 후반부에 따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러나 파티마의 제3예언은 이후로도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20세기 내내 수많은 음모론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그것이 인류의 종말에 대한 예언이라는 추측이 퍼지면서 많은 종말론자들을 양산하기도 했습니다. 루치아 수녀는 예언의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교황청은 그녀의 요구를 묵살한 채 83년 동안 제3예언을 비밀에 부쳤습니다. 비밀에 부쳐진 제3예언의 내용이 얼마나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는지는 서두에 소개한 비행기 테러 사건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으실 겁니다.

 

결국 2000년 5월 13일, 당시 교황이었던 요한 바오로 2세는 파티마를 방문해 루치아 수녀와 면담을 가진 후 제3예언의 내용을 일반인에게 공개했습니다. 제3예언은 교황을 대신해 교황청 국무성성 장관인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이 발표했는데, 그 자리에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50만 명의 군중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다노 추기경이 발표한 제3예언의 내용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엄청난 비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습니다. 소다노 추기경은 파티마 제3예언이 1981년 바티칸의 성 베드로 광장에서 일어났던 요한 바오로 2세에 대한 저격 사건에 대한 예고였다고 발표했습니다. 사람들은 테러리스트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교황청이 비밀에 부쳐온 파티마 제3예언이 지구 멸망이나 인류사에 기록될만한 중대한 사건을 예고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에 실망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교황청이 진짜 파티마 예언을 숨긴 채 가짜 예언을 공개한 것이라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루치아 수녀는 그 후로도 성모 마리아와 예수를 여러 차례 만났다고 고백했으며 2005년 2월 17일, 97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금까지 알려진 파티마 예언에 대한 내용입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제가 댓글에 관련 동영상을 하나 첨부할 테니 참조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바티칸이 공인한 이 성모발현 사건과 예언들은 모두 실제로 일어난 일일까요? 

 

지금부터는 파티마 예언의 허구성에 대해 다뤄 보겠습니다.

 

 

파티마의 예언에 대한 허구성은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는데, 먼저 성모가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던 1917년 10월 13일의 사건을 되짚어 보겠습니다.

 

 

1. 앞서 데 마치 신부의 책에서 인용한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태양이 구름 높이로 내려와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묘사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은 보통 태양이 어느 정도 높이에 떠 있는지 실제로 하늘을 올려다보며 관찰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목격자들이 이야기한 것처럼 구름 바로 위에 태양이 걸리는 모습은 매일 관측할 수 있을 정도로 당연한(?) 일입니다대다수의 사람들은 태양의 위치를 관찰하듯이 바라보지 않아서 평상시엔 딱히 인식하지 못하지만태양은 낮 시간대의 대부분을 구름 높이에 걸쳐서 움직이고 있으니까요.

 

태양이 회전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대다수의 사람들은 맨 눈으로 태양을 직시할 일이 거의 없습니다태양은 너무나 밝기 때문에 맨 눈으로 관찰하기에 적당한 대상이 아니며, 억지로 태양을 계속 직시할 경우 (시력 손상은 둘째치고서라도시력에 왜곡이 생겨 태양의 형상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린 시절 맨눈으로 태양을 보면서 그런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서는 그런 무모한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권하고 싶진 않지만 여러분이 시력 손상을 각오하고 맨 눈으로 태양을 계속 바라본다면단언컨대 당시 기적의 목격자들이 말한 것과 같이 태양이 일렁이고 회전하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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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지그재그로 움직였다는 목격담도 있는데 밝은 태양을 계속 보다가 눈이 부셔서 잠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면 태양의 잔상이 돌린 시선을 따라 마치 지그재그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겁니다결국 자연스러운 착시현상으로 받아들이는 게 더 합리적인 해석이라는 거죠.

 

이와 관련해 Leuven 가톨릭 대학 물리학과 Auguste Meessen 교수는 파티마에서 목격된 태양 기적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그는 목격자들이 관측한 태양의 기적이라는 것이 장시간 태양을 노려보는 것에 의해 기인된 광학효과였으리라고 해석했습니다태양 망막병증이라고 불리는 이 증상은 눈의 망막특히 망막 황반의 손상에 의한 것으로 대부분 장시간 태양을 직접 응시하거나 일식(日蝕)을 볼 때 발생합니다.

 

Meessen 교수는 태양의 빛깔 변화 역시 감광성 망막 세포의 표백에 의한 것으로 설명이 가능하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또한 이러한 태양의 기적이 종교적인 이유로 태양을 응시하도록 부추겨졌던 많은 장소에서 목격되었음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1949년 독일 Heroldsbach에서도 파티마에서와 유사한 관측이 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 의해 목격되었죠이런 내용들은 영국의 안과학(眼科學저널에도 언급된 바 있습니다.

 

 

2. 파티마 태양의 기적을 해석하는 또 다른 중요한 열쇠는 인간의 착시 현상입니다.

 

기적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들뜬 사람들이 수만 명씩 모여 집단적인 흥분 상태에 빠져있었다면 착시나 환상을 경험하기에 더없이 충분한 조건이라는 겁니다파티마에 모인 군중들은 신의 기적을 직접 목격하고 싶었던 사람들입니다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들은 뭐라도 보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찬 채 신중하게 하늘을 응시했을 겁니다그런 흥분 상태에서 고통을 참아가며 맨 눈으로 태양을 장시간 직시했다면 태양이 기괴하게 보이는 게 오히려 당연하죠.

 

사실 기독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종교의 집회에서 이러한 환상과 착시가 무척이나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어쩌면 여러분들은 자신이 그런 흥분된 분위기에 휩쓸려 환상이나 착시를 경험할 만큼 정신이 나약하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하지만 인간의 감각이라는 것은 우리의 예상과 달리 매우 부정확한 것이라는 게 이미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증명되어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을 한 번 보세요.

 

사람의 얼굴 굴곡을 따라 얇은 가면을 만들면 정상인들은 그 가면의 안과 밖을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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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가면의 안쪽을 보면서도 그것을 바깥쪽이라고 인식하게 되죠. 이것을 속빈 가면 착시 현상(Hollow mask illusion)’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뇌가 동공으로 들어오는 빛을 해석하는 방식에 따른 착시 현상입니다인간의 뇌는 동공으로 들어온 빛의 신호를 그대로 인식하지 않습니다살아오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그럴듯한’ 상황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을 거치죠그렇기 때문에 평소 볼 수 없었던 가면의 안쪽 부분은 친숙한 바깥쪽 부분일 것이라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재해석되어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겁니다.

 

비슷한 예로 아래와 같은 착시 현상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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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위의 피사의 사탑 사진을 보면 오른쪽 사진이 좀 더 기울어진 것으로 보일 겁니다하지만 자세히 양쪽의 사진을 각각 따로 보면 그것이 동일한 사진임을 알 수 있죠.

 

왜 이런 착시가 일어날까요아래의 쌍둥이 빌딩은 나란히 수직으로 솟은 두 개의 건물입니다그런데 이 건물을 사진으로 찍게 되면 원근법 때문에 두 건물이 수직으로 평행하지 않고 하나의 점을 향해 점점 가까워지는 것처럼 촬영될 수밖에 없죠인간의 뇌는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건물의 위쪽으로 갈수록 오히려 거리가 벌어지고 있다고 왜곡해서 해석합니다그래서 똑같은 피사의 사탑 사진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보면 오른쪽 사진이 더 기울어진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눈으로 무엇인가를 본다는 것은 실제 사물을 그대로 인식하는 게 아니라 뇌가 재해석한 가공물을 보는 것입니다심지어 그런 뇌의 재해석 과정은 자신의 의지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각도기를 들이대서 똑같은 기울기를 가진 피사의 사탑 사진이라는 걸 확인해도 우리 눈은 여전히 오른쪽 사진의 탑이 더 기울어져있다고 인식하니까요참고로귀신을 목격했다는 경험담의 상당수는 이런 뇌의 재해석 과정을 통한 착시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만약 자신은 위의 착시에 속지 않았다는 분이 있다면 정신과 감정을 받아볼 필요가 있습니다연구에 따르면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일반인들과 다르게 속빈 가면의 안쪽과 바깥쪽을 구별한다고 합니다정신분열증 환자들은 뇌의 감각 영역과 구상 영역의 연결 상태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이것은 독일 하노버 의대 다나이 디마 연구팀이 fMRI를 이용한 실험으로 밝혀낸 사실입니다.

 

 

3. 가톨릭 측은 코바 들판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동일한 현상이 목격되었다는 것을 근거로 파티마의 기적이 집단적인 흥분 상태에 따른 착시현상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구상 어디든 한낮의 태양을 오랫동안 직시하면 누구나 태양 망막병증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비구름이 걷히는 순간 하늘에서 멋지고 웅장한(마치 신의 기적처럼 느껴지는기상 현상을 목격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들도 그런 경험을 해보셨을 테고요우리가 매일 하늘을 관찰하면서 살고 있는 게 아니라서 그런 경험을 자주 하지 못할 뿐실제로 하늘에선 굉장히 다채롭고 신기한 기상현상이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죠.

 

예를 들어 아래 사진은 우리나라 부산에서 관측된 빛기둥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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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래 사진 역시 Dvd 프라임 회원이신 BettyBlue 님이 국내에서 직접 찍은 신기한 기상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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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파티마와 동떨어진 곳에 있던 사람들이 목격한 신기한 구름이라는 것도성모가 기적을 일으킬 것이라는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하늘을 보다가 신기한(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신기할 것도 없는기상현상을 본 것이라고 해석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죠.

 

실제로 1989년 10영국 기상학 저널 제14판에 실린 파티마에서 일어난 태양의 기적이라는 글에는 파티마 외부에서 보고된 이상한 기상 현상에 대한 목격담이 성층권 먼지 구름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성층권의 먼지 구름은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다양한 기상 현상을 목격하게 만드니까요.

 

문제는평소엔 태양을 맨눈으로 계속 응시하는 게 얼마나 시력에 손상을 주는 일인지 잘 알고 있던 사람들이 당시 파티마에서는 성모 마리아의 기적이 나타날 것이라는 소문에지나친 믿음(?)을 가지고 태양을 오랫동안 직시했다는 거죠.

 

 

4. 그럼 태양이 지면으로 내려와 비에 젖은 땅을 마르게 했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당시 파티마에 내린 비는 그렇게 많은 양이 아니었습니다사진에 찍혀있는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지면의 상태를 봐도 알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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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들도 비가 오는 날 경험해보셨겠지만 어지간히 많은 양의 비가 아니라면잠시 내린 비는 금세 지면에서 흔적을 찾기 힘들 정도로 땅 속으로 스며들거나 말라버립니다일부러 먼 길을 달려 파티마까지 온 사람들 입장에선 기적을 보고 싶은 열망이 있다 보니 자연스러운 기상현상들까지도 뭔가 대단한 의미를 부여해서 기적이라고 받아들이고 싶을 수 있죠그리고 당시 파티마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지면이 마른 기적(?)을 체험한 것도 아닙니다.

 

 

5. 그럼에도 불구하고 7만여 명의 군중들이 모두 착시나 환각을 경험했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지 않느냐는 반론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은 바로 그 부분이 1917년 10월 13일 파티마에선 어떤 기적도 없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앞서 제가 요약한 파티마 성모발현 사건 줄거리는 데 마치 신부의 조사를 중심으로 가톨릭 측에서 작성한 자료를 근거로 한 것입니다그러나 외부인(?)들의 증언은 가톨릭 관계자들의 조사 내용과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외부인들의 조사에 따르면 파티마에 모여든 군중들 모두가 태양의 기적을 본 것이 아니었습니다파티마에 모인 군중 가운데에는 아무런 기적도 목격하지 못한 사람들도 꽤 많았죠다시 한 번 이 사진을 주목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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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찍힌 군중들의 모습을 잘 보세요그들의 표정을 봤을 때 엄청난 기적을 목격한 사람들 같습니까(맨 앞 아주머니는 짝다리 짚고 껌 좀 씹어봤던 포스... -.-)

 

그 외에도 당시의 파티마에 모인 군중들을 찍었다는 사진들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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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이 하늘을 보고 있으니까 그냥 덩달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사람들의 표정에서는 대단한 종교적 기적을 체험한 감격이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가톨릭 측에선 저 사진이 성모의 기적이 일어나기 전에 찍은 사진일 거라고 반박할 수도 있을 겁니다그런데 기적이 일어나기 전 파티마 지역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사진 속 군중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우산을 든 사람들이 많이 보이죠당시 기록을 살펴보면 루치아가 군중들을 향해 우산을 접고 하늘을 보라고 이야기한 뒤에 구름이 걷히며 태양의 기적이 목격됐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산을 접어든 사진 속 저 군중들의 모습을 볼 때, 태양의 기적이 벌어지고 있는 순간을 찍은 사진이라 할 수 있겠죠그런데... 아무리 봐도 뭔가 대단한 기적을 목격한 사람들 같진 않습니다.

 

앞서 언급한대로 파티마의 기적은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 상당수가 목격하지 못했다는 반증이죠.

 

 

6. 여기까지 오면 아껴뒀던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파티마에 모인 7만여 명의 군중들을 찍은 선명한 사진은 남아있는데 정작 태양의 기적을 찍은 사진이나 영상물은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뭘까요당시 파티마에는 많은 기자들이 몰려 와 있었습니다그들 중에는 사진 기자들도 여럿 있었죠그런데 여러 사람들이 목격했다는 태양의 기적은 사진으로 남아있는 게 없습니다.

 

태양의 기적을 담은 사진이라고 떠도는 사진은 고작 아래의 두어 장 정도입니다그런데 사진만 봐서는 그것이 어떠한 기적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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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파티마의 기적이 일어났다는 1917년은 무성영화가 한창 보급되던 시기였습니다만약 신의 기적이 일어나는 순간을 촬영해서 기록으로 남겼다면 종교적인 의미 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돈벌이가 됐을 겁니다그런데 그런 자료는 전혀(!) 존재하지 않습니다오직 사람들의 입소문만 남아있을 뿐이죠.

 

이와 관련해 인터넷의 한 회의주의자는 이런 탄식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사진사는 사람들을 찍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 (정작 가장 중요한사실들을 놓쳤던 것이다!”

 

데 마치 신부 외에도 파티마의 기적을 조사한 사람들은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인 케빈 맥클러(Kevin McClure)는 성모 마리아의 기적에 대한 증거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파티마에서 벌어진 태양 관련 사건에 대한 확실한 증거는 놀라울 정도로 적다.”

 

7만여 명의 군중들이 태양의 기적을 목격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기적을 목격했다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했고, 그 목격담의 신뢰도 역시 무척 떨어졌으며 교차검증의 과정도 거치지 않았습니다맥클러는 파티마의 기적에 대해 오랫동안 조사한 뒤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껏 수많은 사건들을 조사해왔지만 이렇게 목격자들마다 다른(상반된엉뚱한이야기를 하는 사건은 처음이다.”

 

 

7. 정말 파티마에서 신의 능력을 통해 태양의 기적이 일어났다면 그 현상은 포르투갈을 넘어 인접 국가는 물론이고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들에서도 관측되었어야 합니다.

 

태양이 수레바퀴처럼 회전하고지그재그로 움직이고지면으로 떨어져 내려오기까지 했다면 당연히 인근 유럽이나 멀리 떨어진 아프리카 지역에서도 그런 현상이 목격되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그 유명한 그리니치 천문대에서조차 파티마의 기적을 관측하지 못했죠.

 

이는 우리에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파티마의 기적이라는 것은 적어도 실제 태양이 이상한 움직임을 보인 게 아니라는 거죠실제로 태양이 그런 이상 움직임을 보였다면 다른 나라나 각 지역의 천문대에서 그 현상이 관측됐을 테니까요파티마에 모인 군중들이 태양의 기적을 목격하는 동안 다른 나라 사람들은 평소와 전혀 다름없는 태양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파티마의 기적이 정말 신이 일으킨 것이라고 해도신은 실제 태양을 움직인 게 아니라 파티마에 모인 사람들만을 대상으로 환각에 빠뜨려 그들의 눈을 속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런데...

 

온 우주를 창조했다는 신이 기적을 보여주겠다고 호언장담을 해서 사람들을 수만 명씩 모이게 해놓고 눈속임을 벌였다...? 더구나 성경 여호수아서 10장 12~14절을 보면 그 신은 이미 한 번 태양을 멈추게 한 경험도 있으신 분인데 왜 파티마에선 그렇게 소심한(?) 기적을 보이셨을까요?

 

파티마의 기적은 이후에 일어난 각종 성모발현 현상에서 태양이 빙글빙글 도는 현상을 유행시켰으며 수많은 실명자와 시력 감퇴 장애자를 낳았습니다신의 기적을 체험하려는 열망으로 무모하게 태양을 똑바로 바라봤기 때문이죠.

 

신실한 믿음을 가진 기독교인이라면 오히려 파티마의 기적이 신의 위대함과 동떨어진 사건이라고 의심해 볼만하지 않습니까?

 

 

-To be continue-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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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은 대환영입니다.

 

 

 

 

 

 

 

Profile
"이 불가사의한 우주, 어마어마한 범위의 시간과 공간,

온갖 동물들, 서로 다른 행성들,

저마다 운동하는 갖가지 원자들......

이 모든 복잡한 것들이

겨우 신이 선악을 위해 다투는 인간을 지켜보는 무대일 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 우주는 그런 드라마를 위한 무대라고 하기엔 너무나 광활하다."

-리처드 파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