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평창의 상황

 

예전에 중개무역 쪽에 종사한 적이 있었는데요. 나름 재미있더군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외교 상황을 써보자면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석탄 가격의 국제 시세는 톤당 20불이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19~21불 사이에 주로 딜이 형성되죠. 어느 특정한 때에 갑자기 수급 불균형으로 톤당 25불이 됩니다. 그러면 수출업자는 땡잡는 거고 수입업자는 완전 울상이 되죠. 어쨌든 수출업자와 수입업자를 선정해서 네고에 들어갑니다. 이럴 경우 수출업자는 갑, 수입업자는 을이 됩니다.

 

네고에 들어가면 수출업자는 절대 화를 내지 않습니다. 하기 싫으면 말라는 식이죠. 당연한 게, 물건을 사려는 수입업자들이 줄을 나래비로 서 있으니까. 반대로 수입업자는 네고하는 내내 화를 냅니다. 시세가 20불인데 왜 25불을 부르냐고. 하지만 방법이 없습니다. 물건은 필요한데 다른 곳에서는 물건을 구경조차 할 수 없으니까요.

 

지금 평창 올림픽에서 남북미일의 상황이 딱 이런 상황으로 보입니다. 남한은 중개업자죠. 중간에서 네고해주는. 그리고 북한은 수출업잡니다. 미일은 수입업자죠. 북한이 이미 핵 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에 협상 가격이 엄청나게 뛰었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아쉬울 게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북한의 핵탄두만 늘어날 뿐이고, 그렇게 되면 북한의 몸값만 더더더 올라갈 뿐입니다. 반대로 미일은 수입업잡니다. 갑자기 북한과의 협상 가격이 올라서 황당해하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미일도 압니다. 결국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래서 화가 나는 겁니다. 평창에서 남북미일의 고위급 인사들이 이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줬습니다.

 

 

남한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최대한 고객들을 지극정성으로 대합니다. 북한 대표 김영남과 김여정은 아주 여유가 있습니다. 험한 소리도 안 합니다. 반대로 미일은 남의 집 잔치에 왔으면서 외교적 결례라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험악한 말들을 하면서 화를 내고 있죠. 

 

전체적인 그림은 대강 이러하니, 상황을 좀 더 자세히 살펴봅시다.

 

 

Sole Negotiator

 

우선, 평창에서 격에 맞지 않는 미·일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대해 펜스 부통령이 해명을 했습니다. "전혀 의도한 것이 아니며 북측이 먼저 인사를 건네 왔으면 자연스럽게 대화했을 것" 이라고요. 다들 짐작하시겠지만, 핑계죠. 그리고 샅바 싸움이기도 합니다. 애초부터 마주할 의사가 없었고 펜스가 보여줬던 그 이전들의 행동에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게 꼭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어느 정도 협상이 진전되기 전에는 양 당사자들이 마주치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우리도 그렇지 않습니까? 집 살 때 집주인하고 매수인이 가격 차이가 큰데, 괜히 만나봤자 얼굴만 붉히고 싸움만 날 가능성이 크듯이요. 그렇게 되면 협상도 못 해본 채 파토나기 쉽상입니다.

 

미국과 일본은 지금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수입업자 입장에서 평소에 톤당 20불 하던 석탄이 이제는 25불을 줘도 못 살 지경이니 화가 날 수밖에요. 1994년도에 있었던 제네바 합의가 그대로 이행됐다면 미국은 중유 50만 톤만 제공한 채, 다른 일체의 비용은 남한이 다 대고, 남한이 북한에 경수로도 제공하고, 북한이 핵개발을 하기 이전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제네바 합의를 2000년도에 아들 부시가 당선되고 나서 파기해 버립니다. 국내 언론에서는 북·미 제네바 합의를 마치 북한이 파기한 것처럼 이야기하면서 역시 북한은 믿지 못할 사람들로 몰아갔지만, 이것은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당시의 기사들만 검색해 봐도 금방 나오는데 대한민국 기레기들은 뭐 팩트는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족속들이니까. 

 

(이와 관련해서는 제가 독자투고에 쓴 글이 있으니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링크)

 

이제, 무역업에서 'Sole Negotiator'가 어떤 의미인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보통의 경우에 무역중개는 수출업자 쪽의 중개인 한 명, 그리고 수입업자 쪽의 중개인 한 명 해서,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양쪽의 입장을 대변하는 중개인끼리 협상을 하죠. 그런데 가끔 중개인이 한 명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것을 Sole Negotiator라고 합니다. Sole Negotiator는 우선 수출업자와 수입업자 양쪽 모두로부터 신임이 두터워야 합니다.

 

당연하게도 어느 한 쪽이 비토를 하면 Sole Negotiator는 불가능하겠죠. 이 Sole Negotiator는 정보도 독점하고 권한도 상당하며 중개료도 독식합니다. 해당 딜의 성사 여부가 거의 이 단독 중개인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금 북·미가 북핵을 사이에 두고 협상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중간에서 이 협상을 중개해야 할 중개인이 놀랍게도 남한뿐입니다.

 

 

저는 이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뭐랄까, 놀라기도 했고 희열 같은 걸 느꼈습니다. 북한이 평창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겠다고 한 순간이었죠. Sole Negotiator라니... Sole 이라니. 이명박근혜 두 정권을 거치면서 외교를 너무나 처참하게 박살을 내놔서, 사실상 북·미 양측 모두로부터 배척을 당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남한이 지금의 Sole 자리를 차지한 것이 믿기지 않았던 겁니다.

 

그동안은 미국이 "협상 다리 좀 잘 놔봐" 라는 의도로 중국을 압박했는데 중국은 포지션의 한계 때문에 그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중국은 마냥 북한편만 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미국이 요구하는 걸 다 들어줄 수도 없는 애매한 위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줄을 잘 타면 양쪽으로부터 신임을 얻을 수도 있는 위치지만, 여차하면 지금처럼 양쪽 모두로부터 비토를 당하는 처지에 몰릴 수도 있는 포지션이었던 거죠.

 

앞에서도 이야기했다시피, Sole Negotiator는 당사자 양쪽 모두로부터 신임을 얻었다는 반증입니다. 그리고 정보를 독점하니 권한도 막강하고 중개료도 독식합니다. 이것은 그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진정성과 끈기로 북한과 미국 양쪽 모두로부터 신임을 얻은 결과이자, 여기까지만으로도 이미 외교적 쾌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북한과의 관계 개선보다는 먼저 미국의 신임을 얻기 위해서 올인했습니다. 전략적으로도 탁월한 수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도 미국의 신임을 받는 나라가 나서주기를 바라지 미국의 신임도 못 받는 나라가 나서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신임을 얻는 것이 먼저였고 미국의 신임을 얻으면 자연스럽게 북한도 남한과의 관계개선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를 실천했던 것이죠.

 

그 결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는 '문재인 대통령을 100% 신뢰한다, 지지한다" 이런 발언을 이끌어 냈고, 이번 평창 올림픽을 통해서 북한으로부터도 비슷한 대접을 받기 직전에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여기까지가 아니기 때문에 아직 갈 길이 먼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앞으로도 평창에서 미·일이 보여준 것과 같은 행동을 자주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당사자들은 중개인이 자기편을 더 들어주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중개인이 어느 한 쪽 상대방하고 친한 기색이 보이면 다른 한쪽에서 "당신 저쪽하고만 너무 친한 거 아냐? 그러면 곤란한데" 이러죠. 반대로 해도 마찬가집니다. 그러면 또 다른 반대쪽 당사자를 달래고 설명해야 합니다. "사실은 값을 좀 깍아 보려고 그러는 겁니다. 그건 이해해 주셔야죠" 이런 식으로요.

 

우선은 북·미 양측의 신임을 더욱 돈독하게 해야 합니다. 절대로 Sole의 위치가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미국과의 동맹 관계와 소통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특히 끊임없이 소통해야 합니다. 한편으로는 북한과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진전시켜서 북한의 신임을 미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빠른 시일 안에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서 정치 최고 지도자들끼리 만나서 친해져야 합니다. 친해져야 진심을 이야기할 수 있고 친해져야 고급 정보가 나옵니다. 우리도 일상 생활에서 친해지면 비밀 이야기도 하고 값도 막 깍아주지 않습니까? 미국에게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북핵 해결을 위해서이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설득하고 최대한의 양해를 이끌어내야 합니다.

 

이렇게 양쪽으로부터 신임을 돈독히 쌓아 놓으면 일의 8할은 이미 성사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북미 협상을 타결한 후, 한·중·일·러 주변국들이 모두 보증을 서도록 하면 더 좋습니다. 야당놈들하고 기레기들이 북한에게 들어가는 돈에 대해서는 지랄염병을 떱니다만, 사실 남한이 협상 성사를 위해서 댓가를 지불해야 한다면 지불할 각오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그 반대 급부가 백 배, 천 배는 더 클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드시 이 협상을 성공시켜서 북핵 해결 이후에도 주변국들의 이해와 협조 속에 남북한이 번영된 통일의 길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부디 하나님, 부처님, 알라신, 산신령님, 용왕님, 돌신, 나무신, 하늘신, 바람신 등 우주 만물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과 천지 만물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을 굽어살펴 주시기를...

 

 

한국의 중심잡기

 

 

2월 11일 밤, 북한 김영남과 김여정이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방남 기간 동안 그들도, 우리 정부 인사들도 정신없었을 겁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일정들을 소화했으니까요. 일정 하나하나가 모두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정들이었지만, 최고의 방점은 청와대에서 있었던 문재인 대통령과 김여정 부부장의 만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자리에서 김여정이 문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친서를 전달하면서 평양으로 초청을 했죠. 그건 어느 정도 예상했기 때문에 별로 놀라지 않았는데, 그에 대한 문 대통령의 반응을 접하고는 제 입에서 그냥 "와..." 하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오더군요. 문 대통령의 정확한 워딩은 "앞으로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 였는데요.

 

이 짧은 말에 제가 탄성했던 이유는 그 말이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은 가장 균형 잡힌 워딩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누구와 대화할 때도 가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말을 해 놓고도 후회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보다 이렇게 말하는 게 더 좋았을 걸" 하는 경우도 있구요. 워딩을 잘못 선택해서 괜한 오해가 불거질 때도 있습니다.

 

우리가 북핵 사안을 접할 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Negotiator는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결정권자는 당사자들입니다. 북한과 미국이죠. 적어도 북핵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남한이 Negotiator 입장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당연히 남한이 결정권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입니다. Negotiator는 딜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은 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뭔가를 결정할 때는 반드시 당사자들과 협의해야 합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문 대통령의 저 워딩이 가장 균형잡힌 워딩이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에 대해서 최대한의 배려를 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에서 Sole Negotiator는 양 당사자들의 신임이 절대적이고 어느 한쪽으로부터 비토를 당하는 순간 Negotiator의 위치는 날아간다고 썼습니다만, 만약 문 대통령이 김여정의 초청 제안을 그 자리에서 바로 수락했다면 미국 입장에서는 "어?" 했겠죠. "저거 우리하고 협의된 거 아닌데 마음대로 하네?" 이렇게 되면, 잘못 하다가는 한·미 간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말 한 번 삐끗 했다가 대사를 그르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죠.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가령 북한이 지금 남한에 손을 내밀기는 하는데 그 진의까지는 아직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막말로, 북한이 북핵에 대한 미국의 강경한 입장과 군사옵션 언급, 유엔 제재에 따른 경제적 타격, 국제적 고립, 그로 인한 우방국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 등등의 위기 국면을 탈출하기 위해서 남한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한미간 균열을 노린 것일 수도 있구요.

 

만약 그렇다면(아니기를 바라지만), 남한이 북한의 제안들을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결국 이용당하는 것이고, 나중에 북한이 다시 핵실험이라든가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을 때 남한 정부에 돌아올 타격이 너무나 큽니다. 수많은 곳에서 엄청난 화살들이 날아올 겁니다. 한·미 간에 균열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겠죠.

 

우리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에서 북한과의 관계는 험악했던 시절로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한·미간 균열이 발생하는 일만큼은 피해야 합니다. 그것은 곧 파국으로 치닫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북한 정상이 만나기 전에, 지금 북한의 행동이 남한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북핵 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것인지 그 진정성을 보여달라는 말을 상대방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최대한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저 말을 기분 나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습니다. 진정성을 보여주면 되니까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문 대통령의 워딩에 미소를 지을만한 상황이고, 다시 한번, 문재인 대통령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법한 상황입니다. 저런 워딩이나 상황 판단은 아마도 문 대통령이 오랜 인권변호사 시절을 거치면서 저절로 몸에 체득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의 변호사들은 법을 많이 안다는 것을 무기로 의뢰인들을 찜쪄먹으려고 하는 경우가 많지만, 문 대통령은 최대한 의뢰인의 입장에 서서, 모르면 설명하고 설득하는 식으로 일을 해왔기 때문에 매사에 "역지사지"하는 태도가 몸에 배인 것이라고 봅니다.

 

 

게임의 결말

 

 

저는 이 딜의 결말이 어느 정도 예상됩니다. 저런 경우를 많이 겪어봤거든요(위에서 말한 석탄의 경우 대부분 수출업자가 원하는 가격에 딜이 성사됩니다. 중개업자가 0.5불 정도를 깍을 수 있다면 행운입니다).

 

결국 북한이 원하는 선이 어느 정도이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재는 갑이니까요. 북한은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핵을 건 딜을 하자고 할 겁니다. 예를 들면 핵무기 감축 같은 거죠. 이건 미국으로서는 말도 안 되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사안입니다. 미일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도 안 할 것이고 선제적인 핵폐기를 주장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네고는 진전이 안 되겠죠.

 

뭐 지루하고 긴 중간 네고 과정이 있겠지만, 다 생략하고, 이 협상은 결국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 동결을 선언하는 대신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방식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지금부터의 모든 과정은 이 결말로 가기 위한 과정이라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특히 북한으로부터 이걸 끌어낼 수 있다면 대박입니다.

 

그 결말에 의해 지불해야 할 돈은 한국과 일본이 댈 겁니다. 일본이 화를 내는 이유는 바로 돈을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 문제로 티격태격하는 이유도 누가 더 많은 돈을 내느냐 하는 속사정도 일정 부분 숨겨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제네바 합의나 6자 합의의 과정과 결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이 더더더 화가 나는 이유는, 미국이 시키면 꼼짝없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본 자신들도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네고시에이터가 됐습니다. 중국이 그 역할을 할 기회도 있었지만, 북한과 혈맹이라는 점이 오히려 한계가 되었죠. 그리고 사실, 북한은 어떤 면에서는 미국보다 중국을 더 못마땅해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키를 쥔 북한이 이번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에게 협상의 전권을 준 것이라고 봅니다.

 

사실 이것만 해도 상당히 성공한 겁니다(이 부분에서 타임지가 문재인 대통령을 네고시에이터로 칭한 것은 탁월한 견해였다고 생각되네요). 

 

남한은 북·미를 잘 달래가면서, 때로는 압박도 하면서 북·미 합의를 이끌어내고 테이블에 앉혀서 합의서에 싸인을 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할 수 있을 겁니다. 여러가지 상황적 요소나 주변적 요소들이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영리하고 의지가 강하므로 꼭 이 딜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겁니다.

 

북한에게는 한반도 종전 선언과 북·미 수교라는 선물을, 그리고 트럼프에게는 북핵 해결에 대한 노벨평화상과 재선의 기회를 선물로, 또한 남한은 그 협상의 댓가로 남·북한 평화를 얻고 나아가 경제협력, 그리고 더 나아가 통일의 초석을 닦는 환경을 선물로 얻을 수 있는, 모두가 윈윈하는 결과가 나온다면(일본만 빼고ㅋ)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통일은 대박

 

 

이건 여담입니다만, 남북한이 교류하면 한국에 경제적으로 무슨 이득이 있느냐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석탄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자면,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때는 남북관계가 좋았기 때문에 석탄을 북한으로부터 직수입했습니다. 남한이 석탄을 수입하는 루트는 다양합니다. 북한으로부터 직수입하기 전에는 주로 중국, 러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수입을 했는데, 제 기억으로 당시 중국산이 톤당 9불 남짓, 러시아산이 11불, 인도네시아산이15불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북한산은 톤당 4불 수준이었습니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제법 들여왔습니다. 중국산에 비해서도 5불이 쌉니다. 100만 톤을 들여온다면 5백만 불이 싼 겁니다. 물론 석탄도 품질이 다양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들여올 수 있는 석탄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렇더라도 2011년 기준 한국의 연간 석탄 소비량이 약 1억 톤이었는데 북한으로부터 최대한 들여오면 수천만 불은 절약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명박근혜 정부 때 북한하고 관계가 험악해지면서 북한으로부터 석탄 수입을 못 했고, 더 골때리는 게 중국이 북한으로부터 석탄을 싸게 사서 한국에 비싸게 되팔이하는 경우도 있었다더군요. 한마디로 환장할 노릇인 거죠. 어쨌든, 석탄 한 품목만 해도 그렇습니다.

 

북한의 광물 자원이 수 백 조, 수 천 조를 넘어서 어떤 사람들은 경 단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히토류 같은 경우 매장량이 세계에서 손가락 안입니다. 거기에 인건비는 또 어떻습니까? 또 시베리아철도(TSR)와 중국대륙철도(TCR)를 연결하면 어떻습니까? 그야말로 한국은 대박이 터지는 겁니다.

 

제가 503호의 말은 거의 동의하는 게 없는데, 딱 한 가지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은 동의합니다. 그 칠푼이도 그걸 아는데, 남북이 교류하면 이익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 동북아 물류 허브를 놓고 한·중·일이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데, 만약 TSR, TCR 연결되면 한국은 동북아 물류허브에서 완벽한 선두주자가 됩니다. 그러면 부산 광양 인천 등 물류 도시들은 로또 맞는 겁니다. 아니, 남북한 전체가 로또 맞는 것이고 주변국들에게도 모두 이익입니다(일본 빼고ㅋ).

 

노무현 정부 때 남북한이 잘 지내면서 TSR이 연결될 조짐이 보이자, 일본이 자기들 비용으로 한·일 해저터널 뚫게 해달라고 했는데 왜 그랬겠습니까? 일본이 동북아 물류허브가 되려는 속셈 아닙니까? 돈이 안 되면 일본이 미쳤다고 그런 제안을 하겠습니까? 당연히 우리는 노땡큐했죠. 일본이 남북관계에 대해 계속 딴지를 거는 이유는 이런 사정도 있다고 봅니다. 남북이 교류하고 통일을 해도 일본에게 이익되는 것이 거의 없고 오히려 손해거든요.

 

이렇게 신이 한국 국민들에게 천혜의 지정학적 위치를 선물했고 그걸 잘 이용만 해도 먹고 살 수 있는데, 신의 뜻을 받들어 그걸 이용해서 번성하고 번영하기는커녕 오히려 정반대로 헬조선이라는 저주받은 나라를 만든다면 그건 신의 뜻을 모독하는 거 아닙니까? 제발 헛소리하는 사람들 정신 좀 차렸으면 합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남한은 북한과 관계개선 하는데 돈 좀 써도 됩니다. 물론 북핵 해결한 다음에요.

 

북한의 경제 수준을 어느 정도 올려놔야 나중에 통일이 돼서도 충격이 적다는 것은 세계 경제 석학들의 거의 일치된 견해이기도 합니다. 부디 우리 자신들과 민족, 그리고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남북화해 평화교류, 나아가 남북한이 하나로 통일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진심으로...

 

 

 

 

 

 

편집부 주   위 글은 자유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바, 독자투고 및 자유게시판(그 외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반론은 대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