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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회에서는 일본 헌법의 인권 리스트 중 제10조부터 제18조까지 각 조문의 포인트를 간략하게 소개했습니다. 이번 회에서는 제19조부터 제28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시작하죠.

 

 

1. 사상양심의 자유(제19조)

 

독자분들도 정신적 자유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말 그대로 정신활동의 자유를 가리키는 말인데요, 정신적 자유라 하더라도 정신활동이 사람의 내면에서만 이루어질 경우와 외부로 발현될 경우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자가 '내면의 자유', 후자가 '표현의 자유'이죠. 그 중 '내면의 자유'의 대표격이 사상양심의 자유입니다. 일본 헌법 제19조가 규정하죠.

 

第19条 思想及び良心の自由は、これを侵してはならない

 

아주 간소한 조문이죠. 말하기에 “사상 및 양심의 자유는 이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것입니다. 일본 헌법이 사상이나 양심의 자유를 일부러 보장하게 된 이유는 대일본제국헌법(메이지헌법) 체제에서 사람들의 생각 자체가 탄압당했기 때문이죠. 치안유지법(제2차세계대전 중 텐노를 중심으로 한 국가체제나 사유재산재를 부정하는 사상을 단속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법률인데요, 이 법률을 근거로 수많은 사람이 탄압당했어요)의 운용이 상징하듯이 텐노 찬양 사상이 강제된 경험이 전제된 것 같아요. 하여튼 법조에서 '사상'과 '양심'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는데, 양자를 특히 구별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통설이래요. 일부 국가에서는 양심의 자유가 신앙의 자유를 뜻하는 것 같은데 일본 헌법은 바로 다음에 볼 제20조에서 신교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결국 제19조가 규정한 '사상 및 양심'은 사람의 세계관, 신생관, 주의, 주장 등등 개인의 내면적 정신작용을 널리 포함한 개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가 무슨 뜻일까요? 우선 사상양심이 내심에 머무는 한, 즉 사람 머릿속에 있는 한 절대적으로 자유라는 뜻입니다. “테러행위로 일본을 전복시키고 싶다”던가 “옆집에 사람이 나를 무시하니…(어쩌고저쩌고)”던가, 내용에 아무 상관없이 다 자유입니다. 내심에 머물기만 하면요. 또 하나의 의미는 국민이 어떠한 생각을 갖는지에 대해 공권력이 표명할 것을 강제하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텐노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앙케이트 조사를 하면서 답을 강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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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신교의 자유(제20조)

 

현행 일본 헌법이 제정되기 전까지, 국가주의와 결부되어 국가신도(國家神道)를 제외한 종교가 철저하게 탄압당했죠. 제20조는 개인의 신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동시에 국가와 종교의 분리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第20条 信教の自由は、何人に対してもこれを保障する。いかなる宗教団体も、国から特権を受け、又は政治上の権力を行使してはならない。

2 何人も、宗教上の行為、祝典、儀式又は行事に参加することを強制されない。

3 国及びその機関は、宗教教育その他いかなる宗教的活動もしてはならない。

 

제1항의 앞부분은 “신교의 자유는 모든 사람에게 이를 보장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신교'에는 3가지 내용이 포함됩니다. '신앙', '종교적 행위', 그리고 '종교적 결사'이죠.

 

우선 '신앙'이라 함은 종교를 믿고 안 믿는 것, 믿는 종교를 고르고 바꾸는 것, 종교를 그만두는 것 등을 뜻합니다. 신앙의 자유는 내심의 자유에 속하기 때문에 어떤 종교를 믿든 안 믿든 절대적으로 자유이죠.

 

다음에 '종교적 행위'란 신앙과 관련해서 개인이 단독으로 또는 다른 사람과 함께 제단을 깔고 예배나 기도를 하는 등 종교적 축전, 의식을 치르는 행위, 다른 사람에게 신앙을 갖게 하는 전도 행위 등등을 생각하면 됩니다(단 전도의 자유는 직접적으로는 표현의 자유로 생각합니다). 반면 제2항이 "누구든지 종교 상 행위, 축전, 의식 또는 행사에 참가하는 것을 강요당하지 아니한다”교 규정하듯이 종교적 행위의 자유는 종교적 행위를 안 하거나 종교적 의식에의 참가를 강요당하지 않는 자유도 포함되죠.

 

세 번째로 '종교적 결사'는 특정한 종교를 선전하거나 집단으로 종교적 행위를 하는 단체를 만드는 것입니다(결사를 종교적 행위에 포함시키는 입장도 유력합니다). 참고로 일본 종교법인법 상 종교단체는 '종교의 교의(敎義)를 펴며 의식행사를 치르고 신자를 교화, 육성할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 단체'로서 1)예배 시설을 갖춘 신사, 사찰, 교회, 수도원, 기타 이들과 유사한 단체, 2)①에 있는 단체를 포괄하는 교파, 종파, 교단, 교회, 수도회, 사교구, 기타 이들과 유사한 단체입니다. 또한 종교법인법 상 종교단체에 대해 해체명령이 내려질 경우로서 “법령을 위반해서 현저하게 공공복지를 해한 것으로 인정되는 행위를 하거나", “종교단체의 목적을 현저히 일탈한 행위를 하는" 경우가 규정되어 있습니다.

 

다음에 제1항 뒷부분은 “어떠한 종교단체도 국가로부터 특권을 부여받거나 정치 상 권력을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며, 제3항은 “국가 및 그 기관은 종교교육 및 어떠한 종교적 활동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국가와 종교의 분리, 이른바 정교분리 원칙이죠. 국가가 종교로부터 지배당하는 것을 방지함과 함께 종교의 세속화(신성해야 될 종교가 세속 권력과 결부되어서 타락하는 것)를 막으려는 취지죠. 또한 정교분리 원칙을 재정면에서 뒷받침하는 것이 제89조입니다.

 

第89条 公金その他の公の財産は、宗教上の組織若しくは団体の使用、便益若しくは維持のため、又は公の支配に属しない慈善、教育若しくは博愛の事業に対し、これを支出し、又はその利用に供してはならない。

 

제89조가 “공금(公金) 기타 공공의 재산은 종교 상 조직이나 단체의 사용, 편익이나 유지를 위하여 또는 공공의 지배에 속하지 아니한 자선, 교육이나 박애의 사업에 대하여 이를 지출하거나 또는 그 이용을 위하여 제공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게 그것입니다. 정교분리 원칙은 정부 관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靖国神社) 참배 문제와도 관련되는 만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는 대목입니다. 그 밖에도 중요한 사건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니 나중에 자세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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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표현의 자유(제21조)

 

일본의 한 고전 이야기의 머리 부분에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しきことはぬは、げにぞふくるるちしける” - "머릿속에 있는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참으로 배부른 느낌이다." 1,000년 전 사람도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서 입을 다물면 답답했다는 말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본성이라는 면에서도 보장할 필요가 있는가 보죠. 일본 헌법에서는 제21조가 보장하고 있습니다.

 

第21条 集会、結社及び言論、出版その他一切の表現の自由は、これを保障する。

2 検閲は、これをしてはならない。通信の秘密は、これを侵してはならない。

 

단순히 “집회, 결사 및 언론, 출판 기타 일절의 표현의 자유는 이를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인데 주의할 것이 꽤 많습니다. 우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의미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한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은 새삼 깨닫겠지만 일단 일본의 헌법학이 어떤 의미나 가치를 부여하는지 살짝 확인하면 이렇습니다.

 

2개가 있는데요, 하나는 사람이 표현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격을 발전시키는 개인 차원의 의의, 말하자면 '자기실현의 가치'입니다. 또 하나는 사람이 표현활동에 의해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가함으로써 민주정치에 이바지되는 사회적 의의, 즉 '자기통치(自己統治)의 가치'입니다. 양쪽 다 중요한 가치임은 물론이지만, '유토리 교육(유토리(ゆとり)는 '여유'란 뜻으로 학생의 자율성과 종합 인성교육을 중시한 교육을 말함)이 상징하듯 일본에서는 자기실현의 가치가, 촛불집회의 기억이 생생한 한국에서는 자기통치의 가치가 더 많이 의식 내지 거론되는 것 같습니다(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인상입니다. 한국에서도 자기실현의 일환으로 음란물의 양성화를 위해 싸우는 분이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것은 '알 권리'와의 관계입니다. 제21조는 '표현'을 보장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어서 표현 상 정보를 내보내는 행위만을 상정하는 것처럼 보이죠. 즉 정보를 받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읽힐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가 정보화되어 가는 가운데 표현의 자유가 정보를 받는 사람을 전제하는 만큼 정보를 '주고 받는' 자유로 해석하게 되었습니다. 세계인권선언 제19조가 표현의 자유에 '정보 및 사상을 구하고, 받고 전할 자유'를 포함시킨 것과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는 나중에 검토하기로 하고, 참고로 표현의 자유가 문제된 표현활동을 소개하면, 보도의 자유, 성적 표현의 자유, 명예훼손적 표현의 자유, 영리적 언론(광고)의 자유 등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사건도 많고 나중에 어느 사건을 소개할지 고민이 많은 부분이기도 하네요.

 

다음에 제1항에 이어 제2항은 “검열(検閲)은 이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통신의 비밀은 이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합니다. 이 규정 중 일본에서 가장 다툼이 많은 부분은 '검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입니다. 전통적으로는 '발표될 사상 내용을 공권력이 미리 심사해서 부적절하다고 인정할 때 그 발표를 금지하는 행위'로 해석했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에 들어서 검열의 시기를 둘러싸고 유력한 설이 등장했답니다. 즉 알 권리를 중시하는 관점에서 정보를 받는 시기를 기준으로, 정보 수령 전의 억제나 발표 후라고 하더라도 정보수령에 중대한 억제적 효과를 미칠 사후규제 역시 검열의 문제일 수 있다는 입장이 유력하다고 하네요.

 

한편 통신의 비밀은 전통적으로는 엽서편지나 전신전화에 의한 통신의 비밀을 상정했고 특히 공권력에 의한 도청이 문제가 되었었으나 앞으로 일본에서도 전자메일이나 메시지 송신 앱 등 새로운 방법에 의한 통신도 문제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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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이주국적이탈의 자유(제22조)

 

일본 헌법 상 이른바 경제적 자유권 관련 조문은 딱 2개밖에 없는데(이 부분도 은근히 한일 헌법의 큰 차이점 중 하나입니다), 그 중 하나가 제22조입니다.

 

第22条 何人も、公共の福祉に反しない限り、居住、移転及び職業選択の自由を有する。

2 何人も、外国に移住し、又は国籍を離脱する自由を侵されない。

 

그럼 먼저 제1항부터 차례로 짚어보죠. 제1항은 “누구든지 공공복지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 거주, 이전 및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합니다. 거주이전의 자유는 생활의 본거지(주소)나 임시적으로 얼마 동안 머무르는 장소(거소)를 자유롭게 결정하고 옮기는 것을 뜻합니다. 국내여행의 자유도 여기에 포함되죠. 한편 제1항의 뒷부분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자기가 종사하는 직업을 결정하는 자유를 뜻하죠. 개인사업자의 영업의 자유도 직업선택의 자유에 포함되지만 개인사업은 재산권의 행사라는 측면도 있어서 제29조와도 관련됩니다.

 

이은 제2항은 “누구든지 외국으로 이주하거나 국적을 이탈하는 자유를 침해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합니다. 현재는 이주나 국적 이탈에 대해 헌법 상 특별히 문제되는 점은 없는 모양인데 이주이전의 자유와 관련해서 해외여행의 자유의 근거가 문제됩니다. 입장은 여러 가지인데 외국 이주에 유사하다는 이유로 제22조 제2항에 근거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통설이랍니다.

 

그런데 경제적 자유권과 관련해서 중대한 문제로 '공공복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공공복지'는 인권규정이 일반규칙이라 할 수 있는 제12조와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제13조에도 나왔고, 거기서는 일단 '일본 헌법이 보장하는 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로써 언급했죠. 그런데 '공공복지'는 위에 본 제22조, 그리고 재산권을 보장한 제29조에도 나옵니다. 일본 헌법에 나오는 '공공복지'는 이들 4개밖에 없는데 구체적인 인권을 규정한 조문으로서는 제22조과 제29조, 널리 말해서 경제적 자유권에 관한 조문에만 등장하는 셈이거든요. 이 의미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해 좀 논의가 있습니다. 이후 제29조를 소개할 때에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5. 학문의 자유(제23조)

 

제23조는 학문의 자유입니다. 한국 헌법도 제22조에서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볼 때 학문의 자유를 명문으로 보장하는 헌법은 적은 편이랍니다. 일본은 구 헌법 시대에 국가권력이 직접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 경험에 비추어 특히 독립된 조항을 갖추게 되었다고 합니다.

 

第23条 学問の自由は、これを保障する。

 

아주 간략히 “학문의 자유는 이를 보장한다”고만 합니다. '학문'의 내용은 연구, 발표, 교수의 3가지로 나눠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중 특히 뜨거운 논의가 벌어지는 것이 교수(교육)의 자유입니다. 종전의 통설은 교수의 자유를 대학교 등 연구교육기관에 대해서만 인정하고 있다가 요즘에는 고등학교 등 초등중등 교육기관의 교사한테도 교육의 자유를 인정해야 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라고 합니다. 단 고교 등 초등중등 교육기관에서의 교육의 자유가 인정된다면 가르치는 내용이나 방법 등에 대해 국가가 획일적인 기준을 세우거나 교과서를 검정하는 행위가 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가 제기되죠. 중요한 판례가 있는 분야이기도 하니 나중에 자세히 검토하게 될 겁니다.

 

또 하나 학문의 자유와 관련해서 대학의 자치가 문제됩니다. 대학에서의 연구교육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기 위해 대학의 내부사항에 대해서는 자체적인 결정에 맡기는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학장, 교수 등 연구자의 인사, 그리고 시설이나 학생의 관리 면의 자치가 중요하죠. 요즘에는 예산관리의 자치도 대학의 자치로서 인정하자는 소리가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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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부부의 동등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제24조)

 

제24조는 혼인이나 가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합니다.

 

第24条 婚姻は、両性の合意にのみ基いて成立し、夫婦が同等の権利を有することを基本として、相互の協力により、維持されなければならない。

2 配偶者の選択、財産権、相続、住居の選定、離婚並びに婚姻及び家族に関するその他の事項に関しては、法律は、個人の尊厳と両性の本質的平等に立脚して、制定さなければならない。

 

먼저 제1항은 “혼인은 양성의 합의에만 기초하여 성립되며, 부부가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상호 협력에 의하여 유지되어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앞부분은 예를 들어 부모나 친권자가 억지로 시키는 결혼을 헌법이 허용하지 않는 것을 밝히고 있고, 뒷부분은 부부가 동등함을 표명하고 있죠. 한편 제2항은 “배우자의 선택, 재산권, 상속, 주거의 선정, 이혼 및 혼인과 가족에 관한 기타의 사항에 관하여는 법률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본질적 평등에 입각하여 제정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가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는 법률(주로 민법이겠죠)이 남녀를 평등하게 다루어야 된다는 규정이죠.

 

주목할 것은 제2항이 결혼 당사자로 상정하고 있는 것이 “양성”이라는 점. 두 개의 성별이라는 셈인데 그렇다면 일본 헌법은 같은 성별끼리 하는 결혼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되죠. 성별을 둘러싸고는 참으로 다양한 논의가 현재진행중이며 마침 지금 민법의 큰 개정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일본의 가족 형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데 보는 시각에 따라 보수적으로도 보이는 제24조와 어떻게 조절할지 주시하고 싶은 대목입니다.

 

 

7. 생존권(제25조)

 

제25조는 소위 말하는 생존권을 보장하는 조문입니다. 이 조항에 이은 교육을 받을 권리(제26조), 근로의 권리(제27조), 근로기본권(제28조)까지 포함해서 '사회권'이라고 통칭합니다. 사회권이라 함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사회적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며, 실질적 평등을 실현시키기 위해 보장하게 된 인권이라고 설명합니다.

 

쉽게 말해서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것을 보장하는 것인데 이미 일부 나온 각종 권리자유가 국가로부터의 자유, 즉 국가가 국민생활에 함부로 개입하는 것을 배제하는 방향인 반면, 사회권은 살기 힘든 사람에게 사람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국가가 적절한 조치를 요구할 권리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바꿔 말해서 자유권은 국가에 “ㅇㅇ하지마”라고 부작위(不作爲 ; 뭔가를 하지 않는 것)를 요구하는 반면, 사회권은 “인간답게 살기 위해 ㅇㅇ해라”라고 작위(作爲 ; 뭔가를 하는 것)를 요구하는 것이죠.

 

이렇게 국가의 작위를 요구하는 권리인 만큼 함부로 주장해도 실현될 가능성은 낮죠. 특히 소송을 통해 국가에 어떤 조치를 요구할 경우 직접 헌법 규정에 의거할 수는 없고, 적어도 헌법 규정의 취지를 구체화한 법률이 있어야 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다만 국가는 사회권의 이념을 실현시키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죠. 그럼 제25조부터 짚어 봅시다.

 

第25条 すべて国民は、健康で文化的な最低限度の生活を営む権利を有する。

2 国は、すべての生活部面について、社会福祉、社会保障及び公衆衛生の向上及び増進に努めなければならない。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생존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사회권 규정 중 가장 원칙적인 것이죠. 모든 국민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을 권리로서 선언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제2항은 “국가는 모든 생활에 대하여 사회복지, 사회보장 및 공중위생의 향상 및 증진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함으로써 정부에게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각종 사회복지 관련 법이나 사회보험 관련 법, 공중위생을 위한 여러 제도가 정비되어 있습니다(기초생활보장이나 국민건강보험, 장애인 복지, 노인 복지 등은 물론 식품 위생, 환경보호, 대기오염 등도 제25조 제2항의 취지를 구체화한 것으로 생각되죠).

 

생존권과 관련해서 주의할 것은 제25조는 국민의 생존을 확보할 정치적도의적 의무를 부과할 뿐이지, 직접 이 조항에 기초해서 정부에게 구체적 시책을 요구하기는 어렵다는 점. 다만 무엇이 '최저한도의 생활'인지는 그때그때의 사회적 상황을 전제해서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상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못 미친 기준을 정부가 책정한다면 헌법을 어긴다고 볼 여지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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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교육을 받을 권리와 교육을 받게 할 의무(제26조)

 

교육은 각 개인이 자신의 인격을 형성하고 사회에서 의의있는 삶을 살기 위해 큰 역할을 하게 할 수 있습니다.

 

第26条 すべて国民は、法律の定めるところにより、その能力に応じて、ひとしく教育を受ける権利を有する。

2 すべて国民は、法律の定めるところにより、その保護する子女に普通教育を受けさせる義務を負ふ。義務教育は、これを無償とする。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능력에 맞게 고루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2항이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보통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 의무교육은 이를 무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관계로 제1항이 규정한 교육을 받을 권리는 구체적으로는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리고 제2항에 의해 일단 부모나 친권자가 아이한테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지게 되죠. 국가가 제대로 된 교육제도를 유지운영할 의무를 지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되죠. 교육기본법이나 학교교육법이 제정되고 초등중학교에서 실시되는 의무교육을 중심으로 한 교육제도가 정비되어 있는 것은 헌법 제26조 제2항의 취지를 받은 것이죠. 또 제2항의 뒷부분은 의무교육이 무상임을 규정하고 있는데 '무상'이란 수업료를 징수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1963년 이후 교과서는 무상배포되고 있습니다.

 

교육을 받을 권리와 관련한 주요 쟁점은 교육권을 누가 가지냐에 관한 대립입니다. 한 쪽은 교육 내용에 대해 국가 내지 정부가 관여결정할 권능을 가진다는 입장('국가의 교육권'설)이 있고 다른 한 쪽은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책임은 부모(친권자) 및 교사를 중심으로 한 국민 전체가 지는 것이지, 국가는 교육의 조건을 마련할 임무를 질 뿐이라는 입장('국민의 교육권'설)이 있습니다. 일단 교육의 전국적 수준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정부는 교과목이나 수업시간 등 대강적 항목에 대해서는 결정할 수 있으나 내용 자체에 대해 과도하게 개입하면 교육의 자주성을 해치는 것으로 허용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죠. 교육을 받을 권리를 둘러싸고도 중요한 사건이 있어 나중에 소개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