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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가 밝았다. 먹고 사는 문제가 바빠 한동안 글을 안 썼다. 본인의 봉인을 푼 것은 다름 아닌 반집승부사 라는 분의 글이었다. ‘김곤마가 안 써서 내가 쓴다는’ 자극적인 말로 도발을 했다. 환영이다. 이렇게 바둑계에 있는 분들이 딴지에 투고해주시거나 본인에게 제보를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대한바둑협회 진단 시리즈 1> (링크)

<대한바둑협회 진단 시리즈 2> (링크)

 

현재 대한바둑협회 내부에는 크게 2개의 파벌이 있다. 반집승부사의 글은 한 쪽 입장을 대변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맞는 내용도 많았다. 말이 나온 김에 대한바둑협회 이야기를 짧게 하겠다.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을 상대로 당선된 일요신문 신상철 대표가 현 대한바둑협회 회장이다. 회장은 돈을 내거나 돈을 끌어와야 하는데 이 부분이 신 회장의 아킬레스건이다. 애시당초 출마할 때부터 자신은 돈을 안 낼거다. 라고 못을 박고 출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담이 더해간다. 이러니 스폰서의 입김이 크다. 시쳇말로 스폰서가 돈을 안 주면 당장 직원들 월급도 주기 힘든 형편 아닌가... 대안은 협회 운영비용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행정을 할 수 있다.

 

필자의 정보원들이 말한다. 맨날 까지만 말고 대안을 제시하라고 한다. 필자는 바둑행정을 하는 사람이 아닌데 무슨 대안까지 말하겠냐. 그건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들이 할 일이다. 그저 문제점을 지적하고, 알리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뭔가 마음의 짐이 있었다. 그래서 쓴다. 1편에서는 큰 문제점과 원인을 제시하고 2편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쓰겠다. 그럼 시작하겠다.

 

 

 

1. 룰이 없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행정

 

a. 한국기원의 징계는 뭔가 기준이 모호하다. 사소한 징계 건은 넘어가고 큰 것만 이야기 해보겠다. 조치훈의 형 조상연 프로는 한국기원에서 1986년 제명을 당했다. 한국바둑의 보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조치훈의 형. 그리고 한국바둑의 아버지 조남철의 조카인 조상연이 왜 제명 당했는가? 당시 상임이사회 기록을 보면 “한국기원의 수입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자 하는 행위를 했고 이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어 만장일치로 제명한다”고 나와있다. 도대체 무엇이 막대한 타격을 주는 행위인가? 바로 바둑세계라는 잡지를 발간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기원은 월간 바둑으로 나름 재미를 보던 때다. 바둑잡지는 하나 밖에 없는 독점구조였는데 경쟁자가 생겼다는 것이다. 그래서 프로기사 제명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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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 후... 고희를 앞둔 조상연 프로는 한국기원에 복직을 신청했다. 남은 여생을 한국에서 바둑 보급을 하며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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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연 프로의 복귀는 기사회의 투표로 결정하게 되었다. 그리고 투표 결과 부결되었다.

 

 

b. 다음은 바둑티비의 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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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은 CJ로부터 바둑티비를 인수했다. 인수의 주역 중에는 양재호 사무총장과 김효정 준비위원이 있다. 그런데 이 두 분이 K바둑의 대표와 이사로 간 것이다. 특히 전 사무총장이었던 양재호와 한국기원 홍보이사였던 김효정 프로가 바둑티비의 경쟁사인 K바둑으로 간 것은 한국기원 입장에서 타격이 크다. 이유인즉슨 한국기원의 가장 중요한 일은 대회스폰서를 유치하는 것이고, 이 일의 핵심이 바로 사무총장과 홍보이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쟁사로 넘어간 것이다.

 

여기에 대한 조치가 없다. 조상연 프로는 잡지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제명을 당했고, 24년 뒤에 복직요청을 해도 거부당했다. 필자는 k바둑으로 간 두 사람을 탓하는 것이 아니다. 어디를 가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다. 다만 한국기원의 징계 기준이 그때 그때 다른 것을 이야기 함이다. 양재호 K바둑 대표는 여전히 바둑티비 시합에 잘 나오며, 김효정 이사는 여자바둑리그의 감독이다.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재작년 한국기원과 대한바둑협회가 갈라진 후 대한바둑협회의 이사를 지내고 있는 기사에게 이사를 그만두지 않으면 징계를 하겠다고 하던 때랑은 너무나 다르다. 사람에 따라 규정을 적용하는 것 아닐까?

 

 

c. 한때 떠들썩했던 윤기현 바둑판 사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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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만 요약하면 바둑계 원로 윤기현이 억대 바둑판으로 사기를 쳐 소송 끝에 패소한 사건이다. 국수에다가 방송에서 해설까지 하던 사람이 바둑계 똥칠을 했는데 은퇴로 무마되었다. 은퇴를 하면 퇴직금을 온전히 받고 징계로 제명당하면 퇴직금을 못 받는다. 과연 조상연의 사례와 윤기현의 사례 중 누가 더 큰 징계를 받아야 할까?

 

 

d. 대한바둑협회 프로기사 전무의 횡령 사건도 있다. 억대 횡령이 적발되어 정기이사회에 안건이 올라왔으나, 언론에 기사화 되지 않고, 기사직을 은퇴하지도 않았다. (징계는 받았다) 1974년 기계(棋界)파동이 발생한 이유는 당시 사무국장이 횡령을 했기 때문이었다. 뭐랄까, 내로남불 인가? 당시 들고 일어났던 프로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e. 이세돌 휴직 사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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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프로기사회에서 이세돌 징계투표를 통해 징계가 통과되었고 이 결과에 대한 충격으로(동료 기사들이 도와는주지 못 할 망정 징계라니) 이세돌은 휴직계를 내게 된다.

 

이랬던 기사회가... 알파고로 세계적인 영웅이 된 이세돌의 기사회 탈퇴 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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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원과 협의해 처리하기로 한다. 한 편 한국기원은 정기이사회에서 왜 니들 문제를 우리한테 떠넘기느냐고 했다. 양건 기사회장이 임기가 끝난 지금까지 처리가 안 되었다. 다른 기사가 기사회 징수를 거부했으면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왜 조상연 프로와 이세돌을 징계할 때는 기사회에서 처리하더니 이번에는 한국기원으로 패스하는 것일까? 이제 와서 우리는 아무 권한이 없어요. 한국기원에 물어볼게요. 이러고 있는 걸까?

 

이외에도 지면에 밝히기에는 어려운 징계 건이나, 징계 사유가 분명함에도 넘어가는 일들이 있다.

 

한국기원이 이처럼 규정을 정확하게 못 지키는 데는 다름 아닌 프로기사 때문이라고 해도 관언이 아니다. 프로기사의 힘에 따라 룰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것이다. 현 프로제도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2. 정규교육을 등한시 하는 프로입단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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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 링크

 

바둑계의 김구라. 김성룡 프로의 칼럼이다. 기사의 마지막에 박정환 프로에게 싸인을 받으려는 아이가 볼펜을 줬는데 박정환 프로가 사용하는 방법을 잘 몰랐나보다. 그 이야기를 듣던 김성룡 프로의 와이프가 얘기했다.

 

“내가 잘 아는데 프로들 다 그래. 그러니까 너는 이제 공부해. (바보되기 싫으면)”

 

이렇게 글을 마쳤다. 필자는 이 글을 보고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박정환을 이렇게 깎을 필요가 있을까? 우리는 천재들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들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이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천재들도 실수를 하는구나, 라는 정도로 웃고 넘어간다. 혹은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여 사소한 것은 못 챙긴다는 식으로 포장한다. 그런데 프로들은 다 그렇다. 바보되기 싫으면 공부하라는 거는 좀 심하지 않았나 싶었다.

 

두 번째 생각은 그렇지만 맞는 말을 했다고 느꼈다. 정말 공부를 해야한다. 김성룡 프로는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을 것이다. 프로들은 바둑밖에 모른다. 세상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부를 해야 한다. 이걸 주장하고 싶었을 것이다. 문맥상 그렇게 느꼈다. 그런데 예상치도 못 한 곳에서 일이 터졌다.

 

위 기사를 보고 열받은 박정상 프로가 자신의 블로그에 김성룡 프로에 대한 폭로글을 썼다. 이 글이 퍼지면서 일이 커졌다. 지금은 비공개로 전환하여 볼 수 없다. 한동안 시끄러웠다.

 

방법은 과했지만 김성룡 프로의 이야기는 프로도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공부를 안 하고 바둑공부만 하니 정말 기초적인 상식도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바둑공부만 한다. 다른 책은 거의 보지도 못한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기간을 보낸다.

 

예전에는 특례입학으로 대학을 갔다. 이상하게도 여자프로들은 잘 적응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데 남자프로들은 제대로 못 다닌다. 들어간 후에도 적응을 잘 못 하고 휴학하거나 졸업을 하더라도 학교생활은 거의 하지 않았다.

 

군대 또한 성적 잘 내는 기사는 면제거나 바둑병으로 간다. 일반인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은 거다.

 

필자가 지적하고 싶은 부분은 단순히 학교생활을 안 했다는 것이 아니다. 한국기원 행정을 하려면 바둑팬과 스폰서를 상대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대한민국에서 평균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다.

 

바둑이야기 외에 다른 이야기를 하면 정말 이 사람들은 순수하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또한 공감을 형성할 수 있겠는가? 한국기원 행정에 관여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 비단 사무총장 뿐만 아니라 운영위원회도 포함하여 하는 말이다.

 

프로보고 행정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행정을 하려면 행정, 경영, 스포츠마케팅 분야를 공부하고 오라는 얘기다. 책 몇 권 봤다고 공부한 게 아니다. 그리고 행정에는 제발 바둑도장 관계자들이 관여 안 했으면 좋겠다.

 

입단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정규교육을 등한시하고 바둑공부에만 올인하는 프로기사가 나와서는 안 된다. 그런데 지금 대부분의 기사들이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무턱대고 은퇴만을 강요할 수도 없다. 배운 게 바둑밖에 없는데 은퇴하라고 하면 갈 곳이 없다. 결국 악순환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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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분오열되는 프로기사들

 

기사들의 의견이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 세대, 계층 간의 간극이 너무 큰 상황이다. 프로를 나눠보자. 시니어, 일류 프로, 바둑리거, 젊지만 성적 못 내는 프로, 보급 프로, 여성 프로, 미성년 프로, 프로 직함만 걸고 생업은 다른 프로 등 너무나 다양하다. 당연히 의견이 모일 수가 없다.

 

특히 이세돌 기사회 탈퇴 때 한국기원으로 책임을 넘긴 것과 기사회 사단법인화 추진이 무산되면서 기사회의 힘이 많이 약해졌다.

 

기사회가 지금 할 일은 무엇인가? 필자는 연금제도부터 없애라고 말한다. 연금의 뜻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연금제도를 만들었다. 문제 많다. 다들 고갈될 거 알면서 다들 쉬쉬한다. 과련 지금 20~30대 기사가 연금을 받을 수 있을까? 연금은 자기가 낸 돈을 돌려 받는 거다. 그런데 돈은 낸 적도 없는 사람들이 왜 연금을 받는가? 초일류 기사들이 내는 돈으로 나머지 다수가 혜택을 보는 것은 좋다. 그런데 활동하지 않는 사람까지 받는 것은 이상한 구조다.

 

필자는 연금개혁을 해야 기사회가 산다고 본다. 연금을 없애는 대신 지금 활동하는 기사들에게 활동비용을 나눠주는 것이다. 지금 연금구조는 숨만 쉬어도 돈을 받는 구조다. 이를 폐지하고, 대신 바둑보급을 하는 기사들에게 비용을 주자. 활동을 하는 사람에게 혜택을 줘야한다. 다만 시니어들의 반발로 실행이 어려울 것이라 본다. 결국 각자도생의 시대가 될 것이다.

 

여자기사들은 상대적으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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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위의 기사 중 이 부분에 공감을 했다.

 

90년대 바둑을 사실상 포기했던 10대 여자기사들이 대학교수, 여자리그 감독이 되고 2000년대 바둑을 포기했던 여자기사들은 기사회장이 되었거니와 방송, 꽃보다 바둑센터, 바둑의 품격, 대학강사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이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데에는 상황에 따른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내가 보기에 적어도 학교교육을 통해 다양성을 가진 게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 바둑계에서 바른얘기 하는 사람들은 여자기사들이다. 그리고 발전적으로 남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여자기사들의 발전된 모습에 심한 자극을 느껴서이다)

 

한국기원의 방치와 바둑만으로는 미래가 어두워 여자기사들은 다양한 분야를 공부했다. 그리고 정규교육은 당연히 받았다. 그러다보니 세상을 보는 눈이 트였다고나 할까. 확실히 남자기사와는 다르다. 크게 차이가 나는 점은 2가지로 본다.

 

꽃보다바둑센터, 바둑의품격 등 성인바둑 시장을 개척했다. 기존에 없던 방식으로 성공을 한 것이다. 바둑 시합은 바둑만 잘 둬도 되지만, 바둑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것은 바둑만 잘 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프로기사 일자리도 많이 창출했다.

 

현재 바둑계에 바른 말하는 사람들은 여자기사들이라는 말에도 공감한다.

 

기사회 게시판에 기사회 집행부의 잘못을 지적하는 글을 보면 여자기사들의 의견이 많다. 비판이 많다. 특히 삼일빌딩 매각 건으로 비판이 많았다. 살 때는 기사회에서 통과했는데 팔 때는 왜 기사회 의견없이 기원이 독단적으로 팔았느냐. 그리고 기사회장은 매각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으면서 왜 기사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냐. 5년 동안 시세가 분명 올랐을텐데 왜 원금 그대로 팔았느냐 등으로 한창 시끄러웠다. 또 아마대회에 프로가 나가는데 이런 일을 독단적으로 처리하느냐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집행부에서는 이런 비판이 껄끄럽겠지만 비판과 감시 속에서 민주주의가 성숙해진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 정확하게 설명해주면 된다. 다만 아쉬운 것은 대다수 대의원들이 사회생활을 안 해봐서 운영에 미숙한 부분들이 보인다.

 

지금까지 큰 문제점을 적어봤다. 다음 시간에는 대안을 제시하겠다. 바둑행정은 한국기원의 역할이 크다. 대한바둑협회는 규모도 작고, 대한체육회 소속이라 할 수 있는 역할이 정해져 있다. 한국기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한국기원은 아직까진 기사들의 역할이 크다. 이 프로들이 개혁이 안 되고서는 바둑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직원들 구조조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프로가 개혁되어야 한다. 개선안은 써도 실행은 안 될 것 같다. 다만 논의라도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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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그래도 빙상연맹에 비하면 바둑은 양반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