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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본격 사누키우동을 전국에 보급시킨 마루가메 제면

 

일본에서 '우동'하면 '사누키', '사누키' 하면 '우동'이라 할 정도로 “사누키우동”의 지명도가 매우 높습니다. 사실 2000년대까지만 해도 사누키 우동을 먹을 수 있는 일본인은 사누키, 즉 시코쿠(四國) 카가와현(香川懸)에 살거나 생활권에 우연히 사누키우동집이 있는 사람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일본 어디서든 사누키우동을 먹을 수 있지요. 이렇게 상황이 극적으로 바뀐 이유가 뭘까요? 사누키운동 전문 체인 “마루가메 제면(丸亀製麺)”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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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현재 일본국내에 약 800점, 해외에 210점의 지점을 갖고 있는 '마루가메 제면'은 주식회사 토리돌(株式会社トリドール)이 운영하는 사누키우동 전문 체인입니다. 토리돌은 1985년에 효고현 카코가와시(兵庫県加古川市)의 '토리돌상반칸(トリドール三番館)'이라는 이자카야(술집)를 모체로 한다네요. 1호점은 2000년에 열린 카코가와점이고, 순조롭게 점포를 늘려가 2010년에는 일본 내 모든 도도부현(都道府懸 ; 한국의 특별・광역시나 도에 상응하는 광역지자체)에 지점을 내면서 일본국내 점포수가 500점을 돌파했습니다(모두 직영점). 2018년 현재엔 일본국내외에서 약 1,000점포가 영업중이랍니다. 당초엔 직영점 위주로 점포수를 늘렸는데 지금은 프랜차이즈(가맹점) 형식의 점포도 있는 모양이네요. 한국 1호점은 2012년에 열린 홍대점이고 현재는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12개 지점이 있답니다. 공식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2代目 女将(2대째 주인)”의 홍보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물론 진짜 주인은 아니고 배우인 마츠오카 마유(松岡茉優)씨입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기세를 보이던 마루가메 제면의 흥미로운 일화를 두 개만 소개해 보지요. 하나는 2013년에 터진 “네가 그러지마”사건입니다. 마루가메 제면은 2013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영업하던 “마루가메 몬죠(丸亀MONZO)”라는 사누키우동집에게 “마루가메”를 상호로 이용하지 말라고 통보합니다. 소송까지는 안 간 모양인데 그 소식이 널리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너네(마루가메 제면)야말로 마루가메시(丸亀市)랑 아무 상관없는데 무슨…”, “마루가메에서 수행한 마루가메몬죠 주인한테 사과해라!!”,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가짜 사누키우동집이 참 웃기네ww”, “니가 그러지마ww” 등 비난하는 소리를 퍼부었습니다. 누리꾼들의 항의가 효과를 발휘한 건지, 마루가메 제면은 몬죠에 대한 요구를 철회했다네요. 실제로 마루가메 제면은 마루가메시와 아무 상관없어요. 

 

“카가와현 1호점 폐업”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 일화입니다. 2015년 사누키우동의 본고장, 카가와현 1호점이 개점 3년 만에 문을 닫게 됐습니다. 이 사건으로 우동현(うどん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카가와현의 무서움을 세간에 널리 알렸지요. 당시 누리꾼들 반응은 “역시 우동왕국은 참 무섭네…”, “가짜임이 들킨 모양www”, “카가와의 우동시장은 경쟁이 치열한데 마루가메 제면은 질과 가격이 안 맞아” 등등. 드라마틱하게 우동현의 자존심을 거론하는 견해부터 냉정하게 시장원리로 해석하는 입장까지 다양한 견해가 있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질과 가격이 카가와에서 이겨낼 만한 것이 아니었다는 입장에 가까운데 “진정 사누키우동을 아는 카가와현민들의 자존심”이라는 해석도 멋진 것 같습니다. 현재 카가와현에 2개 지점이 있던데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지요. (“UDON”이라는 일본 영화를 보면 카가와현민의 일상생활에 우동이 얼마나 깊이 스며들어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예고편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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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메 제면 2대째 주인'역할의 마츠오카 마유 씨.

 

 

2. 메뉴와 주문방법

 

마루가메 제면이 “가짜”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카가와 출신 절친에 따르면 음식을 주문하고 받는 “셀프” 방식은 카가와에서도 볼 수 있답니다. 대충 학교나 회사 구내식당이랑 같은 방식이라 생각하면 되지요. 

 

먼저 쟁반을 들고 우동을 주문하면 바로 삶아줘요. 우동을 받는 자리와 계산대 사이에 덴뿌라 등 각종 토핑음식이 진열되어 있으니 받은 우동 위에 얹거나 토핑음식이랑 같이 비치된 앞접시에 넣고 계산대에 갖다주면 됩니다. 계산이 끝나면 취향에 따라 파나 생강, 덴카스(튀김찌꺼기)를 넣거나 따로 곁들여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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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메 제면 주문방법. 복잡해 보이지만 학교나 회사 구내식당이랑 비슷합니다. 파, 생강, 튀김찌꺼기는 무료라는 게 가난한 필자에게는 매우 고맙지요.

 

주문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있네요.

 

기본메뉴는 두말할 나위 없이 우동입니다. 다만 어떤 국물/간장으로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아마 한국분들이 가장 생소하게 느낄 것이 “釜揚げ(카마아게)” 아닌가 싶은데요. “카마(우동을 끓이는 큰 냄비)에서 거둠”이라는 뜻의 카마아게는 우동을 끓이는 뜨거운 물과 같이 냄비에서 거둔 그대로, 작은 오케(桶 ; 나무통)에 담긴 채 서빙됩니다. 곁들여진 쯔유(つゆ ; 음식을 찍어 먹기 위한 소스)에 찍어먹는데 뜨거운 물 안에 있는 우동사리가 조금씩 부드러워집니다. 카마아게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는 이런 식감의 변화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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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메뉴 라인업. 기본형은 카마아게, 붓카케, 카케, 자루(소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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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아게 우동. 곁들여지는 쯔유에 찍어 먹습니다. 취향에 따라 쯔유에 다진 생강이나 참깨를 넣어도 맛이 있겠네요.

 

냄비에서 거둔 그대로 먹는다는 점에서 카마아게와 유사하지만, 우동사리에 간장을 뿌려 먹는 스타일도 있습니다. 먹는 이가 알아서 뿌리기 때문에 메뉴 사진에는 국물이 안 보이지요. 우동을 밥처럼 먹는 느낌이 드네요. 마루가메 제면에서는 생달걀이나 토로로(다진 참마), 명란 등을 얹어 먹는 게 기본인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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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마타마(釜玉)는 “釜(카마 ; 우동을 끓이는 냄비)”와 “玉子(타마고 ; 계란)”의 합성어일 겁니다. 사진 하단에 보면 “だししょうゆ(우동용 간장)”를 뿌려먹는 것을 강추(◎표시)하면서도 “天だれ(텐다레 ; 덴뿌라용 소스)”를 뿌려 먹어도 괜찮다고 알려주고 있네요(○표시).

 

더울 때나 입맛이 없을 때에 시원하게 먹기 좋은 “자루(ざる ; 소쿠리) 우동”도 있네요. 시원하게 먹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에 일부러 식혀서 제공합니다. 국물은 따로 나와서 찍어먹고요. 자루 스타일을 좋아하지만 따뜻하게 먹고 싶을 경우에는 주문 시 '식히지 말아달라'고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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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 우동. 식힌 우동이니 덥거나 입맛이 없을 때에 먹기 딱 좋을 겁니다.

 

우동을 말할 때 “카케우동”을 빼놓을 수 없지요. 정확히 “카케(かけ)”의 어원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 “뿌림” 내지 “끼얹음” 정도 아닌가 싶어요. 일본어 어감 상 "튀김이나 유부를 얹지 않고 국물만 끼얹은 우동" 정도의 느낌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이어서 "素うどん(수우동)"이라 불리기도 하지요. 아주 간소한 만큼 추가 토핑으로 꾸미는 재미도 있을 겁니다. 필자는 지갑에 여유가 있을 때에는 새우튀김을 얹어 덴뿌라우동으로, 그다지 여유가 없을 때에는 카키아게(かき揚げ ; 썬 양파 등 야채를 튀긴 것)를 얹어 카키아게우동(이것을 덴뿌라우동이라 부르는 가게도 있음)으로, 전혀 여유가 없을 때에는 공짜로 넣을 수 있는 파, 생강, 튀김찌꺼기를 듬뿍 넣은 가난 스페셜 우동을 먹습니다. 

 

카케우동하면 언급해야 하는 게 다시(국물)입니다. 마루가메 제면은 일단 사누키우동 전문점을 표방하는 집이다 보니 크게 말해서 다시가 관서(関西 ;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서일본)풍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필자가 예전에 쓴 글을 참조하도록 하고(링크), 쉽게 말하면 관동(関東 ; 도쿄를 중심으로 한 동일본)풍은 국물이 검고, 관서풍은 하얗다, 이겁니다. 도쿄 우동은 국물이 짜고 간장 맛이 센데 마루가메 제면의 국물은 관서풍답게 부드럽고 아주 살짝 단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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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의 가장 일반적인 스타일이라 생각하는 카케우동은 간소한 만큼 응용범위도 넓은 것 같아요. 국물이 관서풍인 점도 포인트입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고 자주 먹는 “붓카케(ぶっかけ)우동”을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붓카케”를 감히 한국어로 바꾸면 “마구 끼얹음” 정도가 될까요. 우동을 그릇에 담고 붓카케용 소스를 뿌린 거지요. 카케우동의 국물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면 붓카케 소스는 미묘하게 짜고 맛이 진합니다. 때문에 소스 양이 적지요. 개인적으로는 공짜인 파, 생강, 튀김찌꺼기를 많이 넣고 만드는 가난스페셜은 카케우동 베이스보다 붓카케우동 베이스일 때 더 맛이 있는 것 같아요. 튀김찌꺼기가 국물을 많이 빨아들이는 것에 대비해서 붓카케를 시킬 때 국물을 많이 달라고 하는 게 필자의 루틴이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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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카케우동. 카케우동과는 끼얹는 국물만 다릅니다. 진한 국물과 튀김찌꺼기의 조합이 최고지요.

 

우동 외에도 우동을 더 맛이 있게 꾸며 주는 토핑 메뉴, 우동만으로 만족치 못한 분을 위한 주먹밥 등도 있습니다. 한국에도 지점이 있으니 한번 마루가메 제면 한일간 비교를 해봐도 재미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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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대분류. 우동전문점답게 우동을 중심으로 한 심플한 구성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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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핑용 튀김 메뉴는 딱히 생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일본말로 닭고기를 “카시와”라고 부르는 이유가 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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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김 메뉴에는 단호박튀김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열렬지지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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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밥도 있지요. 많이 배고픈데 우동(大)를 먹기는 무리일 것 같으면 주먹밥을 시켜도 되겠네요.

 

마루가메 제면은 수시로 “기간한정 메뉴”를 출시합니다. 기본 메뉴가 딱히 다양하지 않다 보니 단골손님에게는 기쁜 방침인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면서 확인해 보니까 지금은 “牛肉ひらたけ しぐれ煮ぶっかけ” 행사 중이네요. 대충 “소고기와 느타리버섯 조림 붓카케”라는 뜻일 겁니다. 맛이 있어 보이긴 하는데 필자는 그리 자주 다니는 편이 아니라서 일반 메뉴만으로 충분한 것 같고 무엇보다 기간한정 메뉴는 은근히 비싼 게 곤란한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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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초순 기간한정메뉴는 “소고기와 느타리버섯 조림 붓카케”. 메뉴 이름을 봐도 어떤 맛인지 상상이 되지 않아 별로 안 땡기는 것 같아요.

 

 

3. 현장탐방

 

메뉴를 대충 파악했으니 슬슬 현장 탐방을 가볼까요. 이번에 찾아간 가게는 마루가메 제면 카시와역 남쪽출구점(柏駅南口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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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와역에 오시거든 함 들려보시죠.

 

JR 조반센 혹은 도부노다센(東武野田線) 카시와역(柏駅) 남쪽 출구를 나가면 왼쪽 방향 2분 거리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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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R 카시와역 남쪽 출구로 나가서 왼쪽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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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가메 제면 카시와역 남쪽출구점 외관. 점포 바깥에도 자리가 있어요. 봄, 가을에는 밖에서 먹어도 괜찮겠네요.

 

점심시간보다 좀 늦게 가서 그랬는지 손님은 별로 많지 않았습니다. 다른 식당 같으면 기뻐할 사태인데 마루가메 제면의 한가함은 우유부단한 필자에게는 오히려 불편한 일입니다. 마루가메 제면의 주문방법 때문이지요. 사람이 많이 없으면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주문해야 돼서 생각할 시간이 없어지잖아요.

 

게다가 그 날 따라 “오야코동” 홍보판이 자꾸 호소해왔어요. 메뉴 선택의 변수가 확 늘어나면서 심리적 압박감도 세지는 상황. (“오야코(親子)”는 부모와 자녀를 뜻하며, 오야코동은 닭가슴살과 그에 풀어넣은 계란을 익혀 밥에 얹은 덮밥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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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부터 이런 홍보판이 있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날만큼은 막 눈에 들어온 “오야코동” 홍보판. 이 순간에 돈부리(덮밥)류라는 선택지가 뇌리에 새겨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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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한가한 가게. 혼자 오는 손님이 많아서 그런지 테이블석이 별로 없네요.

 

정신이 나가버린 상황에서 첫 번째 관문인 우동 급식대 앞에 선 필자는 거의 조건반사로 “붓카케로… 아, 국물 많이 주시고요”라고, 아무 혁신성 없는 주문을 해버렸습니다. 하지만 방금 본 오야코동 홍보판이 뇌리에 새겨져 있어서인지, 아니면 두 번째 관문이자 평소에는 그냥 지나가는 토핑 코너에 진열된 새우튀김이 텔레파시를 보내와서인지, 무심코 “아, 그리고 덮밥용 공깃밥도 하나 주시고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마루가메 제면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지만 손님이 스스로 덮밥을 만들 수 있게 공깃밥을 팔고 있는 겁니다. 평소부터 도전하고 싶어 했음에도 좀처럼 실현치 못했던 오리지널 덮밥을 이제야 만들어보자고 (절반은 그냥 기세로) 마음 먹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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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이미 주문할 거 정했지?”라고 물어오는 것 같은 오픈 키친 스타일. 이렇게 부엌이 개방된 점포 설계 때문에 마루가메 제면이 성공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로 모든 점포에서 차용하는 스타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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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있는 우동을 먹기 위해 돌파해야 되는 첫 단계는 주문입니다. 손님들의 “흐름”이 있기에 필자 같이 우유부단한 분은 미리 무엇을 시킬지 결정해서 가는 게 나을 겁니다.

 

덮밥용 공깃밥을 시켰으니 이제 무슨 덮밥을 만드냐가 문제지요. 일단 아까 전에 텔레파시를 보내 온 새우튀김은 무조건 먹어야 될 건데 새우튀김만으로는 약간 외롭기도 하지요. 천천히 고민하고 싶지만 여기는 마루가메 제면. 튀김을 선택하다 고민에 빠져서 멈춰버리는 사태는 절대 피해야 됩니다. 필자는 사심을 버리고 오로지 공공질서를 유지하자는 마음으로 이카텐(いか天 ; 오징어튀김)이랑 카시와텐(かしわ天 ; 닭가슴살튀김)을 그릇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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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우동을 받아서는 숨 쉴 틈도 없이 두 번째 관문인 토핑 선택. 진정된 마음으로 사진을 보니까 멘치카츠(メンチカツ ; 다진 고기나 양파 등을 반죽해서 빵가루를 입혀 튀긴 튀김. 고로케와 비슷해 보임)도 있네요.

 

다음 단계는 계산입니다. 우동과 튀김덮밥을 동시에 즐기려는 욕심을 부린 결과 음식값이 무려 770엔(약 7,700원). 비싸긴 한데 붓카케우동(보통・냉), 덮밥용 공깃밥, 튀김 3가지(새우, 오징어, 닭가슴살)가 나란히 놓여진 쟁반이 매우 호화스럽게 보입니다. 겉보기에는 나쁘지 않은 가성비인 것 같지요. 한편 동행 친구는 카케우동(보통), 카키아게(다진 야채 튀김), 카시와텐(닭가슴살튀김)을 선택. 카키아게우동을 만드는 황금콤비에다 카시와텐을 곁들인 꼴이 되었네요. 이것도 나이스인 것 같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무료로 제공되는 파와 생강, 튀김찌꺼기를 먹을 만큼 담으면 완성입니다. 자리에 앉아 맛이 있게 먹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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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증을 보고 새삼 가성비 좋은 것을 실감합니다. 우동 가격이 비교적 싸서 그런가 싶은데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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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이 끝났다 해서 방심하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우동의 맛을 조절하는 다진 파, 생강, 그리고 튀김찌꺼기를 잊지 말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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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시킨 붓카케우동과 스페셜 튀김덮밥 만들기 키트. 무료로 제공되는 파, 생강, 튀김찌꺼기도 듬뿍 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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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시킨 카키아게우동 만들기 키트와 카시와텐. 카키아게는 부피는 크지만 푹신푹신 아주 가벼워서 식감이 아주 좋아요. 적당히 다시(국물)를 빨아들인 카키아게를 먹으면 왜 필자가 황금콤비라 부르는지 깨달을 겁니다.

 

먼저 우동부터 먹어보지요. 마루가메 제면의 우동은 각 지점에서 직접 만들기 때문에 지점마다 식감이 조금씩 달라요. 카시와역남쪽출구점은 약간 부드러운 편인 것 같아요. 그래도 사누키우동은 사누키우동입니다. 도쿄에서 먹는 일반적인 우동보다는 더 쫄깃쫄깃해서 맛이 있어요.

 

씹는 맛을 확인한 뒤에는 다진 파, 생강하고 같이 먹으며 맛의 변화를 즐깁니다. 파가 연출하는 시원함에 이어 생강의 매운 자극이 절묘한 대조를 이룹니다. 생강의 자극이 입 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면 튀김찌꺼기를 우동에 투입하는 차례. 쿨해진 입 안에 들어오는 기름기의 풍미가 새삼 훌륭한 대조를 이루지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파나 생강, 튀김찌꺼기 모두가 단독으로 먹기에는 개성이 센데 그 개성을 든든히 받아들여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붓카케 국물이 갖춘 맛의 진함입니다. 국물 자체는 맛이 농축돼서 너무 진하지만 파, 생강, 튀김찌꺼기라는 개성파와 부딪쳐도 든든하게 받아들이는 파워가 있습니다. 붓카케우동,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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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는 맛이 좋은 사누키우동. 끌어올려도 아름다운 곡선을 유지하는 모습이 우동의 쫄깃쫄깃함을 나타내는 듯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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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이랑 같이 먹어도 괜찮습니다. 카케우동의 다시(국물)를 상대하면 맛이 너무 세지만 맛이 농축된 붓카케우동의 국물과 부딪치면 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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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으로 시원해진 입 안을 기름기 맛이 덮쳐옵니다. 이 대조가 최고입니다.

 

동행 친구는 카케우동과 카키아게를 합체시켜 카키아게우동을 만들어 먹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우동과 카키아게를 따로 먹으며 카키아게의 바삭바삭함을 즐기지요. 그러다 시나브로 국물을 빨아들여 부드러워진 카키아게와 우동을 먹으면 튀김찌꺼기를 넣고 먹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나는 겁니다. 물론 중간에 파나 생강으로 입 안 환경을 조절하지요. 함부로 황금콤비라는 이름을 짓지 않은 점 이해가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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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케우동과 카키아게로 만든 카키아게우동. 탐방 당일에는 안 시켰지만 이것이 우동 오브 우동임을 필자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드디어 튀김덮밥을 만드는 차례입니다. 그릇에 담은 튀김 3가지를 밥에 얹고 튀김덮밥용 소스(일본어로 “たれ(타레)”라고 할 때도 있어요)를 뿌리면 완성. 필자도 처음 해보는 거라서 솔직히 어떤 맛이 될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지요. 그런데 완전히 기우였습니다. 맛이 있는 밥과 튀김이 있는데 내가 할 것은 그냥 튀김을 밥에다 얹는 것 뿐. 소스를 과하게 많이 뿌리는 실수만 안 한다면 평소 “나는 요리 솜씨가 제로”라고 외치는 분들도 아주 맛이 있는 튀김덮밥을 만들 수 있습니다. 맛의 비밀은 역시 전용소스인 것 같은데 따로 안 팔고 있는 것 같아 좀 아쉽네요. 물론 고급 가게에서 먹는 튀김과는 비교도 안 되겠지만 싸고 나름 맛이 있는 튀김으로 튀김덮밥을 만드는 것도 마루가메 제면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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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고급스럽지는 않으나 나름 맛이 있는 튀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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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테이블마다 튀김덮밥용 소스가 마련돼 있습니다. 지나치게 뿌리는 실수만 조심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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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솜씨와 상관없이 맛이 있는 튀김덮밥. 배경에 있는 우동에 튀김찌꺼기가 많이 들어가 마치 “기름기 축제” 같은 모양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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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보다 옷이 큰 싸구려이긴 한데 가격을 감안하면 대만족. 소스를 '적당히' 뿌리는 게 성공 비결입니다.

 

필자 일행은 다 먹은 그릇을 반납대에 갖다주고 가게를 나갔습니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드럭스토어에서 음료수를 사서 마루가메 제면 바로 옆에서 한 대 태우고 귀가했습니다. 평소보다 약간 호화스럽게 먹은 마루가메 제면이었는데 가성비 좋고 대만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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