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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

[딱지] 애덜아! 글높 한 판 때리자!!

2003.11.1.토요일
딴지 문화부


이거 뉴스다. 기억들 나시는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야 마땅한 추억의 놀이 딱지. 기억들 안 나시면 여기를 클릭하시라. (딱지의 세계를 알려주마 1, 2, 3) 바로 이 딱지를 본지, 잡동사니 컬렉션 역사고증 테스크포스팀과 안암동 지정 딱지 명인(그러니깐 본 기자)의 도움으로 정밀한 역학조사 및 자료수집과 세심어린 추적 및 발굴 끝에 급기야 약 2백 세트 가량을 입수하고야 말았다.


더욱이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딱지가 최근 들어 새로 프린트한 놈이 아니라 당시 꺼 그대로, 생채로, 보관상태 매우 A급으로만 된 넘들이라는 거다. 아... 이 순간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본지가 긴급 입수한 딱지덜... 이 고고한 자태를 보시라.


울나라 아시다시피 자원이 없는 나라다. 오로지 온니 오직 있는 것이라곤 본 기자와 같은 뛰어난 인적자원 뿐. 그렇다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이 인적자원을 과연 누가 키웠느냐? 당시에 지금처럼 무슨 학원이 있었냐, 뭐가 있었냐? 오로지 있는 것이라고는 딱지 뿐. 글타. 한국 경제 발전의 초석이 되어준 탁월한 인재들은 몽땅 다 딱지의 전인교육 효과가 불러들인 결과인 거다.


몬 믿겠다구? 그리하여 오늘은 딱지의 전인교육 효과에 초점을 맞춰 다시 한 번 딱지를 디벼보도록 한다. 아... 딱지가 없었다면 본 기자, 그릇된 유년기를 보내 지금쯤 어둠의 나락에서 암바걸려 나뒹굴고 있을지도 모를 일. 감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전국에 산개한 각 동네의 지방색에 따라 그 규정된 룰이 조금씩 차이를 보이지만 아래 리포트에서는 서울 안암동 지역에서 1981~1986년도에 암묵적으로 이행되었던 게임룰을 기본으로 적용하였다.



 아동 수리력 향상에 탁월한 글높/글얖 게임


일단 딱지하면 수리력이다. 솔직히 시인하자면 본 기자, 딱지치기할라구 숫자 공부했을 정도다.







딱지를 잡는 사람이 양손으로 알맞게 딱지를 가른 후 살포시 오른쪽 주먹과 왼쪽 주먹을 내밀어 상대방으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끔 하는 게임이다. 이때 딱지를 잡는 이는 "글높"이나 "글얖(안암동에서는 글낮이 아니라 글얖이라고 했다)", "별높"이나 "별얖"을 외친다. "글높"을 외쳤을 경우 상대방은 두 쪽의 딱지 중 글자수가 높은 쪽을 골라야 하고 "글얖"을 외쳤을 경우 그 역을 선택해야 한다. 선택시에는 자신의 딱지를 걸어 배팅하고 배팅이 끝나면 딱지를 잡은 이는 쥐었던 손을 펼쳐 결과를 확인한 후 자신이 이겼을 경우에는 상대방이 배팅한 딱지를 갖구, 졌을 경우에는 상대방이 배팅한 만큼 준다.


근데 이 게임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숫자를 완벽 마스터해야 한다. 게다가 글자수가 20자이상 가는 딱지도 종종 있어서 매우 고차원적인 수리력을 요구한다. 그뿐이냐. 이 게임의 응용룰은 더욱 복잡하다. 예를 들면 "2장 빼고 글높", "3장 빼고 별얖"이 그런 거뜰이다. 이 응용룰은 딱지를 잡는 이가 쥐었던 주먹을 폈을 시 딱지를 잡은 이가 외친 만큼의 딱지를 빼고 나서 승부를 결정하게끔 되어 있다. 자동적으로 연산규칙을 습득하게끔 되어있는 거다.


또한 돌이켜보면 배팅시 대부분이 풀배팅이었다. 자신의 딱지재력이 허용하기만 한다면 백장, 천장, 만장까지 배팅이 가능했다. 이로써 원대한 호연지기와 웅장한 포부, 거시적 경제관념 따위를 키울 수 있었던 거다. 그때 익힌 스케일 덕에 본 기자, 술먹고 탄력받으면 카드 한도까지 마셔버리는 거 아니겠냐? 암튼, 딱지... 아동 수리력 향상에 졸라 도움된다.



 심폐기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최불암 파~ 게임






파~ 게임은 게임 참가자의 합의에 따라 1~1000000장까지 합의된 딱지를 그림이 하늘로 향하게끔 땅 위에 배열한 후 정해진 순서에 따라 호흡을 이용 뒤집어먹는 게임이다.


근데 이 게임의 승리 포인트는 심폐량의 크기에 달려있다. 오로지 자신의 호흡만을 이용해 딱지를 뒤집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의 구강구조를 적절히 이용, 최대한의 호흡을 불어제껴야 한다. 따라서 이 게임을 오래하다 보면 산소부족으로 인한 "머리띵함 현상"이 유발되는데 이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 게임 참가자들은 부지부식간 복식호흡을 습득하게 되고 심폐기능 향상효과를 보게 된다.


본 기자, 줄담배를 그렇게 피워대도 아직까지 멀쩡한 것 보면 어릴 때 이 게임을 통해 단단한 심폐능력을 길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역시나 아님 말고~



 근력강화 및 지구과학 학습에 탁월한 날려먹기 게임







날려 먹기는 분필 또는 흔히 볼 수 있는 돌맹이로 기준선을 정해놓은 후 새끼손가락을 이용해 누가 딱지를 멀리 날리느냐 하는 게임이다. 가장 멀리 날린 자가 승자가 되어 바닥에 떨어진 나머지 딱지를 갖게 된다.


이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새끼손가락의 파워다. 따라서 새끼손가락에 파워를 집중시키기 위해 자연스레 상완이두박근과 삼두박근, 할배근에 힘이 가해지게 되며, 딱지를 잡고 있는 손의 악력 또한 증가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고른 근력발달을 가져오는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 게임은 오직 힘으로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게임 당일 바람의 풍향, 바람의 세기를 파악해야 하며, 딱지가 날아가는 탄도와 궤적 역시 염두해 두어야 한다. 고로 이 게임을 하다보면 근력발달 뿐만이 아닌 지구과학 및 물리학을 습득하게 된다. 한 마디로 전인교육 효과를 가져오는 딱지 게임의 꽃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물리법칙 및 토론능력 배양효과, 붙여먹기 게임







담벼락 혹은 전봇대 등에 1.5m~1.8m 높이의 기준선을 정해 놓고 게임 참가자들은 가위바위보를 통해 순서를 정한 후 기준선에서 지표면으로 딱지를 떨어뜨린다. 그렇게 떨어뜨린 딱지가 땅에 떨어진 딱지와 붙으면 바닥에 떨어진 모든 딱지를 갖게 된다.


이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낙하지점의 포착이 중요하다. 따라서 낙하지점을 포착하기 위해 게임 참가자들은 중력의 법칙 및 관성의 법칙을 깨우쳐야 한다. 정확한 계산에 따라 제대로 된 낙하지점을 예측하는 것만이 이 게임의 승률을 높이는 길이다. 고로 본 게임을 통해 게임 참가자들은 물리법칙을 익히게 된다.


또한 이 게임은 게임 참가자들끼리 딱지가 붙었네, 안 붙었네 하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때 소수 몰지각한 참가자들은 힘으로 해결하려 들지만 그런 이들일수록 딱지계에서 퇴출당하기 마련이며, 오히려 이와 같은 문제 봉착시에 참가자들은 논리력을 바탕으로 한 토론을 펼치게 된다. 탄탄한 논리와 차분한 설득만이 딱지증식의 지름길인 바, 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빼어난 토론능력을 길러야만 했던 거다. 그때 기른 논리적 설득력 덕분에 본 기자, 오로지 이빨 하나로 지금껏 마케팅 일 하면서 세상을 버팅길 수 있었던 거 아니겠냐?
 


 인성발달에 특효, 손장풍 게임


이 게임의 명칭은 전국적인 통일이 안되었기에 일단 본 기자 꼴리는대로 <손장풍 게임>이라고 붙여봤다. 본 기자 어렸을 시 이 게임을 하고자 할 때는 지표면에 손을 둥글게 만드는 액숑을 취한 후 "이 게임 할래?"라고 말했던 것으로 보아 아마 안암동 지역에서도 이 게임에 대한 정식명칭은 없었던 것 같다.







이 게임은 파~ 게임과 같은 원리로 상대의 딱지를 뒤집으면 승리하는 게임이다. 대신 파~게임처럼 자신의 호흡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을 이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하다 보면 항상 특별한 사건이 생기게 된다. 대부분의 애덜은 다 오른손을 이용, 게임을 하는데 왼손을 이용해서 게임을 하는 참가자들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왼손으로 게임하는 넘 딱지는 딱지가 아닌감?"하며 실제 게임에 참가하는 유저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게임을 하기 마련인데, 꼭 구경하는 동네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그 친구들을 보고 "짝배기"라며 은근한 위압과 협박을 넣는 것이다.


이럴 경우 당시 게임 참가자들은 단란한 유저간에 위화감을 조성하는 아저씨들을 피해 경기장을 옮기곤 했다. 그리고 그때 그처럼 우리를 결속시켰던 건 "딱지는 다 똑같다"는 만딱지평등사상. 글타. 딱지는 다 똑같다. 왼손잡이 딱지라고 더 나쁘고, 오른손잡이 딱지라고 더 좋고 그딴 건 엄따. 이렇듯 본 게임을 통해 참가자들은 코스모폴리탄한 인류애와 평등정신을 기를 수 있었던 거다. 아... 본 기자, 만약 유년기를 딱지치기로 보내지 않았더라면 지금과 같은 훌륭한 인품을 가질 수 없었을 거다.



 "세상은 함께 살아가는 거야", 뿌리기


글타. 세상은 나 혼자 사는 게 아니다. 뒷집 짝순이, 코찔찔이 찬식이, 울보 종수, 얍삽이 용석이 할 거 없이 몽땅 다 함께 사는 거였다. 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된 것 또한 딱지 덕분이다.






일명 "뿌리기"는 동네 아이덜의 딱지를 몽땅 거덜내 춘추전국시대를 통합한 자만이 할 수 있는 전대미문의 퍼포먼스로 자신이 벌어들인 딱지를 언제 어디서 뿌리겠다고 미리 통보를 한 후 통보당일 아무 미련없이 자신의 피 같은 딱지를 수많은 딱지유저들에게 뿌려버리는 행사다.


이 뿌리기 행사가 있는 날이면 동네 아이들 집결율이 99%였다. 그뿐이냐? 진정한 우정과 자선의 참뜻을 깨우치게도 해주었다. 그리고 이 뿌리기 행사를 통해 딱지를 챙기게 된 이들은 평소와 같이 다시 딱지를 즐길 수 있으므로 딱지가 없다고 딱지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던 거다. 오... 이 거룩한 인간애여.


우리는 이처럼 이미 어렸을 때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몸으로 배우고 익혔다. 사회기부행위가 재벌들보다 서민들한테서 더 많이 나오는 것 또한 과거 이처럼 우리에게 산교육을 시켜준 딱지 덕분이 아니겠냐? 근데 울나라 가진 자들은 기부행위는 고사하고 세금조차 제대로 안 내니, 원… 정부는 탈세하는 재벌들 모아놓고 빡세게 딱지치기를 시켜야 한다. 씨바!





우리 조카만 봐도 그러는데… 애덜 도통 놀 시간이 엄따. 학교 끝나면 릴레이 학원 이어 달리기. 집에 오면 저녁이다. 놀아야 될 애덜이 학교 끝나고 놀질 못하니 밤에 잠 안 자면서 컴터 앞에 앉아 논다. 본 기자 PC 게임 <디아블로>에 한참 빠졌을 시에 퇴근하고 와서 하던 모습을 이제 초등학생 꼬마 애가 하고 있는 거다. 참말로 측은해 죽겠다.


돌이켜 생각하면 본 기자 어렸을 때 놀던 것들. 그게 단지 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딱지, 구슬치기, 망까기, 찜뽕, 오징어... 요걸 하면서 본 기자, 자빠라져서 물팍이 확 까져도 울지 않는 법을 배웠고, 친구를 사귀는 법을 배웠고, 힘 세다고 못되게 구는 넘 물리치는 법을 배웠고, 환하고 순수하게 웃는 법을 배웠다.


요렇게 많은 것을 알려준 옛날 놀이들. 빠른 경제성장 덕분일까? 이제는 무엇 하나 남아있는 게 없다. 뭐 그렇다고 지금 애덜한테 딱지를 주면서 딱지 갖고 놀라고 할 수는 없는 일. 그보다 더 재밌는 게 원체 많이 나왔어야지. 하지만 본 기자가 어렸을 때 놀면서 울고, 웃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만은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돈 때문에 웃고, 여자 때문에 울고, 술로 지새는 지금의 내 모습과는 달랐던... 딱지 때문에 울고, 친구 때문에 웃고, 엄마한테 혼나는 줄도 모르고 밤이 까맣게 찾아왔는데도 골목 백열구 밑에서 까르르 뛰어다니던... 그 당시 그 추억과 그 마음은 말이다.


아... 생각난다. 그 때 그 친구들. 코찔찔이 찬식아, 종수야, 용석아. 니덜 지금 모하냐? 올만에 글높 한 판 때릴까?







아참... 글의 앞 머리에서 밝혔던 내용을 까져먹었다. 아... 아직 딱지치기를 덜 했나부다. 머리가 일케 나쁘니... 본래 이 기사의 주제는 본지가 근래에 새로 프린트된 넘이 아닌, 과거 당시 그대로의 딱지를 약 이백세트 가량 입수하였다는 거다. 만쉐 삼창!


암튼 그리하여 본지 이 이백세트 가량의 딱지를 니덜에게 판매하기로 했다.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더 입수할 가능성도 있다만 아직까지는 요게 한계다. 그러니 거덜나기 전에 후다닥 마련하시라. 언젠가 딴지배 전 직장인 딱지대회가 열릴 그 날까지... 졸라!


그럼 딱지 구경 한 번 해볼까나?


 
딱지 기사 쓰다가 괜히 친구생각이 나 버린
 아라곰 (sadly@ddanz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