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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8.17.월

딴지사회부 기자



아래는 당시 탑승객이었던 장석수씨가 보내온 내용이다.






업무차 동경에서 오는 길에 KAL 불시착 비행기를 타게 되었습니다. 승무원의 태도 및 안전운항 불감증에 대한 언론에 국민들이 분노하는 것 같고, KAL은 해명하느라 노력하는 것 같아, 당시의 상황을 체험한 사람으로서 말하고자 합니다.

물론 KAL 승무원 이지숙님의 글도 읽었고 KAL은 절대 안탄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글도 읽은 상태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저는 이지숙님의 그때 상황을 100% 인정하면서 당시 상황을 몇가지 부연 설명하겠습니다.


1. 언론에서 말하는 승우원이 도망갔다는 말은 승객중에 일부 잘못 판단하여 말한 것 같습니다. 저도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와서 암흑같이 어두운 풀밭위에서 우왕조왕할 때 여승무원이 맨발로 뛰어오면서 비행기가 폭발할지 모르니 반대편 활주로를 향해서 뛰세요. 라는 소리에 아직 안전지대가 아님을 알고 뛰었고, 다른 승객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때 여승무원이 왜 맨발이었는지 이지숙님의 글을 읽고 고무 슬라이드에 손실을 주지 않기 위한 행위라는 것을 이해하였으며, 만약 몇분위에 폭발했으면 비행기 주위에 있었던 사람들도 살지 못했을 겁니다.(최소한 100여명 이상) 아직 비행기 폭발이 얼마나 크고 위력적인지 모르니까요.

2. 비행기 도착때 쿵탕 거리는 소리에 어느정도 상황의 심각성은 인지했지만 평소보다 조금 심한다 는 정도로만 인지했습니다. 그때 불이 꺼지면서 안에서 불이야 라는 소리에 비로서 심각성을 인식했고 탈출구로 뛰어간 것입니다.

저 자신도 그 절명한 상황에서 회사서류를 챙기고 있었고 만약 이것을 소실하면 회사 목적상 일본간 출장이 말짱 꽝이 되어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안일하게 대처한 거지요. 그때 외치는 불이야 비상탈출 등등의 소리가 없었으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3. 승무원의 노력
저는 이미 비행기를 빠져나온 상태에서 아직 못나온 승객들을 위해서 비행기안에서 분주히 돌아다니는 승무원을 볼 수 있었으며,   만약 저비행기가 터지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KAL의 잘못

1. 안내방송 부족입니다.
제주도로 가게된 경위를 한참 뒤인 군산 상공위에서 알게 되었으며, 한국말고 영어로만 하는 것 같았고 제주에서 다시 서울로 가게된다는 방송도 일본어를 들어보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저는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왜 군산에 내리지 않고 그 먼 제주도까지 가느냐고 물었지만, 한국어가 안되는 외국인은 영문도 모르고 앉아 있었겠지요.

근처에 있던 흑인은 영문도 모른채 앉아 있었고, 제 자신도 저 외국사람은 답답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100명 이상의 일본인 승객은 얼마나 답답했겠습니까? 아마 승무원들의 외국어 수준이 비행기 뜨고, 내리는 정도이지 이런 비상상황에 대해서는 별 교육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2.안전불감증입니다.
서울에 기착하지 못하고 제주도로 가게 되었을 때는 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했으며, 무리할 것 같으면 제주도에서 하루 묵어야 했을 겁니다.

밤 9시30분 이후에는 김포공항의 착륙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사고 비행기는 10시 이후에 도착했고, 그러다 보니 비상구급차 , 소방차, 버스 등이 사고 후 신속하게 나온다는 것이 무리였습니다. 아마 IMF라 제주도에 묵을 비용이 만만치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3. 사후처리 미숙
대합실에 버스로 온 후에 누구도 관리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집이 분당이라 집도 멀고, 막차 버스도 없는 상황에서 막막한대 이러한 사고 후에 사후처리가 미흡한 것 같았습니다.

비행기 사고 속의 극한상황에서 취하는 각국민의 태도

1. 흑인 : 악을 꽥- 꽥- 지르며 히스태리 반응을 보이면서 가장 먼저 밖으로 뛰어나가는 것입니다. 아마 그 흑인은 문을 열자마자 슬라이드가 펴지기도 전에 점프를 했을것입니다.

2. 일본인 : 울기부터 하는 것입니다.
그 울음이 안전지대에 와서도 울고, 비행기 대합실까지 와서도 악몽이 살아나서인지 우는 것입니다. 일본 야구나 축구를 보면 여자 아이들이 우는 것을 자주 보곤 했는데 비슷한 현상이었습니다.

3. 백인 : 역시 침착한 것 같습니다.

4. 한국인 : 삶과 죽음이 목전에 있는데도 물건을 들고 뛰는 사람은 역시 한국인! 이지숙씨가 지적했듯이 안전을 위해서 짐은 놓고 가야하는데 불에 타면 안되고... 다시 오기도 귀찮고... 역시 산다는 전제로 모든 일을 하는 것 같습니다. 저 포함...이런 정신으로 산다면 IMF도 무섭지 않을 텐데....그리고는 오늘의 사고를 IMF로 돌리는 평론까지 하는 것입니다. (비행기 활주로 위에서 승무원이 피지 말라는 담배까지 펴가면서...)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이런 생각이 IMF를 만들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부실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국민으로서...

곧 사고가 터지는데도 자기일, 자기명분만 챙기는 국민으로...



물론 사고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할 대한항공은 비난을 면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당시 사고 직후 뱅기에서의 승무원 사고대응은 훌륭하게 제대로 이루어진 것이었다는 것이 딴지의 결론이다. 오히려 승객이 문제였지.

이것으로 한껀 올렸다고 생각하고 마구 승객들쪽 시각만 전달한 MBC의 오보에 대한 검증은 끝난 것 같고, 이제 본지는 슬슬 당시 이지숙씨와의 인터뷰나 언제 함 해볼까 한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는 독자투고란에 이지숙씨 나오라는 고함 좀 쳐주시기 바란다.

근데 지난 토욜(8/15) 주병진 나이트쇼에서 해명기회를 줄 것처럼 이지숙씨를 불러놓고 옆에 앉아 있던 임모교수는 왜 지혼자 열변을 토하고 난리를 쳤나.. 그럴려면 차라리 부르지를 말던지. 사고대응을 훌륭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누명을 입어 해명하러 나온 승무원에게 기회를 준건지 대한항공 질타하라고 부른건지 분위기 파악 못한 그날 임모교수는 한마디로 삽질하는 찐따였다는게 본지 생각이다.

자 이제 당시 승무원 분들은 영차영차 힘내시고, 조또 대한항공은 자폭하라 ! 

 


- 딴지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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