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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변방의 과학 - ② 다윈주의를 넘어선 공생진화론


2009.6.18.목요일


 



다윈의 진화론은 적자생존의 법칙이라는 경쟁과 승리의 이데올로기로 작용하였다. 진화하기 위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어떤 것은 도태되고, 적자생존을 위해 어떤 것은 배제되어 최후에 선택된 종만이 살아남는다는 살벌한 승리중심주의적인 생각이 다윈의 자연관에 있다. 그러나 꽃과 나무, 짐승과 벌레 들은 경쟁의 원리에 의해서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자연은 경쟁의 생사를 넘나드는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러한 질문은 생태주의자들에게 자주 나오던 질문이다.


“양육강식은 원래 자연의 법칙이고, 따라서 사회도 자연법칙에 따른다”라는 어른들의 말이 웬지 꼴통스러운 데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은 먹이를 위한 쟁탈전을 벌이는 경쟁의 공간이 아니라, 여백과 생성의 공간이며, 공존을 위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꼴통스러운 어른들은 다윈의 과학을 제시하면서, “봐라! 다윈도 이렇게 얘기하지 않았니?”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이런 생각에 도전장을 내민 사람은 최근의 생태학자 마굴리스여사이다. 그녀는 세포를 연구하면서 하나의 의문을 갖게 되었다. 세포의 원핵질, 미토콘트리아, 핵 등은 도대체 어떻게 생긴 것일까?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 사람들은 대부분 무심결에 대답하곤 한다. ‘그건 자체적으로 알아서 생기지 않았는가’라는 생각이 그것이다. 특히 그녀는 진핵세포에 들어있는 모든 유전자가 세포핵에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해서 흥미를 느낀다. 이 현상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흩어져 있는 유전자들이 박테리아에서 나온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보다 큰 세포에 더 작은 세포가 들어가 있으며, 그것은 박테리아와 미생물들을 포함한 장기적인 공생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공생진화의 놀라운 현상은 미토콘트리아라 불리는 진핵세포 내의 발전소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토콘트리아는 세포호흡을 담당하고 있는데, 독자적인 유전물질을 가지고 있고, 세포의 나머지 부분과는 다른 유전물질을 독립적으로 생산한다. 마굴리스 여사는 미토콘트리아가 원래는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던 박테리아였고, 아특한 과거에 다른 미생물(더 큰 세포)에 침입해 들어가 그 속에서 항구적인 자리를 잡게 되었다고 추측한다.



마굴리스 여사의 공생진화론이 발표되자 기성의 진화론자들은 엄청나게 반발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 유기체에 무슨 역할을 한단 말이요?” 특히 자연속에서 경쟁만을 주장하는 사회다윈주의자들의 반발은 거세었다. 마굴리스와 세이건이 공동으로 쓴 <마이크로코스코스>에서 그 두 사람은 “생명은 전투에 의해서가 아니라 연결망의 형성을 통해 지구를 장악했다” 고 말한다. 마굴리스여사의 공생진화론은 그간 꼴통스럽게 경쟁논리를 주장하면서 근거로 내세웠던 다윈의 진화의 세계관을 넘어선 새로운 패러다임의 세계관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마굴리스 여사의 공생진화론은 자연의 미생물이나 박테리아, 해충이라고 불리는 벌레, 동물, 식물이 공존하고 있는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투쟁으로서의 자연관을 설파하는 신다윈주의자들이나 사회진화론자와는 괘를 달리한다. 마굴리스여사가 여성이었기 때문에 공생진화론을 주장할 수있는 감수성을 갖고 있었다는 것도 일정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만약 꼴통스러운 다윈적 자연관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면 생각해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마굴리스 여사는 <코스모스>와 <마이크로코스모스> 저자로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는 칼 세이건의 첫 번째 아내였으며, 제임스 러블룩의 가이아이론에도 중대한 기여를 했다.


미생물세계의 소우주에 대해서 말하자면 바이러스도 예외일 수 없다. 신종플루라는 바이러스에 대해서 신문이나 방송은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두어야 하는 것은 바이러스 감염우려 때문에 밖에 나갔다오면 손을 닦고, 마스크를 하는 등의 위생개념을 강화할 것이 아니라, 자가면역력에 기초한 섭생 개념으로 바이러스와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미생물에 대한 공포는 벌레, 곤충을 해충으로 보는 시각과도 같다. 자연의 모든 것들을 혐오하고 파괴하고 죽이려는 생각이 여기에 있다. 우리 몸은 무균상태에서 있을 수 없다. 약물요법도 결국 바이러스와 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에 불과하다.


내친김에 한마디 더 해보겠다. 공생진화론이 시사하는 바는 미생물이 없는 세상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상황도 마찬가지이다. 반민주적인 정치가 있으면 민주주의는 자가면역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 그렇다고 바이러스가 어디든 있듯이, 성공주의/승리주의의 파멸적 욕망은 어디서든지 도사리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 안에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독소와도 공존하면서도 우리 자신의 몸의 자가면역력인 민주주의의 행동의 역량을 향상시켜야 한다. 그래야지 우리의 몸인 민중도 살고, 민주주의도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 앞에는 더 많은 시련이 기다릴지도 모른다. 우리는 더 강해지고, 대담해 져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민주주의의 자가면역력을 높일 것이다. “대담해져라! 대담해져라! 대담해져라!” 독일의 한 혁명가가 팜플랫에서 썼던 슬로건이다. 그리고 모진 억압에 맞섰던 라이히 박사처럼 얘기해 보자. “들어라 소인배들아!” 들리는가? 이 소리가, 저항은 우리의 몸에서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몸은 미생물에 면역력을 갖고 있고 공생마저도 하고 있는 생명이며, 무의식이며, 삶의 욕망이며, 민중이다.


신승철(redshand@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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