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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아이템 현거래의 실체 - 1부 (이론편) 아이템 현거래에 대한 고찰.

 

2009.9.15.화요일
필리온

 

 

시작에 앞서

 

현질.
이 두 글자로 대변되는, 아이템 현거래를 모르는 분은 아무도 없을 거다. 게임을 하든 안 하든, 20세기의 한국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들어봤을 그 용어, 현질.

 

현질이라고 하면, 일단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는 분들이 많을 거라 짐작한다. 이 글에서 현질의 법적 판단이나, 윤리적으로 좋고 나쁘고를 논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전자의 경우 워낙 많이 다루어졌기 때문이며, 후자의 경우는 쉽게 잘라 말하기 힘든 문제이기도 하고, 수많은 토론을 해보아도 좀체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이기도 하므로. (게임 회사의 인턴, 진급자 교육, 공채 채용자 연수 등의 단골 토론 주제로 선택되는 것이 바로 아이템 현거래에 대한 토론이다. 필자도 경험해본 적이 있다. -_-)

 

다만 아이템 현거래라는 것이 왜 발생하며, 어느 정도의 규모로 이루어지는가 등등에 대해 디벼보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며, 흥미도 있다. 그래서 여기서는 아이템 현거래라는 현상의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그 현상 자체의 원인과 현황에 대해 한번 살펴보려 한다. 내 글이 언제나 그렇지만, 그냥 가볍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다.

 

 

 

현거래의 시작

 

인간이란 동물은 화폐가 등장하기 전에도 이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어떻게든 구하려 노력하곤 했다. 화폐라는, 재화에 가치를 매기는 수단이 등장한 후에는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유·무형의 재화를 사고 팔 수 있게 되었다. 그게 물건이든, 식량이든, 집이든, 심지어는 사람이든... 이 세상에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은 그다지 많지 않다. 지금 당장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주위의 물건 중,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것이 몇 개나 있는지.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재화들 역시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당장 지금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운영 체제 - 공짜로 쓰는 분도 물론 많으시겠지만... - 라든가, 문서 작성을 위해 사용하는 오피스 등등. 그리고 여가 시간에 즐기는 온라인 게임을 위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조금씩 비용을 지출하고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고 있지 않다면 그 게임은 곧 서비스를 종료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사료된다.)

 



정품을 쓰지 않는 현장. 제 컴퓨터 절대 아님.

 

이러한 재화에 대한 지불은, 당연한 얘기지만 대개 그 재화의 제공자에게 귀속된다. 윈도우와 오피스를 사용하는 대가는 공공의 적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바치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비용은 프리섭이 아닌 이상 게임 회사에게 지불하고 있을 것이고.

 

그런데 온라인 게임의 경우, 조금 특별한 형태의 비용 지출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게임 회사에 대한 지불이 아닌, 같이 게임을 하는 유저들에게 내는 돈이다. 바꿔 말하면, 오늘의 주제인 아이템 현거래를 위한 지출이다.

 


현질, ok!

 

물론 모든 사람들이 아이템 현거래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같은 유저들에게 칼을 사고 방패를 사기 위해, 세종대왕님을 드리고 있다. 아니, 대체 왜 게임 회사에 비싼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모자라, 같은 세계 속의 게이머들에게까지 돈을 줘야 한다는 말인가? 대체 왜 제공자도 아닌 동등한 입장의 사용자들에게까지 돈을 쳐바르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 건가?

 

그 이유는 지금부터 생각해보자.

 

 

 

현질의 이유

 

현질을 하는 이유는 뭘까?

 

단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다. 아이템 현거래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온라인 게임 내에서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왠지 계란 프라이를 계란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현거래의 발생 원인은 저 한 마디로 충분히 설명될 수 있다.

 

온라인 게임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는 얘기는, 그 내부에서 어떤 가치를 지닌 재화가 창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재화가 모두에게 동등하게 나눠지지 않기 때문에, 서로 재화를 많이 갖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는 의미로 연결된다. (이 노력은 대부분의 경우 온라인 게임의 궁극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은 몰입도가 남다른 놈이라, 게임을 위해 투자하는 현실 속의 비용과 시간 역시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시간은 곧 돈이므로,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온라인 게임을 위해서 상당한 돈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므로 그 게임 내부의 재화를 얻기 위해, 그 무엇이든 살 수 있는 현실 속의 위대한 그 이름, 돈을 쪼끔 더 사용한다는 심리가 그렇게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사실 단순히 이 정도의 얘기로는, 대한민국의 어마어마하게 활성화되어 있는 아이템 시장, 아이템베이와 아이템매니아 등의 거대 아이템 거래 대행사들이 벌어들이는 그 많은 수익을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사실 외국 어느 나라를 봐도, 이 정도로 화끈하게 온라인 게임의 현질이 공식적으로 활성화된 나라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왜 이렇게, 유독 우리 나라에서 아이템 현거래가 잦은 것일까?

 


하루에도 이렇게 많은 거래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유는 물론 수많은 사람들이 분석했듯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우리 나라는 온라인 게임 1위인 나라이므로 생기는 당연한 현상이다, 사실 게임이라는 것에서 현금 거래라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필연적인 현상이다, 우리 나라의 국민성이 원래 좀 그렇고 그렇다 등등. 사실 다 맞는 말일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게임 디자인의 영향이다.

 

 

 

 필요

 

한국 온라인 게임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게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이름 하나를 딱 짚을 수 있다. 바로 리니지다.

 


리니지2의 캐릭터 일러스트

 

그리고 리니지라는 이름을 언급하면, 그 어느 장소에 운을 띄워도 항상 나타나는 수많은 욕설을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욕설 중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필수 문구는 다음과 같다.

 

현질 조장하는 쓰레기 게임.

 

일단 현질을 불러일으키는 디자인 - 물론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 이 쓰레기라는 논리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겨두도록 한다. 그보다 먼저 현질을 유도할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의 조건이 뭔지부터 알아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의 전제를 기억해 두어야 한다.

 

[ 온라인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현금을 써서 사는 것은 아이템이다. 혹은 그 아이템을 살 수 있는 큰 돈이다. ]

 

물론 계정 거래도 이루어지긴 하지만, 아이템 거래에 비하면 매우 적은 숫자에 불과하다. 계정 거래는 잠시 후 나올 조건 중 1번이 만족된다면 어느 정도는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요소이긴 하나, 이처럼 거대한 아이템 시장을 이끌 만큼의 숫자는 절대로 될 수 없다. 계정이라는 것은 게임을 즐기는 캐릭터, 즉 유저의 분신이며, 이를 현금으로 구매하는 것은 사실 육성이라는 재미를 거의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즉, 온라인 게임의 현질이라는 것은 대부분 아이템 거래를 뜻한다. 게임상의 화폐를 거래하는 경우도, 특정한 아이템을 구입하기 위한 용도가 대부분이다. 보다 간단하게 가치를 매길 수 있기 때문에, 보다 빠르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편의상 게임상의 화폐를 거래하는 일이 더 잦은 것뿐.

 

이러한 아이템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한 게임 디자인의 조건이, 네 가지 있다.

 

1) PVP가 활성화되어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얘기다. 어떻게든 유저 간의 경쟁을 최대한 유발해야 한다. 꼭 PVP가 아니라 뽀대라든가, 데미지 미터와 같은 요소들도 있겠지만, PVP만큼 훌륭한 경쟁 유발 요소는 단언컨대 없다. 100미터 달리기에서 패했을 때의 패배감과, 멱살을 움켜쥐고 주먹을 휘두르며 싸우다가 패했을 때의 패배감은 결코 같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를 위해 현실 속의 돈을 쓰진 않겠지만, 후자는 얘기가 다르다. 만약 현실에서, 어느 다른 차원에서 돈을 좀 끌어 쓴다면 주먹이 몇 배로 세진다고 하자. 여러분은 그렇게 해서라도 강해져서 패주고 싶은 누군가가, 살면서 단 한번도 없었나?

 

2) 아이템의 거래가 쉽다.
1번을 만족한다고 해도, 게임 자체가 아이템을 거래하기가 곤란한 디자인이라면 현거래는 이루어지기 어렵다. 바로 귀속이라는 개념이다. 모든 아이템을 귀속시킨다면, 현거래는 발생할 수 없다는 데에 손목을 걸어도 좋다. (이것도 말하다 보니 계란 프라이를 계란으로 만든다는 사실에 손목을 거는 것 같...) 물론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만, 최고급의 아이템을 귀속시키는 것만으로도 현거래를 상당히 감소시킬 수 있다.

 

3) 재화의 획득이 굉장히 힘들다.
아무리 거래가 쉽다고 한들, 조금만 게임을 하면 아이템을 구할 수 있다면 굳이 피같은 현실의 돈을 들여 게임상의 아이템을 살 이유가 없다. 레벨업을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아이템을 구할 수 있거나, 혹은 구할 만한 돈이 마련이 된다면, 굳이 현질까지 할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그래도 하는 사람들은 존재하겠지만, 그 숫자는 적어도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재화의 획득이 힘들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재화의 소모가 급격하다는 뜻도 된다.

 

4) 아이템들 간의 성능 편차가 매우 심하다.
위 3번과 연결해서 생각해보자. 아이템 간의 편차가 별로 없다면, 그냥 획득할 수 있는 적당한 아이템을 구해서 플레이해도 별로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성능의 편차가 심하다면, 가능하다면 좀더 좋은 아이템을 구하고 싶은 욕심이 인간이라면 당연히 생겨난다. 만약 아이템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데에 한계가 없는 경우, 현거래는 최고조에 달할 것이다.

 

이번 기사는 여기까지...

 

구체적인 게임명을 통한 위 사항들의 보다 자세한 언급, 그리고 아이템 현거래 현황과 현거래의 본좌 등에 대해서는 다음 기사에서 계속해서 다루도록 하겠다. 즐겁게 게임하시라.

 

 

 

필리온(phylli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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