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새누리당 당직자 면접에서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육군 중장 출신 황진하 사무총장이 면접자들에게 인사 대신, “차렷! 경례!”를 하도록 시키고, 이런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이 중에 데모해 본 사람 있느냐“
"새누리당은 데모해 본 사람이 없는 당인데 데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우선 새누리당에 데모해 본 사람이 없다는 구라는 언급할 가치가 없으니 제끼고, 황 총장의 데모 질문은 사상검증이 아니냐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얼마 전 아모레퍼시픽 면접 과정에서도 국정교과서 찬반 여부를 물어 논란을 일으킨 바 있고, 행정고시, 우리은행, 한국관광공사 등 숱하게 많은 면접에서 지원자들의 정치 성향을 확인하는 듯한 질문이 날아왔다. 이 지경에 이르니 취업 중 사상검증을 안 하면 허전할 것만 같고, 그까짓 질문 거짓말 하고 넘어가면 된다며 큰 일이 아닌 것처럼 무덤덤해 지기도 했다.
이 기사는 이와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일을 당한 A 씨의 이야기이다.
사건을 초 간단히 요약하자면, 청와대 행정인턴에 지원한 A 씨가 최종 면접까지 합격 후 기나긴 신원검증을 거쳐 출근 통보를 받았으나, 몇 시간 후 청와대에서 번복, 탈락했다.
그냥 전달 오류라거나, 실수라거나 하는 ‘사정이 있었던 거 아냐?‘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맞다. 분명 어떤 ’사정‘이 있었을 텐데, 그게 단순 실수인지 아닌지는 인터뷰를 읽고 직접 판단해 주시라.
(이하 코코아 코, A 씨 A)
코: 우선, 간단하게 소개를 부탁합니다.
A: 그냥 사진했던 사람이고, 나이가 인턴 하기에는 참 많아요. 아마 최고령 인턴이었을 겁니다. (웃음)
코: 지금은 회사 다니고 있나요?
A: 사진도 찍고 관련 일도 하고 있어요.
코: 프리랜서?
A: 네.
코: 원래 정치에는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A: 관심이 많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운데, 그냥 정치에 관심이 많은 게 아니라, 말도 안 되는 이런저런 일들에 화가 날 뿐이죠.
코: 처음부터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청와대에서 대통령 사진 찍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지원을 하셨다고요?
A: 네. 좀 생활이 무료했거든요.
코: 정말 그 재미 하나만 가지고?
A: 네.
코: 대통령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지금 현 대통령이요?
코: 네.
A: 그건 노코멘트 할게요. 제가 존경하고 좋아하던 전직 대통령은 있었죠. 근데 인턴 합격하고 나서는 이렇게 생각했죠. 그래도 바로 전임 대통령보다 정말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는 있으신 것 같다. 그게 조금 형태가 다르긴 하지만.
코: 그런 느낌은 확실히 있죠.
A: 뭔가 특이하게 사랑하는 거긴 하지만. 암튼. 나라를 사랑은 한다. 분명. 전임 대통령 같은 경우엔 나라를 사랑한다기보단 자기 자신이나 그런 걸 많이 사랑하셨던 것 같고. 그래서 내가 예쁘게 찍어 드리고, 예쁘게 작업해 드리고 해야지 했어요.
면접 때 그 얘기를 하더라구요. 면접관분들이 VIP라고 표현하시더라구요. VIP가 아무래도 여자분이시다 보니 때에 따르게 온화한 얼굴, 그런 분위기들이 더 필요하다고. 아 저 포토샵 잘한다고. 다 해드리겠다고 했죠.
코: 아, 모델로서 대통령님은 어떤가요. 보기에는 항상 표정이 경직돼 보이셔서.
A: 왜, 잘 웃으시기도 하시는 것 같던데?
코: 차가워 보인다고 해야 하나.
A: 고정관념이세요. 고정관념. 고정관념. 그리고 제가 찍어보지 않았으니. 함부로 말할 수 있겠어요?
코: 네. (웃음) 춘추관 보도지원 분야에 지원을 하신 거죠.
코: 공고를 보니 서류전형-면접-최종 신원 조회하는 과정이 있네요. 서류전형은 일반 다른 회사와 비슷했나요?
A: 제가 일반 다른 회사 지원을 안 해봐서 그런 걸 잘 모르긴 하는데, 동생이나 친구들 보면 비슷한 거 같아요. 조금 더 간단하다고 해야 하나. 자기소개서같이 400자씩 쓰는 게 4가지인가 3가지 있었어요. 자기소개 및 지원동기, 본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일화, 현 정권에 정책이나 평소 관심 있던 정책 중 맘에 들거나, 안 들거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 보완점, 본인의 생각. 그런 질문 있었구요. 기억나기로 저는 대북정책에 대해서 짧게 썼어요.
코: 뭐 특별한 건 없었던 거네요? 이력서 형식이 있고. 이름, 주민번호.
A: 사진 붙이는 란 있었고, 기본적인 정보 적는 건 있었어요. 일반적인 이력서 비슷한 건데, 나이 쓰는 거 없고. 학력 쓰는 거 없고.
코: 오, 좋네요.
A: 엄청 좋죠. 그러니까 제가 된 걸 수도 있구요. 서류전형도 100:1 이렇게 넘게 된다는 소리가 있던데.
코: 그러면 서류 전형에서 합격하고. 서류 통과자가 5명.
코: 면접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A: 면접관님 세 명 계시고, 저 혼자 들어가서.
코: 면접관은 청와대 비서관분들이?
A: 춘추관에 계시는 분들이셨던 거 같거든요. 한 분은 정말 사진을 실제로 찍으시는 실무 담당을 오래 하신 분 같았고, 나머지 분들은 관련 업무 하시는 분 같았어요. 아, 저를 좋게 봐주시고 최종 합격시켜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네요. (웃음)
코: 면접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왔나요?
A: 여기 어떻게 알고 왔냐 부터 해서, 특별한 건 없었고. 증명사진이 너무 실물보다 잘 나와서 그랬는지, 증명사진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했어요. 어디서 찍었느냐 묻고. 제가 그 사진을 27만 원인가 주고 찍은 거에요. 거기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비싸게 받는 데에요. 얘네 왜 이렇게 돈을 잘 벌까, 궁금해서 탐사 갔던 거죠. 염탐.
코: 면접은 몇 분이나 진행하던가요?
A: 그렇게 오래는 아니고, 10분에서 15분 정도.
코: 되게 짧네요.
A: 네.
코: 사진 찍고, 포토샵하고 실무를 보는 직종인데 포트폴리오를 제출하라거나, 사진을 찍는 다거나 하진 않았나요?
A: 그런 건 없었고요. 업무 관련해서 질문들이 있었죠. 사진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뭐 춘추관 안이 어두운데, 어떻게 찍겠느냐. 스트로보 사용은 못 한다, 뭐 이런 류의? 아, 이런 질문도 있었어요. 경력도 많고 한데, 이게 월급도 얼마 안 되고. 괜찮겠냐? 일종의 봉사활동인데. 해서 저 돈 많이 벌어놨고, 상관없다고. 하고 싶다고 재밌을 거 같다고 그랬죠.
코: 요 인턴이 6개월만 하고 나가야 하는 건가요?
A: 나가야 해요.
코: 정규직 전환은?
A: 정규직 전환은 절대 안 된다고 어디 기록이 돼 있던데. 어 여기.
착오 없으시길 바란단다.
코: 어쩐지 인턴을 매년 뽑더라구요. 면접까지는 평범하네요. 특별한 것도 없고.
A: 네.
코: 그렇게 면접까지 보시고, 합격. 이후에 계속 연락을 받으신 건가요?
A: 면접 끝나고 메일로 동의서가 엄청 왔어요. 싸인 다 해서, 엄마 아빠 싸인까지 다 해서, 부모님 관련한 조사도 다 하는 거 같더라구요. 서류도 가족관계증명서 같은 거, 그런 거 다 해서 그거 등기로 보낸 후에, 한 번씩 전화가 왔죠.
코: 동의서는 우리가 이런 걸 조사할 수 있으니 동의해 달라 이런 건가요?
A: 그런류였던 거 같아요.
코: 이후에 청와대 비서관, 춘추관에서 전화를 받은 건가요?
A: 어느 날은 비서관실이라면서 여자분한테 전화 오고, 어느 날은 비서관실이라 하는 것 같은데 거기서 남자분한테 전화가 오고, 어느 날은 경호실이라고 전화 오고 그리고 또 그게 국정원으로 넘어간 게 있나 봐요. 그래서 국정원에서 또 국정원이라고 전화 오고. 공조가 돼서 한 팀에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부서별로 조사하는 거 같았어요.
코: 뭘 물어보던가요?
A: 어쨌든 다 기록은 있잖아요. 제가 보낸 것도 있고. 세금 내는 거 그런 거 다 조사하니까. 제가 사업자 있으니까 사업자는 왜 있냐, 경호실에서는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으로 몇 년도에 입건된 적이 있는데 이거에 대한 자세한 상황은 설명을 해달라. 그런 것들이 막 올라오는 거죠.
코: 범죄경력조회 이런 거?
A: 네 그런 거. 동의서 다 썼으니까. 근데 저도 기억이 안 나는 거에요. 교통사고 특례법 위반이 뭔지. 교통사고 난 게 기억이 안 나는데, 전화 끊고 생각해보니까 교통사고 난 적이 있더라구요. 그리고 제가 모르는 부분들, 제가 태어날 당시에 아빠 직책, 근무처 이런 건 제가 모르니까. 그런 거랑 아빠 엄마 최종 학력에 경력에, 그런 디테일한 것들을 물어보려 확인전화가 계속 왔어요.
코: 철저하네요. 청와대니까.
A: 그죠. 그런 건 이해를 하죠.
코: 그리고 국정원에서 연락이 온 건가요?
A: 만났어요.
코: 아.
A: 만나자 하셔서 뭐 이것저것 물어도 보시고. 얘기하시고. 근데 국정원 그분도 그러시더라구요. 아버지가 공직에 오래 계셨기 때문에 신원 자체는 크게 문제가 없을 것 같다고. 어떻게 자랐는지 뻔하니까. 그분도 공무원이신 거고.
코: 아 그렇죠. 뭔가 좀 무섭거나 그런 건 없었어요? 국정원에서 만나자 하면...
A: 이게 진짜 보통 일이 아닌 거구나. 그런 생각. 나는 그냥 재미로 했던 일이. 그지, 청와대니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코: 저 같으면 지은 죄가 많아서 그런지, 국정원에서 보자 하면 굉장히 무서울 거 같거든요.
A: 지은 죄가 많으세요?
코: 알게 모르게...
A: 제가 요번에 느낀 건 털면 다 나오고, 만들어내면 다 만들어내고. 그 간첩 만드는 것도.
코: 정보가 많으면 조작도 쉽죠.
A: 네. 그렇더라구요.
코: 만났을 때는 얼마나 얘기하신 건가요?
A: 식사했어요. 점심.
코: 아, 비싼 거 사주시던가요?
A: 네. 평소에 일반 회사원들이 먹는 점심이라고 하기에는 좀 비쌌죠. 제가 거기 밥을 되게 좋아해요. 거기서 만나자고 하시더라구요. 올레 잘 됐다 했죠. 근데 막상 비싼 건 못 시키고 기본 메뉴로 해서 먹었죠. 눈치가 보이더라구요.
코: 만났을 때 느낌 같은 건 어땠어요?
A: 그냥 좋은 분 같았어요. 그래서 그분은 나중에 연락이 따로 오셔서, 저에 대해서 잘 봐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서류 잘 넘겼으니까 좋은 소식 있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문자가 왔죠.
철저한 검증, 좋다. 청와대에서 사람 뽑는 거니, 이정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
순조로운 채용 과정이었다. 지금까지는.
코: 이후에 다시 전화가 온 건가요?
A: 네. 청와대라고 했어요.
코: 번호제한으로?
A: 몇 통 빼고는 거의 다 번호제한으로 왔었거든요. 어디 소속인지는 밝히지 않으셨던 거 같아요.
코: 통화내용은?
A: 그 A 씨 맞냐 말씀하시고는, 쪼금 뜸들이시다가 단도직입적으로 말씀하시겠다고. 그 뭐지, 이명박근혜 뭐지, 이름이 너무 길어서...
코: 이명박근혜 범국민 행동본부. 아, 아니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 행동본부.
A: 심판.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 행동본부. (웃음) 이라는 카페에 가입돼 있다는 거에요.
코: 화난 목소리로?
A: 네. 뭔가 약간 격양돼 있었어요. 그래서 약간 당황했죠. 당황해가지고, 기억도 안 나고. 당황과 함께 조금의 짜증이 밀려오기 시작했어요. 1월 1일부터 출근이고, 이제 거의 출근할 때가 됐는데. 12월 28일이 인계받는 날이었고 그 이틀 전인가 그랬어요.
코: 그 바로 직전에?
A: 네. 그 직전이니까. 미리 얘기를 해줘야 준비를 하고 하잖아요. 약간의 짜증과 당황이 몰려왔죠. 근데 카페 가입한 게 기억이 안 나거든요. 사실. 잊고 지낸지도 오래됐고. 한참 관심 있을 때 가입했고, 알고 싶고, 보고 싶어서 가입을 했던 건데.
코: 대답을 뭐라고 하셨어요?
A: 지금 가입한 것도 기억 안 나고. 아마 한참 관심 있고 할 때 가입을 했던 거 같다. 난 뭐 정치 이런 것도 모르고, 잘 모른다. 그냥 그때 당시에 이명박 4대강 사업 이런 것 때문에..
코: 그때 전임 대통령이 지지율이 20% 나오고 그랬죠. 다들 싫어할 때. (웃음)
A: BBK 나오고 그래서 도대체 이게 뭔가 궁금해서 가입했던 거 같다. 이렇게. 약간 발뺌? 발뺌이라기보단 그게 사실이니까. 카페에 댓글 한 번 달아본 적 없고. 활동한 게 아예 없으니까. 아시지 않냐. 그렇게 보셨으면. 약간의 도발도 있었죠. 제가.
코: 당돌하게 말씀하셨네요.
A: 네 약간의. 이제 짜증이 약간 나기 시작했으니까. 다른 카페도 하나 언급을 했나. 그러면서, 뭐랬지. 이런 카페들을 가입한 정황을 봤을 때 너는 현 정권이랑 성향이, 현 정권이랑 반대되는 성향을 가진 것이 분명한데, 무슨 의도로 왜 청와대 인턴에 가입을 하셨느냐.
코: 의도?
A: 네. 그런 류로 말씀을 하셨어요. 이게 기억이... 느낌으로 기억을 하잖아요. 아무튼 그런 말이었어요. 내가 무슨 의도가 있겠어요. 잘 찍어보려 한 거지. 대통령이 여자분이고 하시니 내가 예쁘게 찍어주고 작업도 예쁘게 하고 재밌게 지내보려고 했던 거지. 그래서 약간 뭔가 나를 단지 이 카페 가입하고, 이런 것들로 나를 뭔가 진짜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하는 듯한. 되게 기분이 나쁘더라구요.
그리고 마지막에 아버지 퇴직하실 때 몇 급으로 하셨냐. 묻더라구요. 그래서 아우, 진짜 짜증이. 게이지가 약간 올라가가지구요. 저보다 더 잘 아실 거 같으신데요? 제가 뭐 공무원 직급 이런 걸 알아야 말이죠. 이렇게 말했죠. 싸가지 없어서 잘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코: 그때까지도 그 검증이, 그 사람들 표현에 따르자면, 검증을 계속했다는 건데. 엄청나게 철저한 거 같은데.
A: 아 근데 엄청나게 철저해야 하는 게 맞기는 맞는데, 부당한 면이 있다는 거죠. 그 카페를 가입했다고 해도 오히려 자기네가 당당하고 제대로 할 것 같았으면, 너 그때 카페도 가입하고 했던 얜데, 와서 봐라. 우리의 박 대통령은 이러시다. 하면서 보여주면 제가 추종자가 될 수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근데 모르겠어요. 저를 책망하듯이 했던 그분은 어떻게 보면 제가 인터뷰가 나가고 이러면, 봐봐 내가 잘했어. 어, 얘 이거 이럴 줄 알았어. 얘 위험분자였다.
코: 아, 역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A: 제가 그분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니라고. 제가 갔으면 박 대통령 옆에서 열심히 찍고 열심히 작업하고, 청와대에 활기를 불러 넣어 드렸을 수 있는데.
코: 별개인 거죠. 어떤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와 전문 분야에서 일을 어떻게 하느냐. 자기가 야권 지지자라고 해서 박 대통령을 못생기게 찍거나, 코를 줄이거나 그렇진 않을 거잖아요.
A: 그럼요. 오히려 높혀 드리지. (웃음)
코: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네요. 통화할 때 이런 생각 하셨어요? 이거 떨어질 수도 있겠는데?
A: 네. 그렇죠. 워낙 격양된 목소리로 저를 책망하셨기에.
코: 그렇게 화낼 일인가? 잘 모르겠네. (웃음)
A: 그러니까. 이게 잘못인가? 아, 통화할 때 그 얘기를 하셨다. “제가 분명 말씀드리지만, 이런 카페에 가입하고 하는 게 ‘잘못’이라고 말씀드리는 건 아닙니다.”라고 되게 이런 식으로 강조 강조 강조를 해서 “분명히 말씀드렸어요. ‘잘못’이라는 게 아닙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구요.
코: 잘못이 아니면 왜 화를. (웃음)
A: 혹시나 그걸 잘못이라고 해서 그렇게 됐다는 거에 대한 얘기가 나올까 봐 그런지. 잘못은 아니긴 아니니까. 근데 뭔가 강항 부정은 긍정이고 그런 것처럼 강하게 부정을 하시더라구요. "잘못이 아닙니다" 라고. 그래 놓고서 왜 떨어트려가지고.
‘이명박근혜 심판 범국민 행동본부’ 카페의 회원수는 오늘자로 91,793명이다.
하기야, 청와대에 일하는 '그 분' 입장에서야,
이런 카페에 접속하는 것 만으로도 손이 부들부들 떨렸을 지도...
코: 그리고 어떻게 됐나요?
A: 다음 날 아침 8시쯤에 비서관실에 인턴 담당하는 행정관이 있어요. 그분한테 연락이 와서 사업자 있는 건 없애고, 28일 날 출근을 해라. 그래서 웬걸? 됐네?
코: 합격이네요.
A: 네 그랬는데, 6시 넘어서 저녁때쯤에 그 행정관님이 다시 전화 주셔서 진짜 죄송하다고. 혹시 사업자 취소 하셨나고 하셔서 아직 안 했다 그랬더니, 출근하지 말라 하시더라구요. 이유가 뭐냐고 물었는데, 그건 저도 모른다, 하시기에, 어제 전화 받긴 받았었다 했더니, 아 뭐 전화가 왔었던가요? 하시더라구요.
코: 서로 연락이 안 됐던 거네요.
A: 네 그런 거 같아요. 저 무슨 카페 가입했다고 그러시더라. 화내면서 전화 왔었다, 했더니 그분이 ‘아, 그렇구나’ 그러시더라구요.
이렇게 허망하게 인턴 자리가 날아갔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사족을 붙여 봤다.
코: 혹시 카페에 가입한 것 말고 결정적인 탈락 원인이 있다고 생각해 본다면, 걸리는 게 있나요?
A: 제 개인 신상에 관한 거라 참 그런데, 그쪽에서 만약에 이게 문제가 돼서 얘는 이러이러해서 그걸 못한 거다. 라고 핑계를 찾을 거 아니에요. 그럼 얘네가 뭘 찾을까. 생각을 했는데 여러 가지가 있더라구요.
코: (웃음)
A: 예를 들면, 제가 학교 다닐 때 말썽을 좀 부렸어요. 학창시절에. 그래서 저는 지금 올바로 살아가고 있지만, 제 주변에 친구들 중에 아직도 올바른 길에 들어서지 못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러면 그 친구랑 같이 지냈던 사진들도 있고 이런 기록들을 다 찾아낸 다음, 제 상상력이에요. 그런 일을 겪고 난 다음 상상을 해 본 거죠. 그러면 이제 전라도에서 깡패 짓거리 하면서 일수 뜯고 다니고 그런 애도 있고. 그러면서 얘 주변이 이런 애고, 얘도 이런 애다. 이런 식으로.
코: 친구 중 한 명 정도는 그럴 수 있죠. 아, 굳이 끼어맞춰서 생각을 하자면, 전날에 카페를 확인하고, 밤새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모든 걸 다 털어서 그렇게 했을 수도...
A: 얘네들이 하는 패턴들이 있잖아요. 그렇게 잘할 거 같더라구요. 또 하나 생각하면 사업자 있는 걸로 걸고 넘어진다거나. 아니면, 알고 보니 나이가 너무 많다? (웃음) 그런 건 되지 않겠죠?
코: 정당 가입했다거나?
A: 정당 가입은 안 했고, 문재인 후보 제가 후원금 낸 거, 그거는 소득공제까지 받았기 때문에 기록이 다 있어서 아마 아실 거에요.
코: 주변에서 연락받으신, 부모님들이라거나 친지분들은 없나요?
A: 아뇨. 원래 친교인물 적는 란이 있어요. 적긴 적었는데 따로 연락은 안 온 거 같더라구요.
코: 아 주변에 연락하진 않았네요. 이게 뭔가 자기검열을 시키고 움츠려 들게 하잖아요.
A: 음... 이 일은 뭔가 무서워서 넘어가야 되나, 싶더라구요. 뭔지 잘 모르겠어요. 증거도 없고. 나뿐만 아니라 내 주변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
그래 정말 그냥 넘어가지는 말자, 이렇게 여기 인터뷰를 하게끔 저를 가장 화나게 한 부분은 바로 이거에요. 이 사건 이후로 제 주변 사람이 난 정치를 모른다, 그리고 정치에 관심 가지지 마라, 거봐라, 이런 이야기를 당당하게 하는 게 참 할 말이 없는 거에요. 이건 아닌데. 아니잖아요.
코: 생계가 걸린 문제인데... 아무튼 지금 이 자리는 공석인가요?
A: 모르죠. 알아보지는 않았으니까.
코: 어쨌든 최종까지는 혼자 올라가신 거잖아요.
A: 그죠.
코: 근데 안 뽑은 거면.
A: 공석이거나 그러겠죠.
코: 누가 하고 있거나. 면접 본 사람 중 한 명이 올라갔을 수도 있겠네요.
A: 그렇겠죠.
코: 혹시 지금이라고 다시 전화가 와서 해 달라고 하면 가실 수 있으세요?
A: 할 일도 없고, 그건 너무 질문이 쓸데없는데? 할 일이 없는데?
코: 혹시 모르죠.
A: 아니에요. 의미 없는 질문이었어요.
글타. 혼났다. 정말로 할 맘이 없는 것 같다.
코: 그러면 이제 크게는 다 얘기를 한 거 같구요. 치사하네요. 정말로. 어떤 이유로 탈락했는지 확신하고 계신 거죠?
A: 당연하죠. 그럼.
코: 충분히 뭐 정황상으로는 누가 봐도 확신할 만한 상황이긴 하죠.
A: 사실 저는 뭐 100% 맞는다 생각해요. 뭐,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제가. 그렇게 잘 못 하고 살지 않았는데.
코: 글쿠나. 아 그리고 그분이. 마지막에 전화 왔던 그분. 화내셨던 분. 그때 처음 통화하신 건가요?
A: 네 그분, 처음 통화했어요. 그때 트위터 아이디도 얘기하셨는데, 저는 아이디 비번도 생각이 안 나고. 들어가지도 못했고. 카페들도 오래 안 들어가서 무슨 인증을 해야 들어갈 수 있더라고요. 휴먼 상태.
당시 A 씨가 촬영한 화면
A: 아, 서류 제출할 때 본인 sns 적는 란이 있어요. 거기 제가 인스타를 적었거든요. 근데 전화 와서 인스타에 안 들어가 진다.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다시 인스타 아이디 알려드리고, 거긴 뭐가 있냐, 물으셔서 강아지 사진 같은 게 있다 말씀드렸어요.
나중에 제 인스타를 제가 쭉 검열을 해보니, 거기 제 친구가 봉하마을에서 산 컵을 택배로 보낸 거 찍은 사진이 있더라구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따듯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그 노무현 대통령이 하신 말씀. 카피 돼 있는.
코: 되게 꼼꼼히 잘 찾아보셨네요.
A: 그리고 그때 토요일 날 시위해가지고 난리 난, 얼마 전에...
코: 민중총궐기.
A: 네. 뒤늦게 알았거든요. 봐봐 저는 잘 모르잖아요. 그걸 지나고 나서 알아가지고 너무 화가 나서 제가 ‘대한민국 숨이 막힌다.’ 이런 걸 적어놓은 거에요! 아, 그 카페 물어보신 분에게 확신을 주었구나.
코: 그러니까요. 그런데 지금 말씀한 기준으로 따지자면 주변에 그렇게 안 사는 사람이 없잖아요. 누구나 나라 욕 한 번씩 하고. 이 기준이라면 인턴 뽑힌 사람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 아닙니까.
A: 그러니까요.
코: 그런 거 하나 없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게.
A: 그러니까요. 모르겠어요.
코: 이런 일을 당하니까 기분이 어떠세요?
A: 사실 크게 아무렇지도 않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공고 보시면 월급이 126만 원. 제가 청와대 주변에 방도 구했거든요. 방 월세가 45만 원 주기로 했었어요. 45만 원에 이래저래 드는 비용 모두 하면 사실 마이너스거든요.
코: 그렇죠.
A: 정장도 샀는데, 사실 저는 운동화 신고 책가방 메고 다니는 사람이거든요. 사진 가방도 들고 다녀야 되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구두도 여섯 켤레 맞췄고. 제가 또 다리 길이가 조금 달라서,
코: 오른쪽 왼쪽이?
A: 네. 맞춤 구두 아니면 신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비싼 구두 맞췄죠.
코: 돈이 진짜 많이 깨졌겠네요.
A: 집 구하는 것도 물론, 그게 친구네 집에 방을 한 칸 쉐어 해 쓰는 거여서 계약금 날린다거나 그런 건 없었지만, 그래도 그쪽한테도 민폐였고. 저 때문에 방 한 칸을 다 치워놨는데.
청와대 인턴 6개월 했다고 해서 크게 저한테 이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 경력으로 대기업 취직할 것도 아니고. 나이도 그렇잖아요. 지금 더불어민주당 영입 인사 중에 디자이너 출신 김빈? 그분하고 저랑 나이가 큰 차이가 없던데요? (웃음) 그냥 재밌을 것 같아서 그게 조금 신이 났던 건데, 이제 재미있는 게 없어진 거 정도.
코: 음.
A: 단지 새해 계획이 틀어져서, 다시 세우려 보니까 뭘 해야 되는지 모르겠는 거에요. 그래서 그게 좀 짜증 나는 거죠.
코: 혹시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저한테 2016년은 어느 누구의 2016년보다도 제 스스로에게는 소중한 시간인데, 이렇게 어이없는 이유로 마음대로 하루아침에... 이건 좀 너무 하잖아요. 이럴꺼면 담부터 인턴이든 뭐든 뽑을 때 미리 신원검증인지 사상검증인지부터 하고 면접 보세요!! 라고 말하고 싶네요.
코: 언론 모니터링 팀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똑같은 과정으로 뽑힌 인턴이 보고 있을 수도 있죠. 인터넷 언론 지원 이런 팀에서 언론 분석을 한다고 하니까. 열심히 보고 있겠죠. 청와대로 나오는 모든 걸 검색해서.
A: 언론 모니터링 하는 거 좋아요. 소통을 위한 거니까. 근데 소통은 안 하고 사상검증에나 써먹는 거. 그러니까 요즘 사람들이 다 정치에 쫄아서 무관심하고 불신하는 거잖아요. 당연하듯 말한다니까요. 그러게 왜 정치에 관심가졌냐고.. 뭐라고 이유를 대며 관심 가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인터뷰가 끝났다.
대강 이런 정황이면 내부에서 어떤 ‘사정’으로 A 씨의 합격을 번복시켰는지 알만하다.
A 씨는 재미로 시작한 이 일로 돈도, 시간도 잃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생계에 큰 피해를 받은 건 아니라는 것 정도. 그러나 그녀와 똑같은 일을 겪은 사람, 앞으로 겪을 사람이 없지 말란 법은 없다.
그녀가 말했듯, 이러한 사상검증의 무서움은 자기검열을 하도록 만든다는 거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 불이익을 받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얘기를 끊임없이 반복해 쫄게 만든다. 설치고 떠들고 말하고 생각하지 말고, 말 잘 듣는 '모범 시민'이 되라는 거다.
헌법 제 19조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
'양심의 자유'란 자신의 판단에 따라 사물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자유를 말한다. 각자 이 양심에 따라 스스로 사물을 판단하여 사상을 쌓아 올리므로, 이 조항을 '사상과 양심의 자유'라 부르기도 한다. 즉, 사상의 자유란 헌법에 명시된 권리인 셈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법 2조에 따르면 성별, 종교, 나이, 출신 지역, 용모, 인종,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성적 지향 등의 이유로 채용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해서는 안 된다.
청와대가 그녀가 가입한 카페들을 토대로 정치적 성향을 판단, 합격을 취소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게 아니라면, 단 한 명 뿐인 합격자의 출근을 불과 며칠 앞두고 무리하게 합격 취소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청와대에 연락을 해보았으나, 높디높은 청와대에선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 답이 없다.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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