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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김 기자. 오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지?

 

근병 : 오이...는 백오이 청오이 정도 있지 않나요?

 

황쌤 : 가시 오이라는 게 있는데 말이야. 이게 씹는 맛도 좋고 향이 좋거든. 이번 주는 이거로 해보자.

 

오이. 맛있지. 게다가 황쌤이 맛있는 오이라는데 말해 뭐할까. 그런데 문제는... 요즘 부쩍 금요미식회 리허설에 관심이 많아진 총수님의 레이더에 고기 아닌 오이가 곱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이다.

 

아니나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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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작가 : 기자님 이번 주 주제는 뭔가요?

 

근병 :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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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아 그게 그냥 오이가 아니고 가시 오이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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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어 그게 여러분 그러니까 진정 좀 하시고 이게 보통 먹는 오이랑은 좀 다른 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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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미식회 준비는 크게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 (월) :  아이템 선정

2단계 (화~수) : 재료 수급 및 레시피 개발 

3단계 (목) : 최종 리허설 및 사전 요리 영상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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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미식회가 회차를 거듭할수록 공장장의 재료 파악 시점이 3단계에서 1단계로 점점 빨라지면서, 겸공 스텝들에게 금요미식회 재료가 무엇인지는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되었다. 코너 주제가 고기냐 채소냐에 따라 두목님의 일주일 컨디션이 달라지기 때문. 

 

하지만 그렇다고 위클리 코너에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양고기만 줄곧 메인으로 돌릴 수만도 없는 일.

 

1) 구하기 쉬운 제철 식재료

2) 누구나 따라 하기 쉬운 손쉬운 요리법

3) 고기 좋아하는 공장장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결과물

 

세 조건에 부합하는 답을 찾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이번 주에도 기다리고 있는 거시다.  

 

근병 : (무작정)고기도 써볼게요... 어떻게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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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 연구 1 : 오이를 줘 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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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식에 '파이황과'라는 요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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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황과의 파이는 칠 박(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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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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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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줘패서 만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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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를 칼로 자르지 않고 몽둥이로 가격해서 손질하면 두 가지 이점이 있다.

 

1) 조직이 으깨지면서 오이의 즙과 향이 폭발적으로 우러나온다는 것과

2) 으깨진 조직 사이로 소스가 더 잘 벤다는 것

 

실제로 중국 사람들은 이런 식으로 오이를 줘패 소스를 버무려서 곁들임 반찬으로 많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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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백오이나 청오이와는 달리 과육의 밀집도가 좋고 향과 맛이 더 진한 가시 오이는, 때렸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오이 두어 개만 때리면 주방이 금세 상쾌한 항으로 가득 찰 정도.

 

메뉴 연구 2 : 소 수육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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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평화를 위해 회사 인근 마트에 고기를 사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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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사장님 소수육 하려고 하는데 어느 부위가 좋을까요?

 

정육맨 : 소 수육이라... 사태가 좋지 아무래도.

 

근병 : 1등급 이하도 있나요?

 

정육맨 : 고럼 갖다 놨지. 

 

지난 저등급 한우 편 방송 이후로 소고기 유통 채널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 그땐 서대문구와 마포구 일대 마트를 싸그리 뒤져도 1+이하 소고기를 찾을 수 없었지만 이젠 심심치 않게 싸고 맛있는 소고기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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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는 두말하면 잔소리. 그만큼 저등급 소고기의 진가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겠다. 공급이 수요를 결정하는 것보다 수요가 공급을 주도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아무래도 더 아름다운 세상 아닐까. 아무튼 먹을거리가 주변에 많다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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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오이와 소고기가 어떤 조화를 이룰지 모르므로 작은 양으로 테스트해보기로. 한우 사태 200g을 찜 솥에 넣고 잠길 정도로 물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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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후추 10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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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솥에 불을 올리고, 압력이 차오르는 시점부터 중불에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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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링크 

 

지난번 저등급 한우 편과 동일한 레시피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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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후 불을 끄고 압력이 다 빠질 때까지 뜸을 들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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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공 시그니처 후추 10알 소수육 대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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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이 없는 레시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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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고기의 잔열이 오이의 향과 식감을 다치게 할 우려가 있으므로 잘 썰어서 한 김 식힌다. 기름이 많은 돼지고기나, 소 마블링 부위와는 달리 사태나 양지 같은 담백한 부위의 장점은 식어도 맛있다는 거다. 평양냉면 위에 고명으로 한두 점 올라와서 항상 감질나게 만드는 그 소수육을 배 터지게 먹을 수 있는 좋은 기회.

 

메뉴 연구 3 : 소스 만들기

 

으깬 오이. 삶은 고기. 심각하게 단순한 이 두 가지를 연결시켜 요리로 만들어 줄 소스가 필요하다. 오이도 훌륭하고 고기도 틀림없이 맛있을 예정. 그렇다면 소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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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드러나지 않아야 할 것이며 그 와중에 두 재료를 사이좋게 붙여 주면서도 각각의 매력이 극대화 되게 만들어야 하는, 팀의 리더 같은 역할을 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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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요리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단계 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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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곰도 사람 만들어 주는 마늘부터. 한국인의 최애 향채를 쓴다면 일단 반은 먹고 들어갈 것이라는 안일한 계산이 숨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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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검을 들고 만주지역을 호령하던 단군왕검의 기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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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을 으깨준다. 자고로 마늘은, 요리 직전에 으깨야 제맛. 마늘의 진정한 풍미는 통마늘이 깨질 때 나오는 진액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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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리 때마다 마늘을 다지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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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에서 만든 다진 마늘을 언제 어디서 건 구할 수 있는 세상에서 조또 귀찮은 일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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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일까지 굳이 하는 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의 자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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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인지 봉준호 감독이 말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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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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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진 마늘 1에 설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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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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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식초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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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이 다 녹을 때까지 혼신의 쉐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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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진 마늘 : 설탕 : 간장 : 식초 = 1 : 2 : 2 : 4

 

달고 짜고 시고 소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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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스에 여러 옵션을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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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 소스에 고추기름 2 스푼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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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no.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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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기름 2 + 땅콩버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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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no.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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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잘 식은 사태 수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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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 으깬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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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다른 버전의 소스를 버무려 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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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오이 탕탕이 테스터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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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에 흩어져있는 겸공 시식단 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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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품평회를 거치며 도달한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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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no. 2 :  + 고추기름> 버전은 고기와 고추기름이 만나 만드는 결합성이 워낙 탁월해, 조연인 고기가 주연인 오이를 제치고 나온다는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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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3 : + 고추기름, 땅콩버터>는 밸런스는 좋으나 소스가 두 재료를 과하게 붙잡고 있다는 중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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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야 최종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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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짜고시고, <no.1 기본 소스>로 최종 낙찰. 역시 심플 이즈 베스트 인 것.

 

​최종 리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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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거침없이 가본다. 남은 사태살 800g에 후추 40알(200g당 10알)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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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쫑없는 뒤돌려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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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김 식은 사태 덩어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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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깃결을 잘 봐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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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부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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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깃한 힘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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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 섞이게 잘 자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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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준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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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 한 점에 고기 한 점을 먹을 수 있는 비율로 재료를 잘 맞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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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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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벼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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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 사태살을 곁들인, 소고기 오이 탕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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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

 

 

온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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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다음 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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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고기도 전날 삶아놨고, 소스도 만들어 놓고 나니 새벽 방송 준비가 널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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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방송 직전에 오이만 두들기면 된다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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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자리를 비웠던 금요미식회 쎈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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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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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단번에 가시 오이를 알아보는 대기자님. 역시 미식회 센타의 내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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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전주에서 나고 자라 20살 때 서울로 올라온 근병의 세계에선 마트에 놓여있는 백오이와 청오이가 오이의 전부였다. 리허설 때 처음 만져보는 가시 오이의 단단한 과육과 터져 나오는 향에 연신 탄성을 내자 사진을 찍던 부산 출신 편집부 막내가 신기하다는 듯이,

 

금성무스케잌 : 선배 가시 오이 처음 봐요?

 

근병 : 네 이거 아삭아삭 겁나 맛있네요?

 

금성무스케잌 : 부산 경남은 어딜 가도 가시 오이가 천지삐까리인데... 전 어릴 때부터 이것만 먹고 자랐거든요.

 

​새벽 배송, 당일 배송, 로켓 배송, 번쩍 배송... 유통 첨단인 대한민국에서 서로 다른 걸 먹고 살 수가 있다니 거참 싄기한 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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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이번 방송 이후에도 저등급 소고기가 그랬던 것처럼, 여기저기 가시 오이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 마포구 상수동 마트에서도 가시 오이가 진열되어 있었으면 좋겠다 어쨌다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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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노가리 까다가 어느덧 방송 스탠바이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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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방송 사고 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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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부랴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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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스튜디오 들어갈 접시 가지러 왔다가 기미 작가 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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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일단 큰 불상사는 없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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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자까님 전 처음에 배송 온 오이 잡고 울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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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스튜디오 입장 콜 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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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승부 보러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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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이게 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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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쌤 : 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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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무슨 오이로 요리를 해요 진짜.

 

황쌤 : (오이를) 먹다 보면 고기를 한정 없이 먹게 되는 그런 요리를 준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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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급화색) 아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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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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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장 : 마시쒀!! 엄청 상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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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병 : 우어어어어어(대충 채소로 뭘 만드느라 똥줄 탔다는 말) 

 

그렇게 이번 주도 무사히.

 

뒷방 미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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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방송 끝내고 나와보니 대기실에 아니 웬 가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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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근병 : 하.. 한우인데요.

 

갑자기 분위기 상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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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근병 : 죄..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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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좀처럼 끝나지 않는 상황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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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전날 킬 된, <소스 no. 2 : + 고추기름>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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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아직 집에 안 가신 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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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가카의 취향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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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황교익 Epi-Life

 

매소드 화무십일홍.

 

또 다른 시선

 

 

(계속)

 

사진/영상 : 금성무스케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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