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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그림.PNG

고려시대 그림으로 추정되는 회화

 

 

연재 목차

 

1. 이자겸 비긴즈 : 동생이 왕비가 됐는데... 바람을 폈다네?(feat.이자겸) - 링크

2. 훈요십조 코드 : 조선과는 게임의 룰이 다르다 - 링크

3. 고려판 왕좌의 게임 : 고려판 수양대군과 단종이 있었다

4. 여진족 맞춤형 특수부대의 탄생

5. 피의 연회

6. 북방의 댑바람

7. 이자겸 라이즈

8. 이자겸 난의 전말

9. 왕의 반란

10. 묘청의 재림

11. 묘청의 난

 

 

<지난 편 역사 요약>

 

1. 11대 왕 문종의 장남이 12대 왕 순종으로 즉위 후, 3개월 만에 급사하자 차남이 13대 왕 선종으로 즉위했다.  

 

2. 선종 즉위 10년 뒤, 선종의 건강이 안 좋아지며 태자와 계림공, 왕자 왕윤(이자의) 세력 간 왕위를 물려받기 위한 신경전이 벌어졌다.

 

3. 10살을 갓 넘긴 태자가 왕위를 이어받으며 14대 왕 ‘헌종’으로 즉위한다. 선종의 아내이자 헌종의 어머니인 사숙태후가 섭정을 맡는다.

 

4. 사숙태후, 계림공, 이자의 세력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3. 고려판 수양대군과 단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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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림공 진영에서는 그를 제외한 모두가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나리! 이러다 왕위를 빼앗기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쪽이 제거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움직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무엄한 자를 봤나. 새로운 왕이 즉위하신 지 얼마나 됐다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안정이 필요한 시기이다.”

 

“나리, 하오나...”

 

“내가 너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식솔들은 늘어나고 있고, 나를 보고 들어오는 뇌물도 다 물리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조금만 더 기다리도록 하자. 십 년을 넘게 기다렸다. 내가 결코 너희의 공을 잊지 않을 것이니 나를 한 번만 더 믿어다오.”

 

“알겠습니다. 이 한 몸 다 바쳐 나리를 모시겠습니다.”

 

반면, 이자의는 더 이상의 기다림은 무능이라 결론 내리고, 본격적인 거사 준비에 들어간다.

 

“지금 왕이 병약하다고는 하나, 나이가 어려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는 왕의 죽음을 마냥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다. 내가 직접 거사를 치러야겠다. 날랜 자들로 단단히 준비시키고, 길일을 받아오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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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의가 비밀리에 역모를 준비하고 거사 날짜까지 정한 어느 야심한 밤, 문하시랑평장사로 재임 중인 소태보가 계림공을 홀로 찾았다. 계림공 또한 최측근마저 물리고 소태보를 대면했다.

 

“계림공 나리 찾아 계시옵니까? 혹여 긴급한 일이라도?”

 

“끝까지 시치미를 떼실 작정입니까? 이제 마음의 결정을 하셔야지요? 이자의와는 개인적으로 원한도 있다고 들었는데, 나랏일 하시는 분이 역모를 모른체하실 작정입니까?”

 

“그런 것은 아니오나...”

 

“내가 한 말씀 드려도 되겠소? 직접 나서실 필요는 없고 상장군 왕국모에게 명령만 내리세요. 왕국모 휘하에 천하장사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고의화라는 자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자를 필두로 내세워 이자의가 움직이기 전에 적은 병력으로 먼저 치도록 하세요. 이자의의 역모 소식은 우리 쪽에서 민가로 잘 흘리겠소. 그리하면 역적을 처벌했다는 명분도 얻고, 고려 왕조의 안정을 다지는 실리도 얻게 될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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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의 제거 작전은 이렇게 계림공의 지략과 고려 정규군에 의해서 신속하게 진행되었다. 이자의 진영은 역모를 준비한 것 치고는 너무도 허망하게 일망타진되었다.

 

그러자 저잣거리에서 이자의의 난에 대한 수상한 소문이 민초들의 입을 통해 번지고 있었다.

 

“역시 왕께서 어리시다 보니 외척들이 벌써부터 들고일어나는구먼.”

 

“그나저나 관군도 모르던 이자의의 거사 날짜를 계림공만 귀신같이 알고 계셨다고? 참으로 대단하신 분이야.”

 

“그렇지? 귀신도 아니고, 그분도 사람일 터인데 참으로 신기하지? 근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대. 이자의가 준비한 병력이 도저히 난을 일으킬 만한 인원이 아니었다는 거야!”

 

[HIT] 정도전-임대호, 개차반으로 사는 조재현의 모습에 '한심'.20140222 1-15 screenshot.png

출처-<KBS1>

 

“예끼 이 사람, 말조심하게나! 사람이 모자라서 이자의 그자의 아들이 있는 절의 승병까지 동원했다고 하지 않나!”

 

“나도 그 소문은 들었네만, 이자의의 아들은 승병을 동원할 수 있는 지위가 아니었고, 또 진압된 병력 중에 승병은 하나도 없었다고 하잖은가. 어떤가... 먼가 수상쩍지 않은가?”

 

“그럼 이자의의 난을 계림공 나리께서 일부러 만들기도 했단 말인가?.”

 

“난 그런 말 한 적 없네. 그저 그런 소문이 있다는 말이지. 자, 술이나 마시세.”

 

이자의의 난을 직접 진압한 건 관군이지만, 뒤에서 모든 것을 진두지휘 한 사람은 계림공이란 것은 하늘도 알고, 어린 왕 헌종과 사숙태후도 알고 있었다. 계림공은 이날 이후, 궁궐 근처에도 가지 않고, 측근들의 사저 출입도 자제시킨 채 사태를 관망했다. 계림공이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수록 속이 타들어 가는 것은 헌종과 사숙태후였다. 사숙태후는 계림공에게 몇 차례나 궁에 입궐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계림공은 지병을 핑계로 이를 거절하였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자, 사숙태후는 마침내 결단을 했다. 야밤을 틈타 계림공의 사저를 직접 방문한 것이다.   

 

“태후마마! 어찌 이리 누추한 곳까지 납시셨습니까? 제가 큰 불충을 저질렀습니다. 날이 좀 풀리면 찾아뵐 참이었습니다.”

 

“아쉬운 쪽이 먼저 찾는 것이 세상 진리 아니겠습니까. 공께서 얼마나 몸이 안 좋으신지 모르겠으나, 폐하께서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계십니다.”

 

“어찌 그런? 혹여 지병이 도지신 건 아닌지요?”

 

“폐하께서 주무시지도, 드시지도 못하는 연유는 공께서 더 아실 텐데요?”

 

"이런 모습으로 백성들 사이를 걸어오신 겁니까_" 이방원의 모습을 보고 무너지는 민씨... [태종 이방원] _ KBS 220226 방송 1-10 screenshot.png

 

사숙태후가 방에 든 후 상전의 자리까지 양보하고 고개조차 들고 있지 않던 계림공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이제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말했다.

 

“태후마마! 자꾸 에둘러 말하지 마시고, 하고 싶은 말씀만 서둘러 하시지요. 밤이 깊었습니다.”

 

“공께서는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서운 분입니다. 절대 서두르는 법 없이 어찌 이리 욕심을 감출 수 있는지요? 그저 감탄스러울 지경입니다.”

 

계림공은 이제는 대꾸도 하지 않고 사숙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좋습니다. 폐하는 공에게 양위를 하실 겁니다. 이 나라를 누구보다 잘 이끌어 주실 거라 믿습니다. 조건은 단 하나입니다. 폐하, 아니 그저 우리 모자를 죽이지만 않....”

 

"이런 모습으로 백성들 사이를 걸어오신 겁니까_" 이방원의 모습을 보고 무너지는 민씨... [태종 이방원] _ KBS 220226 방송 1-41 screenshot.png

 

계림공 앞에서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당당한 태도로 맞서던 태후도 결국 자식의 생명을 구걸하며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계림공은 자리에서 일어나 엎드려 울고 있는 태후를 일으켜 세우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달랜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이 나라의 왕이기 전에 나의 조카입니다. 우리가 민가에서 태어났다면 오늘의 이런 불행은 없었겠지요. 자 일어나세요.”

 

결국, 계림공 왕희는 1095년 조카의 뒤를 이어, 마흔이 넘은 나이에 고려 15대 왕 숙종으로 즉위한다.  

 

숙종은 즉위 후, 헌종을 상왕으로 모시며 사숙태후와의 약속을 지키는 한편, 왕권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동생인 대각국사 의천의 의견을 받아들여 화폐를 발행하고, 문벌귀족들의 혼인 정치를 막기 위해 ‘근친혼 금지령’을 실시했다. 그러나 즉위 후 곳곳에 우박이 자주 내리고, 수도 개경의 소나무가 극심한 해충 피해를 입자 측근들의 간언이 이어졌다.

 

“폐하! 아무리 훈요십조에 의해 정통성이 보장되었다고 하나, 조카인 상왕이 살아있는 것은 여러모로 우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이 마음이 쓰이신다면 제가 알아서...”

 

“네. 이놈! 내가 그 일은 다시는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했거늘. 네 놈이 감히 왕명을 거역하는 것이냐?”

 

“하오나, 폐하. 이미 동생분인 왕수도 귀양을 보내신 마당에 굳이 상왕을...”

 

“지금 한 마디만 더 지껄이면 네 놈의 목이 날아갈 것이다. 그간의 정과 너의 공을 인정하여 오늘만 용서할 것이니, 썩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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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세조와 달리 고려 숙종은 훈요십조라는 확실한 명분이 있었지만, 진실은 오직 하늘만이 알 것이다. 굳이 조카를 죽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킬 필요가 있었겠냐는 추론도 가능하지만, 조카인 헌종은 숙종 즉위 2년 후 짧은 생을 마감한다.

 

숙종은 재위기간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해나갔다. 그러나 즉위 10년 즈음, 숙종 앞에 강력한 적이 나타나며, 숙종의 운명을 폭풍 속으로 밀어넣었다. 강력한 외부의 적, 여진족이었다.   

 

<계속>

 

 

<오늘의 역사, 한 줄 요약>

 

1. 계림공은 이자의와의 권력다툼에서 이겼고, 이자의는 제거되었다. 

 

2. 계림공은 명실상부 고려 권력 1인자가 되었다. 

 

3. 조선의 수양대군처럼 직접적인 쿠테타는 없었지만, 계림공은 권력으로 조카를 압박하여 왕을 양위 받아 15대 왕 숙종으로 즉위한다. 

 

4. 사숙태후가 계림공을 직접 찾아 양위를 제안한 것은 정사에 나와 있지 않다(해당 부분은 여러 정황을 참조하여 각색한 것이다).   

 

5. 헌종은 왕위에서 물러난 뒤 2년 만에 사망했다. 정사에는 병사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진실은...

 

6. 즉위 십 년 즈음, 여진족이 강력한 적으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