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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엔 좌우가 없다. 이념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어디까지나 군사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정치 외교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분야도 군사다. 그 이념조차도, 습관적인 감수성에 젖은 사상이라면 큰 문제다. 그딴 건 사상도 아니거니와 국가를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트린다. 

 

나는 민주당과 국힘 모두 본질을 보지 못하고 있으며, 오히려 선진국 시민으로 자라난 최초의 세대인 MZ가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작 이대남, 이찍남은 이미 윤석열을 손절했는데 인터넷 커뮤니티 속에 서식하는 이들이 아직도 붙들고 있는 격이다. 니편 내편이 아니라 국익의 문제다. 군사에서 정확히 본질을 본 대통령은 박정희와 노무현 둘이며, 적어도 군사에 있어서만큼은 노무현은 박정희의 가장 충실한 후계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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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보수와 늙은 진보의 착각

 

늙은 보수는 한미일동맹을 철석같이 믿으며 미국이 다 알아서 해 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일본과의 관계가 흔들린다 싶으면 마치 지진에 건물이 흔들리듯이 악을 쓰고 위기를 외치며, 이게 다 빨갱이들 때문이라고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그럴 거 없다.

 

한국은 이미 칩에서 플레이어가 될 수준에 이르렀고, 세계에서도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주도하는 위치를 요구하고 있는 마당이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미 8군 지아이들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먹고 자라 일본 제품을 모방해 팔면서 먹고 살 만한 나라가 된 기억에 머물러 있다.

 

늙은 진보는 평화를 사랑하는 나머지, 평화는 사랑할수록 누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냉담한 자의 특권이라는 지극한 상식도 깨닫지 못한다. 그들은 유럽의 책과 유럽 유학, 68혁명의 영향을 받아 무기의 개발과 수출은 파시즘적이고 군대는 국가주의라는 환상에 빠져 있다.

 

유럽 물을 가서 먹었는지 수입된 걸 먹었는지, '유사 선진국민'으로서 아직 후진적인 한국의 집단주의를 깨우치겠다는 의지는 존중한다. 단 그 의지의 유통기한은 끝났으니, 이제는 '진짜 선진국민'인 애들 말을 들으면 된다(그러나 우리는 그런 일 따위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국은 유럽이 아니다

 

한국은 유럽이 아니다. 일본은 반성한 적이 없고, 중국의 대만 다음 목표는 한국이며, 한국을 중국의 일부로 흡수하려는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2차대전을 일으켜 스스로 자멸한 유럽이 안보의 스트레스를 미국에 속 편히 넘기고 자신들끼리 평화와 개인주의를 외치기는 쉽다. 그러나 한국은 유럽처럼 놀면 안 된다. 한국은 북미중러일 사이에 처박혀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선진국에서는..."

"한국은 아직도..."

 

이런 소리 하려면, 북미중러일을 설득해 향후 50년 국가전략을 수정시키고 난 다음에 나머지 동료 시민들을 꾸짖도록 하자. 아직도 60년대를 사는 보수와 80년대를 사는 진보가 이 나라의 헤게모니를 나눠 먹고 있으니 젊은 애들이 걱정하는 거다. 진심으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의 치세가 그립다.

 

노태우는 사람이 그립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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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핵우산 : 개념은 좋다, 개념은

 

유통기한을 넘긴 보수와 진보의 정치인, 정치 자영업자, 주변 상인들은 좌우를 넘어 한 지점에서 만나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혹은 문제가 해결된 셈 치고 안도하려고 노력한다. 그건 바로 핵우산이다.

 

한국은 미국이 가장 핵 개발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국가 중 하나다. 한국이 핵 보유를 한다고 치자. 그럼 일본이 할 것이고, 핵 개발의 연쇄반응이 터질 것이다. 물론 일본이 핵을 개발한다 해도 역시 한국이 개발할 것이고, 연쇄반응은 똑같이 온다. 그런데 왜 미국은 한국을 콕 집어 그렇게 드잡으려는 걸까?

 

그 이유는 한국이야말로 핵 개발을 할 압력이 가장 심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즉, 미국이 생각해도 입장 바꾸면 '나라도 핵 개발 안 할 리가 없겠다 싶은' 나라가 한국이다.

 

그런데 동맹국의 이익을 대놓고 저해할 수는 없다. 그건 동맹이 아니니까. 그래서 미국은 핵우산을 약속한다. 한국과 대만, 일본 등에

 

"남이 너한테 핵을 쏘면 우리가 자동적으로 대신 쏴줄게. 그럼 너는 핵이 있는 거나 마찬가지야. 나만 믿으면 돼."

 

첫째 보장되어 있지 않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핵우산 동맹국은 아직 핵을 맞아본 적이 없고, 당연히 미국도 핵우산 보복을 해 준 적이 없다. 미국의 핵우산은 작동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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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주한미군

 

 

정작 미국이 안 하면? 이유는 만들면 된다.

 

"니가 도발을 하긴 했잖아."

 

"니 잘못도 있는데 무조건이라는 게 있어? 야 그럼 핵우산 동맹국은 무슨 짓이든 해도 되게?"

 

최악은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이 핵우산을 즉각 제공해 주지 않더라, 라는 최초의 사태가 일본이나 대만이 아니라 우리한테 일어나는 것이다.

 

다른 나라라고 최악이 아닌 건 아니다. 가령 중국이 대만이나 일본에 핵을 떨궜는데도 미국이 핵 보복을 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중국은 한국에 핵을 쏴도 되는 면허를 얻는 셈이다. 이 면허의 유통기한은 한국이 핵 개발을 시작해 완료하고 실험을 거친 다음 재개발해서 압도적 화력을 확보하고 양산화해 실전 배치하는 시간까지다.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인다면 최소 전력을 얻는 데 1년, 만족할 만한 전력을 얻는 데 2년이라고 하자. 

 

그렇다면 이 1~2년의 기간 동안 중국이 핵 발사를 주저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 어차피 우리 국군과 한 판 붙어야 할 운명이라면 말이다. 

 

현재 한국을 위협하는 가장 큰 군사적 위협은 중국이다. 자, 중국이 우리에게 핵을 쐈다고 해 보자. 얼마나 강력한 보복을 해 줄지는 미국 마음이다.

 

한반도 : 핵의 공간

 

핵은 대단한 무기이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디스토피아적인, 지구 파멸적인 음산한 괴물은 아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핵을 맞고도 전쟁 후에 급속하게 성장했다. 이것이 원전 사고와의 차이점이다.

 

원전 연료봉 하나의 방사능 물질량은 핵탄두의 100배 이상이다. 그 연료봉이 하나도 아니고 수천 개가 있다. 거기다 산더미처럼 쌓인 폐기물까지 끌어안고 있는 게 원전이다. 핵무기의 방사능 피해는 진짜 목표인 폭발력의 부작용이지, 원래는 개발 목표가 아니었다.

 

핵무기의 피해는 공간적으로 보면 심각하지만, 시간적으로 보면 생각보다 금방 끝난다. 국제사회에서 탈락하고 다국적군에 멸망당해도 싼 나라라는 평가를 듣는 걸 감수해 가면서까지 핵을 써야 하는 가치 있는 적국도 없다.

 

한 예가 우크라이나다. 드넓은 평지인 우크라이나는 일단 인구밀도가 낮고 땅이 넓다. 핵의 충격을 받아 낼 만하다. 더군다나 지구의 자전 방향 때문에 방사능 피해는 바람을 타고 결국 러시아로 넘어가게 되어 있다. 이는 러시아가 핵을 쓰지 않는 중대한 이유 중 하나다. 아무리 욕을 먹고 인간 백정 소리를 들은 들, 만약 딱 핵 한 방으로 모든 목표를 확실히 성취할 수 있다면 과연 가만있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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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링크

 

그러나 핵은, 한반도 대상으로는 결정적인 무기다. 한국은 국토가 좁고 인구가 특정 지역에 몰려있는 나라다. 우리 인구가 핵의 피해를 오롯이 삼켜내야 한다. 한반도에 떨어진 핵으로부터 일본도 비교적 안전하다. 한국이 중국의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필터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핵도 마찬가지다.

 

적은 우리에게 핵을 쏠 때 당연히 인구와 시설이 밀집된 태백산맥 서쪽에 떨어뜨릴 것이다. 방사능 물질은 바다와 기류를 통과하기 전에 태백산맥에서부터 걸러질 것이다. 단 몇 발의 착탄만으로 온 국민의 신체가 방사능 처리 시설이 된다. 

 

우울하게 생각해 보자면, 적국의 핵 버튼 하나만으로 국가와 민족의 멸망이 확정될 수도 있다. 왜 대한민국이 아니라 민족이냐 하면 북한은 이미 망해 있으니까. 남한이 망하면 민족도 망하는 거다. 

 

이제는, 한국에 핵이 필요할지 모를 이유

 

중국과 군사적 충돌 내지 전쟁이 일어났을 때, 우리가 생각해야 할 건 중국의 체력이다. 중국의 국토와 인구 그리고 병력, 바로 그 병력을 신속하게 채울 수 있는 잠재적 병력. 중국은 핵을 맞고도 전쟁에서 승리하는 게 가능한 나라다. 적어도 한국보다는 수십 배 가능성 있다.

 

중국의 인구는 우리의 28배다. 만약 중국이 쏜 핵에 서울이 초토화되고 우리 국민 100만 명이 사망했다고 해 보자. 이때 미국이 핵 보복을 해준다면, 어떡해야 계산이 맞을까.

 

우리가 국체와 역사를 유지하고 독립국으로 남기 위해, 그리고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절대적 계산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미국이 핵 보복으로 베이징과 중국인 100만 명을 없애준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베이징, 난징, 충칭, 항저우, 선전, 상해, 텐진을 모두 초토화하고 1,400만 명을 사망에 이르게 해 주어야 계산이 선다.

 

계산이 설 뿐, 전쟁수행력 차원에서는 우리가 말도 안 되게 불리하다. 사실은 중국 모든 도시의 70%와 2억 명 이상이 죽어야 '진짜' 계산이 서지 않는가? 사실 말이야 말이지 그것만으로도 여전히 불리하지 않은가? 중국엔 여전히 12억 명의 인구가 남아있다.

 

이 짓을 과연 미국이 해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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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대통령실

 

 

<계속>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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