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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공유를 느껴봐

 

화면 캡처 2023-05-04 130340.png

출처 - <MBC>

 

"우리 국민이 사실상 미국과 핵을 공유하면서 지내는 것으로 느껴지게 될 것이다."

 

-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의 4월 27일 발언

 

이 발언을 들으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했다. 뭔가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최소한 그걸 보거나, 만지거나 해야 할 거 아닌가? 그나마 이때는 말이라도 존재했지만...

 

美 고위당국자 _워싱턴 선언, 사실상 핵공유는 아냐_ _ 연합뉴스TV (YonhapnewsTV) 0-31 screenshot (1).png

출처 - <연합뉴스>

 

"그냥 직설적으로 말하겠다. 우리는 워싱턴 선언을 사실상 핵 공유라고 보지는 않는다."

 

- 에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선임 국장 

 

그나마의 ‘말’도 산산조각이 나는 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 ‘최대 업적’이라 할 수 있는 ‘워싱턴 선언’이 부정되었다. 이 때문인지 대통령실은 부랴부랴 ‘해명’을 내놓는다.

 

_핵공유 입장차, 용어 집착할 필요 없어_ (2023.04.29_뉴스투데이_MBC) 0-15 screenshot.png

출처 - <MBC>

 

"미국과 핵 공유는 아니다. 국민들이 안보 불안을 덜고 안전한 대한민국이 될 거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라는 게 대통령실의 변명 아닌 변명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 발언이 나오고, 그 발언이 논란이 되고, 반박이 나오고, 다시 해명이 나오는 패턴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이제 하다 하다 ‘핵’에 관한 문제까지 ‘발언의 해석’을 두고 설왕설래하게 됐다(이제 대통령실의 ‘해명’은 디폴트값인 것 같다). 툭 까놓고 말해서 기자회견 하는 도중의 바이든 대통령이, 

 

‘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 – [LIVE] MBC 중계방송 2023년 04월 27일 1-48-16 screenshot.png

출처 - <MBC>

 

"저는 군 통수권자로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절대적이고 유일한 권한을 갖고 있습니다."

 

라고 발언했다는 것 자체가 미국과 한국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윤석열 정부가 계속해서 ‘핵 공유’를 말하자, 미국 대통령이 나서서

 

"야, 우리나라 핵무기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은 나밖에 없어. 너희 지금 선 많이 넘은 거야."

 

라고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 '워싱턴 선언'이란 게 뭘까? 도대체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전문을 한번 살펴보자. 

 

대한민국 윤석열 대통령과 미합중국 조셉 R.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오늘 2023년 4월 26일에 회동하였다. 우리 두 나라의 동맹은 공동의 희생 속에서 주조되고 항구적인 안보협력을 통해 강화되었으며, 양국의 외교 역량을 활용한 긴요하고 전략적인 대업을 평화롭게 달성 가능케 한 긴밀한 연대를 자양분으로 하여 발전해 왔다. 안보 파트너십으로 시작된 한미동맹은 민주주의 원칙을 옹호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며, 기술 발전을 주도하는 진정한 글로벌 동맹으로 성장하고 확장되었다. 우리의 동맹은 연이은 도전에 맞서서도, 언제나 굴하지 않고 일어섰고, 한반도와 인도-태평양에서 변화하는 위협에 대응하였다.

 

우리 동맹에 역사적인 해를 기념하기 위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더욱 강화된 상호방위관계를 발전시키기로 약속했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겠다는 공약을 가장 강력한 언어로 확인한다.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며, 우리가 함께 취하는 조치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목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미국은 미국 핵태세보고서의 선언적 정책에 따라 한반도에 대한 모든 가능한 핵무기 사용의 경우 한국과 이를 협의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임을 약속하며, 한미동맹은 이러한 협의를 촉진하기 위한 견실한 통신 인프라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

 

한미동맹은 핵억제에 관해 보다 심화되고 협력적인 정책결정에 관여할 것을 약속하며, 이는 한국과 지역에 대해 증가하는 핵 위협에 대한 소통 및 정보공유 증진을 통하는 것을 포함한다. 양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하였다. 아울러, 한미동맹은 유사시 미국 핵 작전에 대한 한국 재래식 지원의 공동 실행 및 기획이 가능하도록 협력하고,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 및 훈련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양 정상의 약속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한미동맹은 핵 유사시 기획에 대한 공동의 접근을 강화하기 위한 양국 간 새로운 범정부 도상 시뮬레이션을 도입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는 핵을 포함한 미국 역량을 총동원하여 지원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나아가,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며, 양국 군 간의 공조를 확대 및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나아가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이 잠재적인 공격과 핵 사용에 대한 방어를 보다 잘 준비할 수 있도록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포함해 확장억제에 관한 정부 간 상설협의체를 강화하고, 공동 기획 노력에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을 실시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의 연합방위태세에 한국의 모든 역량을 기여할 것임을 확인하였다. 이는 한국의 새로운 전략사령부와 한미연합사령부 간의 역량 및 기획 활동을 긴밀히 연결하기 위해 견고히 협력하는 것을 포함한다. 이러한 활동에는 미국 전략사령부와 함께 수행하는 새로운 도상훈련이 포함된다.

 

이러한 중요한 발전들의 견지에서,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의 공동의 안보에 대한 모든 위협에 맞서 함께 할 것이라는 확고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전하며, 확장억제 강화를 위한 향후 조치들에 대한 긴밀한 협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 동시에 양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달성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진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북한과의 전제조건 없는 대화와 외교를 확고히 추구하고 있다.

 

워싱턴 선언 전문 중에서 내 나름대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을 발췌해 봤다.

 

①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며, 우리가 함께 취하는 조치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목표를 더욱 발전시킬 것이다.

 

②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신뢰하며 한국의 미국 핵억제에 대한 지속적 의존의 중요성, 필요성 및 이점을 인식한다.

 

③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

 

④ 양 정상은 확장억제를 강화하고, 핵 및 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비확산체제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관리하기 위해 새로운 핵협의그룹(NCG) 설립을 선언하였다.

 

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과 한국 국민들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가 항구적이고 철통같으며, 북한의 한국에 대한 모든 핵 공격은 즉각적, 압도적, 결정적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⑥ 미국은 향후 예정된 미국 전략핵잠수함의 한국 기항을 통해 증명되듯, 한국에 대한 미국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한층 증진시킬 것이며, 양국 군 간의 공조를 확대 및 심화시켜 나갈 것이다.

 

우선 시작부터 도끼눈을 뜨게 만든다.

 

'한미 양국은 인도-태평양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 인도-태평양의 평화... 이게 의미하는 게 ‘중국’이란 건 이제 9시 뉴스만 봐도 다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이제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완벽한 한 축(?) 아니, 꼬붕이 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너만 보인단 말이야

 

[오늘 이 뉴스] _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_ (2022.09.22_MBC뉴스) 0-22 screenshot.png

출처 - <MBC>

 

뒤이어 한국이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완전히 믿는다는 말이 나온다. 쉽게 말해서,

 

"이 형님이 여차하면 핵 들고 와서 너 지켜줄게. 유노왓암세잉?"

 

"예, 행님만 믿슴다!"

 

이렇다는 거다. 그걸 명문화했는데, 이렇게 다짐받은 뒤에 중요한 하나가 튀어나온다. 

 

『윤 대통령은 국제비확산체제의 초석인 핵확산금지조약(NPT) 상 의무에 대한 한국의 오랜 공약 및 대한민국 정부와 미합중국 정부 간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한 협력 협정 준수를 재확인하였다.』

 

이건 정말 한 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은 꾸준히 ‘핵무장’에 대해 언급해 왔다. 올 1월에는 아예 대놓고, 

 

_자체 핵 보유_ 언급 파장…윤 대통령 '대북 발언' 높아진 수위 _ JTBC 뉴스룸 0-52 screenshot.png

출처 - <JTBC>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

 

라는 발언을 내놓게 된다. 심지어,

 

"우리 과학기술로 더 빠른 시일 내에 우리도 (핵무기를) 가질 수 있을 것."

 

이라고 부연 설명까지 했다. 이 정도면... 핵 가지겠다고, 핵 만들고 싶다고 동네방네 떠든 거나 마찬가지다. 미국으로서는 이걸 묵과할 수 없다. 결국 윤석열 대통령을 미국으로 불러서, 한마디 했다.

 

"자, 펜 들고 이렇게 따라 써! 나는 NPT를 지킬 것이고, 핵 가지고 불장난하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된 거다. 콕 찍어 ‘윤석열’이라는 이름이 들어갔고, 콕 찍어 NPT 협정 준수를 재확인한다는 걸 명문화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핵 개발 발언과 그에 대한 ‘욕구’는 일단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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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덕분에 조선일보가 들고 일어났다. 조선일보는 사설을 통해서, 

 

"씨바, 이건 한국에 핵 족쇄를 채운 거라고!"

 

라면서 길길이 날뛰었다. 딱 봐도 알겠지만, 이 역시도 미국이 급해서 밀어 넣은 문구이지 한국이 급해서 내놓은 문구가 아니었다.

 

NPG와 NCG, 무엇이 더 실효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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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대망의 ④번째 단락. 말 많고 탈 많은 핵협의그룹(NCG : Nuclear Consultative Group)이 등장하게 됐다. 이게 참 뭣 같은 게... 그래서 뭘 어쩌겠다는 거냐? 라고 반문하고 싶어진다. 이 핵협의그룹이란 건, 나토의 핵기획그룹(NPG : Nuclear Planning Group)과 비슷한 느낌을 주면서, 뭔가 있어 보이지만...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지금 미국의 대표적인  전술핵무기는 B-61 계열인데, 이게 한 5백 발 정도 있다. 이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터키까지(터키가 러시아제 S-400을 들여온다는 말에, 미국이 빡쳐서 전술핵을 철수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지만... 여튼 터키도 넣어서) 5개국 공군 기지 6곳에 배치되어 있다. 

 

NPG는 1966년에 만들어졌으니, 꽤 오래된 기구라 할 수 있다.

 

"핵은 미국이 보관하고 있다가, 전쟁 나면... 너희 비행기에 달고 날아간다. 그리고... 떨어뜨려."

 

이게 계획의 핵심인데, 1960년대 냉전이 한참이던 시절 독일 애들이 들고일어난 게 NPG의 시초다. 

 

"전쟁 터지면 소련 놈들 기갑 웨이브를 몸빵해야 하는 건 서독인데, 우린 전범국이라 핵도 못 가지잖아! 우린 가만히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하냐? 우리 목숨이 장난이냐아!!"

 

당시 독일은 독일에 배치된 미국 전술핵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미국에 요구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게 NPG다. 뭔가 대단한 게 있어 보이지만 내용은 별 거 없다. 회원국 국방부 장관들의 만장일치로 의견이 조율되고, 정례적으로 핵무기를 인수하고, 인계하고, 비행기에 달고, 발진하는 훈련을 하는데 이거... 다 헛짓거리다. 

 

앞서 바이든이 말한 것처럼 핵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 권한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 유럽 국가들이 입에 거품 물고 덤벼드니까,

 

"그래, 핵무기 냄새라도 한번 맡아봐라."

 

하고 NPG를 만들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그냥 주는 척, 공유하는 척하는 것일 뿐, 유럽 달래기용에 불과하다. 뭣 빠지게 핵무기 장착 훈련을 하는데, 이게 꼭 필요해서 하는 훈련도 아니다. 미국 전략 폭격기가 다 있는데 뭐 하러 이런 번거로운 일을 벌일까? 심지어 미국 전략 폭격기 성능이 훨씬 우수한데 말이다.

 

워싱턴 선언 어디에도 핵무기 공유(Nuclear weapon sharing)에 대한 말은 없다. NPG도 못하는 걸 한국이 한다고? 1년에 4번 모여서 회의를 한다는데(미국의 핵전역 운용 세부계획을 알려줄 거 같다. 그래도 나름 생색은 내야 하니까), 그게 전부다. 우리나라에 전술핵이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NPG처럼 실질적인 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다. 순 허울 좋은 말 잔치일 뿐이다.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걸 워싱턴 "선언"이랍시고 들고 왔다. 바이든은 정말 립 서비스 몇 번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어르고 뺨치며, 가지고 놀았다. 더 큰 문제는...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번에 뭘 하나 가지고 왔는데 심상치가 않다. 그놈의 '핵공유'가 뭔지 좀 더 자세히 디벼보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