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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제목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면 그건 당신의 기분 탓이다.


<디아블로3>가 벌써 시즌7을 맞이했다. 시즌6 때는 ‘오버워치’ 베타를 맛보고 난 뒤라 정신이 없었는데, 새로운 시즌이 나온다니까 ‘그래도 해줘야지’라는 생각으로 시즌7을 플레이하고 있다. 오버워치의 시즌1이 마무리되기도 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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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게임에 대한 추억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내가 PC게임을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블리자드에 팬이 되게 만든 것은 ‘스타크래프트’였다. 하지만 집에 있는 컴퓨터로는 스타크래프트를 돌리지 못했고, 나는 어머니에게 받은 용돈을 PC방 비로 유용했다. 열심히 PC방을 열심히 다니던 와중에, 옆에서 신기한 RPG게임을 하던 사람을 봤다. ‘디아블로2’였다. 이 게임이 훗날 내 고교시절을 잃어버리게 한 놈이자 수능점수 또한 날아가게 한 악마의 게임이다. 그 때 디아블로2를 안 했어야 했는데….


디아블로2로 인해 나는 폐인이 되었다. 고등학생 때였는데 게임을 하느라 잠을 못자, 토요일에 학교에서 통으로 잤던 기억이 난다. 군 제대 후에는 ‘워크래프트3’ 유즈맵인 ‘카오스’를 했다. 이후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손을 댔지만, 다시 카오스에 복구했다. 그러다가 사회인이 되었고, 무려 디아블로3가 출시되었다. 무려 10년 넘게 기다렸다.


전작 디아블로2는 2000년에 나온 게임이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중독성이 심각했다. 복사 아이템 사태와 밸런싱 불균형, 장기간 동안 패치를 안 했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라이트 유저들이 하기에는 괜찮은 편이었다. 게임을 하다보면 나오는 특유의 그 음악도 괜찮았다. 거기에 한 방에 수용 가능한 인원이 총 8명. 그 안에서 파티를 제각각 맺을 수 있었다. 파티를 안 맺고 8명이 제각각 놀다 보면 별일이 다 생겼다. PK(플레이어끼리 싸우는 것)가 대표적이라 볼 수 있겠다. 파티끼리 시비가 붙기도 했고, 클랜끼리 PK를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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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죽는 고야


전작의 명성이 있어서인지 차기작인 디아블로3를 기대하는 유저들이 많았다. 현재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오버워치를 기다렸던 유저들의 모습이 디아블로3 출시 당시 유저들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보면 되겠다. 나 역시도 디아블로3 출시를 앞두고 비싼 돈을 들여서 컴퓨터를 새로 맞췄다.


블리자드에선 발매 전날, 왕십리역에서 ‘발매 전야제’를 열며 한정판을 팔았다. 한정판은 4000개 뿐인데(1인당 2개까지 살 수 있어 최악의 경우 2000명 정도만 살 수 있었다), 무려 5000여명이 넘게 와 말 그대로 왕십리는 ‘헬게이트’가 되어 버렸다. 그 와중에 새치기 하면 칼로 찌르겠다고 짤방을 올렸다가 해당 유저가 불구속 입건되는 해프닝도 발생하였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에서는 한정판 발매가 시작된 9시에 서버가 마비되어 버렸고, 대형 할인마트(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쪽에선 한정판을 극소량으로 풀었는데도 여기저기서 혈투를 방불케 하는 수준의 막장 사건들이 있었다. 얼마나 많은 유저들이 디아블로3를 기다렸는지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반전은 이렇게 힘들게 산 사람들의 꽤 많은 수가 창조경제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되팔기를 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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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Game>


많은 이들의 기대 속에 서버가 오픈되었다. 모두들 게임을 달렸지만,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가 없었다. 초기 서버 운영은 ‘Shit!’이라는 표현이 걸맞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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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 you Know Error 37?
디아블로3 오리지널을 겪어본 유저와 안 겪어본 유저는 ‘37 Error’로 구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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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2 ‘열리지 않는 문’의 재림이었다.


대한민국의 인터넷 환경이 좋다고 해도, 37 Error와 엄청난 대기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방은 게임을 진행하는데 있어 유저들을 힘들게 했다. 로그인부터가 힘겨웠고, 로그인을 한다고 해도 방 하나 파는데 대기열이 걸리거나 튕겼다. 대작을 기대하던 유저들은 시작부터 고통을 받았다. 내 돈 주고 게임하겠다는데 왜 스트레스를 받으며 게임을 해야 하냐고 불만이 엄청 많았다. 


당시에는 없던 용어지만 의지의 한국인 ‘The Korean’들은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디아블로를 잡으러 떠났다. 그리고 그들은 디아블로를 잡았다. 그것도 아시아 서버 최초가 아닌 전 세계 서버 최초로, 무려 6시간 만에. 스토리 모드로 퀘스트를 차근차근 밟아서 6시간 만에 4인 파티로 깬 것이다. 스토리 모드를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과정자체가 어렵고 힘들다. 그걸 6시간 만에 해냈다. 새로 나온 게임이라 헷갈렸을 텐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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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서버장애는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고, 장기화되고 있었다. 출시 한 달이 지나가서도 별다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한 상황에서 유저들이 크게 등을 돌린 일이 발생한다. 불안정한 서버장애를 이용해 아이템 복사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밸런스고 난이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이건 게임 자체를 뒤흔드는 수준이었다.


이 때에 대해선 나도 기억이 있다. 어렵사리 들어간 게임이 갑작스레 튕겼다. 또 서버장애구나 싶어서 재접속하니, 그 전에 갖고 있던 아이템이 증발해 버렸고, 경험치도 되돌아갔으며, 클리어한 퀘스트도 되돌려졌다. 이름하야 일정 시점으로 되돌아가는, ‘롤백(Roll Back)’이 발생한 것이다. 문제는 나뿐만이 아닌 모든 이들이 겪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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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


디아블로3에는 ‘대장장이 히드리그’라는 NPC가 있다. 히드리그는 아이템을 제작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서버오류를 이용해 좋은 아이템이 나올 때까지 무한 제작을 시도하게 하고, 좋은 아이템이 안 떨어지자 악질 유저들이 강제로 롤백을 시킨 사건이었다. 게임 초기인데다 대응이 엉망이었던 블리자드에겐 큰 타격이었고, 일제히 서버 긴급 조치에 들어간다. 처음엔 한두 시간이 걸린다고 공지한 게 또 연장, 또 연장, 또 연장. 결국 점검에 약 27시간 정도 걸렸다. 많은 유저들은 거품을 물며 블리자드를 깠고, 문제가 덜했던 해외서버로 옮겨 게임을 했다.


이 정도로 엉망이던 서버장애, 복사 아이템 사태, 중간중간 발생하는 계정 해킹 사태로 유저들은 발을 돌렸다. 겪어봤던 사람들은 알 것이다. 기껏 구입한 게잉믈 쾌적한 환경에서 해도 모자랄 판에 매일매일 서버장애에 불안에 떨고 저런 사태가 빵 터져버리니 화가 날대로 났다. 나도 이 사태 때문에 한동안 게임을 접었었다.


다시 시작했을 때 느낀 건 과거에 비해 서버장애는 줄어들었지만 밸런스가 엉망이라는 거였다. 답이 없는 수준급 난이도와 몬스터의 공격력은 환장할 정도로 괴로웠다. 그래도 의지의 ‘The Korean’답게 공방에서 4인 팟을 하며, 모두들 좋은 아이템 하나 주워 보자며, 약속의 땅이라 할 수 있는 불지옥 난이도를 달렸다.


디아블로3 오리지널을 관통하는 것으로 ‘경매장’ 시스템이 있다. 디아블로3의 경매구조에 대해서는 굳이 이해하고 했던 적은 없었기 때문에 패스하겠다만, ‘재료팔이’에 대해서는 얘기할 게 좀 있다. 나는 소위 ‘재료팔이’라고 불리는 보따리장수였다. 그날그날의 재료 시세 여부에 따라서 손해를 보거나 이익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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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스샷으로 설명을 하면 대략 이렇다.


12년 7월 9일, 몇 시 기준인지 알 수 없다. 분 단위로도 달라지고 시간 단위로도 시세 차이가 생긴다. 사진을 설명하자면 대장장이로부터 나오는 전설의 아이템인 불타는 유황(전설 무기 및 방어구를 분해해서 얻을 수 있다)과, 노란색 레어템을 갈면 나오는 찬연한 정수의 시세가 사진과 같다는 것이다. 어제 30만원 초반이던 유황은 하루 사이에 49만원, 무려 50만원 가까이 올랐다. 전날 매도했던 유저들은 큰 손실을 봤을 거다.


유황과 정수를 비롯한 재료들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이 아닌 이상 웬만하면 자동이다 싶을 정도로 팔린다. 그래서 시세가 중요하다. 주가지수가 따로 없다. 경매장이 있던 시절에는 개미군단과 사기꾼들 되팔렘과 실수로 숫자 하나를 빼 먹어서 억 단위를 천만 단위로 팔아 버리는 실수를 한 유저 등 다양한 사람이 있었다. ‘어메이징’, ‘어썸’이란 표현이 딱 어울렸다. 유머 게시판보다 더 웃긴 일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 터졌으니 말이다.


당시에 이 게임이 노가다 조금만 하면 용돈은 벌 수 있는 게임이라고 소문이 돌았는지, PC방에 가면 자리 옆에 담배를 수북하게 쌓아놓고 디아블로3를 하시던 형님들이 꽤 있었다. 한 타임 돈 뒤 잠깐 쉬며 담배를 물고는 경매장을 둘러보며 “아우야? 이거 얼마나 내놓을까?” 묻던 그 시절. 이 인심 좋은 형님(?)들에게 얻어먹은 음료수와 몇 억짜리 아이템을 넙죽넙죽 받아서 되팔렘(되팔이)을 하였던 추억.


결국 ‘아이템 파밍(게임에서 돈이나 아이템을 수집하는 행위)’이라는 지상 과제만으로 반복하는 이 게임에 흥미를 잃었다. 디아블로3 오리지널은 작은 차이로 천만이냐? 억이냐? 더 나아가서는 “현찰이냐?”를 위한 게임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유저들은 복사 아이템 사태로 한 차례 빠져버렸는데.


디아블로3 오리지널은 암흑기, 아니, 똥 그 자체였다.



다음 화에 계속...





편집부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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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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