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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회 [범우시선]캣맘

2017.02.16 12:12

범우 추천:10 비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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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던 고양이가 죽고 사료만 남았다. 한동안 슬퍼하던 집사람은 길 고양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집 앞 비닐하우스와 농사용 컨테이너를 거점으로 삼는 고양이가 새끼를 가졌다. 길 고양이가 사람 손을 타면 사는 게 더 힘들어진다. 경계심을 잃고 다른 사람에게 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말을 해도 남는 사료만 주겠노라고 고집을 부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아내는 기쁜 얼굴로 소식을 전한다. 경계하던 어미고양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나와 사료를 먹는다. 남은 사료가 떨어지자 역시 새끼고양이를 위한 사료를 샀다. 어미 고양이가 드문드문 보이지 않더니 새끼 둘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잿빛 줄무늬는 너무 작고 약했다. 누렁이는 꼬리뼈가 기형으로 꺾여있었다. 집 근처에 주차된 차량 밑에 숨어 있다가 아내가 나오면 울음을 울었다. 모든 고양이가 그렇지만 배고픈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모성을 자극하는 음계를 지녔다.


사는 수준들이 고만고만해서 인지 마을엔 캣맘이 없다. 새끼 고양이들이 몸집이 조금 커지고 먹이를 먹으려는 고양이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퇴근하는 아내를 마중 나온 고양이들이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여섯 마리 고양이에 둘러싸인 아내는 행복해 보인다. 여섯 마리 고양이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는 나에게 배시시 웃으며 다리를 건너오지 않는 고양이까지 여덟 마리라고 자랑을 한다. 고양이 사료 값이 분수에 맞지 않은 지출인 것 같지만 마음이 향하는 방향이 그쪽이라면 어쩔 수 없다.


가여운 동물들에게 유독 마음을 쏟는 이유가 사람에게 입은 상처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동물복지는 애초에 동물보다 못한 삶과 대접을 받았던 노예들을 위해 생겨난 개념이다. 작은 것들에게 악하지 못한 사람이 사람에게 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녀는 모질지 못한 사람이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속상했던 일, 즐거웠던 일, 놀라웠던 일, 재미있던 일들을 이야기 한다. 가끔은 반대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역성을 들어주고 추임새를 넣어준다. 보통 이 삼 십분 정도를 들어줘야하는 이야기 속에 개와 고양이에 대한 것들이 절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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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영역동물이다. 싸움에 진 고양이 한 마리가 4층 연립주택 옥상으로 올라왔다. 그리고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밤낮으로 울어댔다. 집사람이 잡아 보려고 해도 계단사이를 뛰어내리며 절박하게 도망 다니면서 밖으로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고양이 소리에 놀란 앞집 아주머니가 고양이를 쫒았다. 쫒기던 고양이가 지붕 처마에 매달려 오도 가도 못하게 됐다. 아침에 지붕에 있던 고양이가 점심 때도 있는 걸 본 후 앞집 아주머니에게 물어본 아내가 알아낸 일이다. 앞집 아주머니는 고양이는 수직벽을 타고 오르내리는 동물로 알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 했다.


기어이 119에 신고를 했다. 구조대원들이 와서 장비를 착용하는 동안 아내는 안달을 했다. 혹시 떨어지면 안 되니까 이렇게 저렇게 꼭 잘 좀 해달라고, 이런 날은 저녁에 할 말이 산더미 같이 많아진다. 말을 들어 줄 사람이 없는 사람과 타인의 말을 들을 줄 모르는 사람 중 누가 더 가여울까. 그녀는 말을 하고 나는 듣는다.


다년간 동물농장의 시청으로 아내는 119를 슈퍼맨 친구정도로 알았나보다. 실망이 컸다. 홉사 고양이를 구해주기 싫은 모양으로 대원들은 느릿느릿 장비를 착용했다. 소방관들의 구조 활동에 긴장한 고양이는 포획을 피해 허공으로 뛰었다. 낙하 충격으로 바로 움직이지 못하다가 다리를 펴지 못하고 어기적거리며 도망쳤다. 아내의 묘사다. 건물 아래에 있던 젊은 대원은 다리사이로 기어서 달아나는 고양이를 굳이 잡지 않았다.


기대가 무너지고 아내는 많이 속이 상했는지 119대원에게 원망의 말을 했다. 그도 난감했을 노릇이다. 답답한 대원이 저희도 사람이에요. 한숨을 쉬듯 말했다. 그래도 저녁까지 속상함과 원망이 가시질 않고 떨어진 고양이가 혼자 고통스럽게 죽을까봐 여전히 걱정이다.


그 사람 말이 맞아. 119가 된 건 사람을 구하고 싶은 좋은 마음이었지 고양이를 구하려고 된 건 아닐 거야. 당신에게는 고양이가 아름답고 가여운 생명이지만 동물을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어. 길고양이를 포획하다가 눈이라도 긁히면 그 가족들은 어떡할까. 보호 장구가 없으면 조심해야 해. 타인을 구하러 가는 사람은 반드시 구조현장에서 자신도 구해야 해. 구조대원들의 보호 장구는 열악하고 구조현장에서 다치고 죽는 사람도 많아. 고양이는 아마 괜찮을 거야. 십 층에서 떨어지고도 산 녀석이 있대. 아내를 달래고 구조대원에게 감사의 인사는 했는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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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입에 새끼 고양이 중 작은 녀석이 죽었다. 별 상처 없이 잠자는 모습으로 도로 옆 밭 가장자리에 누워 있었다. 아내는 어찌할 바를 물어왔다. 차디찬 흙바닥에 놓인 작은 사체가 가여워 보인 탓이다. 살아있을 때의 인연이다. 초장을 하던 섬사람들의 문화가 생각이 났다.


꼬리가 기형인 새끼는 한동안 형제의 시신 근처를 떠나지 못했다. 사람도 죽음을 인지하려면 십년 이상을 살아야 한다. 한참이 지난 후에 옥상에서 떨어진 고양이가 다시 먹이를 얻어먹으러 나타났다. 아내는 한참을 반가움과 기쁨의 감정을 나와 나누려고 했다. 대화가 길어진다. 여전히 그녀는 말을 하고 나는 듣는다.






범우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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