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jail-1817900_1920.jpg



영화 7번방의 선물이나 친절한 금자씨를 떠올려보자.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교도소는 ‘교정’, 혹은 ‘미래를 여는 선진 교정 구형’따위의 표어를 현판에 새기고 있다. 보이지 않는 걸 더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의 호기심도 도저히 열릴 것 같지 않은 교도소의 두꺼운 철문은 넘을 수 없을 거라 느껴진다. 미디어 속 교도소는 위압감, 그 자체다.


내가 현재 일하는 교도소는 미디어 속 교도소와 조금 다르다. 일반인들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입구로 들어오면 대체 이곳이 교도소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입구를 들어서면 길 양쪽으로 여러 건물들이 군데군데 모여 있어 마치 작은 마을처럼 보인다. 무시무시한 교도소를 상상하고 들어오면 순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정도의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직원들과 면회를 하러 온 방문객이 이용할 수 있는 무료 주차공간이 여러 곳에 나눠져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여기에다, 길을 잃고 두리번거리면 어김없이 경찰이 나타나는 곳이라는 말까지 덧붙이면 무척 안전한 부락 같이 느껴질 것이다.



교도소로 초대합니다



floor-plan.jpg



이제 교도소로 들어가 보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3중으로 된 샐리 포트(Sally Port)와 샐리 포트 주변을 둘러싼 높은 철망이다. 위쪽에는 날카로운 날이 서 있는 윤형 가시 철조망은 성인 남자 키의 두 배가 넘는다. 이 윤형 가시 철조망을 통해 바깥에서는 안쪽을, 안쪽에서는 바깥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마치 은밀한 교류가 가능하거나 쉽게 나갈 수 있을 것 같지만, 접근이 가능한 거리를 바닥에 표시해두고 이 거리를 넘어 실제로 다가갈 경우 순찰 중인 직원의 경고를 받게 된다. 철조망 밖에 있는 여러 감시소에서는 철조망 위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수시로 수상한 행동을 감시하고 있어, 영화에 나올법한 은밀한 교류 같은 것은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 훤히 들여다보게 만들어진 철조망은, 생김새와는 달리 교도소 내부와 외부 세계를 단절시키는 경계선 역할을 한다.



padlock-597495_1920.jpg



철조망을 너머 교도소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곳은 공식적 입구, 샐리 포트(Sally Port)다. 샐리 포트는 세 개의 문과, 그 문 사이마다 위치한 검문소 두 곳으로 이뤄져 있다. 세 개의 문을 모두 통과해야 내부 시설로 들어갈 수 있는데, 사람의 경우 검문소의 검사가 있어야만, 차량의 경우 경찰에 의해 인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첫 번째 철문 초입에는 방문자와 직원이 지켜야 하는 규칙과 소지해선 안 되는 금지 물품 목록 등이 쓰여있다. 내부에서 확인을 받아 첫 번째 문 안으로 들어서면 고속버스 터미널의 매표소와 비슷하게 생긴 검문소를 볼 수 있다. 이곳의 작은 창구를 통해 방문자는 출입 배지를, 출퇴근을 하는 직원의 경우 열쇠를 받는다. 이것을 경찰이 확인하면 두 번째 문이 열린다. 첫 번째 문과 두 번째 문은 한 번에 하나씩만 열리도록 되어 있고, 첫 번째 문과 두 번째 문 사이에 한 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5명이다. 5명이 이 장소를 통과한 후에 또다시 5명 이하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다. 직원이 소지한 열쇠로 마지막 문을 직접 열어주면 드디어 수감자들이 갇혀 있는 내부 시설로 들어가는 것이다.


문 세 개를 통과하고 들어오면 수감되어 있는 환자들이 바깥바람을 쐬는 그라운드(Ground)가 보인다. 활동 공간이 크지 않은 감금 상태에서 그라운드는 환자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곳이다. 벤치에 앉아 쉬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고, 식수대에서 물을 마시거나 자판기에서 간단한 음료나 스낵을 구매할 수도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직원들이 수감자들에게 제공하는 디카페인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도 여기다.



prison librarian.jpg

출처 - Prison Librarian


앉아서 쉬는 것 외에 다양한 부대시설도 마련되어 있는데,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이나 운동 시설이 그 예다. 그라운드에는 농구나 축구를 즐길만한 운동시설과, 계절에 따라 직원들의 보호 아래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마련되어 있다. 도서관에 비치된 책은 열람과 대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데,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서적의 대부분은 환자들의 치료와 관계된 정신병리학 서적이나 법적 지식에 관한 것, 그리고 문학 작품이다. 다시 사회로 나가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는 도서를 접하게 할 목적이므로 성인 잡지나 폭력성이 높은 간행물들은 금지되어 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수감자들의 경우 독서를 즐기기는 어렵지만, 도서관에 비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문서 작업을 하거나, 허가받은 usb 드라이브를 이용해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음악이나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 사용은 불가능하다. 


수감자들이 그라운드에 나올 수 있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운동시설과 도서관 등의 부대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시간 역시 정해져 있고 부대시설 이용은 직원의 보호 감찰 아래 이루어진다. 보호 감찰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 그라운드에는 보호 감찰을 위한 직원들의 사무실 건물이 있고, 직원들은 수시로 카트를 타고 그라운드를 순시한다. 직원들의 건물 주변 바닥에는 Out of Bounds라는 표시가 있어 수감자들의 접근을 막는다. 


오전과 오후, 정해진 시간에 이용할 수 있고 보호 감찰 없이 자발적으로 이용 가능한 공간은 부대시설을 제외한 야외 장소지만, 그라운드는 수감자들에게 특별한 의미다. 제한된 활동 공간, 좁은 인간관계, 한정된 정보를 넘어 다른 병동의 수감자들과 자유롭게 인간관계를 맺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즐길 수 있는 그라운드는 감금되어 있는 동안 셀프를 조금 누리게 해주는 공간이다.



자유로운 생활단위, 유닛


그라운드를 훑었으니 건물 안으로 들어가 생활환경을 보자. 건물을 보기 전에 유닛(Unit)이라는 개념부터 익히고 가는 게 좋겠다. 유닛은 병동의 단위인데, 일반적으로 한 층에 4개의 유닛이 있다. 이곳의 건물은 보통 2층이나 3층이니 건물 하나에 병동이 8개에서 12개까지 있는 셈이다. 한 개의 유닛에는 50명 정도의 수감자가 생활을 하고 있으니 한 건물에는 400명에서 600명이 수감되어 있다.


유닛과 유닛 사이를 잇는 복도에는 직원들의 사무실과 수감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식당, 이발소, 화장실 등이 있다. 식당은 모든 환자들이 한꺼번에 사용할 수 없어 일정에 따라 유닛 별로 사용하고 있으니 하나의 유닛은 일종의 거대한 생활 단위다.


이제 유닛으로 들어갈 차례다. 한 유닛으로 들어가는 문은 직원들이 열쇠로 직접 열지 않으면 출입할 수 없다. 문을 열기 전, 문에 나 있는 작은 창문을 통해 내부에 위험한 상황은 없는지 확인을 마친 후 들어가야 한다. 유닛으로 들어가면 정면 복도 끝에 간호원실(Nursing Station)이 보인다. 방탄유리창이 있는 상단 부분으로 밖을 볼 수 있는 간호원실에는 수감자들의 치료를 돕는 정신과 테크니션과 간호사들, 그리고 그 외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간호원실에는 수감자들의 차트, 그리고 유닛을 관리하기 위한 다양한 물품들이 마련되어 있다. 필요한 것이 있는 수감자들은 이곳의 문을 두드리면 된다. 간호원실의 직원들은 유닛 내부 방송을 내보내거나 외부 전화를 받는 등 유닛에서의 생활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환경을 유지하는 일을 한다.


간호원실로 나 있던 긴 복도의 양쪽에는 여러 개의 방과 화장실, 그리고 샤워시설이 있다. 이곳이 수감자들이 주로 생활하는 곳이다. 보통 3~5명이 함께 생활을 하는데, 싱글 침대와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 캐비닛이 주어진다. 캐비닛에 들어가는 모든 물품은 교도소에서 허가된 것들이어야 한다. 


유닛 안에는 간호원실과 수감자들의 공간뿐 아니라 직원들의 회의실과 치료실, 약제실, 그리고 직원들의 도시락과 개인용품을 보관하는 휴식 공간도 포함되어 있다. 치료 시 사용되는 물품과 수감자들에게 제공되는 초콜릿과 간식도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수감자들과 직원 모두 생활의 다양한 부분을 유닛 내에서 해결할 수 있다. 



CEC.jpg

출처 - CEC



유닛 안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곳은 간호원실과 직접 연결되는 넓은 방, 데이 홀(Day Hall)이다. 데이 홀에는 TV와 유닛에 수감된 환자를 수용할 만큼의 의자와 테이블, 그리고 컴퓨터가 배치되어 있다. 곳에 따라 당구대와 피아노 등의 오락시설이 있는 곳도 있다. 데이 홀은 기본적으로 수감자들이 정해진 그룹치료를 하는 곳이지만, 그 외에 시간에는 TV를 시청하거나 허용된 범위 안에서 보드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그라운드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듯 하지만, 그라운드의 이용 시간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곳에 나갈 수 없는 시간에 수감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곳이 데이 홀이다. TV의 리모컨은 간호원실에 보관되어 있는데 환자들이 임의로 리모컨을 사용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채널을 바꾸는 과정은 최대한 민주적으로 행해진다. 이런 활동은 보드게임, 카드게임과 같이 수감자들끼리 교류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자연스레 습득시킨다.


데이 홀에는 뒷마당(Court Yard)이 딸려있다. 데이 홀의 문을 통해 나갈 수 있는 뒷마당은 그라운드와 달리 해당 유닛에 수감되어 있는 환자들만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야외 공간이다. 뒷마당의 크기와 모양은 건물의 구조와 외부 환경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이곳에는 식수대와 화장실, 농구나 배구를 할 수 있는 시설과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작은 화단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곳에서 수감자들은 팀 스포츠를 하거나 화단을 가꾸고 그룹 치료 프로그램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그라운드에 나가지 못하는 시간에 바깥 구경을 할 수 있는 뒷마당은 거의 모든 유닛에 있다. 


지금까지 둘러본 시설에서 만날 수 없는 수감자들도 있다. 그들이 수감된 시설 역시 건물 안이 여러 개의 유닛으로 나눠져 있는 비슷한 구조지만, 이곳에 수감되면 직원의 보호 감찰 없이는 건물을 혼자 떠날 수 없다. 이 건물에 수감된 환자들은 금치산자로, 정신질환으로 가족이나 친지들의 신청을 통해 이곳에 수감되거나 형기를 다 마쳤으나 아직 사회에 위험을 줄 수 있는 인물로 판단되어 수감된다. 이 수감자들은 오픈된 시설을 사용할 수 없고 독립된 병동이라,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샐리 포트를 통과하지 않고 별도로 시설물 열쇠를 지참하고 있다.



cnn-스포츠.jpg

출처 - CNN



모든 시설을 자세히 둘러보지 않았지만, 교도소에는 이 외에도 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룸, 수감자들이 직접 과실수를 기르고 관리하는 화단이 있다. 예체능에 관한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어 그림이나 도자기, 악기, 연극 등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다. 모든 종교를 위한 시설이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정신적 안정을 돕기 위해 최대한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사회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직업 훈련 프로그램 역시 마련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시설이 최소한의 제재와 감시 하에서 수감자들이 신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왜 수감자에게 자유를 줘야 하나



prison-370112_1920.jpg



이제 교도소 집들이가 끝났다. 한참 둘러보다 문득 왜 범죄자들에게 이런 편의를 제공하는지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감금 그 자체로 죗값을 치러야 하는 수감자들이 생활하기에는 지나치게 좋은 환경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는 일반 교도소에서 볼 수 있는 2인 1실 철창 같은 건 없다. 수감자 모두 목재로 지어진, 작은 창문이 있는방에서 생활하고 화장실을 관리하는 인력은 따로 있다. 손과 다리를 묶거나 독방에 수감시키는 경우는 상태가 악화된 환자가 자해하거나 타인을 해칠 수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최대한 자유를 누리게 해준다. 


미국의 다른 교도소도 인간의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일반 교도소의 목표는 수감자들이 형량을 마치고 사회로 나가 직업을 갖고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교육 프로그램에 좀 더 중점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리핀 교정본부.jpg

출처 - 필리핀 교정본부



내가 일하는 정신병원 교도소의 목표도 큰 틀에서는 다르지 않지만, 수감자들이 법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기 힘든 상태의 환자라는 점에서 출소 후의 삶보다는 당장 법정에 다시 설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돕는 것이 첫걸음이다. 사회로 돌아가 타인과 자신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온전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은 그 이후의 일이다. 이런 이유로 엄격한 규율보다는 수감자들이 자유로운 환경에서 정신적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로써는 그들이 평안을 찾는 것이 지역 사회의 안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이 죄를 짓고도 편안하게 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 답이 되길 바란다.


다음 글에는 엄격하지 않은 이 교도소에 수감된 환자들이 어떤 절차를 통해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환자들의 법적 신분과 그 의미를 다루겠다.



 


지난 기사


정신 병원 감옥의 기준선





Boss

편집: 딴지일보 인지니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