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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시선]캣맘2

2017-02-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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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여러 달이 지났다. 고양이들과 집사람은 서로의 필요를 인정하고 구속했다. 옥상에서 떨어졌던 고양이가 다시 집 앞으로 올라왔다. 사나운 싸움이 있었고 호되게 당했다. 옥상출입구 계단참은 앞집에서 창고처럼 물건을 쌓아두고 사용한다. 이번엔 그곳에 자리 잡았다.


조심스러운 울음소리가 계단구조물에 증폭되어 날카롭게 들린다. 앞집 아주머니까지 몇 번을 찾아 나섰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들고양이가 허락한 간격은 먹이를 주고받는 만큼이지 신체접촉이 아니다. 날렵한 고양이를 잡기는 쉽지 않았다. 새벽에 고양이 울음소리로 잠을 깨는 주민들이 민감해졌고 아내는 다급해졌다.


고양이는 밤마다 울어대고 문을 열고 나가보면 찾을 수가 없었다. 매번 허탕을 치던 아내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박스를 들고 돌아왔다. 꿀단지를 든 곰돌이 푸우의 미소를 짓는다. 박스 안에 든 고양이는 딸아이 방에 자리 잡았다. 낯설고 수줍다. 아직 성별을 확인하지도 못했다. 겨울 날 동안 적응을 하지 못한다면 봄날에 문을 열어주기로 했다. 딱히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몇 주간 행복하던 아내가 다시 걱정이 생겼다. 꼬리가 기형인 새끼고양이가 먹이를 먹지 않는다. 얼굴에 진물이 흐르고 몸을 가누지 못한다. 도움을 주려는 손길은 본능적으로 피한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되어서야 겨우 아내 손에 잡혔다.


이동가방에 담은 고양이를 동물 구조 센터에 연락해서 보냈다. 고양이가 밥을 먹고 조금 기운을 차렸다는 소식을 들었다. 동물병원에서 기본적인 치료를 하고 집에 들이기로 했다. 집에 들여온 녀석이랑 사이가 좋았었다. 약한것들끼리는 그런 것 같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작은 일이 자꾸 번지니 아내가 부담이 되었다. 이번 아이만 치료를 해주고 먹이를 나눠주는 정도만 해야겠다는 말을 먼저 꺼냈다. 선의에도 기회비용의 개념을 적용한다. 풍족하지 못함이 이유는 아니다. 이건희 조카도 생활고를 이유로 자살했다. 삶의 에너지를 자신을 위해 사용하는 만큼 타인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든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구조센터에서는 비닐하우스 안에 연탄난로를 피우고 맨땅 위에 수 십개의 케이지를 놓았다.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 개와 고양이들이 울고 있었다. 선택되어짐이 생존임을 아는 것처럼 간절하다. 자원봉사를 하고 가는 사람들이 웃는 얼굴로 인증사진을 찍는다.


센터에서 일하는 분이 고양이를 지목한다. 아내가 깜짝 놀라서 이 녀석이 아니라고 말을 한다. 털색은 비슷한데 크기가 조금 다르다. 새끼고양이는 성체로 자랐다. 특징인 꼬리가 다르다. 뒤에 있는 케이지에 널부러져 있는 고양이를 발견했다. 목을 가누지 못하고 발톱도 세우지 못한다. 밥을 먹은 흔적도 없다. 비슷한 색깔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고양이를 착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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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숨을 쉬는 고양이를 보며 서로 먼저 말을 꺼내지 못한다. 지켜보다 말을 했다. 동물 병원에 데려가서 안락사를 시켜줍시다. 그제서야 센터에서 일하는 분이 말문을 열었다. 상태가 심각해서 안락사를 해줘야할 것 같다. 고양이 전염병인 범백으로 보인다. 이곳에서 수의사님께 보이고 안락사를 진행하겠다. 안락사는 수면마취를 하고 잠든 고양이 심장을 멈추게 하는 근육이완제 주사를 놓는다. 때로는 죽음이 선의일 수도 있다.


동물구조센터는 시립이라서 일하시는 분들이 부정부패방지법의 적용을 받는 것 같다. 아내가 사간 딸기를 부담스러워했다. 다음에 사료라도 들고 방문하겠다는 인사를 남기고 돌아섰다.


작고 어린것들에게 마음을 쓰는 것은 본능이다. 생명을 먹어야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이 단지 살아가기에만 급급하지 않게 한다.


고양이 사료를 사러 가기로 했었는데 마음이 허해진 아내는 집으로 가자고 했다. 고양이사료는 주로 아내가 산다. 가정경제에서 공과금과 생활의 기본적인 것들은 내가 부담하고 아내가 버는 것들은 아이들과 그녀의 마음이 가는 곳에 쓰인다. 가끔 충동적인 소비를 하기도 하지만 자신을 위한 소비는 잘 하지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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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집 가까운 공장을 다닌다. 사장이하 직원이 20명 정도 되는 작은 공장이다. 이제 5년 다닌 그곳을 그녀 삶에서 가장 좋은 회사라고 말을 한다. 기본급 137만원을 받는 생산직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적에는 하루하루 살기에 급급해서 회사라고 할 만한 곳을 다녀보지도 못했다.


이삼십대 혹사한 댓가를 몸은 통증으로 지불한다. 손목 팔꿈치 고관절 허리 돌아가며 병원신세를 진다. 시술을 하고 주사를 맞고 파스를 붙이고 다시 일을 나간다.


아프고 힘들면 일을 그만두고 쉬라고 말을 한다. 좀 덜 먹고 덜 쓰면서 살면 된다. 한숨을 쉬며 당신이 새벽에 앓는 소리를 하는 건 아냐고 물어온다. 몸으로 일하는 게 그렇지 뭐. 저비용 저효율 노동자는 할 말이 없다. 몇 년간 나 하고 싶은 대로 살았으니 닥치고 당신하고 싶다는 대로도 살아주어야 하는데 하급 노동자가 되었다.


일이 즐겁다고 일하는 동안은 아픈 걸 모른다고 말하던 그녀가 회사를 원망하는 말을 했다. 올해부터 연차를 명절휴가에도 소진하는 것으로 한다고 공고가 붙었단다. 지난해 말 미 소진 연차를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된다는 공고가 붙은 후 연차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생긴 결과란다.


작은 회사에서는 연차사용촉진제도가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 노동에 관계된 정책들이 바뀔 때에는 번지르르한 정부의 전망과 달리 소수가 우려하던 방향으로 변화한다. 회사가 어렵다니 그동안 잘 다닌 고마움에 연차수당이야 안 받아도 그만이지만 명절 휴가를 그런 식으로 하는 건, 어디 가서 말 못할 이야기라고 사장에게 말했나보다.


속이 많이 상해서 한참을 이야기한다. 입맛이 쓰다. 집 주위에 아내가 다니는 공장보다 열악한 곳이 많다. 5인 이하 사업장을 유지하기 위해 파트별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곳도 있다. 법이 허용한 길을 가는 거긴 한데 좀 더럽고 치사하다.


기술과 문명의 발달 앞에 공장 노동자는 소규모 자영농처럼 사그러들고 사라질 것이지만 좀 많이 치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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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이 생각났다. 약자에게 참혹한 일들은 추운 날 진행된다. 여의도 광장에서 노동법개악을 막는 사람들이 숙박농성을 했다. 만 명 정도 모였다. 국회에서 환노 위원장이 야당의원들을 몰아내고 한나라당의원들과 노동법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결사저지를 외치던 사람들이 현장으로 돌아가서 힘을 모아서 다시 돌아옵시다 라는 말을 했다. 순간 조직노동운동에 대한 기대를 버렸다.


양초의 심지처럼 얻는 것 없이 자신을 태우는 분들에게 부채감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들의 헌신마저 조직 내부에서 소멸할 것 같았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사람들은 절박하게 싸우지만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은 타협한다. 남들 보기엔 보잘것없지만 지키고 보듬어야 할 것도 있었다.


그날 환노위원장이던 분은 시댁 도련님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도 채용했었다. 말 못할 가족사라고 해서 기억에 유독 남는다. 처참한 가족사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가끔 접하다보니 말도 못할 가족사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지 궁금해졌다. 대부분 착한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말 못할 가족사를 묻어주었다. 그리고 당대표가 되었다. 노무현을 탄핵했던 사람이 당대표가 되어서인지 친노 패권주의라는 말은 잘 들리지 않는다. 대신 친문 패권주의라는 단어가 만들어졌다.


사람을 단면만으로 판단할 수 없고, 언론에 목적을 가지고 연출된 정치인의 모습은 더더욱 그렇다.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것처럼 각자가 만진 부분을 부족하나마 추론한다. 시류를 잘 읽고 적을 만들기보다 이익을 나누는 공동체에 충실하다. 다른 이들 같으면 몇 번이고 침몰할 상황인데 살아남았다. 힘의 방향에 예민한 기회주의자다. 그녀 뿐만이 아니다. 정치인은 모두 기회주의적이다. 권력의 방향과 유권자의 동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 그래도 최순실 정권수준은 아닌 것 같다.


다음 대선에서도 최선보다 최악을 배제하는 선택을 할 같다. 아직은 지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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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우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