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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랜드사, 가이드의 수익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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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인터파크, 한진, 롯데 등)의 수익구조


대기업인 거대 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노랑풍선, 인터파크, 한진, 롯데 등)의 수익구조를 단순하게 한 마디로 이야기 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일개 가이드가 여행사 전체의 수익구조를 어떻게 논하겠는가? 옳지 않다. 그러니 단지 내가 현장에서 체험해서 아는 부분만 이야기해 보겠다.


본사라 불리는 여행사가 여행상품을 팔면 손님은 돈을 입금한다. 돈을 쥔 여행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등)는 그 돈 중 일부는 자신들이 먹고 남는 것을 랜드사(현지 여행사)로 보낸다. 사채업자가 선이자 떼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이렇게 보면 여행사는 매우 쉽게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사업이라는 것을 이렇게 단순화해서 표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기본 구조는 이렇다.


여행사도 최고의 갑이 아니다 보니 항공사로부터 억지로 비행기표를 떠안으면 난감할 것이다. 어쩔수 없이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패키지상품이 팔리기만 하면 여행사는 손해 볼 일은 거의 없다.


'랜드사'라고 하는 자기들의 피해를 최소화 해서 넘길 곳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여행사가 패키지상품을 팔아서 망할 일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여행사들은 나름 대기업이다.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자 혹은 여행에 관한 이권관련 사업 등을 통해서 돈을 부풀릴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하나투어만 해도 호텔사업, 면세점 사업 등 다양한 그룹 차원의 사업을 하고 있다.


패키지상품 팔아서 번 돈으로 다양한 사업 확장을 한 것이다. 저러다 딴 데서 터져서 망하지나 않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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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랜드사의 수익구조


랜드사는 기본적으로 현지에 있는 가이드 용역회사이다. 가이드를 확보해서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의 여행을 도와주고 거기서 나는 이익금으로 생활한다. 주요 업무는 현지에 있는 호텔들과 접촉해서 방을 계약하고, 관광객을 위한 옵션을 개발해서 판매하는 등 패키지여행의 행사 책임을 진다.


랜드사의 주요 수익은 가이드가 옵션과 쇼핑에서 벌어오는 돈이다. 이 외에도 호텔과 따로 계약해서 방을 팔거나 현지인이나 교민을 대상으로 직접 여행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사업도 한다. 다른 운영수입도 있을 수 있겠지만 역시 주 수입은 가이드의 패키지손님 행사에서 나온다.


한국의 여행사가 자신들의 이익을 먼저 떼고 지상비를 보내는 것처럼 현지 랜드사도 가이드들에게서 ‘마이너스’를 최우선적으로 입금 받는다. 이들 역시 최소한의 방어막은 치고 들어간다는 뜻이다. 가이드들이 행사를 잘해서 마이너스를 메꾸고 돈이 남으면 가이드와 랜드사는 몇 대 몇 식으로 번 돈을 나눈다.


그런데 한국의 본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등)가 지상비를 안 보내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당연히 마이너스는 끝도 없이 올라갈 것이고 랜드사는 흔들리게 될 것이다. 랜드사 입장에서는 가이드들이 메꾸는 마이너스로 회사를 운영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한국의 여행사가 제로투어 같은 지상비 0원의 상품을 계속 보내면 회사는 망할 수밖에 없다. 가이드가 어떻게 이걸 다 메꾸겠는가? 그래서 랜드사는 가이드가 벌어오는 돈 말고도 그들 나름의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럼 어떤 방법으로 랜드사는 이득을 챙길까? 전통적인 랜드사의 수익모델은 '커미션'이다.


패키지여행에는 식사와 기본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꼭 쓸 수밖에 없는 돈이 있는 것이다. 아무리 싼 상품으로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해도 밥은 먹어야 하고 차는 타야 한다. 이렇게 돈이 도는 곳에는 커미션이 생기게 마련이다.


식당이나 옵션샵, 쇼핑샵, 렌트카회사 등의 입장에서도 랜드사에서 손님을 밀어주면 고정고객이 생기는 것이니 운영에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그런 가게들은 가이드가 손님을 데리고 가면 그에 걸맞은 커미션을 랜드사로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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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커미션을 안 주면? 랜드사는 가이드에게 그 가게를 가지 말라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그 가게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이러니 뒷돈 같은 커미션은 당연히 생길 수밖에 없다. 좋게 이야기하면 ‘거래’가 될 것이고 나쁘게 이야기 하면 갑질이 될 것이다.


예전에는 이런 커미션들이 사장의 개인 주머니로 들어가서 비자금이 됐다고 한다. 지금도 그런 사람들이 있겠지만 랜드사가 워낙 어려워지다 보니 이제는 커미션을 회사 운영 자금으로 쓰는 사장도 많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커미션 중에 덩치가 큰 쇼핑샵에서 나오는 커미션은 일정부분은 본사로 흘러들어간다는 말도 있다.


간혹 랜드사 중에는 이런 가게들을 직접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가 직접 식당이나 마사지샵, 렌트카 회사 등을 운영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기에게 들어오는 물량을 자기 가게로 다 밀어버리면 앞으로 남고 뒤로도 남게 된다. 그냥 봐도 남는 장사 같아 보인다. 그런데 이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이렇게 하다가 망한 랜드사가 많기 때문이다. 일단 양쪽을 다 관리하는 것이 쉽지가 않고 내 물량을 다 밀어도 다른 랜드사에서 밀어주지 않으면 식당이나 옵션샵의 수지가 맞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장사라는 것이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랜드사는 가이드가 수익을 내고 각종 가게들로 부터 커미션이 제대로 걷히면 버틸 수가 있다. 하지만 행사 중 사고가 생긴다던지 가이드가 잘못해서 컴플레인(Complain)이 발생하여 상품가를 환불해야 한다든지 하는 일이 생기면 어려워진다. 그래서 랜드사는 컴플레인에 아주 민감하다.


당연히 가이드도 컴플레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컴플레인 한 방에 전체 물량이 다른 회사로 넘어 갈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래서 랜드사는 가이드들의 행사를 열심히 관리한다. 가이드가 수틀려서 사고라도 쳐버리면 회사가 망하는 수도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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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이드의 수익 구조


가이드의 수익은 옵션과 쇼핑에 의해서 결정된다. 한 번이라도 패키지로 여행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패키지여행의 첫 날 가이드가 얼마나 열변을 토하며 옵션 설명을 하는지.


가이드의 수익은 첫 날 옵션 판매, 마지막 날 쇼핑에 의해서 결정된다. 둘 다를 제대로 못하면 가이드로서 자질이 없는 것이고 돈을 못 번다는 뜻이다.


보통은 옵션(현지투어)으로 마이너스를 메꾸고 쇼핑에서 수입을 만든다. 그런데 옵션이 마이너스를 메꿀 만큼 나오지 않으면 가이드는 쇼핑 때 초긴장 상태가 된다. 쇼핑 수익으로도 마이너스를 못 메꾸면 이 팀은 마이너스 상태로 끝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가이드의 수입은 0원이고 랜드사는 가이드가 메꾼 만큼의 수입만 얻게 되는 것이다.


랜드사는 식당이나 렌트카 회사 또는 옵션샵에서 커미션이라도 몇 푼 챙길 수 있겠지만 가이드의 수입은 0원이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가이드는 정말 굶어죽는다. 마이너스를 못 메꾼 가이드의 다음 팀으로 들어가는 손님은 어떻게 되겠는가? 독이 오를 대로 올라 있는 가이드를 만난 손님의 여행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패키지를 다녀 본 사람들은 이 지점에서 의문이 생겨야 한다. 뭔가 빠진 게 느껴져야 한다. 빠진 게 있다는 걸 안다면 패키지를 잘 아는 사람이다. 그건 바로 “가이드 팁”이다.


패키지로 여행을 가 본 사람이라면 '가이드 팁' 또는 '현지 경비'라는 것을 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손님들이 현지에 도착하면 가이드에게 꼭 지불해야 하는 돈이 있다.


세부 패키지의 98%이상의 상품에는 '가이드 팁'이라는 항목이 붙어 있다. 물론 이것도 본사에서 ‘팁 포함’이라는 형태로 먹어 버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약 2% 정도이다. 그러니 모든 패키지상품에는 '가이드 팁' 또는 '현지 경비'라는 항목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 왜? 팁을 받았는데 가이드의 수입이 0원이 될까?


이 부분이 핵심이다. '가이드 팁'은 가이드가 가지는 돈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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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이드 팁’ 이라는 것은 상품가와 연동해서 달라지는데 세부 패키지의 경우, 평균 1인당 가이드 팁은 $40이다. 누구라도 ‘가이드 팁’은 가이드의 인건비라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이렇게 생각하지 않기가 더 힘들다. 이름이 '가이드 팁' 아닌가? 그런데 이 돈은 가이드가 먹는 돈이 아니라니(?).


세부의 경우 가이드 팁을 가이드가 먹는 곳은 한 군데도 없다. 이 돈은 모두 밥값, 차량비 같은 행사 경비로 쓰인다. 만약 손님과 문제가 생겨 마지막 날까지 이 ‘가이드 팁’을 못 받게 되면 가이드는 정말 큰 일이 생긴다. 행사가 끝나고 정산할 때 자기 돈으로 이 ‘가이드 팁’을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가이드들은 첫 날 '가이드 팁(현지 경비)'을 목숨 걸고 받아내려고 한다.


“이건 가이드가 가지는 돈이 아니고요 현지에서 쓰는 경비입니다." 가이드들은 대부분 이렇게 설명한다. 그리고 이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말을 믿는 손님이 얼마나 되겠는가? 거의 없다.


본인들이 받은 일정표(계약 확정서) 상에 엄연히 '가이드 팁, 기사 팁' 이라고 쓰여 있는데 생판 처음 보는 가이드가 "이거 내가 먹는 돈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 나라도 안 믿겠다.


“지금 내가 너 한테 돈을 주고 있는데, 돈을 받는 네가 그게 자기 돈이 아니라면 그걸 누가 믿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이게 손님의 생각일 것이다.


본인들이 계약한 회사는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롯데, 한진, 인터파크 같은 인터넷이나 TV 등에 이름도 나오는 꽤나 유명한 여행사들 아니겠는가? 그런 큰 회사들이 '가이드 팁(인건비)'를 떼먹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다. 그들은 이걸 몽땅 다 떼먹는다.


사실 가이드가 이 팁만 가질 수 있어도 현재 생기는 패키지여행 관련 많은 문제들이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손님들의 일정표에 찍혀 나오는 '가이드 팁'은 100% 현지 경비로 사용 된다. 만약 ‘가이드 팁’을 정산에서 누락시키면 가이드는 바로 잘린다. 얄짤 없다. 정산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그리고 이 부분이 본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등)가 가이드 인건비 부분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가장 큰 핵심 포인트이기도 하다.


처음 본사에서 '가이드 팁 현지 지불' 이란 걸 만들어낸 사람은 아마도 “와탕카!!”를 외쳤을 것이다. 완전히 모든 것을 랜드사로 넘길 수 있는 묘수 중의 묘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여행사에 “왜? 가이드 인건비를 상품가에 책정 안 합니까?” 하고 물으면, 분명 본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등)는 “우리는 가이드 인건비를 팁으로 다 주고 있어요.”라고 말 할 것이다.


만약 가이드들이 팁을 못 가진다고 하면, “그래요? 그건 우린 몰랐어요. 랜드사에서 먹었나 보죠.”라고 대답 할 것이다. 앞뒤가 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과연 이걸 본사가 모를까? 나는 알고 있다는데 내 손모가지를 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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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만 제대로 받아도 가이드의 생존권은 지금보다 크게 보장 될 것이다. 나는 팁과 관련한 부분이 패키지여행의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해결점이라 생각한다.


요즘은 손님들의 컴플레인 중에 이런 것들이 많다고 한다. “가이드가 너무 불친절했어요. 옵션 안 한다고 다른 손님하고 차별하고 우리한테 막 대해서 너무 기분 나빴어요. 그러니 전액 환불이 안 되면 ‘가이드 팁’이라도 환불해 주세요.” 행사를 잘 끝내고 좋은 얼굴로 돌아간 손님들 중에도 이런 컨플레임을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이렇게 하면 ‘가이드 팁’ 정도는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나 보다.


이런 컨플레임이 오면 본사나 랜드사가 어떻게 해결하는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아마도 상품권 몇 장 보내서 무마시키지 않을까 싶다.


그럼 이런 컨플레임을 받은 가이드는 어떻게 될까? 컨플레임을 받은 가이드는 1주에서 2주 정도 팀을 못 받게 된다. “2주 간 행사 없습니다. 재충천 하고 자중하세요.” 이와 비슷한 내용의 문자를 가이드는 랜드사로부터 받게 될 것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도 버거운 상태에서 2주간 팀을 못 받으면 가이드나 가이드의 가족은 거의 아사(餓死)상태에 빠진다. 이렇게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가이드가 받는 다음 손님은 어떻게 될까? 안 봐도 뻔하다. 손님도 힘들고 가이드도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도 또 0이 나면? 대책은 없다. 또 다음 손님을 기다릴 수밖에...


마지막 날 마이너스도 못 메꾸고 행사가 마감 됐을 때 공항에서 돌아서는 가이드의 심정이 어떨까? ‘허탈’ 따위의 단어로는 표현 되지 않는다. 참담하고, 아득하고, 짜증나고, 고통스럽다. “이 일을 계속해야 하나?”하는 생각을 누구라도 하게 된다.


가끔 본사(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기타 여행사)에서 사람들이 와서 ‘서비스 교육’ 이라는 것을 한다. “손님에게 진정한 서비스를 하면 손님이 감동해서 지갑을 열 것입니다. 그러니 돈을 벌고 싶으면 마음에서 우러나는 진심어린 서비스를 하세요!” 대충 이런 내용의 교육이다.


코웃음이 나온다. 교육을 받다가 앞에 있던 커피 잔을 집어 던질 뻔했다. 서비스는 생존이 해결 될 때 나온다. 당장 굶어 죽어가고 있는데 무슨 놈의 서비스가 나오겠는가? 그걸 가이드에게 기대한다면 그건 너무 가혹하다. 가이드 수입은 옵션과 쇼핑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팁이나 따로 책정되는 인건비 따위는 전혀 없다.


만약 지금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의 패키지여행은 몰락하고 말 것이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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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여행 가이드가 알려주는 패키지 여행의 수익구조 1






벼랑끝..


편집 : 꾸물

Profile
"Sometimes I think I'm fighting for a life I ain't got time to live"
- Dallas Buyers Club, 2013.
가끔은 살려고 애쓰다가 정작 삶을 누릴 시간이 없는 거 같다.
-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