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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08. 화요일 

워크홀릭 










프롤로그


저는 컨설턴트입니다.


사랑과 정의의 컨설턴트라고 항상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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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내 생각이고...


어찌보면 딱히 정해진 답이란 게 없는 기업의 일들에 싫은 소리, 바른 소리, 하지 말라 하지 말라 잔소리를 늘어놓기에, 별로 인기가 없습니다. 


나름 바닥의 삶을 살아본 사람이기에 100만 원이 있으면 100만 원으로 살고 50만 원이 있으면 50만 원으로도 살아가니, 어지간해서는 돈 걱정 안 하는 성격입니다. 타고난 외모가 준수해서 (위에 사진 봤죠?) 아무거나 걸쳐 입어도 동네 결혼식장 다녀온 읍내 신사 같고, 먹는 양이 적어 식탐이 없고 비싼 것들 보기를 돌 같이 하기에(사실은 명품이 뭔지 거의 모름) 생활해 나가는 데 돈이 많건 적건 아무 지장이 없어요. 덕분에 돈돈돈하면서 컨설팅을 하지 않는지라 때에 따라서는 밥 한 끼, 커피 한 잔으로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몇 안되는 업계의 사람이랍니다. 


허나 성격은 모날 때로 모나서 사람을 가려서 만나기 때문에 이 사람에게 더 이상 뭘 가르쳐봐야 변할 건덕지가 없다 싶으면 즉시 컨설팅을 중지하곤 합니다. '도덕성? 그게 중국 산둥성 옆 어느 지방에 있는 성인가?'라는 식의 인식을 갖고 사는 삶의 자세를 갖춘 이들을 싫어하고, 자기만의 이상에 빠져서 허우적대는 인간, 어디서 주워들은 짧은 지식으로 감히 컨설턴트님과 장학퀴즈 배틀을 하고 싶어 하는 인간, 생김새는 원빈과는 종속과목이 달라 보이는데 '얼마면 돼?'라는 식의 4가지 없는 대사를 뱉어내는 인간들은 성격상 오래 만나지 못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컨설팅은 꾸준히 이어집니다.


왜일까요? 


곰곰이 생각한 끝에 제가 내린 결론은 사람들은 자신이 문제에 처하기 전엔 공부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전엔, 관을 보기 전엔 결코 눈물을 흘리지 않는 거죠. 주변의 여느 사람들과 대화할 수 있는 미량의 상식으로 사회의 관행 속에서 쉽고 편하게 살 일이지, 미래에 어떤 일이 닥칠지 또는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숲인지, 밀림인지, 내 주변을 더 넓게 심도 있게 관찰하고 공부하는 것은 귀찮고 불편한 게 어찌 보면 당연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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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단번에 해법을 알려주는 컨설턴트를 찾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단언컨대 그런 컨설턴트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나에게 지금 자신의 회사를 컨설팅해 달라는 사장이 찾아온다면, 아마도 나는 약속해 놓은 일이 많아서 올해 안에는 당신의 회사를 방문하기 어려우니 간단히 e-mail 상담 정도를 하자고 말할 거에요. 그리고 문제의 사안에 따라 도움 줄 수 있는 정부기관의 연락처, 회계사나 변리사 등의 전문가를 추천하는 정도에서 상담을 마무리하겠죠.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친절이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입장에서는 썩 시원한 컨설팅은 아닐 겁니다.


이게 당신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든 기업의 경영자, 혹은 기업의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이든 기억해야 할 점입니다. 기업의 애로점과 문제를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는 컨설턴트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 허탈하겠지만 명백한 사실이니 꼭 명심하길 바랍니다.


왜냐는 질문이 있을 수 있는데 거기에 답을 하자면,



첫째, 컨설팅을 받아야 할 시기를 놓쳐서 이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컨설턴트를 찾아봐야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 (기업의 경영자라면 각 전문분야에 고매한 인품과 통찰력을 갖춘 전문가들을 수시로 찾아가서 만나 뵙고 가르침을 청해야 하는 것이 사장의 도리이겠으나 골프와 접대에 시간이 없다 보니...)


둘째, 컨설팅 업계의 거품도 무시할 수 없음. 기업 경영 컨설팅을 하는 컨설턴트나 컨설팅 펌은 대부분 자신의 전문분야(세무, 법률, 기술, 디자인)를 확장하여 컨설팅업에 뛰어든 전문가들로 기업의 전반을 아우르기보다는 자신의 분야에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서는 의뢰기업에 다니는 사원만큼의 통찰력에도 못 미치는 한계를 드러내곤 합니다.


셋째, 컨설팅은 돈이 안 됨. 컨설팅을 통한 기업의 개선, 문제 해결, 혁신 같은 것들은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없는 요소이기도 하며, 돈을 지불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너네 컨설팅은 돈 줄 가치가 없다고 해버리면 컨설팅 펌은 그간 쏟은 시간이나 자원을 길바닥에 버린 형국이 되죠.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 결국 컨설팅 업계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 단 기간의 시간에 돈으로 환원되는 서비스로 수익모델을 삼게 됩니다. 외부 회계감사, 각종 ERP, CRM 컨설팅(이라 쓰고 판매라 읽음), PM(Patent Map, 특허 분석 지도인데 어떨 땐 무좀약보다 못하기도 하다.) 등의 서비스에서 더 이상의 위험한(?) 컨설팅 본연으로의 확장은 하지 않는 겁니다. 야심 차게 기업 경영 컨설팅을 하겠다던 사람들이 결국에는 교육으로 서비스를 바꾸는 경우는 너무 많아서 언급할 필요도 없을 듯해요.



뭐, 이유를 더 꼽아보면 끝이 없겠지만 다시 돌아가서 돈을 준대도 기업의 경영을 나 대신 더 잘 해 줄 수 있는 사람도 없고,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자면 우리 회사 같은 코딱지만 한 1인 창업기업도 어떤 경영전문가가 오셔서 대리경영을 해도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나 자신이 전문가가 되고 내공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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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소기업 그리고 기껏해야 그보다 쪼금 큰 중기업이 경영을 제대로 배우고 싶어도 제대로 배울 곳이 없고 물으려 해도 물을 곳이 없으니, 내 차마 이 딱한 사정을 보고만 있지 못해 새로이 28편의 컨설팅일지를 공개하오니 열심히 익혀 기업과 노동자가 신명 나는 세상을 만드는 훌륭한 사장님들이 많이 나오길 바랄 뿐입니다.


과거에 연재했던 '워크홀릭의 업무일지'(내밀한(?) 사정으로 어느 백업 공간에 잘 있을 거라 추정(?)되는데, 나중에 다시 복원(?)된다면 연재를 이어갈 생각입니다. 왜냐면 나도 백업이 없어서...)는 하나의 주제를 갖고 씹고 뜯고 맛보았지만, 이번 컨설팅 일지는 사례 위주로 접근할 예정입니다. 물론, 어떤 사례에서 어떤 주제가 튀어나오든 기업과 기업가의 이야기인 만큼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른 주제들로 이어질 수 있겠습니다. 꽤 광범위한 기업 경영과 경제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비상장 주식

 

주식? 그거 먹는 건가?


주식(株式)은 기업의 주식(主食)이니 먹는 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주식에 대한 정의가 아닌, 심오한 썩개로 시작해버린 첫 번째 컨설팅 일지. 그 발단은 느닷없이 걸려온 전화 한 통이었습니다. 


아는 형님 중 한 분인 J님의 친구분이었습니다. 가끔 제게 상담전화를 하거든요.


딱히 답례도 못하는데 미안해서 연락하기 뭐했지만 워낙 궁금한 게 많아서 참다못해 전화를 했다고 합니다. 말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데 뭐 이 정도 인사치레라도 있으면 상담은 더 친절해질 수밖에요.


"제가 기업의 대표이사로 있다가 그만두면서 갖고 있던 비상장 주식 1천 주를 액면가대로 다음 대표이사에게 넘기고 나왔습니다. 액면가는 5천 원인데 세무사의 얘기로는 8만 원 정도의 가치라고 하더군요. 뭔가 꺼림칙하기도 하고 해서 이게 잘 한 일인가 싶어 전화 드렸어요."


이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위 문장에서 몇 몇 중요한 단어를 공부하고 가보죠.



◎ 비상장 주식 : 상장되지 않은 주식을 말한다. 코스피나 코스닥 등의 주식 시장에서 거래가 되지 않는 주식이란 뜻이다. 대한민국에 수많은 주식회사들이 발행한 주식은 거의 비상장 주식이다.


◎ 액면가 : 주식을 처음 발행할 때 정했던 금액이다. 회사에 따라 만 원이든 오백 원이든 정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오천 원으로 한다.


◎ 세무사 : 기업의 세무를 대리할 수 있는 전문가로 '사'자가 붙은 만큼 시험 봐서 따야 하는 자격이다. 일반적으로 세무사무소에서는 기업의 기장 대리, 세금 신고, 세금 불복 신고 등을 하며 자주는 아니지만 기업 경영 진단(주식 등의 자산평가 외)을 하기도 한다.



전화 주셨던 분의 경우 주식거래를 했으므로 양도소득세를 냈어야 했는데 내지 않았고, 또한 주식의 제대로 된 가치인 8만 원을 받지 않고 5천 원의 헐값으로 팔았기 때문에 이는 증여로 간주해서 매우 많은 세금이 추징될 수도 있음을 알려드렸더니...


"억울하고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라는 답이 바로 돌아왔습니다. 삼성그룹이 에버랜드 비상장 주식을 통해 이재용에게 불법 증여를 했음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얼마나 차가웠던지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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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에서 비상장 주식의 거래라는 검색어 한 번만 입력해 봤어도 됐을 일인데 사람이 자기 일 아닐 때는 이렇게 무관심합니다. 무관심의 대가가 이렇게 크다 보니 제가 국가를 대신해서 욕을 처먹고, 악인인 것처럼 되어 버릴 때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저로서는 이제라도 제대로 아셨으니 다시는 같은 실수를 범하지 마시라 말씀드릴 수 있을 뿐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경험을 잘 알려줘 또 다른 이들의 실수가 예방되길 바라면서요.


그런데 위의 경우, 작은 중소기업이 비상장 상태이면서도 세무사가 자산과 손익을 통해 평가한 주식의 가치가 왜 저렇게 높은지 궁금해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것은 우리나라의 중소기업들이 자산관리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회계상 자산 관리가 부실하단 말이죠. 예를 들어 150만 원 주고 산 복합기를 감가상각 처리하지 않아서 몇 해가 지나도 계속 150만 원으로 장부 상에 산정해 놓고 있는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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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가상각의 이해를 돕는 그림


또한 제조업의 경우, 이제는 만들지 않는 제품의 부속품 등을 불용 처리하여 재고자산에서 삭감하지도 않고요. 쓸 수도 없는 부품이 버젓이 '재고자산 1억 원' 이렇게 장부에 관리되는 것입니다.


이런 느슨한 관리 외에도 특히 건설업의 경우 기업의 실질자본금이 건설업 면허를 유지하는 기준이 되므로 의도적으로 부풀려 만들어진 자산도 많습니다. 공사 원자재 재고량을 부풀려 잡는다거나, 채권 및 주식의 보유량을 늘려 회사의 자산을 크게 만들어 놓는다거나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해놔야 실질자본금이 면허를 유지하는 조건 이상이 되기 때문에 건설업 면허가 박탈되지 않아서요.


이렇듯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 않는 작은 중소기업의 자산은 현실적인 회사의 재산과 달리 장부상으로는 부유(?)하게 됩니다. 게다가 조달이나 관납 등을 위한 신용정보회사의 평가, 융자나 출연자금 등의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도 회사의 결산은 언제나 흑자인 상태로 분식회계를 합니다. 현실과 다른 빵빵한 자산 + 남의 눈을 속이기 위한 손익 조작, 결국 이것이 회사의 주식가치를 높게 한 것이죠. 


그렇다면 이렇게 기업의 주식과 회계 관리를 엉망으로 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는 더 없을까요?


물론 문제는 더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명의신탁'입니다.


명의신탁은 차명주식이라고도 하는데 주식회사 설립 시 창업자가 상법에 대한 무지로 스스로 문제를 만들기도 하고, 실소유주가 조세 회피 목적으로 자신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로 등록해 놓는 것을 말합니다. 중소기업에서 뭐 이렇게 주식 문제가 복잡하겠는가 싶겠지만 실제로 이러한 사례는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끔 보면 아직도 사람들 사이에는 이사가 5명 있어야 하네, 법인 자본금은 최소 5천만 원이어야 하네. 식의 출처를 알 수 없는 상식으로 법인을 설립하려는 경우를 보는데, 이렇게 무지한 사람들이 발기인이 1인만 있어도 법인을 설립할 수 있는 상법 개정 사항을 모르고 발기인 머리수 채우느라 명의신탁을 한 경우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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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이 죄...


그밖에 명의신탁을 하는 제일 흔한 경우는 기업의 주식을 오너가 많이 보유하게 되면 주식회사일지라도 개인의 회사로 보기에 법인뿐이 아닌 오너에게 많은 세금이 부과되는 걸 알고 이를 회피하기 위해 자신의 주식을 타인의 명의로 옮겨 놓는 경우입니다. 3년 전 컨설팅 했던 건설업체 S가 이런 경우였는데, 당황스럽게도 명의신탁을 형제들로 해 놓아서 본인이 의도했던 세금 회피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특수 관계인의 주식은 결국 오너의 주식으로 보니까) 되려, 형제들이 주요주주이며 법인 등기상 임원으로까지 등록되어 있어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융자를 할 때마다 보증을 서러 전국에서 달려오도록 고생만 시킬 뿐이었죠. 


이 기업의 사장은 결국 명의신탁 주식을 회수해야 했는데, 고의로 세금 회피를 생각했던 사람이 재무제표에 분식이 없었겠어요. 그러다 보니 회수해야 할 주식의 금액은 위에서 살펴봤듯이 터무니없이 크고, 당장 그 주식을 가져올 돈은 없고 해서 난처한 처지에 빠졌었죠.


위 사례에서 신용보증기금의 주주 연대보증에 대한 얘기를 했는데, 최근의 연대보증 폐지에 따라 가족과 친척의 회사에 차명주식으로 인해 연대보증을 섰던 사람들이 연대보증에서 빠질 수 있게 됐습니다. 그 조건은 우선 주식을 소유하지 않고 있어야 하니 증여세든 양도소득세든 내고 주식을 처분하고, 그 회사에 임, 직원으로 일하지 않고 있음을 증명하는 타 직장의 건강보험 가입 증명서 등을 신용보증기금에 제출하면 연대보증을 해제해 줍니다. 물론 법인등기에 이사나 감사로 등록되어 있다면 등기 변경을 통해 등기임원에서 사임해야 합니다.


이런 사례들을 겪다 보면 기업가에게 요구되는 도덕, 그딴 거 다 필요 없고 납세의 의무 하나만 충실히 해도 그 기업가는 존경받아야 마땅하지 않나 싶습니다. 컨설팅을 하며 세금에 대한 바른 생각을 가진 사장을 만나는 일은 그만큼 쉽지 않은 일입니다. 가장 강력한 행정 기관, 국가를 상대로도 밑장 빼기를 시도하는 사장이 직원이나 고객에게는 도덕적으로 행동할 것이라 믿기는 어려울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내 형제, 이웃, 동문들 중에 흔하고 흔하다는 현실에 컨설턴트라는 직업으로 살아가는 내 자신의 능력 없음이 확인되는 것 같아 부끄럽고 또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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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간에는 사장님들이 아셔야 할 부정경쟁 방지 및 영업 비밀 보호에 관한 법령에 의해 기업의 비밀을 지키는 방법과 더불어 월급쟁이들이 알고 있어야 할 투잡의 위험성에 대한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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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CEOJeonghoonLee


편집 :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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