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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입시가 있어요

 

한국에는 이른바 특목고(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말그대로 "특수분야의 전문적인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고등학교"인 거죠. 과학이나 외국어, 예술 등 특정 분야에 무게를 실은 학교라고 합니다. 자사고(자율형 사립고등학교)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립학교가 건학이념에 따라 교육과정이나 학교운영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운영할 수 있는 유형이라네요. 학교마다 나름 개성적인 교육을 할 수 있어 흥미로운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 정부가 특수한 고등학교 유형을 폐지한다는 정책을 내세웠답니다. 특목고나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시키자는 거죠.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지만 큰 이유 중 하나는 설립취지와 달리 이들 학교가 입시교육에 주력하고 있어 일반고에 비해 입시에 아주 유리한 점인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서 입시준비생들의 평등성이 훼손되기 때문에 고교 교육과정을 평준화시키자는 이야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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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둘러싼 위와 같은 상황을 알게 된 일본인들은 두 가지 의미로 깜짝 놀랄 겁니다. 먼저 특목고든 자사고든 일반고와 다른 교육 프로그램을 실천할 수 있는 유형이 있다는 점. 물론 일본의 일부 고등학교는 예술 등 특수분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고, 사립고 중에는 건학의 이념이나 창립자의 철학을 이어받기 위해 특별한 교육과정을 이행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상업고등학교, 공업고등학교 등 직업훈련을 겸하는 고교도 꽤 있고요. 그러나 대다수의 고등학교는, 사・공립을 불문하고 "보통과(普通科)"라는 이름 아래 학교교육법에서 규정된 학사과정을 모두 소화해야 합니다. 일본에서는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하면 모든 고등학생들이 같은 과목을 같은 시간 배우고 있단 말이죠.

 

또 하나, 특목고・자사고 폐지 논란에 대해 놀랄 것은 "고교교육의 평준화"가 학생들 간의 실력차이와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일본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입시가 있는 것을 당연한 일로 삼고 있고, 고등학교는 입학한 학생들 실력에 맞게 수업의 수준을 조절하는 것도 당연한 전제인 거죠(물론 학교교육법을 지켜야 되는데 같은 "고전I"라는 과목이라도 작품의 맛만 보고 기말시험도 쉽게 출제하는 고교도 있는가 하면 같은 교과서를 쓰면서도 작품에 대해 문법적으로 검토를 하며 작품의 시대 배경까지 들어가서 논의하고 시험도 열심히 공부해야 합격할 수 있는 학교도 있죠).

 

즉 일본의 고등학교는 특수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극소수의 학교와 상고, 공고 등 직업훈련의 측면을 갖춘 고등학교를 빼고 대다수가 "보통과"이며, 다 똑같은 교육과정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과 뿐만 아니라 일본의 모든 고등학교에는 입시가 있습니다. 일본의 제도를 전제하는 한 한국의 특목고나 자사고 같이 제도적으로 일반고의 틀을 벗어난 고등학교가 적지 않게 있다는 점, 그 반사적 효과로서 "평준화"가 학생들의 학력차이를 염두에 안 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점이 놀랍기도 하고 또 흥미롭기도 합니다.

 

 

2. “진학교”, “중견교” 그리고 “저변교”~일본의 고교에는 서열이 있다~

 

일본의 고등학교에 입학하려면 입학시험을 통과해야 됩니다. 고등학교에는 "입학하기가 아주 어려운 학교", "좀 공부해야 들어갈 수 있는 학교", "자기 이름을 한자로 적을 수만 있으면 입학 가능한 학교" 등등 일종의 서열이 존재합니다. 그럼 입학 난이도, 즉 고등학교의 서열이 어떻게 결정되는 걸까요?

 

아마 독자 여러분의 상상대로입니다. 바로 대학교 입학실적이죠. 물론 대입실적 외의 요인으로 중학생들의 인기를 끄는 학교도 있습니다. 특히 교복이 예쁜 학교는 같은 학력(學力) 수준의 학교와 비교해서 더 많은 수험생을 모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수험생을 모으는 가장 큰 요인은 졸업 후 진로가 양호하다는 부분이고, 그 중에도 명문대에 많은 학생을 합격시킨 것이 가장 호소력이 있죠. 명문대 합격자를 다수 배출하고 있으며 입학하기도 어려운 고등학교를 "진학교(進學校)"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진학실적이 좋은 학교' 정도의 뜻이죠.

 

명문대 합격자는 소수이거나 거의 없지만 졸업생 대부분이 상급학교(대학, 전문대, 자격취득 내지 직업훈련 학원(전문학교) 등 포함)에 가는 고등학교는 "중견고"라고 불리죠. 말그대로 '중간에 위치하는 고등학교'라는 뜻으로, 공부 잘하는 애들은 명문대로 들어가지만 대부분은 그저그런 대학으로 들어가거나 자격취득을 위해 학원으로 가죠. 물론 공부를 잘하는 학생 중에도 요리사나 목수가 되고 싶다 해서 그 분야의 직업전문 학교로 진학하는 애도 꽤 있습니다.

 

또 하나, 아예 공부를 안 하거나 못하는 애들이 들어가는, 상급학교 진학률이 낮은 고등학교가 있습니다. 고등학교 서열(이것 자체가 좋고 나쁨을 떠나서) 밑바닥에 있다는 뜻으로 “저변교(底邊校)”라고 부르기도 합니다(공공연연하게 쓰이는 용어는 아니니 이 말을 들을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참고로 시골이나 지방도시 중에는 위와 같은 서열이 양극화되어서 "진학교"와 "저변고" 밖에 없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진학교" 입시에 떨어지면 재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극히 드문 예외이기는 하지만 있기는 있습니다("翼をください(날개를 주세요)"라는 드라마가 있습니다. 양극화된 고등학교 서열을 배경으로 "저변고"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이겨내려는 학생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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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일본에서는 한국의 특목고나 자사고와 같이 제도적으로 일반고하고 분리된 고등학교는 없는 반면에 입시로 서열화가 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요즘(2월 중순) 고등학교 입시가 한창입니다.

 

 

3. 고등학교 들어가는 법

 

일본 고등학교에는 입시가 있다고 말했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입시제도 자체가 약간 복잡하고 시험이라 부르기가 애매한 전형도 있습니다. 일본 고등학생들이 어떻게 고등학교에 가는지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도록 하죠.

 

먼저 필기시험만으로 신입생을 뽑는 경우가 있습니다. 도쿄대나 교토대 합격자가 두 자리 수인 "슈퍼 진학교"는 아주 심플하게 입시만으로 학생을 뽑죠. 거의 사립학교이며 전국에서 수험생이 몰려와서 경쟁률이 아주 높습니다. 다만 이런 진학교는 중・고 일관교육(6년제)을 내세우는 데가 많아서 소속학생들의 대부분이 중학입시를 통해 들어온 애들입니다. 고교입시로 들어오는 건 소수파이죠(참고로 지방도시에 있는 사립학교가 "진학 실적이 좋은 사립학교 대열"에 들어가는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예외를 제외하고는 일단 내신점수와 입시(필기시험) 성적으로 합격자가 결정되는 것이 일반입니다. 공립 고등학교 입시는 비교적 입시성적이 중시되는 유형입니다. 내신점수의 산출방법이나 입시성적 대비 내신점수의 비중은 각 도도부현(都道府県 ; 특별시나 도에 상응하는 광역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으나 일단 입시(필기시험) 점수가 중요하고 입시성적으로 당락 선상에 섰을 때 내신점수가 당락을 가린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비교적 내신점수가 중시되는 경우에 사립고의 각종 “추천입시”제도가 있습니다. 이것은 필기시험 위주로 치러지는 공・사립고 일반입시 일정에 앞서 사립고가 중3생의 내신점수를 중심으로 일찍 합격시키는 제도인데, 실시하는 학교와 시험을 보는 학생 양자 입장에서 편한 제도인 것 같습니다.

 

먼저 대입실적을 올리려고 하는 사립고가 내신점수가 높은 학생한테 학비의 전액・일부 면제 등 혜택을 주거나 "대입 특별 대비반”과 같이 특별히 편성된 반에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입학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 경우 학생은 다른 학교의 입시를 아예 안 보고 해당 사립고에 입학한다는 조건이 붙을 때도 많습니다. 공립고가 딱히 대입대책에 힘을 싣지 않는 반면, 대입실적을 향상시키려고 하는 사립고는 비교적 대입준비에 도움이 되도록 수업이나 특강 등을 짜주기 때문에(학교에 따라 해당 지역에서 이름이 있는 학원에 특강을 정식 위탁하기도) 학생 입장에서도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죠. 단 사립고는 잘할 것 같은 학생 중 몇 명만이라도 명문대에 가주면 인기도가 상승하기 때문에 무리를 시키기도 하죠. 빠른 진도를 따라갈 수 없는 애들은 비참한 학교생활을 보낸다는 부작용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하나는 사립고가 수험생한테 다른 학교(특히 공립고) 입시를 보는 것을 허용하면서 합격시키는 경우입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그나마 입학해줄 가능성이 있는 학생을 미리 확보할 수 있고 수험생 입장에서는 만약 제1희망교 입시에 떨어질 경우에 대비해서 미리 학교를 확보할 수 있는 방식이죠. 가장 많은 케이스는 필기시험 밖에 없는 공립고를 제1희망교로 하는 수험생이 미리 "가도 될 만한" 사립고의 합격을 확보해 둔다는 겁니다. 특히 이른바 진학교로 분류된 공립고의 경우 입학 경쟁률이 1대2를 넘을 때도 있는데 그런 공립고 입시를 보는 애들은 추천입시를 통해 비교적 괜찮은 합격고를 확보해 두는 것이 필수적이죠. 물론 경쟁률이 그리 높지 않더라도 1대1을 하회하는 학교는 거의 없기 때문에 추천입시를 통해 "세이프티넷"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추천입시가 이용되는 가장 흔한 스타일이 바로 이것이죠.

 

세 번째는 도저히 갈 곳이 없는 학생의 구제입니다.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초등학생 수준의 내용조차 습득하지 못하는 학생이 있습니다. 그런 학생들이 들어가기 쉬운 공립고에 지원했다고 했을 때, 경쟁률이 1대1을 하회하면 괜찮지만 꼭 그렇지가 않은 게 실상. 그래서 추천입시로 합격고를 확보하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그럴 때 우수한 학생과의 "세트 추천"을 이용합니다. 예를 들어 해당 지역에 거의 비슷한 인기도의 사립고 A와 B가 있고, 어떤 중학교에 공부를 아주 잘하는 김모 군하고 공부의 "ㄱ"조차 알지 못하는 박모 군이 있다고 하죠. 김모 군은 A고든 B고든 마음에 드는 쪽으로 추천입시로 합격을 확보하고 공립고 입시를 보면 되지만 박모 군은 아니죠. 중학교 담임교사는 어디 갈 데가 없는 박모 군을 어떻게든 고등학교에 보내야 하는 겁니다. 선생님은 김모 군하고 박모 군의 내신서를 들고 A고에 가서 "박모 군을 추천입시로 합격시켜 준다면 김모 군도 이 학교 추천입시를 보게 하겠다"고 제안하는 겁니다. A고로서도 박모 군이 재학중 특별히 큰 문제를 안 일으키면 당장 라이벌 관계에 있는 B고로 갔을지 모르는 김모 군을 확보할 가능성이 생기므로 나쁜 조건은 아닌 거죠(물론 박모 군이 학교에 거의 안 오거나 품행이 안 좋다 등 다른 사정이 있으면 A고도 거부할 가능성이 높죠. 사정이 없는 한 박모 군은 A고 입장에서는 좋은 “손님”이죠). 결코 잦은 케이스는 아니지만 실제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별하지만 가끔 있는 추천입시 유형에 "스포츠 추천"이 있습니다. 말그대로 스포츠를 잘하는 학생들을 위한 추천입시죠. 사립고가 학생을 모으는 효과적인 방법에 명문대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이 있다는 것은 위에도 살짝 언급했죠.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를 통해 학교 이름이 널리 알려져도 마찬가지인 거죠. 특히 야구나 축구 같은 인기가 많은 종목으로 전국대회까지 진출하면 학교 이름이 전국에 알려지므로 광고효과는 막대하죠(甲子園(코시엔)은 원래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의 본거지인데 오히려 고교야구 전국대회가 치러지는 곳으로 유명할 정도죠). 그래서 스포츠 추천만큼은 그 학교가 있는 지역 외에서도 신입생을 받아들입니다. 고교야구 전국 대회에서 인구가 딱히 많지 않거나 눈이 많이 와서 야구훈련에는 적합하지 않은 지방의 대표교가 선전, 경우에 따라 우승까지 할 때가 종종 있죠. 그런 고교(팀)은 “우리 고향의 자존심”이 되기도 하는데 중심 선수들이 전부 그 지방출신인 경우는 별로 많지 않고 추천입시를 통해 그 학교에 들어온, 다른 지방출신일 경우가 많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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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이 일본의 고등학생들은 필기시험 위주의 일반입시에서 내신점수 위주의 추천입시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어떤 애는 필기시험을 잘 봐서, 어떤 애는 내신점수가 좋아서, 또 어떤 애는 스포츠를 잘해서 각자각색의 경로를 통해 고등학생이 됩니다.

 

 

4. 고등학교 입시를 앞둔 수험생들은 어떤 공부를 하는가

 

추천입시는 기본적으로 평소 학교에서의 생활이나 내신점수로, 스포츠 추천의 경우 경기실적으로 고등학교에 갑니다. 그럼 필기시험 위주로 치러지는 일반입시를 보는 학생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요?

 

일단 슈퍼 진학교에 들어가려고 하는 애의 성적은 더 이상 올라갈 여지가 없을 정도 높습니다. 이 경우는 들어가려고 하는 학교에 특화된 입시대책을 합니다. 그런 대책조차 필요없는 애도 있기는 하지만요. 하여튼 전문학원이 마련한 특별반에서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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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입시전문학원의 팜플렛

 

이런 예외를 빼고 거의 모든 중학생들은 추천입시를 보기 때문에 일단 학교성적(내신점수)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학원에서도 중학교에서 쓰이는 교과서에 대응한 중간・기말 시험용 교재를 사용해서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학원에서 쓰는 교재를 전문적으로 편집・판매하는 업체가 있습니다). 중3 여름특강을 마치면 차차 입시대책이 시작됩니다. 시험이 눈앞에 다가온다는 시기적인 요인도 있지만 내신점수로 감안되는 것이 3학년 2학기(여름방학 전)까지의 성적이라는 사정도 크겠죠(치바현의 경우. 내신점수의 시기적인 범위는 도도부현마다 달라질 수 있음).

 

사립고를 제1희망교로 한 수험생은 국어, 수학, 영어 3과목, 공립고에 가고 싶은 학생은 사회, 과학을 더해 모두 5과목을 공부합니다. 필기시험의 과목이 그렇기 때문이죠. 문제의 난이도는 사립고가 더 높습니다. 다만 사립고 입시는 일부를 제외하면 내신점수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필기시험 위주로 사립고 입시를 보는 학생 외에는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 특별한 대책을 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반면 공립고를 제1희망교로 한 애들은 비교적 진지하게 대책을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아무래도 필기시험 위주로 합・불합격이 가려지기 때문이죠. 단 공립고의 필기시험 문제는 보통 해당 지역에서 공통적입니다. 공부를 아주 잘 하는 학생에서부터 겨우 내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는 학생까지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이 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쉬운 문제도 많이 출제되는 편이죠(참고로 치바현 공립고 입시의 수학은 순수 계산문제만 다 풀면 50점 정도는 딸 수 있답니다. 다른 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일부 진학교에 가고 싶어하는 수험생을 빼고는 기본적 내용을 꼼꼼히 복습하면 괜찮습니다.

 

요즘에는 각종 검정시험에 붙으면 사립고 추천입시에서 유리해지는 경우가 있어서 검정시험에 애쓰는 애들도 꽤 있답니다. 다만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하고 연관성이 강한 것이어야 되는 것 같습니다. 영어검정, 한자검정, 수학검정 등등이죠(サンリオ(산리오)사가 공식적으로 치르는 헬로키티 검정시험은 1급을 따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야 된다고 하는데 아마 추천입시에서는 감안해주지 않을 겁니다).

 

 

5. 고교입시가 있는 의미(결론 없음)

 

먼저 15살 나이에 경쟁에 시달려야 된다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기적인 시각으로 인생에 대해 생각할 여유도 없이 공부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은 결코 해피한 것이 아니죠. 반면 사춘기에 접어들며 남한테 어느 정도 객관적으로 평가받는 기회를 얻는다고 생각하면 반드시 나쁜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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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입시가 있기에 일본의 고등학교에는 서열이 있습니다. 저변교 졸업생도 와세다대 입시에 응시할 수 있고 실제로 합격하는 애도 있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중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서열구조에 편입되는 모양새가 예쁠 리가 없는 것도 사실이죠. 다만 고등학교까지 가면 학습내용도 상당히 복잡해지고 양도 많아지는데 그런 상황에서 학력수준이 크게 다른 학생들한테 같은 교실에서 어떤 수업을 해야 할지. 형식적 평등에 사로잡힌 나머지 공립중학교 수업이 어중간해진 부작용이 더 증폭될 것은 뻔하겠죠.

 

필자는 고교입시가 없는 세상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서 고교입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는데 이번에 한국의 특목고 폐지논의를 접하면서 새로 고교입시에 대해 되돌아보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정책논의가 어떤 방향으로 가든지, 제도 변경/유지의 희생자가 가장 적은 묘안이 나오기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