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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에 대한 총공격이 쏟아지고 있. 과정에서 대단히 흥미로우면서 훗날 역사적 의미를 지닐지 모르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많은 전제와 맥락이 필요하다 보니, 다소 뜬금없는 얘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알바와 뱅뱅이론

 

뱅뱅이론의 요점은 간단하다. 우리는 내가 직접 속하지 않은 집단에 대해, 생각보다 훨씬 모를 있다는 . 특히 기술의 발달과 미디어의 변화, 문화계층의 다변화와 경제 계급의 양극화는 시간이 수록 점점 이러한 현상을 강화한다.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이 살아가는 세계는 내가 사는 세계와 생각보다 많이 다를 있다. 하물며, 다른 동네에, 다른 나라에, 다른 입장에서 사는 사람은 오죽할까. 궁금하면, 평소 안 친한 사람의 핸드폰에서 유튜브 앱을 열면 어떤 영상이 추천되는지 보시길 권장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미덕은, '전혀 이해할 없는 부류의 집단이 존재할 있다.' 가정을 항상 유지하는 것이다. 주말마다 광화문에서 태극기를 드는 분들이 너무 이해가 안 가는 나머지, 그들 모두가 누군가로부터 일당을 받는 알바라고 생각하는 것은 성급하다. 조금만 찾아보면 부모님들이 매주 태극기 집회에 나가는 것에 난색을 표하는 지인을 쉽게 발견할 있을 것이고, 부모님들은 어디서도 동전 한 푼 받지 않을 것이다. 딴지 자게에서만 해도, 분명 알바들이 끝없이 출몰하지만 마찬가지로 분명 알바들의 논조에 찬성하는 진짜 딴게이도 있기 마련이다. 이해가 안 간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시대의 새로운 미덕을 잊게 되는 경우는, 알바들이 집중 공세를 펴는 사안인 경우다. 태극기 부대 일부는 실제로 돈을 받고 현장에 나선다. 그러므로 이를 보는 우리는 대체로 '일당 몇 푼 받으시는 안된 분들'이라는 인상을 받기 쉽다. 하지만, 많은 숫자가 진심으로 주장의 내용에 동조하기 때문에 지친 몸을 이끌고 자리에 나선다. 알바가 실존한다는 사실이, 이외의 진심 어린 동조자들의 규모를 낮춰잡게 만드는 것이다.

 

, 어떤 주장을 퍼 나르는 알바가 있다는 사실과, 그에 동조하는 사람의 수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문제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다. 그리고 가끔은, 수가 생각보다 너무 많아 놀라울 때가 있다.

 

 

춘심애비의 판단 기준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는데, 나는 지난 대선 혼란스러웠다. 나는 인간 문재인을 너무도 좋아하고 사람의 면면을 닮고 싶었지만, 정치인으로서의 문재인을 판단하기 어려웠다. 결정적 계기는 2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2015 당대표 시절 이승만 박정희 묘역에 참배를 했을 , 두 번째는 대선 토론 과정에서 동성애에 대한 발언을 했을 때였다. 나는 인간 문재인은 존경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을 지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을 했었다.

 

그러다 투표 직전에 생각이 바뀌었다. 대통령은 본질적으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제일 빡센 공무원 보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정치 성향 만큼이나 뛰어난 업무능력이 필요한  아닌가, 라고 생각하게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문재인이라는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자리에서 보여줄 있는 업무수행 능력은 다른 후보들보다 월등히 높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판단은, 옳았다.

 

물론 정치적 성향이 중요치 않다는 아니다. 일을 겁나 잘하는 파시스트에게 투표를 수는 . 반대로, 나와 100% 일치하는 정치 성향을 가졌다는 사실만으로, 일을 겁나 못하는 사람에게 표를 던질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중요한 기준이고, 유권자마다 균형점은 다르. 나는 현재로써는 정치 성향보다 업무수행 능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내지 진보정당 후보일 경우에 한정해서 말이다.

 

나는 이런 기준, 그러니까 어느 정도 정치 성향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구체적인 정치적 입장보다는 업무수행능력을 높은 비중으로 판단하는 기준이 시점의 한국 사회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와 정치 성향이 전혀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더라도, 기준만큼은 언급한다. 그러면 대체로, 수긍을 받곤 한다. 정치 성향을 초월하는 정치인 선택 기준인 셈이다.

 

그런 관점이라는 점을 미리 밝혀두고, 이 이슈를 좀 더 디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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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후보자 공격 논리 대중의 반응을 얻은 포인트

 

지난 한 주 간 주요 일간지는 조국 후보자와 가족 얘기로 지면을 뒤덮다시피 했다. 지속적으로 이슈가 되는 주제는 크게 2가지이다. 재산 관리 그리고 . 2가지만큼은 단순히 알바들의 댓글공해뿐만 아니라, 실제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가 형성되었다. 그만큼 야당과 주요 언론들은 포인트를 집중하여 파고든다.

 

사실 주제들에 대해 확인된 사실은 초라할 정도로 간소하다

 

  • 부친의 채무를 한정승인하여 상속받지 않았고
  • 민정수석 재직 재산을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했으며
  • 딸이 1저자로 등재된 짧은 논문이 있고
  • 딸이 의전원에서 유급을 받은 이후 학기  교수 개인이 지급하는 장학금을 받았다.

 

물론, 외의 의혹들이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확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다른 내용들은 후보자의 반박과 의혹 제기 내용이 상충되므로 대부분 어느 한쪽을 확신할 없는 상태이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이미 상당수의 대중들은 확인된 사실만으로도 이미 조국 후보자에 대해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법의 차원에서 위 사실들은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대중의 반응을 이끈 것은, '특권의 냄새'라고 있을 것이다. 부친의 수십 억은 면책했으면서 자기 자신의 재산은 수십억이 있는 사람. 사모 펀드, 그것도 블라인드 펀드라는 것에 재산을 투자하는 사람. 엄마가 다른 엄마에게 부탁하면 고교 시절 인턴을 하면서 논문 1저자가 수도 있는 집안. 보통의 서민들이 생각하기도, 경험하기도 어려운 어떤 일관적인 특징이 묻어난다.

 

조국이라는 사람이 유명해진 과정에서 등장한 개념, '강남좌파',  딱지가 되살아났다. 사실 팩트들을 파고들면 법적 책임은 물론 도덕적 책임도 없는 사안들이다. 하지만 우리네 삶과 너무 다른 리그에서나 발견되는 어떤 특권이 느껴진다. 여기서 일부 대중들은 배신감을 느낀다 팩트를 파고들기 위해 많은 정보를 찾아보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 자체가 배신감을 강화한다. 살면서 블라인드 펀드에 투자를 사람이 몇이나 것이며, 영문 의학 논문을 읽고 내용이 누구나 몇 시간이면 돌릴 있는 통계프로그램의 결과라는 쉽게 판단할 있는 일반인이 몇이나 될까.

 

재산관리라는 주제는 정권의 지지층을 이루는 서민-중산층 계층의 균열을, 딸에 관련된 주제는 교육과 대학이라는 관점에서 20대의 균열을 유도했고, 일간지들은 점을 파고들어 실제로 얼마나 많은 2030들과 서민층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지도 밝히지 않은 트위터 몇 개 소개하면서 '등 돌린 2030'이라는 무책임한 제목을 내건다.

 

그런데, 그것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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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기사 - 링크

 

물론, 고대 게시판에서 활동하는 일베들의 몸부림을 일간지들이 받아준 것이라고 추리할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우리는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에 알바들이 출몰한다고 해서 모두가 알바는 아니라는 사실을.

 

실제로 알바들의 총공격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렸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알바의 영향을 받아서가 아니라 실제 진심으로 그런 선택을 다수의 대중일 것이다그런 가정이, 시대의 미덕이다.

 

 

계급론의 등장

 

조국 후보자에 대해 제기된 의혹은 거의 전부라고 있을 정도의 비율로 재산 관리 문제와 문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업무수행 능력에 대한 검증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도 그럴 것이, 법학 교수로서의 후보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정치 성향이나 세력을 초월하여 인정한다는 공감대는 존재해왔다.

 

그렇다면, 지금 무차별하게 쏟아지는 의혹의 시시비비가 어느 정도 가려진 후엔 제기된 의혹이 업무수행 능력을 상쇄할 정도의 심각한 흠결인가, 이에 대한 판단이 쟁점이 것이다. 후보자에게 등을 돌린 대중들은 대부분 '배신감' 느끼고 있고 배경은 어떤 특정한 비리행위라기 보다는 '특권을 누려온 사람'이라는 입장의 차이다. 특권에 대한 배신감이 심각한 흠결이라 판단 것이다진보논객들은 대놓고 '계급' 언급한다. 한국 사회에서의 특권계급 내부에서 통용되는 일상이, 일반 대중들에게 가져오는 장벽의식. 근간은 결국 계급갈등이라는 것이다.

 

매우 정확한 분석이라고 생각한다. 수십 억 단위의 재산은 자본소득만으로 평균적인 노동소득 이상의 수익을 만든다. 상태에서 자본의 주인이 고급노동자이기까지 하다면, 노동소득만으로도 윤택한 삶을 살면서 자본소득이 다시 잉여재산이 되면서 일단 대출을 끼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서민층과의 격차를 급격하게 벌린다. 전혀 다른 계급이기 때문에 발생한 괴리이고,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후보자와 대중 사이에서 갑작스레 발견됐다.

 

그런데, 앞서 말한 나의 판단 기준에 비추어 과연 지금이 이런 근본적인 계급론이 나올 타이밍인지 의구심이 든다법무장관으로서의 업무수행 능력이 극히 뛰어날 것으로 충분히 예견할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어마어마한 흠결이 있어야 등을 돌리게 것이다. 그런데 흠결이 '다른 계급에서 특권을 누림'이라니. 특권을 악용하여 자신의 재산을 증식시킨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피해를 것도 아니고, 계급 내의 문화 속에서 일상을 보내고 특권을 누렸다는 사실이 문제라니. 그러면 애초에 특권계급이 아니거나, 계급이 아닌 처럼 사는 외에는 어떤 방도도 없지 않은가. 갑자기 계급해체와 사회주의 혁명이라도 하잔 얘긴가. 결국 그냥 재수 없다는 이외에 실질적인 흠결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생각해보니 재수 없음과 장관 후보자 검증은 구분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 바람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중한 것은, 한국사회에서, 계급의 특권 자체가 이슈가 적이 있던가 라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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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치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한 번의 진화

 

한 차례 극심한 갈등상황이 벌어지면, 변증법적인 효과로 결국 한 단계 진화한 상태를 맞이한다. 예를 들어 젠더 이슈로 인해 극심한 갈등이 있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더이상 정치인들이 공식적 자리에서 성차별 발언이나 성적 농담을 던지는 장면을 수는 없는 시대로 넘어오기도 했다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입장의 사람이 있더라도, 국회의원이 공식 석상에서 '여자와 북어는 때려야 제맛' 같은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시절이 좋았다고 생각하진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이나 언론이 대중의 갈등이나 결집을 활용하는 여론전을 펼친다면, 한편으로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어떤 '금지의 세계' 만드는 셈이다. 그런 식으로 과거에는 국회의원 뱃지만으로 있었던 인사청탁들이 더이상 눈감아지지 않게 됐고, 성차별, 장애인차별, 인종차별과 같은 발언들은 한순간에 정치생명에 타격을 가하는 수준의 문화가 형성됐다.

 

만일, 조국 후보자의 이러한 '계급론적' 문제 제기가 실제로 많은 대중들의 공감을 얻는다면, 그래서 고대에서 촛불시위가 벌어지고, 수많은 2030세대와 세대의 서민층이 결집해서 후보자를 거부한다면, 한편으로 그만큼 경제계급의 특권에 대한 감수성이 대중들에게 퍼져나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과정에서 후보자 임명 강행을 포기하는 상황은 정말 가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그에 가까운 상황이라도 벌어진다면, 그건 한국 대중들이 장관급 인사를 바라보는 관점에 있어 '계급적 특권의 이용 여부'라는, 어마어마하게 엄격한 기준을 지니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그리고, 계급적 특권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 나아가 '하지 말아야 '으로 분류되는 사회문화에 폭으로 한 걸음 다가가는 셈이다.

 

바라건데, 가장 좋은 결과는 이런 그림이겠다.

 

'계급론적 자각에 따라 2030세대와 서민층이 결집하여 조국 후보자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과정에서, 계급적 특권에 대한 인식이 대중들 사이에 공감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여론전을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이 말끔하게 해결되면서 이를 반대하던 대중들이 다소 뻘쭘해지던 사이, 후보자는 임명이 되고 대중들 사이의 새로이 형성된 계급적 특권에 대한 거부감은 그대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의식은 훗날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하나의 디딤돌을 이룬다.'

 

꿈같은 얘기지만, 이리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