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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새논평] 2009년 5월 27일 - 담배의 진실

 



2009.5.27.수요일

 

 

 


지금처럼 나라 전체를 뒤흔들만큼 어마어마한 일이 터지면, 자세히 들여보다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만큼 아주 아주 작지만, 그 자체로 속내와 본질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해프팅들이 반드시 있다. 본지, 그 작디작은, 그러나 중요한 해프닝들에 대한 본지만의 논평 몇 건 하겠다.

 

 

 

 

 

동아일보는 노무현 전대통령을 마지막으로 수행했던 경호관을 전화 인터뷰하며, 담배 달라고 했는데 없었단 대목에서, 이렇게 물었다.

 

"담배를 한 대 피우고 마음을 좀 가라앉히지 않았을까요. 그랬다면 생각이 달라졌을 수도.."

 

이 질문, 모욕적이다.

 

노무현 전대통령이 그저 담배 한 대만 폈다면 그럼 마음을 돌릴 수도 있는 그런 인물이라 생각했나, 동아일보.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다. 욱해서 충돌자살의 유혹을 느껴버린 고삐리인 줄 아냐고. 노무현 전대통령이 뭔가를 스스로 결심하면, 그걸 막을 수 있었던 사람은 그의 살아 생전, 아무도 없다. 우리 모두가 그거 안다. 아무리 불리하다고 해도, 아무리 바보 같다고 해도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던 양반이다.

 

그런데 자신의 일생을 여기서 마감하겠다고 마침내 결심한 그가 겨우 담배 한 대에 마음을 돌렸겠냐. 제발 생각 좀 하고 질문해라.

 

 

 

 

경호관 좀 냅둬라. 노무현 전대통령이 정토원 좀 다녀오라고 심부름시키는 데 그럼 "각하께서는 투신할 지 모르니 혼자 못 두겠습니다" 이러겠냐. 당연히 혼자 두고 심부름 갔다 오지. 오히려 같이 있었더라면 순간적으로 말리다가 경호관까지 떨어졌을 게다. 그래서 심부름 보낸 거다. 이 세상 누구도 그 순간 노무현 전대통령을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러니 그 경호관 좀 냅둬라.

 

물론 거짓말은 했다. 하지만 이해간다. 잘 했다는 게 아니라 이해는 간다고. 심부름 갔다 왔더니 대통령이 그 자리에 없어 놀래서 사방팔방 뒤지다가 바위 밑에서 뼈가 꺾인 채 떨어져 있는 걸 발견했다고 생각해봐라. 하늘이 무너졌을 게다. 대통령 경호관은 원래 대통령 대신 죽으라고 있는 거다. 그렇게 교육받고 실제 그럴 수 있는 사람들만 고르고 골라 선발되는 그 분야의 엘리트들이다. 그 이후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 제대로 생각도 안 날게다. 혼이 나갔을 거라고.

 

경호관 징계 어쩌고 하는데, 그냥 좀 냅둬라. 그래도 그런 건 거짓말 하면 안 되는 거다... 물론이다. 하지만 결국 고백 했잖냐.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 가장 큰 형벌은 감봉이니 경고니 뭐 그런 게 아니라 투신을 막지 못했다는 자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세상 누구도 그건 막지 못하는 거였다. 그러니 아마도 가장 큰 충격을 받았을 사람 중 하나인 경호관, 진술만 받고 징계니 어쩌니 하지 말고, 그냥 좀 냅둬라. 불쌍해 죽겠다.

 

 

 

 

담배 이야기 나온 김에 하나만 더하자. 어제, 그러니까 5월 26일 밤 11시경, 인터넷엔 잠시 난리가 났었다. 시발은 MBC가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경호관이 함께 있지 않았다는 거다. 잠시 후 가장 먼저 조선일보에서 "담배 있냐는 거짓말"이란 제하의 짧은 기사가 떴다.

 

 

기사 내용은 청와대 관계자가 경호관이 마지막 순간에 함께 없었고, 담배 있냐는 이야기도 지어낸 것으로 보인다는 몇 줄 안 되는 속보였다. 소위 청와대 관계자라는 작자는 확인해야 할 많고 많은 팩트 중에 담배 있느냐는 이야기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특정해 거짓말인 거 같다고 했고, 조선일보 역시 기사제목을 담배 있냐고 한 건 거짓말이라고 뽑았다.

 

걔네들도 그 담배가 마음에 걸린 거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 대목에서 울컥한다는 것도 아는 거다. 그래서 그걸 뒤집어 버리고 싶었던 거다. 그거 다 거짓말이라고. 그래서 그 담배 하나에 매달린 거다. 하여간 치사한 넘들이다. 그러자 케이블 MBN에서도 12시 뉴스부터는 담배 이야기는 거짓인 거 같다고 보도하기 시작한다. 다른 매체들 기자들도 바빠졌다. 앞다투어 짧게 논란을 보도하더니 결국 한겨레마저도 새벽 1시 40분경, 여러 정황을 다시 정리하면서 담배 대목은 창작인 것 같다고 보도를 한다.

 

그러나 오늘 아침, 결국 경남지방경찰청에서 담배 이야기는 했다고 일부 기자들에게 확인을 해준다. 이걸 확인했단 것 자체는 아직 어느 매체도 별도로 보도하지 않고 있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웃기니까. 담배 이야기만 똑 떼어내서 그건 사실이라고 한다. 이럴 수도 없잖냐. 여하간 조선일보는 27일 아침, 그 기사를 아예 날려버렸다. 지금은 조선일보 사이트에서 그 기사를 아예 찾을 수가 없다. 한 번 쓴 기사는 자존심 상 엎지 못하는 한겨레만 그 기사가 남아 있다. 그 말이 아니라 그 말을 한 상황 자체가 창작이라는 의미라고, 속으로 우기면서 그냥 둔 거겠지. 여튼 어제 밤부터 오늘 오전까지의 난리 내용는 여기까지다.

 

청와대나 조선일보나, 원래 알고는 있었다만, 니네들 참 어마어마하게 졸렬하다.

 

 

 

 

 

추모제를 위한 서울광장 개방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오세훈 시장이 만났다. 오세훈 시장의 답변은 "평화적이고 비정치적인 추모행사를 약속한다면 광장 사용을 허용할 수 있다"며 "이러한 뜻을 정부 측에 전달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오세훈이 바보가 아닌 이상 이 상황에서 이명박과 같이 죽을 순 없었을 게다. 자기도 큰 뜻을 품은 정치인데. 언젠가 대통령 한 번 해야 하는 데. 여기서 거절하면 그 모든 비난은 오세훈이 혼자 받아야 하는 데 그럴 순 없지. 당연한 답변이다.

 

동시에 참으로 비겁한 답변이기도 하다. 서울광장은 서울시 소관이다. 자신이 시장이면서 그걸 또 결제를 받아야 한다고 발을 뺀다. 자기가 시장 아니라고 자백하는 꼴이다. 또한 이 답변은 대한민국이 처한 기가 막힌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국민들이 전직대통령을 추모하고 싶다는 데, 그것마저 청와대 결제를 받아야 가능한 것이다. 국민들이 대통령의 직원인가. 정말 웃기지도 않는 시대다. 

 


- 틈새논평 담당, 딴지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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