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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칼럼] 노무현, 우려먹고 벗겨먹기

2005.9.1. (목)
딴지 총수


편집자 주 :
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추도의 의미로 과거 본지 기사 속에 비춰졌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을 소개한다. 본지의 과거 기사에서도 드러나듯 그에 대한 평가는 각자의 정치적 지향에 따라 극명한 애증이 교차하는 바, 본지에서도 향후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업데이트시킬 예정이다.  


 


먼저 밝혀두건대, 나, 노무현 좋다. 잘한다 못한다가 아니라, 좋다.
 



세계는 서울로, 서울은 세계로. 가만 생각해 보면 웃긴 말이다. 우린 이미 세계 속에 있는데 말이다. 이미 그 속에 있으면서 거기로 가잔다. 세계가 우리만 달랑 제외하고 자기들끼리 모여 만든 무슨 특설 링도 아닌데 말이다. 하지만 우리 머리 속에선 그게 그렇지가 않다. 세계는 우리와 분리되어 우리 바깥에 존재한다.


유럽애들이 부러운 건 그 점이다. 몇 시간 북쪽으로 움직이면 스웨덴·핀란드가 있고, 남쪽엔 벨기에·프랑스, 동쪽엔 룩셈부르크·독일이 있는 네덜란드에서 태어나, 이미 중·고생 시절부터 배낭 지고 자신을 둘러싼 주변국들을 여행하며 스스로의 상대적 위치를 입체적으로 인지하는 그들에겐, 나와 세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내가 이미 세계 속에 있다. 나로부터 가족, 지역, 국가 그리고 세계로의 인식 확장에 단절이 없다. 그리고, 그래서 그들은 차 타고 북경 가는 생각 한다. 땅이 연결되어 있으니까. 그 땅의 끝이 북경이니까.


우린 차 타고 파리 갈 생각, 못한다. 나의 확장은 휴전선에서 끝난다. 파리와 서울, 같은 땅 위에 있는데, 물리적으로 이어져 있는데, 머리 속에선 끊어져 있다. 아프리카 기아에 대한 세계인으로서의 책임을 묻거나, 지구적 환경문제 거론하는 것이 우리에게 생뚱맞은 건 그래서다. 나와 세계는 별개다. 세계가, 바깥에 있다.


물리적 연결이 필요하다. 서울역에서 기차 타고 평양 거쳐 모스크바 지나 파리까지 갈 수 있어야 한다. 새파란 고삐리들이 여름방학이면 대륙횡단을 꿈 꿀 수 있어야 한다.
 



전쟁 끝난 지 50년 넘었다.


싸우다 말고 50년씩 쉬는 전쟁, 인류 역사에 없다. 휴전 아니다. 종전이다. 평화조약이 필요하다. 미국, 이거 50년째 안 하고 있다. 전쟁이 일시 중지상태인 건, 전쟁이 거대한 비즈니스 모델인 자들에게나 짭짤하다.


맥아더에게 위임했던 작전권, 되찾아야 한다. 맥아더, 벌써 40년 전에 죽었다.
 



아파트 선분양. 물건 만들기도 전에 돈부터 몇 억씩 내는 세계 유일의 주택판매제도.


건설업자, 그 돈으로 집 짓는다. 업체 사업자금을 왜 소비자가 은행 빚 내 대주나. 과거 건설경기진작 위했다는 건 알겠다. 이젠 아니다.


후분양 강제하자. 민간자율이니 인센티브니 주저하지 말고 강제하자. 원가도 공개하자. 원가 공개하는 장사가 어디 있느냐. 시장이 그 이윤을 적절히 통제할 때 맞는 소리다. 원가 까자.
 



노무현, 아까워 죽겠다. 난 노무현에게서, 노무현만 할 수 있는 걸 원한다. 노무현이 안하면 이런 거 누가 하나. 고정관념 없고, 사사롭지 않고, 잔대가리 없고, 정면승부 하는 자만 할 수 있는 일들 있다. 난 노무현에게서 이렇게 딱 세 가지만 원한다. 다른 건 또 다른 사람들이 나중에 한다.


답방 기다리지 말고 방북해 김정일 만나자. 가서 이런저런 전기 마련하고, 덤으로 내 부탁도 좀 들어 달라. 기찻길 뚫어 달라. 그리고 미군, 얘네들 좀 내보내자. 정 안 보낼 거면 값이라도 제대로 쳐서 받자. 내 돈 내서 미국 좋은 짓 좀 그만하자, 제발.


총 맞을까봐 영내 하루 종일 짱 박혀 있는 이라크서 재건은 무슨 수로 하고, 국익은 또 무슨 국익인가. 사기 치지 말자.


그리고 부동산. 눈치 그만 보고 당장 해결해 달라. 건설경기고 나발이고 밀어 부쳐라. 보통 사람들 정상적으로 벌어 집 못 산다. 평생. 이거 말이 안 된다.


노무현은 연정이 정치인생을 최종 마감하는 마지막 봉사란다. 누구 맘대로. 대통령이 자기 껀가. 사심 없다는 거 아는 사람 다 안다. 오해 받는 거 그만 억울해 하고, 이해 안 해주는 거 그만 야속해 하고, 못 알아듣는 거 그만 답답해 하시라. 국민들, 바쁘다.


노무현이 대통령 된 사연, 딴 거 아니다. 시스템의 관성과 관습 내에서만, 미국의 허락 범주 내에서만 사고하는 사람들은 못하는 거, 그거 해 달란 거였다. 임기가 어쩌고 2선이 저쩌고, 턱도 없다. 노무현 아직 할 일 다 안 했다.


나, 노무현 같은 스타일의 대통령 다시 만나긴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불가능하다는 거 안다. 그래서 난, 씨바 내 표 값 다 받아내야겠다. 노무현, 끝까지 우려먹고 벗겨 먹어야겠다.


노무현은 딴 생각 그만하고 내 표 값부터 지불하라, 지불하라!


주먹 불끈, 머리띠 질끈.


* * *


ps- 연정, 난 한국정치 위해 지역구도 십자가에 스스로 못 박히겠으니, 한나라 넌 그 보혈로 구원 받는 바리새인 되란 소리다. 한나라 벙찌는 거, 간만에 이해간다.


- 딴지총수
(chongsu@ddanz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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