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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원보고] 日 사커 매거진, "이근호는 괴물이다"


2009.5.20.수요일



▲ <주간 사커매거진> 5월 26일자 권두 특집 인터뷰 - `괴물후보 당당히 등장`

홀연히 나타나 불과 2시합 만에 신(新), 메시아, 구세주라는 애칭이 붙어버린 선수.
 
지난 4월부터 J리그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낸 이근호는 7시합에서 6골 4도움을 기록, 최하위권에서 맴돌던 주빌로 이와타를 중위권으로 끌어 올렸다. 이근호가 가세하기 전까지 한번도 승리하지 못한 채 16, 17위(J1 18개팀)를 맴돌던 이와타였지만 이제는 당당히 중위권으로 분류된다.
 
5월 16일 있었던 가와사키 프롱타레와의 시합에서 2-0으로 지는 바람에 11위였던 순위는 2계단 떨어져 13위로 내려 앉았으나 팀분위기는 여전히 밝다. 무엇보다 J2 탈락권에서 멀치감치 벗어났다는 것이 크다.
 
J리그의 승급/강등 규칙을 보면,  J1의 하위 2개팀과 J2의 상위 2개팀은 무조건 바뀐다. J1의 밑에서 3번째 팀은 J2의 3위팀과 결정전을 치루서 여기서 승리한 팀이 J1으로 올라가게 된다. 5월 18일 현재 J리그는 34전이 예정되어 있는 전체 일정의 약 3분의 1에 해당하는 12전을 소화한 상태다.
 
이변이 없는 한 시즌 종료까지 강등 경쟁을 벌일 것으로 보이는, 한때 황보관이 감독직을 수행해 한국의 축구팬에도 잘 알려져 있는 오오이타 트리니타는 승점 4점(1승 1무 10패)으로 18위를 기록하고 있다. 17위는 무승부 범벅(1승 6무 5패)의 가시와 레이솔이다. 거의 10년전 이야기지만 1999 - 2000년 당시 황선홍, 유상철, 홍명보를 중심으로 한 막강 종적 라인이 당대최고의 화력을 뽐냈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과거의 영화는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다.
 
이근호가 가세하기 전까지 이와타는 바로 이 그룹에 속해 있었다. 4월 11일까지 치룬 5경기의 결과는 2무 3패. 성적도 성적이지만 개막전에서 몬테디오 야마가타에 2-6으로 패하는 등 그 내용이 너무나 좋지 않았다. 서포터 역시 스스로 "팀도 18위, 응원도 18위"라는 패배의식에 빠졌다.
 
이랬던 팀이 4월 19일 이근호의 합류로 일약 중위권으로 발돋움했다. 무엇보다 경기당 평균 1점의 결정력 빈곤에 허덕이고 있던 팀은 최근 7경기에서 13점(1.9점/경기당)을 기록했다. 단 한명이 합류했을 뿐인데 득점력이 거의 2배가 된 것이다. 
 
현대축구는 조직력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옛날처럼 아직 전술적 연구가 정착되지 않았을 때는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천재적 스트라이커 한 명이 모든 것을 뒤엎어버리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현대축구는 존 디펜스과 맨투맨의 병용이라는 수비운용 여하에 따라 상대팀 톱 스트라이커를 꽁꽁 묶어 버릴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명의 영입만으로 팀 전력이 이렇게 급상승하는 것은  J리그 역사에서도 꽤나 드문 케이스다. 굳이 예를 들라면 J리그 초창기 가시마 앤틀러스의 선풍을 불러 일으켰던 지코 정도일까?
 
게다가 급하게 이루어진, 해외이적시장 조건까지 붙은 렌탈 계약이다. 이근호는 팀에 합류하자 마자 며칠 되지도 않아 시합에 나서야만 했다. 일본어는 물론 모른다. 이와타 동료들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 있었던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그가 보여준 차원이 틀린 능력. 이와타 서포터들이 이구동성으로 "메시아가 군림했다"고 흥분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던 법이다.
 
이런 이근호를 일본 최고(最古)의 축구잡지 <주간 사커매거진>이 권두 특집 인터뷰로 다루었다. 제목부터가 근사하다.
 
"괴물후보, 당당히 등장! - 이근호"
 
인터뷰 타이틀에는 후보라는 말을 붙였지만, 실제 인터뷰 내용은 "이근호는 괴물"이라는 전제에 선 상태에서 진행되었다. 약 두페이지에 걸쳐 진행된 농후한 내용은 이 인터뷰에서 이근호는 왜 주빌로 이와타로 오게 되었는지, 그리고 이와타에서 느꼈던 분위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털어 놓았다.
 



"서로간에 요구하고 있었던 부분이 일치했어요. 저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팀에 합류해서 연습하고 싶었고, 이와타는 바로 전력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찾고 있었죠. 시즌 개막전의 캠프연습을 같이 하지 못했었기 때문에 조금은 불안했지만, 오히려 이게 1회의 연습에 쏟는 집중력의 정도를 엄청나게 강화시켜 주었죠. 물론 위화감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입니다. 하지만 집중력의 강화로 짧은 시간내에 컨디션을 끌어 올릴 수 있었구요. 시합을 하다 보니 금방 융화되더군요."
 
이근호는 K리그와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했다.
 
"J리그는 패스와 포지셔닝을 중요시 여기는 것 같고, 또 수비에 있었서도 존 디펜스(Zone Defence) 스타일이 많던데 K리그는 거의 맨투맨이고 상당히 타이트합니다. 이 부분이 정말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스타일의 차이 때문에 망설이거나 곤란했거나 그런 것은 없었죠. 어느 나라나 리그든 축구라는 것에 변함이 없으니까..."
 
이근호의 특징을 꼽으라면 골잡이로서의 능력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골을 넣는 행위에 이르는 프로세스가 여타 J리그의 공격수들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바로 스피드를 살린 돌파력. 스피드가 있더라도 피지컬적 측면에 있어 힘이 뒷받쳐주지 않으면 안된다. J리그, 특히 일본인 포워드의 경우 스피드는 있어도 피지컬에서 밀리는 공격수가 많다. 아니 돌파를 스스로 선호하는 포워드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이근호의 경우 돌파, 드리블을 장기로 하면서도 트릭키(Tricky)한 플레이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이근호의 특기로 꼽히는 수비수 배후를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가는 움직임 역시 사실은 그 사전 동작에서 상당히 많은 자잘한 페인트 모션으로 수비수를 헷갈리게 만드는 것을 엿볼 수 있다. 맨투맨에 적응하지 못한 J리그의 수비수들에게 이근호는 폭군과 같은 존재인 셈이다.
 
5월 16일 이와타가 0-2로 진 시합에서 이근호를 거의 전담마크하다 시피한 가와사키 수비의 핵인 치쿠시 코스케(센터백)는 "(이근호는) 역시 대단한 선수였다. 누가 전담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팀 차원에서 그를 막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근호는 <사커매거진>의 인터뷰 마지막에 자신의 꿈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장래의 목표나 유럽진출. 하지만 이것들은 역시 J리그에서 얼마나 활약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이와타에서 좋은 성과를 내는 것에 전념하고 싶습니다. 이 팀에서 팀 동료들과 함께 좋은 관계를 만들어 상위권을 노리고 싶습니다. 지금은 그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에 대해 이와타 선수들은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다. 주전 수비수 챠노 다카유키와 미드필더 야마모토 코스케는 이렇게 이근호 선수를 평한다.
 
 "이근호 선수는 정말 성실하며 스스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려고 하는 선수입니다. 외국인 선수들은 보통 저 정도 실력을 지니고 있으면 혼자서 플레이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근호는 자기도 살고 또 주위를 살리는 플레이를 하지요. 무엇보다 그 일순간의 광속 스피드는 일본인에는 없는 무기입니다" (챠노 다카유키)
 
"아무튼 빨라요. 특히 상대 수비수와 경합할 때 한발 먼저 나설때의 그 빠름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또 주위를 보는 능력을 보고 있노라면 머리도 상당히 좋습니다. 그에게 패스를 해야 하는 제 입장에서는 그의 움직임을 항상 주시하게 됩니다"(야마모토 코스케)


오늘로서 J리그에서 활약한지 꼭 한달이 되는 이근호. 한달만에 신(神)의 칭호는 물론, 최고권위의 축구주간지 권두인터뷰를 장식해 버렸다. 물론 팀 동료들이 그에게 보내는 신뢰와 기대는 두말할 나위조차 없다.
 
홀연히 나타나 모든 것을 정리하고, 또 다시 홀연히 사라질 이근호. 이와타의 역사에 과연 그는 어떤 존재로 남을 것인지 벌써부터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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