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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통신원보고] 일본 언론은 왜 이승엽에 열광하는 걸까?


2009.5.20.수요일



사실 개인적으로 요리우리란 팀을 좋아하진 않는다. 우리 와이프네 집은 야쿠르트 응원하고 또 요미우리의 만행을 워낙에 많이 들어서(?) 정이 안 간다. (요미우리의 만행은 기요하라의 선수생활 자서전 "오토코미치(男道)"나 그외 각종 드래프트, 선수교환, 은퇴등에서 보여준 거 보면 잘 나오는데, 언젠가 한번 다루어보고 싶다)


근데 만 하루도 못되어서 승엽이에 열광하고 있는 나...-_-


이건 내가 나쁜게 아니다. 그러니까 결국 승여비는 스타가 될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는 거. 재밌는 건 또 이게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거. 여기 일본 미디어도 순식간에 "아! 부활한 이승엽! 아시아의 대포!" 일색이라는 거.


웃긴 건 이쪽 미디어들, 올 시즌 승엽이 부진할 때 거의 한번도 안 깠다. "제몫 못하는 용병"이라는 제목이 나올만한 성적인데도 말이다. 물론 요미우리 팀 자체가 워낙 성적이 좋았고, 4월 중순부터는 부동의 1위를 내달렸기 때문이라는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 프로야구판에서는 용병을 "스켓토(助っ人)"라 부른다. 말 그대로 "도와주는 인간(helper)"이다. 그런데 이런 팀에 도움을 주어야 할 인간이 1할 9푼이다. 보통 같았으면 한두번, 아니 몇번은 까여야 했다.


그런데 일본 미디어들은 정말 이상하다 할 정도로 비판하지 않았다. (이건 내가 4월 한달간 모든 스포츠 신문을 봤기 때문에 자신있다)


5월 8일 승엽이가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린 날, 스포츠 신문도 아니다. 평소에는 극우라고 한국인들에게 비판받는 종합일간지 <산케이>가 경기가 끝난건지 아닌지도 모르는 9시 정각에 기사를 올렸는데, 시합 결과는 조낸 조그맣게 보내고 따로 "자신을 되찾은 아시아의 대포"라는 이승엽만 다룬 특집기사를 내 보냈다.



산케이 물론 나는 별로 좋아하는 신문이 아니다. 그런데 산케이에서 부진에 빠졌던 외국인 용병들 중 이렇게 딱 한명만 꼬집어서 그 부활을 특집으로 다루는 장면 사실 본 적이 없다. 


물론 이승엽이 잘하면 날뛰는 <스포츠 호치>도 있다. 요미우리 그룹 계열이라는 게 있겠지만, 그들의 미친듯한 이승엽 사랑은 일본 야구팬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지금도 기억속에 얼얼하게 남아 있는 4월 18일 조간의 1면 헤드라인. 당연히 모든 신문은 이치로의 3086안타를 메인으로 다루었다. 그런데 <스포츠호치>는 일본의 국민적 영웅이 장훈의 3085 안타를 깬 그 날, 이치로 뉴스를 32면으로 돌려버렸다.


그리고 <스포츠호치>는 그날 1면을 이승엽의 연타석 홈런으로 장식했다.



4월 17일자 <스포츠 호치> 1면 톱기사. "이승엽의 극장"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승엽 때문에(?) 32면 톱기사로 밀린 이치로..(미안하지만 어쩌니..쩝)


난 솔직히 일본 미디어들의 이러한 반응이 이해가 안 갈때가 많다. 위의 18일자 편집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입장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메이저리그의 박찬호가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날, 다카쓰 신고의, 예컨데 5연속 무실점 세이브 기록을 1면 톱으로 다룬 셈이다. 만약 그런 만행(?)을 저지렀다면 그날로 그 신문사 가판 수입은 10배 이상 줄었을 것이다.


그런데, 또 이게 이승엽의 능력이 아닐까 한다. 모든 결정적인 순간 그 모든 논란을 잠재워 버리는 이승엽의 아우라. 도무지 "아우라" 말고는 설명되지 않는다. 타고난 그 무언가에 모두가 열광하는 것이다. 시드니와 제1회 WBC와 북경 올림픽에서 보여준 그 아우라는 천부적인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완전히 부활한 이승엽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테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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