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e Mannschaft
꼭 잡아야 하는 팀 피지에 이어 '명확하게 우리보다 한 수 위인 팀' 이야기를 할 차례다.
축구 국가대표를 이야기할 때, 반사적으로 “아, 이 팀 강하지”라는 답을 내놓게 되는 몇몇 국가 중에 하나가 독일이다. 구단뿐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지방 센터 설립 등을 통해 어린이들에게 '생각하고 즐기는' 축구를 맛보게 하고, 구단 아카데미 선수들에게도 정규교육을 의무화하여, 프로 진출에 실패한 이들에게도 살길을 틔워주는 등의 노력을 통해 일궈낸 디 만샤프트(Die Mannschaft)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이제 웬만한 국제대회가 개최될 때마다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질 만큼, 선수의 질도, 팀으로써의 조직력도 갖춰진 팀으로 발돋움하게 되었고, 그 '차세대 멤버'인 올림픽 대표팀 역시 그러한 즐기는 축구, 배우는 축구로 무장된 강팀에 속한다.
하지만 프랑스의 레전드 미드필더 패트릭 비에이라가 말했듯, 중요한 것은 상대 팀이 우리 팀보다 강한 전력을 보유하는가가 아니라, 그런 팀을 상대로 어떻게 결과를 따낼 수 있는가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강점들을 눈앞에 두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들의 경기운영 성향, 감독의 철학, 최근의 행보 등에는 어떠한 점들이 있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우리가 찔러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Die Mannschaft?
흥미로운 점은 15일 발표된 독일 선수 명단이 호어스트 흐루베쉬 감독이 최근 2년간 발을 맞춰오던 멤버와 많이 다르다는 것이다. 역시 '물갈이'된 명단을 발표한 멕시코 올림픽 대표팀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이 명단의 배후에 각 선수들의 소속팀, 그리고 독일 성인 대표팀의 이해관계가 크게 관여했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이는 외신에서 보도된 독일의 올림픽 명단 선발기준에서도 드러나는데, 이적이나 임대 후 복귀 등으로 이번 여름에 소속팀을 옮긴 선수, 유로 2016에 독일 대표팀으로 차출된 선수, 챔피언스 및 유로파 리그 플레이오프 경기로 인해 소속팀 일정과 겹치는 선수들이 올림픽 명단에서 모조리 제외되었다. 전부 흐루베쉬 감독 본인의 의사와는 거리가 먼, 소속 팀과 성인 대표팀이라는 두 '고래'의 이해관계 사이에 끼어버린 '새우' 전차군단이, 이번에 발표된 독일 올림픽 대표명단의 일면이다.
하지만 이 사실 하나만 가지고 우리나라 대표팀이 낙관적인 시각을 가지기는 힘들다. 감독의 자의든 타의든 선수의 유동이 심한 것은 청소년이나 U-21 등의 연령대별 대표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존재가 연령대별 대표팀 감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흐루베쉬 감독은 앞서 말한 독일의 선수 육성 시스템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유소년 팀 코치, 독일 청소년 대표팀 및 U-21 대표팀 감독 등을 오가면서 14년 가까이 독일 유망주들을 맡아 온 베테랑이다. 지난 3월까지 발을 맞춰 온 선수들이 대거 이탈한 것은 분명한 타격이겠지만, 그 공백을 메울만한 경험과 대처 능력을 지닌 흐루베쉬 감독이기에, 명단상으론 '새우'로 보이는 독일 올림픽 전차군단이라도 그의 지휘 아래에 '고래'와 같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흐루베쉬 시스템
이러한 대처능력의 핵심에는 '포메이션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와 책임'이라는 흐루베쉬의 축구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 독일이 2000년대 중반에 거쳤던 3백 수비진에서 4백 수비진으로의 변화 과정 속에서, 흐루베쉬 감독 역시 07/08 시즌까지 자신이 즐겨 사용했던 3백 전술을 수정하는 과도기를 거쳤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4-2-3-1 전술을 구축했다.
공격 시에는 중앙 수비수들이 센터 서클 위까지 올라와서 볼을 전개하고, 타이밍에 맞춰 3~4명의 선수들이 박스 안으로 침투해 들어간다. 각 포지션마다 공격가담을 할 선택권은 자유롭게 부여하면서, 그 속에 조직적인 짜임새와 수비 가담의 책임이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그 공격의 마지막 단계에서 상대팀 선수들은 수비를 할 패스 길목을 선택, 아니 감으로 '찍어야' 하는 입장을 종종 강요받고, 그 판단이 틀렸을 시에 바로 실점 위기에 빠지게 된다. 중앙과 측면 모두 강점을 가진, 정말 상대하기 힘든 시스템이 아닐 수가 없다. 수비진을 짜서 특정 선수만 막는다고 해결될 만한 전술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래는 지난 3월 치룬 페로 제도와의 2017 U-21 챔피언쉽 예선전 중 한 장면.
벤더 형제 vs 박용우
흐루베쉬의 수비 전술이 요구하는 조건을 봤을 때, 스벤과 라스 벤더의 와일드 카드 차출은 상당히 좋은 선택으로 보여진다. 중앙 수비수로 뛴 경력이 있으며, 수비수, 미드필더로써의 기량이 출중하고, 때로는 공격가담도 활발히 해야 하는 중앙 미드필더로 두 벤더 형제, 특히 라스 벤더의 출전은 우리나라에게 굉장한 부담이다.
한 가지 우리가 기대를 걸 만한 점은, 벤더 형제 둘 다 100%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것이다. 형은 라스는 발목과 무릎 부상으로 시즌 대부분을 결장한 상태고, 동생 스벤은 주전경쟁에서 밀려 본인의 포지션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지 못했다. 두 선수의 컨디션에 기복이 발생한다면, 위에서 살펴본 흐루베쉬 수비 방식의 특성에 따라 중앙 페널티 박스 바깥쪽에 슛 기회를 수차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 팀 선수들 중에 중거리 슛 능력이 뛰어난 선수, 손흥민이나 권창훈 같은 선수를 배치시켜 상대 골키퍼를 위협하는 방법이 유효할 것이라고 본다.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중원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박용우 선수의 컨디션 역시 독일 선수들의 파상공세를 막는 데에 필수적이며, 다른 1, 2선 선수들 역시 활발한 수비가담을 통해 독일 선수들이 우리 수비진들에게 '판단'을 강요하는 공격 전개를 라인 높은 지점에서 사전에 차단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수비수들에게만 수비를 맡기는 행위나 밀집수비를 짜면서 독일 선수들이 공격전개를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하게끔 내버려두는 행위는 패배로 향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비록 주요 선수들의 유출도 있지만, 흐루베쉬의 독일 올림픽 대표팀은 좋은 선수자원과 경험 있는 감독, 그리고 파괴력 있는 전술을 갖고 있는 강적이다. 공격적으로 나서기 힘든 상대이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수비적으로 대응하다가는 오히려 꼼짝없이 당하기만 할 수도 있다. 그들의 유동적이면서도 조직력 있는 움직임에 대응을 하면서, 흐름을 잡아 그들을 몰아붙여 기회를 만들어야, 흐루베쉬 감독의 디 만샤프트를 상대로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P.S.
올림픽 남자 축구 첫 경기, 피지전 8:0 대승을 축하합니다. 다음 경기인 독일전은 8.8일 오전 4시입니다.
지난 기사 리우 2016 : 축구 우예 할 것인가, 프리뷰 & 피지 |
Hyun Moh Shin
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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