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번 편은 오래 전에 최순실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자고 편집부랑 약속했었다. 그런데 나같이 여의도에서 노숙하면서 폐지 줍는 사람들에게 국정감사는 일 년 중에 가장 바쁜 시기다 보니 이제야 글을 올린다.
이 와중에 각 언론과 SNS는 최순실 세상이어서 더 이상 숟가락 올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다.
국정 감사 때 버렸던 폐지 중에서 구한 건데 잘 정리가 되어 있어서 가져다 붙인다. 어느 분이 만드신 지는 모르겠지만 감사드린다.
세상의 모든 우연과 기운이 최순실을 향해 모이는 거 같다.
최순실이 최태민의 딸이고 최태민과 박근혜의 관계는 다들 아실 것이다.
전언에 따르면 최태민은 자기를 태자마마, 칙사마, 원자경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는데 그중에서도 원자경을 가장 자주 사용했다고 한다. 자신의 영특함이 둥근 원에서 출발한다는 의미에서 주로 자기를 ‘원자경’으로 소개했고 자신의 숙소 벽면에 그려진 둥근 원을 똑바로 응시하면서 ‘나무자비조화불’이라는 주문을 계속 외웠다고 한다.
기록에 의하면 1973년 최태민은 대전시 선화 1동 동사무소 앞에 숙소를 정하고 영세교치사관이라는 간판을 내걸었고 병을 고치기 위해 찾아드는 사람들에게 색색의 둥근 원을 벽에도 붙여놓고 자무자비조화불이란 주문을 외우며 그 원을 집중적으로 응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 원이 어떤 원일지 궁금하지? 병을 고칠 수 있는 원이라는 건데 고건 요케 생겼다.
최순실과 박대통령 관계는 그런 합리적 판단과 의사소통의 관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박대통령이 가장 불우했던 시절 자신의 표현대로 아버지 밑에서 빌빌거리던 새끼들이 나서서 욕하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을 때, 더 이상 권력에 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 그 옆에는 최순실만 있었을 것이다.
박대통령이 보기에 최순실은 ‘사심’ 없이 자신을 도와준 사람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분명 최순실은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고 이야기 했을 것이고, 어느 순간 야당 대표에 대통령까지 되어서 다음 달에 아버지를 굴욕적인 평가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정 역사책까지 발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박대통령이 판단하는 최순실은 절대적일 수 있다.
‘사심’없고 자신의 길을 열어준 최순실이 비리를 저질렀을 것이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표현 그대로 우리나라 미래 먹거리라고 생각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인 ‘문화’와 ‘체육’발전을 위해 ‘사심 없이’재단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믿고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어법을 보자. 박 대통령은 누가 힘들다고 말을 하면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우리 진짜 위기다. 난 열심히 살고 있다"로 이야기하지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그 문제를 들어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그 앞에 했던 분은 누가 힘들다고 하면 "내가 해봐서 아는데"로 말을 해서 속을 뒤집었다. 10년 동안 공감 능력이라고는 손톱만큼도 없는 대통령을 둘이나 만났으니...
한 사람은 나쁜 짓인 줄 알면서 뭉개는 인간이었고, 다른 한 명은 자기가 한 것에 대한 무오류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니...
이런 상황에서 권력이 사유화되고 있다는 것이 비극이다. 권력의 사유화, 사실 이거 증거를 잡기 쉽지 않다. 예를 들자면 이화여대 건을 보자. 학칙을 바꿔서 누군가를 넣었고, 그 관리 방식 역시 비추이다. 그런데 대가는? 여기에 대해서 야당은 교육부 사업을 이화여대가 다 가지고 갔다고 주장한다. 그러면 최경희 입장에서는 나 개인적으로 돈 받은 거 없고, 이거 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한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권력의 사유화는 과정에서 부여되는 정당성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인 착복이 아니라 대승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일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되는 순간 권력은 사유화된다. 안종범 수석은 자신이 기업들에 했던 전화는 협조를 부탁한 것이지 강압을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렇다. 문제는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이걸 처벌할 방법은 김영란법 재정 과정에서 빠진 <이해관계 충돌 방지법>에 대한 입법이 필요하다.
이해관계 충돌 방지법 - '공직자 등의 직무 수행과 관련된 사적 이익 추구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자면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 등은 가족이 경영하거나 또는 가족이 임원이거나 사외이사, 고문 및 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법인(단체)과 자신 또는 가족이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법인(단체)과 일정한 행위나 조치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해당 직무 수행이 금지된다.
지금의 최순실에 대한 광풍이 지나가고 이 광풍의 마지막 지점은 제도 개선을 통해 우리 사회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하는 말이다.
항상 그래왔지만 여의도의 노숙자들은 국정감사 때 나온 폐지를 모아서 겨울을 따뜻하게 난다. 올해도 그렇게 지나가고 있다. 이제 폐지 모집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시기도 마무리 되었으니 담 주부터는 이런 저런 이야기 열심히 써보겠다.
지난 기사 [검찰 헬게이트史] |
여의도 노숙자
편집 : 딴지일보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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