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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생명보험 이야기 했으니 생명보험 가입 팁부터 가자.


생명보험은 말 그대로 뒤에 “생명”이 붙는 보험회사의 상품들이다.


생명보험의 큰 특징은 두 가지만 기억하자.

  1. 비포괄적 보상

  2. 정액 / 중복 보상


적당한 단어가 없어서 일단 '비포괄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는데 대충 이런 뜻이다.


생명보험 회사 약관에 정확하게 적혀 있는 사유로 인해 지급사유(보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을 경우에 보상이 되는 상품.


어려우니 예를 들어보자.


P는 일찍이 불행한 사고로 배우자를 여의고 혼자 자식들을 키우던 중, 자기마저 죽으면 홀로 남게 될 3명의 자녀들을 위해 사망보험에 가입을 했다. 보험약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 P가 재해로 인한 사고로 사망하였을 경우 보험회사 J는 P의 법정상속인에게 6억의 보험금을 지급한다.-


P가 불행을 예감한 것일까. 얼마 지나지 않아 P는 술자리에서 양주를 들이키며 여자를 주무르다가 부하가 당긴 발터PPK를 의 탄환을 맞고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자, 일단 피보험자가 사망을 했으므로 사망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다. 그렇다면 J보험회사는 자기네들 약관에 비추어 이 사망이 사망보험금 지급에 정당한 사유인지를 검증한다.


보험법상 재해란 다음과 같다.


- 우발적이고 즉흥적인 외래의 사고이며 사고당사자가 위험을 인지한 상태에서 난 사고도 포함하며, 천재지변(홍수,태풍,지진 등)과 자연재해로 인한 사망 또한 포함한다. -


오, 약관에 정확하게 부합한다. 그럼 지급사유가 충족되었으므로 왠지 대표가 대머리일 것만 같은 보험회사 J는 부모를 잃은 자녀 P에게 6억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거다. 그동안 P한테 받아 처먹은 게 있으므로... 아, 물론 보험료 이야기다.


자, 그렇다면 P가 부하의 총을 맞지 않고 회식을 잘 하고 주무르던 여자와 동침을 하다가 복상사, 소위 sweet death로 죽은 경우는 어떨까. 재해사망에 해당할까?


놉, 최근 판례에 따르면 복상사는 재해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 복상사는 주로 심혈관쪽에 이상으로 발생하게 되며, 보통 ‘격동중에 과로 및 격심하거나 반복적인 운동’에 의한 사망은 재해사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부칙 약관이 붙어있기 때문에. 반복적인 삽입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질병사망이거나 일반사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험회사 J는 P의 자녀에게 지급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P가 가입한 사망보험의 담보는 재해사망이었지 질병사망이나 일반사망이 아니었으므로. ‘다행히도’ P는 재해로 죽었다. 그래서 돈을 6억이나 받지 않았을까? 아니면 말고.


어째 예를 들다가 홀리듯이 다른 이야기로 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대충 뜻은 전달 되었으리라 믿는다. 즉 생명보험은 약관에 정해진 내용 그대로의 지급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만 보험금을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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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간 원인이 뭐든간에 '치료행위'로서 병원을 방문한 경우에는 내가 쓴 병원비를 일정 비율로 돌려 받을 수 있는 실비보험은 포괄적 보상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실비보험은 주로 화재보험회사에서 판매하고 있다.


즉, 생명보험 상품을 내밀면서 “다 된다.”라는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볼 수가 있는 거다. 생명보험은 기본적으로 포괄적 보장을 하지 않고 약관에 명시한 항목에 대해서만 선택적으로 보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약관에 3대질병(암, 뇌출혈, 심근경색)과 성인 100대 질환, 피보험자 성별에 따른 남성 혹은 여성질환에 재해까지 몽땅 보장한다고 명시 되었다 하더라도 그 외의 경우는 얼마든지 생길수가 있다. 위의 상품에 가입했는데 내가 악성 무좀으로 입원하거나 수술을 받는다면? 해당 없다. 무좀은 성인 100대 질환에도 남성질환에도 여성질환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더 흔한 질병으로 뇌경색과 뇌출혈을 보자. 약간 비약이 있지만 뇌경색이란 ‘풍’을 생각하면 된다. 뇌혈관이 막힌 상태에서 뇌가 부분적으로 손상되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경우 신체 일부의 기능 마비 상태나 영구 장애가 오게 된다.


뇌출혈이란? 사진 한장으로 설명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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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표정으로 쓰러지는 양반들 대부분이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담이 온 줄 알았더니 뇌혈관이 안에서 터져 버린 거다. 현대의 뇌출혈은 대부분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급격한 스트레스로 인해서 발생한다. 뭐 굳이 예를 들자면 담화를 하자 해놓고 혼자 횡설수설하다가 질문도 안 받고 쑥 들어가 버리는 꼴을 보자고 비싼 수신료 내가며 티비를 켰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괴감을 느끼거나 밤잠을 설칠 정도로 열 받았을 때. 그러니까 스트레스 조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뇌경색이 위험할까, 뇌출혈이 위험할까?


사망률은 뇌출혈이 높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일단 뇌출혈이 발생하면 병원에 가기 전에 이미 50%가 제대로 손도 못 써보고 사망한다. 일단 반 먹고 들어가니까 사망률이 높을 수밖에 없지.


하지만 발생률은 뇌경색이 높다. 대충 뇌출혈로 1명이 사망하는 동안 3~4명의 뇌경색 환자가 발생하는 수준인데 이 환자들은 사망률이 높지 않은 대신 아주 높은 확률로 수술 후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신체적 장애를 얻게 된다.


결과적으로, 뇌출혈로 죽는 사람이 더 많지만 그 3~4배의 사람들이 뇌경색이 발발하며 그 후유증을 평생 안고 살게 된다. 그럼 사회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경제적 위험’질병이 무엇일까.


당연히 뇌출혈보단 뇌경색이지.


그럼 보험회사에서 보상해 주기 싫은 질병은?


그것도 당연히 뇌경색이지.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을 보장한다는 명목으로 암,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만을 보장하는 생명보험 상품의 맹점은 여기에 있다.


뇌혈관질환을 보장한다고 약관에 명시하게 되면 뇌출혈은 물론이고 발생빈도가 그 3배에 달하는 뇌경색까지 꼼짝없이 보상해주고 기타 뇌혈관에 발생한 질환들 몽땅에 휴유장애까지 보상해줘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입해 놓은 보험의 약관을 살펴보자. 과연 내 보험은뇌출혈을 보장하는가, 뇌혈관 질환 전체를 보장하는가, 아니면 뇌출혈과 뇌경색을 합친 뇌졸증을 보장하는가?


만에 하나 뇌혈관 질환 전체를 보장하는 상품이라면 그 상품은 절대로 손대선 안된다. 그냥 둬라.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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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아서 그림은 대충 퍼 왔지만 대충 감이 잡힐거다.


얍삽하게 발생빈도가 낮은 뇌출혈만 딱 보장하는 상품들은 보통 홈쇼핑 채널에서 많이 팔아먹었다. “한국인의 3대 사망원인을 모두 보장하는 가격이 월 39,800원!!” 많이 들어봤을 거다. 싼 맛에 가입했다가 뒷목 잡고 쓰러졌는데 보상 못 받는 경우도 그 다음부터 많이 생겼다. 가격이 싼 이유는  보장을 축소했기 때문이었으므로.


하지만 잊지 말자. 당신이 설명을 요구하기 전에 보험회사는 뭐가 뇌출혈인지, 뭐가 뇌경색인지 설명할 의무까진 없다. 걔들은 약관에 있는 질환은 보상하고 없는 질환은 보상 안하면 되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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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정액/중복보장을 보자.


생명보험은 정액보장이다. 이 말은 앞의 비포괄적/선택적 보상과도 이어진다. 단순하게 말해서 생명보험 회사는 당신이 의료비를 얼마를 지출했든 신경쓰지 않는다. 오로지 약관에 적힌 금액만을 지급한다.


이것도 그냥은 심심하니 예를 들어보자.


앞에 사망한 P씨의 첫째딸 P양이 암 진단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어디까지나 가정이다. P양은 암보험에 가입되어 있었다. P양이 가입되어 있는 암보험은 암으로 진단을 받을 시에 진단금 5,000만원을 주는 상품이었다. 그렇다면 P양은 본인이 암으로 진단받은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들을 병원에서 떼다가 보험회사에 제출하게 된다.


질병마다 질병코드라는 것이 존재하는데 암의 질병코드는 C(Cancer)로 시작한다. 보험회사에서 요구하는 서류를 제대로 제출했을 경우 P양의 암 진단은 확인되고 약속된 암 진단금 5,000만원을 지급받게 된다.


그런데 P양께서 갑자기 이렇게 주장하는거다.


“나는 이 암치료를 위해서 7000만원을 썼는데 왜 니네는 돈을 5,000만원 밖에 안주냐? 내가 암보험에 가입했으면 암으로 발생한 치료비를 끝까지 책임져야지, 암 치료를 받다가 중간에 하야... 아, 아니지. 중간에 치료를 그만두란 말이냐? 내가 이러려고 암보험에 가입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요즘엔 억울해서 밤잠을 설치고 있다.


P양의 이런 주장은 결국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왜? 사전에 약속한 금액은 5000만원이었으니까. 약관에 그렇게 쓰여 있으니까. 이렇게 명확할 수가 없다. 반대의 경우, P양이 암치료를 위해 3,000만원만 사용했다고 해도 보험회사는 역시 남은 2,000만원에 대해서 반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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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리는 없는 막장의 경우겠지만 P양이 진단금을 받아다가 본인의 치료에 쓰지 않고 통째로 그녀의 막역한 친구 사이인 C양에게 모조리 줘 버린다고 해도 역시 보험회사는 상관하지 않는다. 진단금을 지급한 시점에서 보험회사의 의무는 끝난 것이다. 그 돈을 친구에게 갖다 바치든, 작두타는 무당에게 갖다 바치든 간에 보험회사는 역시 그 이후의 문제까지 책임질 의무는 전혀 없는 것이다.


어? 그런데 P양이 A보험회사 뿐 아니라 B보험회사에 가입해놓은 암보험이 또 있네? 역시 신경쓰지 않는다. 똑같이 5,000만원 그대로 지급된다.


물론 생명보험에서도 특약으로 입원비 수술비 등등을 넣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역시 지급은 약속된 금액으로만 이루어진다. 암 수술비(회당) 500만원 특약이 있었다면 그 수술이 미국에서 닥터 스트레인지를 불러다가 한 수술이든, 아니면 뽕쟁이 의사가 약기운 떨어져서 손을 벌벌 떨며 한 수술이든 간에 똑같이 수술 회당 500만원씩만 지급이 되며, 암 입원비가 일당 5만원씩 지급되는 특약이 있었다면 그 입원실이 삼성병원 로얄층의 쁘띠거니 옆 침대든, 동네 병원 8인실이든 간에 상관없이 같은 금액이 나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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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보험의 가장 큰 특징을 두가지 짚어봤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한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면 생명보험을 가장 잘 써먹는 방법을 무엇일까?


생명보험이 생명보험인 이유는 간단하다. 당신의 ‘생명’에 베팅을 하는 종목이기 때문이다. 즉, 당신의 생명이 끝나거나 혹은 당신의 생명이 끝날 수 있는 위중한 사태가 발생했을 때 생명보험회사가 당신의 손에 판돈을 쥐어준다는 것이고 그 전엔 좀처럼 안 준다는 말이기도 하다.


앞에서 말한 질병들, 그러니까 암, 뇌혈관질환, 심혈관질환의 경우 높은 확률로 당신의 생명과 경제를 크게 위협한다. 살려면 치료에 전념해야 하고, 치료에 전념하려면 정상적인 경제활동은 포기해야 한다.


그렇다면 치료에 들어가는 실제적인 금액, 즉 실비는 포괄적인 보상을 제공하는 실비보험을 통해 지급받아야 한다. 기껏 진단비 받아서 그걸 치료비로 다 써 버리면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하는 경우가 벌어지니까. 금액이 큰 진단금을 받아 실비보험의 자기부담금(요즘에는 80%까지만 보상하고 나머지 20%는 자기부담금이다)을 충당하고 나머지는 생활자금으로 쓰는 형식이 가장 좋다.


실비보험으로 1차 쉴드를 치고, 뚫리기 쉬운 곳에 2차 쉴드로서 생명보험을 이용하라는 것이다. (실비보험은 나중에 자세히 다루겠다)


그런데 어디가 뚫릴지 어떻게 아는가? 내가 나중에 암에 걸릴 확률이 큰지, 아니면 뇌경색이나 뇌출혈이 올 확률이 큰지, 그것도 아니면 심장쪽이 안좋아질지 어떻게 예측하고 베팅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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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선대의 유전자를 50%이상 물려받는 동물이므로. 가족력을 첫번째 지표로 활용하자. 우리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우리 큰아버지도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작은아버지도 오랫동안 지방간을 앓으시다가 결국 간암으로 돌아가셨다. 그럼 난 어디에 베팅을 하나. 뇌출혈? 뇌경색? 심근경색?


당연히 암보험이겠지... 물론 나중에 간암 걸리고 나서 아싸!! 외치고 싶진 않으니 항상 운동을 하고 술을 입에도 대지 않지만 그래도 뚫린다면 이쪽이 뚫릴 확률이 제일 높을테니.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랑 붕어빵이라는 소리 듣고 자랐는데, 장기라고 뭐 크게 다르겠냔 말이다. 가족력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을만큼 돈이 넘쳐나게 많은 안젤리나 졸리가 왜 유방절제술까지 받았겠나?


딱히 가족력도 없고, 몸에 약한 부분도 없는 분들은 어떻게 하나. 두가지 선택지가 있다. 대충 돈 많이 들어가는 질병을 골고루 막을 수 있는 묶음 상품으로 미리 준비를 하든가 뭔가 지표라고 부를만한 게 생길때까지(ex, 건강검진) 비용을 최대한 아끼며 베팅을 참는것이다.


베팅이야 뭐 본인 성향따라 다르게 할 테니 뭐가 옳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러나 를 선택하시는 경우에는 그만큼 신중해야 한다. 병이 발병한 후에 가입을 받아주는 보험회사는 없으니까. 건강에 자신이 있고 관심도 많고 본인의 건강지표를 손쉽게 체크할 수 있는 환경에 계신 분들은 도 나쁘지 않다.


생명보험은 확률이 낮은 하드베팅이자 치밀하게 활용해서 최대한의 효과를 봐야 하는 별동부대다. 본진으로 활용하면 망한다. 생명보험 약관엔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다음시간에는 생명보험 가입자의 실제 약관을 한번 살펴보면서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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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