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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09. 25. 수요일

독투불패 치킨마요








"그땐?" 모바일 OS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해석 



“People who are really serious about software should make their own hardware.”
정말로 소프트웨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하드웨어도 만들어야 한다.

지금도 맥이나 윈도우에서 사용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의 개발자로 알려진 엘런 케이는 이런 말을 했다. 이 말은 30년 후 2007년 1월 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맥월드에서 스티브 잡스에 의해 다시 한번 인용되었다. 아니 인용되었다기 보다는 '재현되었다'라는 말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30여 년 전 손으로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해야 사람 말을 알아 먹던 컴퓨터를 마우스라는 도구를 통해 직관적으로 제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대를 GUI가 열었다면, 스티브 잡스는 그동안 마우스와 키보드로만 조작해야했던 컴퓨터를 사람의 손가락 만으로도 모든 조작이 가능하도록 하는 시대를 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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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들 이런거 봤어? 어메이징할끄야.

이후 발매된 아이폰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설명은 간단했다. 
 
1. 기존의 휴대폰처럼 전화가 된다.
2. 멀티 터치 화면에서 쿼티 자판으로 이메일이 된다.
3. 컴퓨터에서 보이는 화면 그대로 인터넷이 된다.

지금의 스마트폰에는 기본 중의 기본인 기능이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처음 보는 이 작고, 아름다우며 매끄럽게 움직이는 그것(?)을 보며 열광했었다. 엘런 케이 이후 30여 년 만에 정말로 소프트웨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온 인물의 새로운 결과물이 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2013년 가을, 세상을 놀라게 한 아이폰의 운영 체제가 벌써 일곱 번째 버전을 출시했다. 그와 관련한 간단한 몇 가지 이야기를 함께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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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모바일 OS에 대한 적당히 새로운 해석


UX/UI

아이폰이 처음은 아니었다. 아이폰 이전에도 휴대용 컴퓨터에 대한 수요와 함께 다양한 제품이 나왔지만, 당시에는 하드웨어의 소형화라는 물리적인 조건이 안 따라주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마저 윈도우의 화면을 구겨넣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니 복잡한 데다가, 느리고 조잡해 보이기만 한 제품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애플은 어떻게 이렇게 복잡한 조작을 맨손으로 가능하게 했을까? 크게 아래의 세 가지를 통해 가능하였다.

첫 번째, iOS의 멀티 터치와 제스처는 손바닥 위의 혁명과도 같았다. iOS의 터치 방식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스와이핑(옆으로 넘기기)
태핑(두드리기)
핀칭(두손가락으로 잡기)

사람의 손가락으로 할 수 있는 요 세 가지 동작이 조작법의 모두였다. 상황에 따라서 더블탭이나, 리버스핀칭(두 손가락으로 늘이기)도 가능했지만 아이폰의 UX는 사실상 이 세 가지 터치로 거의 모든 동작을 할 수 있도록 구현되어 있었다.
 
두 번째로 iOS는 기존의 컴퓨터나 전화기에 있던 기능을 단순화 시키거나 없애버렸다. 아무리 잘 만든 소프트웨어라고 해도 기능이 많으면 복잡해지고 건드리기 싫어지기 마련이다. 아이폰은 "좋은 제품은 어떤기능을 넣느냐에 있는 게 아니라 어떤 기능을 넣지 않느냐에 있다"는 잡스의 말처럼 디자인 뿐만 아니라 iOS에서 우선 순위가 떨어지거나, 혹은 필요하지만 당장 기술적으로 단순하게 구현하기 힘들꺼라 생각한 기능들은 과감하게 빼버리는 선택을 하여 많은 칭찬과 욕을 동시에 먹었다. 

세 번째,  iOS는 파일구조상의 인지적 거리감을 최소화했다. 이상한 말 나왔다고 헷갈릴 필요없다. 우리가 친구 컴퓨터에서 하드디스크 안의 야동을 찾는다고 생각해 보자. 바탕화면에서 내컴퓨터를 클릭하고 d드라이브를 선택하고, 문서 폴더를 선택하고, 공부자료 폴더를 선택하고, 레포트 폴더를 선택하고, 참조자료 폴더를 선택하고... 자료를 찾다 찾다가 계속해서 다음 폴더, 다음 폴더로 갈수록 심리적으로 '내가 다시 이 야동을 찾을 수 있을까'하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단계가 깊어질수록 파일구조상에서 길치가 되어 버리는 현상, 즉 lost in space 상태에 빠지고 만다. 아이폰의 UX는 이러한 거리감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대 3단계 안에서 끝내거나 아니면 가로 혹은 세로 한 방향으로만 메뉴를 확장하도록 하여 실제 느껴지는 거리감을 최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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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누군가, 또여긴어딘가.

이러한 아이폰의 UX/UI는 이후 출시되는 거의 대부분의 모바일 OS에 영향을 끼쳤다. 보통 디자인이나 UI하면 외형적인 디자인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유저가 더 사용하기 편하도록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iOS 이후 출시된 모바일 OS들의 외형적 디자인은 서로 달랐지만 터치와 제스처의 이용, 기능의 단순화, 메뉴 확장의 최소화 등 iOS의 UX/UI는 모든 모바일 OS의 기본 뼈대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이후 출시되는 안드로이드, 윈도우 모바일 등의 모바일 OS를 넘어 크롬OS, 윈도우RT등의 데스크탑 PC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올가을 FA시장의 대어

2007년 아이폰이 처음 세상에 공개 되었을때만 하더라도 iOS는 별다른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냥 iphone-OS라고 불렸는데 나중에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여러 디바이스에 탑재하려니 어째 iphone-OS는 어울리지 않아 2010년부터 iOS라고 공식 명칭을 붙이게 되었다. 2005년 아이폰이 최초 개발 될 당시에 애플 내부에서는 iOS의 개발 방향에 대해 기존의 ipod을 기반으로 할 것인지 맥의 OS X를 기반으로 할지 의견이 분분했었다. 결국 OS X를 기반으로 개발하기로 했는데 그 결정에는 이 아저씨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바로 iOS의 아버지 스캇포스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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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좀 천재임

스캇포스톨은 워싱턴의 한 중산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는 아버지도 엔지니어고, 형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는 엔지니어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 듣고 자란 아이였다. 1992년 미국 엔지니어의 인큐베이터인 스탠포드 공대를 졸업 한 포스톨은 이듬해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후에 세운 넥스트에 입사하게 된다. 이후 1997년 잡스가 애플에 복귀할 때 잡스와 함께 애플에 합류하였다.

애플에 이적한 뒤로는 iOS의 개발을 담당하여 아이폰, 아이패드의 성공을 이끌어 내면서 잡스와 함께 애플의 화려한 성장을 이끌어 냈는데, 실제로 그의 성격도 잡스처럼 깐깐하고, 독불장군 스타일이어서 미니 잡스라고도 불릴 정도였다. 그는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의 신제품 관련 현장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아이패드를 발표하던 날도, 시리를 최초로 공개하던 날도 잡스의 바톤을 이어 받아 발표하던 그의 키노트는 잡스에 버금갈 정도로 능청스러웠고, 그만큼 자신만만한 사람이었다. 나중에 잡스가 그렇게 가고 현재 애플의 CEO인 팀쿡이 전면으로 나서기 이전에는 조나단 아이브와 함께 애플의 SW부문 수석 부사장으로서 애플의 차기 CEO 후보로 거론되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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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 횽아, 나 잘하지?

그런 그가 작년 가을, 갑자기 애플을 떠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그것도 스스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해고라는 얘기가 돌았다. 스캇은 아이폰의 개발 단계에서부터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담당하던 코어 중의 코어 인력인데 이런 사람을 자른다? 사람들은 애플이 망조가 들었다며 수근거렸지만, 한편으로는 스캇의 깐깐한 성격과 정치적인 야심으로 애플 사내에서는 평판이 좋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잘랐다는 말도 있었다. 또 애플이 구글맵과 결별하고 독자적인 맵을 도입한 후 버그 등 매우 많은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책임자인 스캇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지 않아서 쿡한테 쿡(?) 찍혔다는 얘기도 있었다. 진짜 이유야 어찌 됐든 내가 알 수는 없는 노릇이고, 아무튼 애플에서 발표한 스캇이 떠나는 공식적인 이유는 애플의 '조직개편'이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조직을 통합하기 위해 OS X와 iOS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통합해 버린다는 거였다. 이로써 결과적으로 애플은 아이폰 발매 후 최초로 조직과 책임자가 바뀐 상태에서 새로운 iOS를 내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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ㅃㅃ2 ㅋㅋㅋ

그럼 스캇은 지금 뭐하고 있을까? 그는 지금도 여전히 애플에서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애플은 비밀 유지 등의 이유로 경쟁 회사로 이적하는 것을 막기 위해 1년간 애플의 고문역을 맡기고 있다. 이제 올가을이면 1년이 끝난다. 그가 애플과 재계약을 할지 다른 회사로 옮길지, 아니면 스티브 잡스처럼 그냥 회사를 차릴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건 그는 올가을 전 세계 FA시장에서 가장 큰 대어임에는 확실하다. 그리고 그가 어디로 옮길지에 대한 관심도, 이후 모바일 업계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어쩌면 스캇의 독단적인 성격은 왠지 회장님 진노 한방에 알아서 기는 삼성의 기업문화와도 잘 맞을 수도 있겠다능...;;


Skeuomorphism의 몰락

모든 도구는 인간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만들어 진다. 인간은 도구를 만들고, 또 도구는 새로운 도구를 만든다. 예를 들어 플로피 디스크는 PC 초기 시절에 '저장도구'로써의 역할을 했지만 현재는 플로피 디스크의 모양만이 남아서 워드처럼 다른 프로그램에서 '저장하는 도구의 아이콘'으로만 쓰이고 있다. 도구가 새로운 도구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 보면 꼭 저장 아이콘을 플로피 디스크 모양으로 그려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지금의 어린 세대 중에는 플로피 디스크를 모르는 사람도 있을테고, 플로피 디스크 모양을 그리려니 너무 그림이 복잡하다. 그냥 저장이니까 세이브의 S만 적으면 안될까? 혹은 더 심플한 방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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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난 저장이라고해

위와 같이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나 프로그램의 UI에 적용하는 디자인에는 두 가지 큰 흐름이 있다. '저장'이라하면 플로피 디스크가 떠오르니까 플로피 디스크를 사용하자는 쪽과, '저장'이라 해도 플로피 디스크가 안 떠오를 수도 있고 복잡하니까 최대한 심플하게 가자는 쪽이 있다. 이를 두고 흔히 전자를 '스큐어모피즘', 후자를 '미니멀리즘'이라 부른다.

보통 사람은 어떠한 사물을 처음 맞닥뜨렸을 때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그것에 대해 판단한다. X카콜라 병은 왠지 모르게 여체를 닮아 있어 자연스레 만지고 싶게 만든다. 그리고 쥐같이 생긴 사람을 보면 경험을 토대로 그 사람의 성격까지 짐작하기도 한다. 이것은 이성보다는 인간의 본성에 가까운 행동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태초의 인간은 밀림에서 흔들리는 사자 갈기 비슷한 것만 보더라도 숨죽이고 도망가도록 유전의 명령을 받았을 것이다. 스큐어몰피즘 디자인의 철학은 인간이 바로 이 유전의 명령을 받는 시점과 닿아 있다.

스캇포스톨은 iOS의 디자인에 있어 이 스큐어모피즘을 적극적으로 도입했었다. 스티브 잡스도 이 방식을 지지했다고 한다. 우리는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더라도 스마트 폰에서 카메라 렌즈 모양을 한 아이콘이 있으면 이것이 사진과 관련된 앱이라고 판단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실제 사진기가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책장에 진열된 책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그러한 모양의 앱이 대충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우리는 짐작을 할 수 있게 된다. 열 마디 쓸데없는 말보다 기억과 감성으로 전달하는 한 마디의 말 같은 스큐어몰픽 디자인은 문학에서 비유를 뜻하는 메타포와도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이것은 스캇이 애플을 떠나기 전까지 iOS 디자인의 기본 철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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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uomorphism 디자인의 예

하지만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이 빛을 발하는 지점은, 그것이 인간의 경험과 맞닿아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마치 플로피 디스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어린이가 그 아이콘이 저장을 뜻한다는 것을 모를 수도 있듯이 말이다. 그리고 스큐어모피즘은 기존의 경험을 재현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기에 디자인이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이것은 좋게 말하면 섬세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지저분하다고도 할 수 있다. 애플 내부에서도 iOS의 이러한 경향에 조금씩 불만의 목소리가 쌓이고 있었고, 결국 이 상황을 타파하고자 영국의 기사님이 출동하였다.


조나단 아이브

디자인에 대해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 사람의 이름을 한 번쯤 들어는 봤을 것이다. 영국 출신의 산업 디자이너로 그는 실제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1992년에 애플에 입사하여 1997년 잡스가 애플에 복귀하자마자 그의 눈에 띄어 단숨에 디자인 부사장이 된다. 애플은 제품에 따로 'Designed by Apple in California'라고 표시할만큼 디자인에 자부심을 가진 기업이고, 지금도 윈도우와 맥의 차이를 몰라도 그냥 이뻐서 맥북을 산다는 언니들이 있을 정도다. 그리고 사실상 2000년 이후 애플에서 출시된 거의 모든 제품의 디자인은 조나단 아이브와 그의 디자인 팀에서 나온 것들이다. 다시 말해 잡스는 스캇포스톨과 조나단 아이브라는 두 천재를 이끌어 애플을 부활시켰다고도 할 수 있다. 생각해 보면 스티브 잡스는 워즈니악부터 시작해서 천재를 다룰 줄 아는 천재 조련사(?)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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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아이브, 손 요렇게 모아봐~"  조련중인 잡스.jpg

스티브 잡스 생전에도 부사장이었던 아이브와 스캇은 사이가 그닥 안 좋았다고 하는데, 잡스가 죽고 나서 스캇이 애플을 떠날 때 아이브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려서 나갔다는 말도 있었다. 여차 저차 스캇이 나가자 iOS 소프트웨어의 디자인까지 아이브가 담당하게 되었다. 아이브는 기존 그의 디자인에서 볼 수 있듯이 복잡한 것을 매우 싫어하는 쿨한 남자였다. 그는 iOS의 스큐어모피즘 디자인을 과감하게 버리고 미니멀리즘 경향을 띤 디자인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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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uomorphism vs Minimalism

미니멀리즘은 사물의 외관이나 추상적 특징, 혹은 그 일부만을 극도로 간략하게 표현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iOS7의 디자인은 이전 버전과 비교해 볼 때 매우 깔끔하고 심플해진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직관적이지 않기에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는 낮설게 다가오기도 한다. 경험으로 미루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한 번의 해석을 거쳐야되는 미술의 추상화 같은 모호함과 그 맥락을 같이 한다고도 할 수 있다. 스큐어모피즘이 감성적인 말 한마디라면 미니멀리즘은 직관적인 주먹 한 방과 같다. 그래서 깔끔하긴 하지만 이 주먹 한 방이 날카롭지 않다면 욕먹기 더 쉬울 수 있다. 때문에 올해 6월 iOS 최초 베타 버전 출시 이후 기존의 디자인을 너무 과감하게 생략한 아이브의 디자인에 대해 사람들의 비판과 조롱의 소리가 나돌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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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브가 세상을 지배한다면.jpg

사실 스큐어모피즘과 미니멀리즘을 두고 어떤 것이 좋고 어떤 것이 나쁘다라고 할 수 없다. 이는 사람에 따라서 취향을 타는 부분이 있고, 두 가지 방식 모두 뚜렷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의 경우 사실상 스마트폰이라는 블루 오션을 스스로 개척하여 아이폰이라는 희대의 제품을 내놓는 바람에 사람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애플이 새 제품을 준비할 때마다 나오는 소문이나 유출된 제품 정보를 보면 '이 정도면 거의 산업스파이 수준이 아닌가' 의심될 지경이니까 말이다. 이렇듯 애플로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보여줘야 되는 상황과 높아진 기대치에 의해 혁신을 강요 당하기까지하는 입장에서 그동안 잘 써먹던 스큐어모피즘을 버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른다.


64Bit 모바일 운영체제

새로 나온 아이폰 iOS 7은 64비트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몇몇 사람들은 64비트의 전환을 이번 아이폰의 가장 큰 혁신이라고 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맞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32비트에서 64비트로 전환되었다고 해서 근본적으로 앱을 실행할 때마다 성능의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64비트로의 전환은 말 그대로 한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2배가 되었다는 말과 동시에 정보를 처리해야 되는 그릇(integer, pointer)도 2배가 되었다는 말과 같다. 즉 64비트에서 지금의 32비트용 앱을 돌려봤자 그릇만 커져 메모리와 베터리만 소비될 뿐 내용물은 그대로 32비트로 처리될 것이다. 결국 64비트 프로세서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서는 64비트 전용앱 개발도 필요하고, 램 용량도 현재보다 더 커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현재 5s의 램은 1기가 밖에 안된다. 애플은 현재로서는 64비트를 마케팅 차원에서 이용할 것으로 보이고 당장 64비트에서의 성능 향상을 기대하고 발표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아이폰 5s의 64비트 전환은 위에서 말한 강요된 혁신의 연장선상에, 혹은 이후의 모바일 단말기를 64비트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준비 단계 정도로만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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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tive 64bit kernel의 위엄, 세상에 HW와 SW를 동시에 만들어내는 회사는 많지 않다.

아이폰 5s 발표 후 삼성이 바로 자기들도 64비트 단말기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그럼 안드로이드에서의 64비트 시스템은 어떻게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드로이드의 64비트 전환은 애플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를 64비트로 전환시키기 위해서 64비트용 앱을 개발하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iOS처럼 앱스토어가 한 곳에서 관리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 안드로이드의 태생적 한계도 그 이유다. 혹시 한 번쯤 하드웨어 스펙은 안드로이드가 더 좋은데 왜 만져보면 아이폰이 더 매끄럽게 동작하는지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 그 이유는 뭘까? 안드로이드는 iOS와 달리 달빅이라는 자바 가상머신상에서 기동되는 운영체제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보고 있는 안드로이드 화면은 단말기 자체에서 실행되고 있는 달빅에 의해서 다시 한번 실행되고 있는 화면이라는 것이다. 당연히 단말기에서 네이티브로 처리되는 iOS보다는 느릴 수 밖에 없다. 안드로이드가 iOS와 비슷한 퍼포먼스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하드웨어 성능을 높일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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늬들이 나를 통하지않고는 이동네에서 장사못하지 -Dalvik- 

하지만 이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덕분에 안드로이드는 한 가지 디바이스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가지 디바이스에 탑재가 가능하니 말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64비트로의 전환을 위해서라면 앱을 바꾸고 프로세서와 램만 높인다고 되는 게 아니라 달빅 자체를 손봐야 되는 상황이다. 이럴 바에는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아직 모바일 폰과는 관련 없지만 구글의 크롬OS의 개발 방향을 다시 한번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아니면 삼성이 개발중이던 OS 타이젠을 64비트로 전환하여 독자 플랫폼으로 내놓을 수도 있고.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

애플이 2007년 1월 iOS 발표 후, 같은 해 11월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발표했다. 좀 더 정확하게는 구글을 중심으로 한 34개의 디바이스 제조사, 반도체 제조사, 통신사등이 컨소시엄형태로 뭉친 OHA(Open Handset Alliance)가 설립 되고, 오픈 소스를 원칙으로 하는 '안드로이드'라고 하는 모바일 플랫폼을 중심으로 개발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아이폰이라는 거대한 괴물을 상대하고자 발표된 제품이지만 초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져 아이폰에 비해서 많은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하지만 점점 많은 회사가 참여하기 시작했고, 하드웨어의 발전과 더불어 소프트웨어도 발전을 거듭하여 2012년 젤리빈 버전 이후로는 iOS에 뒤지지 않고, 오히려 iOS보다 좋은 점이 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진화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는 아파치 v2 라이선스라서 사용자가 알아서 개조 하고 판매를 해도 개조한 기능에 불법적인 요소만 없다면 가능하기 때문에 점점 진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태이다.

이와 같이 애플과 안드로이드는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로를 견제하며 끊임없는 진화를 해 왔다.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 '만약'이라는 말만큼 쓸데없는 가정은 없는 듯 하지만, 만약 애플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안드로이드가 지금과 같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모바일 OS가 될 수 있었을까? 반대로 만약 구글이, 혹은 삼성이 iOS를 개발했다면 애플과 같이 독창적인 OS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아니 애초에 iOS가 나오지 않았다면 현재의 안드로이드 진영이 저렇게 기민하게 뭉칠 수 있었을까를 생각해보면, 과연 현재보다 더 나은 상황이 되었으리라고는 추측하기 어렵다. 서로에게 서로가 영향을 끼치며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서로 앱등이니 삼엽충이니 하며 싸우는 일이 참으로 부질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양강 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 구도는 언제든지 깨질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해야할 일은 누가 더 좋은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지금 잘나가는 회사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이러한 경쟁 구도 자체를 파괴하려는 행위를 잘 감시하는 것과 어느 회사든지 더 좋고 더 뛰어난 제품이 나온다면 기꺼이 그 제품을 소비해 주는 일 밖에 없다. 그렇게 또 다른 아이폰을, 그러니까 정말로 소프트웨어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 사람이 만들어낸, 놀라운 제품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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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투불패 치킨마요


편집 : 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