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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링크>



지상파 낮 방송에는 장애인이나 어린이, 다문화 가정 등 소외 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 편성된다. 이번 더불어민주당 3차 경선 토론의 의미는 그래서 컸다. 첫 TV 토론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특히 ‘그 시간 집에 있는, 혹은 있어야만 하는’ 시민들에게도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첫 기회였기에. 해서 후보들은 지난 토론들보다 힘주어 준비했지 않았을까 싶다. 

 

3차 토론은 <출마의 변 - 공통 질문1 - 검증 토론 - 주도권 토론 - 공통 질문2 - 마무리 발언>의 구성으로 진행됐다. 다양한 형태의 코너를 마련해보려고 한 노력은 알겠으나 총 2시간으로 편성됐던 1, 2차 토론회에 비해 30분이나 짧게 편성된 토론회인데 욕심이 컸다. 덕분에 토론회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주도권 토론 시간이 1차 토론(후보당 17분)에 비해 거의 절반(후보당 9분)으로 줄어버렸다(하…). 지난 토론을 벤치마킹해 일반 시민들과의 토론까지 넣었다면 토론회를 총체적 난국으로 떠밀 수도 있었겠으나, 이 부분에서 제작진은 정신줄을 놓지 않았다.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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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2차 토론 때 지옥의 페이스톡 (생)난리가 떠오른다 아아

 


구성은 미흡했지만, 오히려 시간이 짧은 탓에 후보의 필승 전략과 타깃은 선명할 수밖에 없었다. 각 코너별로 특성을 간략히 언급하되 후보의 필승 전략과 타깃 후보, 핵심 키워드에 집중해 이번 토론을 돌아본다. 후보 평가 순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선 후보 번호순과 같다(이재명-최성-문재인-안희정 순).

 



출마의 변 : 뜻밖의 안희정


말 말고 보여주기로 시작하는 토론이다. TV 토론이라 영상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방송사의 야무진 의지가 돋보인다. 후보들에겐 기회였다. 어차피 30초짜리 영상에 구체적 공약은 넣을 수 없으니 광고를 만들듯 효과적인 카피로 후보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그야말로 방송사가 깔아준 판이었는데…. 토론회에서 보여줄 말에 집중해서인지 전체적으로 기회를 날려 먹었다. 아쉽다. 말로 1시간 이상 끌어가는 토론회에서 30초 영상이 갖는 효과는 30초 발언보다 훨씬 강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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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편: 이거 만든 사람 반성해야 한다. 광장 속 이재명을 조명한 건 좋았으나 마지막에 이런 폰트는 넣으면 안된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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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 편: 면과 글씨체, 사운드… 평가가 무의미하다. 모든 요소, 죄다 올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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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편: 유일하게 세련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싶을 정도로 다른 후보들의 영상에서는 전문가의 손길이 없었다). 토론회의 다른 코너는 몰라도 소개 영상에서만큼은 최대 수혜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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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편: 달린다, 로 후보의 삶을 정리했다. 카피의 통일성은 있었지만 특별함은 없었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안희정의 트레이닝복 핏이 하드캐리했다. 아니, 어떻게 65년생의 핏이 저럴 수 있죠(충격과 환희).

 

 

 

검증토론과 주도권 토론 : 후보별 전략과 타깃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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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 문재인 >>>>>> 안희정 >>>>>>> (대기권) >>>>>>> 최성

필승 전략 : 기득권과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가 없다


 

2차 토론을 꼼꼼히 모니터링 했다, 는 결실이 나타난다. 입꼬리를 의지로 들어 올리는 티는 난다. 허나 2차 토론보다 부드러워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초 단위로 보여주던 상대방 말 끊기는 완전히 사라졌다. 토론 회차가 거듭될수록 지난 토론에서 보여준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고 있다는 점은 바람직하다. 부드러워진다고 해서 무뎌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선명함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었다.


이재명의 일관된 전략은 두 가지다. 문재인과 안희정에 대한 공격과 최성에 대한 무관심. 문재인과 안희정에 대한 공격은 ‘기득권 세력 청산’이라는 주제 내에서 이뤄진다. 전략은 아무래도 좋다. 다만 토론 규칙과 매너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키면서 전략을 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모든 후보에게 최소 한 번은 질문해야 하는 주도권 토론에서, 실질적으로 문재인과 안희정을 향한 질문에 최성을 끼워 넣고 넘어간다든지, 한 가지 질문만 해야 하는 검증 토론에서 문재인에게만 연관 질문이라며 두 개쯤을 연타로 날리고 제대로 답변을 안 한 걸로 해석한다든지. 상식적으로 모두가 납득 가능한 수준의 규칙 해석이 아닌 건 분명하다. 



"우리 안희정 후보께서는 여전히 복지는 공짜나 또는 낭비 이런 쪽으로 생각하시는지 한번 의견을 묻고 싶습니다." 



팩트 체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일로 공격하려다 바로 되치기를 당하는 것도, 상대 후보의 워딩을 슬쩍 왜곡하는 것도 이재명의 발언에서만 나타난다. 이런 건 전략이 아니라 제 살 깎아 먹기다.


그런 의미로 이번 3차 토론도 부디 꼼꼼히 모니터링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보 자신이 강조하는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사회라는 것이 ‘찜찜하지만 규칙을 어겼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의’ 것이 아니라면. 종편의 왜곡 전략을 본받을 게 아니라면.

 

토론에 자신을 보였던 이재명이다. 말의 간결함과 속도는 그야말로 탁월하다. 게다가 언어적 능력을 돋보이게 할 이재명 시장만의 콘텐츠 역시 부족하지 않다. 그것으로도 충분하다.

 

 

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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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 안희정 > 이재명 >>>>>>>> (대기권) >>>>>>>> 문재인

필승 전략 : 전과자와는 한 하늘을 이고 살 수가 없다


 

출마의 변에서 후보가 언급한 ‘범법자 대통령은 안된다’는 말이 토론회 끝까지 갈 줄은 몰랐다. 청렴함 그리고 범법자. 이 두 개의 키워드를 들고 범죄경력증명서 공개를 주장하며 안희정과 이재명을 탈탈 털어보려고 했으나 결과는 그리 성공적이지 않았다. 검증 토론 당시 안희정의 빡침을 유발해 안희정도 빡칠 줄 안다는 것을 온 국민에게 보여준 게 성과라면 성과일까. 근데 이 성과 보여줘서 남는 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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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_빡침


 

"진실은 무엇인가요?"

 


본선 전 경선에서 검증을 철저하게 하자는 취지는 좋았으나 시간 분배가 과했다. 본인 주도권 토론에서 대부분을 안희정, 이재명의 전과 털이에만 집중하고, 심지어 문재인 주도권 토론에서 본인에게 주어진 답변 시간의 상당 부분마저 범죄경력증명서 공개를 주장하느라 써버렸다. 이렇다 할 성과도 없다. 무엇 하나 새롭지도 않다. 저는 하나에 이렇게 몰두합니다!, 는 보여줬지만 몰두해서 해냅니다!, 는 없었던 점에서 불나방이었다. 토론회에서 최성에게 주어지는 시간이 길지 않은데 이런 전략은 기회비용이 너무 크다.


최성은 안희정을 상대로 청렴함을 강조하느라 다양한 청렴성 개망 케이스를 언급한다. 그 중 하나는 반기문이었다. 그..그런데 안희정을 대상으로 반기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안기문이라는 묘령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은 ㅈ..전략인가? (당황)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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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안그뮤..안기문..ㅇ..안희정 후보께서"

안그뮤 안기문 등의 작명으로 상대 멘탈 흔들고 정색 유지. 1도 당황하지 않는 최성의 위기관리 능력 인정. 물론 그 위기를 본인이 만든게 문제지만..

 

인지도와 지지도에서 최성은 다른 후보들과 대결이 안 된다. 안보와 경제 전문가임을 자처하지만, 인지도가 낮다 보니 뭘 했고 뭘 할 수 있는지 언론에서 딱히 다뤄주지도 않는다. 토론회를 통해 존재감을 보이고 싶었다면, 이미 사골 우려내듯 여러 매체에서 다룬 이재명과 안희정의 전과 이력보다는 질문에 본인의 정책을 섞는 스킬을 발휘하는 편이 나았겠다. 다른 후보 셋은 그걸 할 줄 아는 데다 잘하기까지 하는데, 그걸 진짜 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최성이다.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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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 후보들 중에서는 없는 듯

필승 전략 : 이미 우린 다른 하늘에 있는 것 아닐까


 

적어도 경선 토론에선 다른 후보를 잡기 위한 전략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잡을 필요가 없으니까... 해서 메시지는 특정 후보가 아니라 시청자 전반(=유권자 일반)을 타깃으로 한다.


특정 상대에게만 많은 질문을 한다든지, 특정 분야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는 경우는 찾을 수 없다. 타 후보를 공격할 필요도 없고 타 후보에게 공격당해 상처 입을 일도 그다지 없어 평이했다. 다만 이재명과 안희정의 질문으로 미뤄볼 때 캠프에 합류한 인사들에 대한 질문은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그것도 자주. 특히 메시지 관리가 안 되는 듯한 문 캠프 인사들의 얘기는 타 후보들로선 묻지 않을 수 없어진다. 



"저는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일자리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문재인이 강조하는 공약은 인상적이다. 일자리 대통령. 모두 강조하지만 보수가 선점해 진보를 대상으로 (근거 없이) 우위를 장담하던 대표적 경제 공약이다. 민주당 후보가 먼저 말하니 웬일인가 싶다. 준비된 후보임을 드러내기 위해, 지난번 빼앗겼던 부분이자 동시에 진보가 보수보다 열세라고 (근거는 없으나) 인식되던 일자리와 경제 정책을 강조한다. 경제에서 진보를 못 미더워하는 유권자 일반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다. 이런 점에서 ‘경선에 임하는’ 전략은 찾지 못했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달라 전략이 다르고 대상도 다르다. 타 후보가 겪어야 할 단계를 겪어버려서인지 문재인은 이미 다음 리그, 다른 하늘 아래 있다. 다만, 다른 후보에 비해 (독보적) 노잼이라든가 노잼이라든가 노잼이라든가… 어디 스파르타식 학원에라도 보내야겠지만 아마 안 되겠지.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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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 : 이재명=문재인>최성

필승 전략 : 하늘은 원래 하나니까 다 같이 평화롭게 가자


 

안희정=대연정이라는 공식 아래 안희정이 받는 질문의 90%가 대연정일 줄 알았으나 패를 까보니 안희정이 던진 질문의 90%가 대연정이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참신한 역발상이다. 안희정이 오랫동안 밀어왔지만 여전히 지금의 대연정은 우클릭으로 규정될 소지가 있는, 스스로 꺼내기 좋을 것 없는 주제다.



"좀 더 품 넓고 따뜻한 지도자가 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표현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한 키워드로 모든 질문을 엮는다는 점은 청렴함으로 모든 질문을 엮는 최성을 떠오르게 한다. 다만, 자기를 드러내지 못하고 검증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한 최성과 달리 안희정은 질문을 통해 후보 본인의 대연정을 조금씩, 그리고 꾸준히 드러낸다. 개인적으로 대연정에 대한 동의 여부는 바뀌지 않았으나 과하지 않게 소처럼 밀고 가는 토론 전략은 효과적이었다. 길고 느리지만 꾸준한 안희정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낸다(너무나 일관적이어서 누구든 대연정을 건들면 X 되는 거야,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용을 떠나 어제 토론의 승자를 정하라면 안희정에게 점수를 줄 수 밖에. 토론에서 후보의 가치와 철학을 유의미한 수준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했기에.


단, 구체적인 정책 제시가 필요하겠다. 가치와 철학을 중시하는 태도에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으나, 그걸 어떻게 실현할지 들으려는 사람들이 토론을 본다. 후보에게 공약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공약을 일반인 시선에서 어렵지 않게 알려주는 것도 공약을 만드는 것만큼 중요하다.

 


 

공통질문 : 1문 1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설명을 해줬으면 좋겠다

 

공통질문을 무려 시작과 끝에 두 번이나 두었다. 1문 1답이라는 형식은 같았다. 이번 토론뿐 아니라 모든 토론에서 이런 식의 1문 1답이 있었는데, 재차 질문이 불가능한 상태에서 일방적인 의견발표로 끝나는 듯한 문답이 무슨 의미가 있나. 이 공통질문에 ‘대답’만 하느라 소비한 시간이 후보당 3분 20초(40초, 40초, 1분, 1분)였다. 후보당 주도권 토론을 9분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구체적인 답을 하기 힘든 공통질문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그리고, 씬스틸러

 

최고의 질문과 최고의 답변을 찾으려 했으나 아쉽게도 최고의 답변을 찾지 못해 취소한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에, 다음 토론에서는 상호 간 토론 기회가 풍부해지길 바라는 수밖에. 

 

토론회 관전기를 마무리하며 이번 토론 최고의 순간을 소개한다. 어제의 씬스틸러는 다름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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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관용 진행자다. 프로 진행러의 진행 실수에 이은 동공지진을 5개 방송사를 통해 보게 될 줄이야. 이번 토론회에서 인간미 부문이야말로 정관용 진행자가 독식했다. 이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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