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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대마초가 이슈다. 본지는 궁금했다. 대마초를 오랜 기간 피면 도대체 어떤 놀라운 일이 벌어지는 거지? 술, 담배랑 느낌이 얼마나 다른 거지? 술, 담배, 대마초를 꾸준히 접한 사람이라면 비교, 분석이 가능할 텐데, 그 경험담을 원고로 받고 싶다!, 라고.  


... 실패했다. 


하긴 대마초를 핀다 하더라도 대놓고 말할 리 만무하다. 찾는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대마초는 불법이라 글을 쓰기엔 애매한 부분이 있다. 해서, 대마초가 불법이 아닌 나라의 외국인을 찾아 원고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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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피는 나쁜사람


나는 만 16살 때부터 대마초를 피워왔다. 내가 살던 나라에서는 대마초를 피우는 게 불법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안 주는 범위내에 집에서 피우는 건 처벌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마초를 10년 이상 피웠지만 단 한 번도 법 때문에 걱정해 본 적이 없다.


대마초를 즐기던 내가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살짝 충격이었다. 술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이 이슬람계 나라에 간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난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사람이라, 한국에 오자마자 바로 대마초를 끊었다. 끊긴 했지만 왜 한국이 대마초에 대해 이 정도로 엄격한지는 납득이 되지 않았다. 사실 한국에 온 지 꽤 지났지만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아무래도 한국에는 대마초에 대한 과민반응이 있는 것 같다. 경험에 따르면,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한국인들도 대마초에 대해서는 보수적이었다. 한국에서 대마초는 절대로 건드리면 안 되는 마약이고 손을 대는 사람들은 다 나쁜사람이 된다.


글쎄다. 난 16살부터 28살까지 꾸준히 대마초를 피웠지만 필로폰, 메타돈, 헤로인이나 코카인과 같은 강한 마약을 복용해 본 적도 없고 그런 의욕조차 없었다. 학교도 잘 다녔고, 재수없게도 학교 성적이 좋았고, 친구도 많았고, 여자한테 나름의 인기도 있었다. 한마디로 대마초를 피웠는데도 평범하고 행복하게 자랐다고 할 수 있다.



대마초 터부


한국사람과 대마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우리 엄마가 생각난다. 내가 19살 때 엄마가 내 서랍을 뒤져서 대마초를 찾아냈다. 울면서 이거 뭐냐고 언제부터 마약중독자가 됐냐고 나한테 물었다. 난 그때 엄마의 지나친 걱정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엄마도 매일 술 먹잖아’라고 반박했다. 두 달 동안 서로 말조차 안 했다.


오랫동안 생각한 끝에 갑자기 깨달았다. ‘대마초가 무엇인지 모르셔서 그러셨구나!’ 모르면 두렵고, 두려우면 걱정하고 보호해 주고 싶다. 선의는 좋았다. 반성하고 엄마를 찾아가서 사과했다. 사과한 다음에는 대마초가 무엇인지 차분히 설명해 줬다. 내 말이 끝나면 또 야단맞을 줄 알았는데 반전이었다. 자신이 술을 마시듯 아들도 대마초를 피운다는 것을 받아들였다. 쿨하게 농담으로 자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대마초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나치게 반응한다. 내가 알기로는 70년대 초 한국에서도 대마초는 아주 흔했다. 유신 때부터 대마초를 금기시했고, 혼이 비정상적인 사람만 하는 나쁜 짓이 돼 버렸다. 


물론 대마초는 좋은 것이 아니지만 금지시킬 정도로 나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은 이 논쟁은 과학적 사실보다 정치적, 문화적 논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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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가 완전히 합법화된 나라는 우루과이, 남아공, 그리고 미국(콜로라도, 오리건, 알라스카, 워싱톤주, 캘리포니아, 매사추세츠, 네바다, 메인)밖에 없다. 그러나 대마초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나라는 의외로 많다: 네덜란드,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체코, 러시아, 아르헨티나, 호주, 뉴질랜드. 질환 치료의 목적으로 대마초를 허용하는 나라까지 더하면 이 목록은 훨씬 길어진다. 그리고 요새는 캐나다, 프랑스, 그리고 미국 다른 주에서도 대마초 합법화나 처벌완화가 거론되고 있다.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대마초가 아주 나쁜 것이라면 이런 나라들은 법을 풀었을까? 후진국도 아닌데. 결과적으로 대마초를 불법화시키면 어둠의 시장을 독점하는 마피아가 그만큼 커진다. 마피아나 폭력조직이 대마초 시장을 독점하게 될 경우, 대마초의 가격이 비싸지면서 품질은 떨어지게 된다. 착취나 사기도 생기고 치안 문제도 악화된다. 미국이나 우루과이처럼 합법화시키면 정부가 통제할 수 있고 세금도 걷으면서 마피아를 약화시킬 수 있다. 합법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법을 느슨하게 풀면 시민들의 통제권이 높아지면서 마피아의 권력이 낮아진다.


참고로 미국에서 1919년부터 1933년까지는 금주법 때문에 마피아의 황금기였다. 알 카포네(Al Capone)라는 유명한 마피아 보스는 술 밀매로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큰 그림으로 보자면 대마초의 합법화는 일리 없는 정책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대마초에 대해 토론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인다. 유신헌법부터 지금까지 그냥 터부시됐다. 시간이 아주 많이 걸리겠지만 세계적인 트렌드를 따르다 보면 언젠가 한국에서도 대마초의 처벌완화 문제가 정치적인 이슈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마초에 대한 편견에서 벗어나기부터 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그래서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토대로 여러 가지 기본적인 질문에 아주 구체적으로 대답해 보겠다.



대마초는 마약인가?


강한 마약(hard drugs)과 약한 마약(soft drugs)을 구별해야 한다. 강한 마약은 메타돈, 헤로인, 코카인과 같은 화학제품이다. 신체적 의존(physical dependance)이 심하기 때문에 마약을 시작하면 중독자가 될 확률이 높고 중독자가 되면 몸도 정신도 망가진다. 약한 마약인 대마초는 화학제품이 아니라 자연 물질이고 신체적 의존보다는 사회적 의존이 더 높다. 다시 말해서 몸이 요구해서 피우는 것보다 주변 사람들이 권하면 피우려는 의욕이 생긴다. 대마초만으로 몸이나 정신이 망가질 확률은 거의 없다. 과학자들에 의하면 대마초보다는 술과 담배가 건강에 더 해로우며, 의존성이 더 높다. 만약 대마초를 마약이라고 한다면 술-담배 또한 마약이라고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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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Wikipedia – Substance abuse 링크



대마초를 어떻게 구했었나


다른 나라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았던 나라에서는 매우 쉽게 대마초를 구할 수 있다. 가까이 네덜란드가 있는데 네덜란드는 대마초 판매가 합법이기 때문에 2-3 시간이면 사올 수 있다. 묘하게도 네덜란드의 대마초 가게는 ‘커피숍’ (coffee shop)이라고 한다. ‘커피숍’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고 대마초를 종류별로 고를 수 있다. 보통 그램당 8유로 정도지만 품질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참고로 1그램으로 담배 3개 정도를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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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의 일반 커피숍 분위기


직접 네덜란드까지 가는 게 귀찮다면 ‘딜러’한테 연락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딜러’는 영화에서 나오는 험상궂게 생긴 깡패가 아니라 아주 평범하게 생긴 젊은 친구다. 보통은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 알게 되고, 몇 번 만나서 같이 피우다 보면 서로한테 신뢰가 생겨 연락처를 주고 받아 거래하게 된다. ‘딜러’는 규칙적으로 네덜란드에 가서 단골 ’커피숍’에서 대량으로 산 다음, 돌아와서 파는 것이다. 도매로 받아 소매로 팔면서 자기의 이익도 남긴다. 또 다른 방법은 식물을 가꾸는 데에 재주가 있거나 인내심이 있다면 장비를 마련해서 직접 대마초를 키우는 것이다. 제일 안전하고 저렴한 방법이지만 손이 많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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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직접 키운 화분



대마초 담배를 만드는 방법과 피우는 방법은?


길게 설명하는 것보다 요리 레시피처럼 사진이 제일이다. 외국에 있는 친한 친구한테 부탁했더니 사진을 열심히 찍어서 보내주었다. 하지만 나는 로마법을 따르는 착한 사람이니까, 모자이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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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들고 나서는 보통 혼자서 피우는 것이 아니라 친구 여러 명이 같이 피우는 것이다. 보통 대마초 담배를 만든 사람이 불을 붙인다. 서너 번 빨고 다음 친구한테 넘겨준다. 눈치 없이 안 넘겨주고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건 예의가 아니다. 또한 안 쉬고 급하게 서너 번 연속으로 흡입하면 필터가 뜨거워지고 담배의 맛은 떨어진다. 따라서 여유 있게 천천히 서너 번만 피우다가 넘겨주면 피울 줄 아는 사람으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지 않으면 초보자로 보일 것이다.



대마초 담배를 피우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효과는 양과 빈도수에 달려 있다. 술을 마실 때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마시면 알딸딸해서 기분이 좋다. 자주, 그리고 많이 마실수록 술주정이 심해지고 남에게 민폐가 된다. 술 마신 다음날은 머리가 아프고 피곤해서 모든 것이 다 귀찮아지는데 대마초도 마찬가지다. 적당히 피우면 유쾌해지는 효과가 있지만 남용하면 무기력해진다.

 

적당히 피우는 경우, 근육이 이완되기 때문에 육체적인 활동 보다는 앉아서 쉬는 것이 낫다. 눈이 반짝반짝하며 자기도 모르게 바보처럼 계속 웃게 된다.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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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동의 하에 올리는 사진입니다)


몸 동작은 둔해지는 데 반해 생각은 빨라지고 날카로워진다. 대마초를 피울 때는 정신 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친구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고 음악을 듣는 것도 좋다. 100번 들었던 음악도 대마초를 피우면 다르게 들린다. 영화도 그렇다. 영화관에 가기 전에 피우는 것은 영화를 제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뭣보다도 내가 제일 즐겼던 것은 체스였다. 상대방의 수를 더 쉽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2배로 잘하게 된다. 평소에 못 이기는 친구가 있었는데 대마초를 피우고 체스보드를 꺼냈을 때는 승산이 있었다. 아, 그리고 재밌는 후유증 하나가 있는데 대마초를 피우면 입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계속 목이 마르다. 그래서 보통 물병을 들고 피운다.


이렇게 좋은 효과만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남용하면 아주 괴롭다. 나도 몇 개월 동안 겪어봤다. 습관적으로 매일 피우면 면역이 생겨서 즐거운 효과가 줄어든다. 대신에 머리만 아프고 무기력해진다. 움직이기 싫어진다. 하루 종일 피우면서 집에서만 빈둥거린다. 모든 것이 다 부담스러워지고 성격은 예민해진다. 어느새 유쾌한 효과는 사라지고 괴로움밖에 안 남는다. 그 정도로 대마초를 남용하면 아주 위험한 물질이 된다. 그런 경우에는 정신을 차리고 몇 달 동안 끊어도 좋다. 보통 일주일에 한 두 번이 적당하다.



아니, 지금 대마초를 피워보라고 부추기는 건가? 이놈시끼!


대마초는 안 좋은 것이고 안 피우는 게 당연히 좋다. 내 요점은 대마초가 안 좋은 것은 맞지만 보통의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에 예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난 20년 동안 애연가였다. 술도 엄청 많이 마셨고 아직도 잘 마시고 있다. 결론적으로 나는 대마초도 해봤고 술, 담배도 해봤기 때문에 비교해 볼 수 있는데, 분명한 건 대마초는 안 좋지만 술, 담배의 수준을 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담배가 건강에 제일 해롭다고 생각한다. 술에 취하면 흥분하게 되어 다른 사람과 시비가 붙을 때도 있었지만 대마초는 그런 일이 없었다.


그렇다. 대마초는 안 좋다. 하지만 습관적으로 매일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면서 대마초 피우는 사람을 판단하는 건 글쎄다. 내가 볼 때는 거기서 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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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딴지일보 coc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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