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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온 인터넷이 북에서 날아왔다는 무인기로 도배가 되었다. 때 되면 터져 주는 각종 이슈들 덕분에 전 국민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가고 있는 한반도에서 이제 RC에 대한 국민적 열풍이 불어올... 리는 만무하겠지. 그저 이 관심이 부정적인 시선으로 이어지만 않기를 바라고 있다.

 

어쨌거나 최근 RC 헬리콥터에 대한 기사를 연재 중인 입장으로서 몇몇 분들이 궁금해하실지도 모르는 점들을 무인 항공기의 관점에서 QnA 형식으로 풀어보겠다. 


 

9일 강원도 인제군 야산에서 발견된 북한 무인기 추정 물체. 합동참모본부 제공

출처 - 한겨레 / 제공 - 합동참모본부 (링크)

 

 

1. 왕복 500km 비행이 가능한가?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가능"은" 하다. 20리터의 연료로 대서양을 횡단한 무인기의 예도 있다(물론 이 무인기는 대서양 서쪽에서 동쪽으로 수면 위를 낮게 날며 편서풍과 그라운드 이펙트를 적절히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요새 많이 팔리고 있는 드론의 비행 시간이 20-30분이네, 하는 말이 있는데 이런 것과 비교하면 곤란하다. 회전익 비행체의 연비는 극악의 수준이다. 쉽게 말해 회전익으로 30분 날릴 에너지를 고정익 비행체에 쓰면 몇시간 이상도 가능하다. 고정익은 잘만 만들고 기류만 잘 타면 거의 에너지 손실 없이도 계속 떠 있을 수도 있다.

 

 

Afbeeldingsresultaat voor amazon drone delivery

아마존의 드론을 이용한 택배가 거리에 따라 제약을 많이 받는 것은

이 드론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회전익 비행체이기 때문이다.

모든 주문자의 집에 활주로를 만들 수는 없으니.

 


문제는, 이런 장거리 비행이 "쉽게" 가능하냐인데 결론적으로 말하면 쉽지는 않다. 우사인 볼트가 100m를 9초대에 뛰니, 인간이 그렇게 달리는 것이 가능"은" 하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지만, 한국 사람 중 그렇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이 있냐는 질문은 전혀 다른 답을 만들어 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네스북에 등재될 정도의 인류사적인 기록을 예로 들며 이게 군사적 목적의 실사용 기체에 적용하여 가능하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Afbeeldingsresultaat voor 우사인 볼트

내가 시속 40km정도로 달릴 수 있다고 했지 너네까지 가능하단 말은 아니다.

 


몇년 전엔가 모 대학교 학생들이 울진에서 독도까지 무인 항공기로 날아갔다 돌아왔다는 기사를 보고 쉽다고 생각 하는 사람들이 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쉬운게 아니니 신문에 난거다. 그 학생들은 대단한 일을 했다.

 

날개 폭이 2.5m 급의 비행체라고 하고, 쌍발 엔진 (아마도 트윈 실린더 엔진을 쌍발 엔진이라고 기자들이 잘못 이해한 듯 하다. 사진상의 비행기는 단발기), 소니 A7R에 35mm 렌즈가 물려 있었다고 하니, 이들의 무게만 대략 10kg은 족히 넘을 듯 하다. 게다가 500km 왕복을 생각했다면 연료는 적어도 몇 리터쯤은 들어가 있어야 할거고, 전자 계통을 돌릴 배터리, 서보 등등을 포함하면 비행기 무게가 15kg 이상은 될 것 같다. 이 정도 무게의 물체를 500km 왕복 시키는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결코 쉬운 기술은 아니다.

 

 

2. 조종은 어떻게?

 

GPS 달고 보드 연결해 주면 정해진 좌표를 따라 돌아오게 할 수 있다. 만약 북한이 띄운 기체가 맞다면, 이 방법이 이 무인기를 원거리로 날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미군이 운용중인 프레데터같은 녀석은 멀리서 사용자가 조이스틱으로 조정하며 FPV(First point of view)와 같은 방식으로 운용하나, 이는 송수신이 가능한 인공위성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는 천조국의 이야기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에 저런 원거리를 찍고 돌아오는 무인 비행을 GPS를 이용할 수 밖에 없다. 


 

Raytheon_Universal_Control_System.jpg

장거리의 FPV 조종은 단순히 비행체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공중에 떠 있는 기지국이라 할 수 있는 인공위성등의 인프라가 구축되어야 가능하다.


 

오히려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서 저 코스를 도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착륙인데, 착륙은 헬리콥터와 같은 회전익 비행체보다 고정익 비행기에게 더 어려운 문제다. 지면과 접촉 시점의 속도가 0인 헬리콥터는 GPS로 위치 잡고 높이만 적절히 조절해 주면 되지만, 고정익 비행체는 착륙하는 순간에도 시속 수십 km 이상으로 이동중이기 때문에 오차 범위가 수 m 정도가 되는 GPS만으로는 자동 착륙이 쉽지 않다. 이번에 넘어왔다는 저 비행체는 중간에 추락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회수할 계획이었는지 상당히 궁금하다. 낙하산이라도 쓰나.

 


3. 촬영도 가능한가?

 

가능은 한데 이 비행기에 달려 있다는 소니 A7R는 사실 항공촬영에 적합한 카메라는 아니다. 뭐, 못 할 것은 없지만 엔진 회전으로 인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진동에도 취약하고, 또 원하는 방향을 찍기 위해서는 김발이라는 움직이는 카메라 마운트가 필요하다. 보통 이런 목적을 위해서는 상용 카메라 보다는 보드에 직접 연결되고 무게도 가벼운 전용 렌즈 모듈을 이용하는데 좀 의아하다. (그리고 하필 왜 이렇게 비싼 카메라를...? 렌즈는 무려 칼짜이츠다.)

 

Afbeeldingsresultaat voor 소니 알파7r 35mm

아마도 이 조합으로 달려 있었던 것 같다.

화각으로 보나 무게로 보나 군사용 목적을가진 항공 촬영에 적합한 구성은 아니라 본다.

나라면 엄청 큰 메모리 카드를 끼운 고프로를 달았을 것이다.

 

Afbeeldingsresultaat voor A7R on gimbal

저 카메라를 이런식으로 장착시켜 주는게 김발 (Gimbal). 벌써 뭔가 묵직해 보인다.



드론과 연결되는 부위에는 고무패킹이 있어서 카메라에 전달되는 진동을 줄여준다. 자체적으로 자이로가 들어 있어서 드론이 어느 각도로 기울어 있든지, 카메라는 항상 수평을 유지해 주거나 혹은 조종자가 원하는 방향을 바라보게 할 수 있다.

 

GPS로 위치를 인식해서 특정 위치에 가서 찍도록 프로그래밍 하려면 초소형 컴퓨터 한 대 정도는 비행체에 얹혀 있어야 할 것 같은데, 여기에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초소형 컴퓨터가 무게를 증가시키고 배터리의 전기도 빼먹고, 연비 안 좋아진다. 이것 때문에 비행거리가 짧아지면 기름 더 넣고, 결과적으로 또 무거워지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가 기다리고 있다. 


특정 지역에 도착해서 찍기 시작하는게 애초에 불가능하면 인터벌 촬영으로 이륙부터 착륙까지 계속 찍게 했어야만 하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런 무식한 방법을 썼을것 같지는 않다. 셔터 릴리즈를 어떤 식으로 했는지는 개인적으로 좀 많이 궁금하다.

 

또 의아한 점은 렌즈가 35mm 2.8 렌즈라는데, 풀 프레임 기준 35mm의 화각은 대각선 기준 63.5도다. 2km 상공에서 촬영할 경우 촬상면에 대각선으로 꽂히는 영역은 간단한 삼각함수로 계산해 보면 2.45km이다. 대각선 길이 43.27mm인 풀프레임 CCD 안에 2.45km를 담는 것은 CCD상 1mm의 영역 안에 57m의 영역을 담아주는 수준의 디테일이라는건데... (다시 말하자면 1:57,000 축척의 지도) 이 정도로 과연 군사적 측면의 정찰로서의 의의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고도 2-3km라는 높이는 결코 낮은 높이가 아니다.


 

Afbeeldingsresultaat voor 1:60,000 지도

이게 1:60,000짜리 지도... 

(이 지도만큼의 범위가 찍히는 것은 아니고 이 지도의 디테일 정도가 찍힌다는 의미.) 

 

 

4. 결론

 

여전히, 가능은 하다. 하지만 저게 과연 효율적인 방법인지는 의문이다. 연료 부족은 물론이고 중간에 기류를 잘못 만나 표류할 가능성, 날아가다가 발각될 가능성, 목적지에서 촬영이 제대로 안되었을 가능성, 그리고 지금과 같이 드론이 상대방의 손에 들어가면 빼도 박도 못하는 물증이 남는다는 점 등등 그 효용성 면에 있어서 합리적인 방식은 아니라고 본다. 게다가 달려 있는 렌즈는 풍경 사진 찍기 좋은 구성이라니.

 

차라리 국내에서 카메라 달린 소형 드론을 하나 산 후 근처 야산에 올라가는게 낫다. FPV로 촬영하면서 동영상을 라이브로 받아 바로 로컬에 저장하면, 만에 하나 드론을 회수 못하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데이터는 온라인으로 송부할 수 있다(북한도 인터넷은 될거 아닌가). 요새 제일 잘 나간다는 Dji Mavic Pro만 해도 4K 동영상 카메라에 FPV 반경 7km, 체공 시간은 거의 30분이다. 항공 역학적으로 잘 만든것 같지도 않고 뭔가 어색해 보이는 거대한 드론을 왕복 500km씩이나 날려서 회수하는 것 보다는 이게 훨씬 더 확실하고 실패 확률이 적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훨씬 더 저렴하다. 어쩌면 남한에 활동중인 간첩이 한 명도 없다는 뜻일까. 






CZT


편집 : 딴지일보 인지니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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