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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1. 13. 월요일
독투불패 택시기사가이해가돼




 

 



※이 글은 관련 기사
(의사 재교육 프로 - 위장병을 가르쳐 주마 1 - 글쓴이 : docque)의 반론 글입니다.





의사는, 의료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솔직한 심정으론 욕하고 싶은 글입니다. 원글 글쓴이에게 권해 주고 싶은 책이 하나 있습니다. <Bad Science> 배드 사이언스'란 책이고 간단한 독후 후기는 여기 있습니다. (링크)

다른 선생님들께서는 관련 기사의 글쓴이를 본과 1학년 수준이라 하시지만, 제가 보기엔 예과 수준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일단 임상의가 아닌 관점에서 기술해야 대화가 통할 수준이니 비전공자인 저도 나름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자낙(관련기사에 댓글을 달아 준 닉네임 - 편집자 주)'선생님 같으신 분에게 진료시간에 예의를 갖추어 진짜 궁금했던 거 한,두 개 정도 여쭤보시면 잘 대답해 주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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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물어보렴~


의사들의 태도에 대한 딴지들... 왜 설명을 못 들었을까요? 

1. 너무 바쁜 병원을 가서(맛집가서 서비스 기대하는 거 진상이잖아요).

2. 질문의 태도 문제 : docque처럼 설명이 불가한 경우 - TV나 책에서의 단편적 지식이 진리라고 믿는 경우 양약은 속쓰리고 장기 복용하면 안 좋다는 데요. -> 약은 원래 다 부작용(side effects)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기 처방합니다. 이렇게 설명드리면 대부분들은 이해하시지만, 또 대부분 복용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물론 저 같은 경우는 환자와 싸우는 것보다는 제가 포기하는 게 맘 편해 더 권유하지 않습니다만, 이게 진통 소염제가 아닌 경우, 부작용으로 위장관계 증상이 심하지 않은 경우이고, 증상 완화 목표가 아닌 치료 목표의 약제인 경우 더 납득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Docque의 방식대로라면, 고혈압은 심박출량 X 말초(혈관)저항이니 약을 먹지말고 말초 저항을 줄이게 금주, 금연, 식이 조절하고 운동하면 됩니다. 이게 생활에서 적용 가능한가요? 세계 최고수준 근로시간, 최고(?) 수준 사회 톨레랑스를 자랑하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국민이면 이 정도의 삶이 가능하기 어려울 것이고, 또 그런 삶의 방식이라면 고혈압도 안 생길 것 같습니다. 하여튼, 그래도 욕은 많이들 하실거니까, 오래는 살 거 같아 좋습니다.



큰 줄기(비전공 수준)의 반론(?)

역학에서 말하는 병의 3대 요소가 있습니다.  환경 , 숙주,  병인이죠. Docque 생각은 숙주(Host)의 면역력이나 회복력을 증가시키면 모든 병이 근본적으로 치료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전형적인 한방(한의학이라는 용어는 부적절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의학적으로 인정받을 만한 연구를 내놓은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의 컨셉이죠. 

댓글 중에도 한방이 훨씬 도움되고, 양약은 수술, 항생제만 도움이 된다는 댓글이 나왔는데, 결국 한의학이 주류의학이 되지 못한 이유가 거기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88만원 세대가 자기는 열심히 스펙 쌓고 건국이래 최대 공부량으로(숙주의 면역성을 높였음) 대학원까지 졸업했는데, 왜 취직을 못했을까요? 정규직 얼마 뽑지 않은 사회적 환경(환경적 요인), 과도한 교육에의 투자로 저임금 단순 일자리로는 인생이 해결되지 않는(병인) 이런 여러 문제들이 복합되어 발생하잖아요? 

내가 아무리 열심히 건강하게 살려고 해도 환경이 지저분해지면(이타이이타이... 등) 병이 생기는 것이고, 병인(페스트균)이 강하면 건강하던 사람도 병에 걸리게 되겠죠. 또, 위장병이라도 그게 주로 장 움직임과 관련된(우리가 흔히 말하는 신경성(?)에 관련된) 부분과 위장의 손상(위염, 소화성(위,십이지장)궤양, 위암 등)의 경우가 같은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 하시나요?

한 줄 요약 : (분류도 제대로 되지 않긴 했지만) 위장병이 위장의 문제로만 발생할까요? 

A/S : 물론 한의학이나 보완대체의학의 면역력을 높이려는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말은 아닙니다만(아래 나오겠지만) 불편한 것이 아닌, 치료해야 할 병의 수준에 이른 몸상태에서 면역력 운운하는 건 '니 공부만 열심히 해'라는 말과 뭐가 다른지 구분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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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cque 글에 대한 세세한(의학적) 반론 

무슨 생리학 어쩌고 저쩌고는 배드 사이언스에도 나오다시피, 근거를 흐리는 어려운 용어의 서술에 불과합니다. 정말 확실하다면 장기 투여시 어떤 손상이 일어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하죠. 

1. 체질 때문이라거나 신경성이다? -> 누가 그럽니까? 그건 글쓴이 생각입니다. 위염, 궤양, 암등의 원인이 각각 다르고 유일한 한 가지의 병인을 제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2. 결론은 교육이 잘못 되었다 -> 우리나라 특성상 도제식 교육처럼 비민주적 교육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우리나라 교육이 모두 악이 아니듯, 그런 교육 체계에도 장단은 있으며, 비민주적, 비합리적 부분은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가고 있습니다.


3. 다국적 제약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닌 순수하게 환자의 회복만을 고려 ->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표현 입니다. 이는 글쓴이가 환자의 회복만을 고려하는 천사같은 약사이신데, 나쁜 의사 새끼들은 환자의 회복을 고려않고 리베이트만 받아 먹는다는 듯이 이야기 합니다. 


4. 장기 사용하면 그 여파는 치명적이다? -> 어디서 어떻게 무슨 여파가 생기는 것인지 명시되지 않았습니다. 이건 '자낙' 선생님글이 워낙 명료해 도용합니다. 제 수준으로 설명해 드리자면, '얻을 수 있는 이득에 비해 부작용은 미미한 편이다 -치명적 부작용은 없다-, 아직까지 이런 약을 대체할 만한 효과적인 약은 없다' 입니다. 솔직히 Docque가 현재 약사라면 오히려 치료에 방해가 됩니다. 이런 약 의사가 처방하면, 자기 나름대로 설명할 거고, 친절한 설명에 감동먹은환자는 의사를 불신하게 될 거고, 이는 치료의 효율을 저해시키는 심각한 요소입니다. 라포르(Rapport : 일반적으로는 두사람의 인간사이에서 마음이 통하고, 따뜻한 공감이 있으며 감정교류가 잘 되는 것. 현재는 의료 스탭과 환자나 가족간에 상호 양호한 의지의 소통이 되어 신뢰관계가 맺어지는 것을 「라포르가 양호하다」라고 한다. - 편집자 주)라는 어찌보면 여지껏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환자-의사간 신뢰를 저해하는 악성 인자이기 때문이죠. 

자낙님 댓글 


PPI(위산 분비 억제제 - 편집자 주)의 장기처방은 어떠한가? 부작용?


Docque님이 쓰신 글의 일부는 맞습니다. PPI의 장기사용은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습니다. 칼슘, Vit.B12를 억제할수 있습니다. 이로인해 파골세포(osteoclast)나 조골세포(osteoblast)의 활성도에 영향을 미치고, 가스트린의 과다분비를 야기하여 부갑상선 과형성을 일으킬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골다공증 및 골절이 늘어날 수 있습니다. 또한 지속적인 저산증에 의해 위장관계의 세균증식을 늘리고 위장관계 감염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 폐렴의 발생확률을 높일수 있습니다. 


PPI를 1년 이상 복용시 고관절 골절 위험성을 높이는가에 대한 대규모 연구가 있었습니다. - (Yang YX, Lewis JD, Epstein S, Metz DC. Long-term proton pump inhibitor therapy and risk of hip fracture. JAMA 2006;296:2947-2953). 확실히 골절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나와 현재 장기간 사용시 이러한 위험성을 설명하는 것이 권고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처방을 하는가?

임상적인 중요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만성적인 스테로이드투여 환자등 골다공증의 골절 위험요소를 가진경우에는 문제가 될수 있지만, 골절 위험 요인이 없는 환자에서는 골절위험도가 유의하게 증가하지 않았습니다(자연적인 수치 변화 폭이나 플라시보 효과 등의 수치보다 작은 변화 정도의... - 편집자 주). - (Corley DA, Kubo A, Zhao W, Quesenberry C. Proton pump inhibitors and histamine-2 receptor antagonists are associated with hip fractures among at-risk patients. Gastroenterology 2010;139:93-101)


Vit.B12의 흡수장애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그 정도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고, 실제 빈혈, 신경병증 등의 임상증상이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고로 임상적으로 중요 고려대상은 아닙니다. 

저마그네슘혈증이 나타날수 있습니다. 하지만 흔하지 않습니다. 또한 나타난다 하더라도 중단하면 1~2주 이내에 회복되었고, 대개 경구마그네슘 보충만으로 회복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위험인자를 지닌 환자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할 수는 있습니다. 


폐렴을 포함한 감염의 증가확률은 어떤가요? 최근 분석 결과가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단순위장관 감염을 포함하여 빈도는 일반인에게서 1년이상 사용한 경우 3925명당 1명꼴이었습니다. 하지만 명확한 연관관계의 증명에 대해서는 아직 입증이 부족하며, 나타날 확률도 높지 않을뿐더러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키는 경우는 더 드물어 임상적 의의가 높지 않습니다(Tleyjeh IM, Bin Abdulhak AA, Riaz M, et al. Association between proton pump inhibitor therapy and 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a contemporary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PLoS One 2012;7:e50836).



5. 역류성식도염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복압의 증가 원인과 식도 괄약근의 기능이 저하되는 원인을 치료하는 것이지 여기에 제산제 처방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정하기 힘들다 -> 조금 더 알아 보고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연구자료를 돈을 들여서라도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도 역시 '자낙'님의 글을 도용합니다.

자낙님 댓글

왜 강력한 위산분비억제제를 사용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그게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대한소화기기능성 질환/운동학회에서 내놓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ppi 사용에 대한 권고등급은 IA(강함), 근거수준은 높음..으로 되어있습니다. 역류성 식도염의 중증도는 식도가 산에 노출되는 정도및 기간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ppi의 사용은 증상개선/치유율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생활습관 개선의 효과는? 아직까지 권고등급은 grade 2B입니다(권고등급은 약함 , 증거수준은 중등도). 흡엽, 음주, 지방식을 피하고 체중을 줄이는 것이 병태생리를 고려해보면 확실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실제로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직접적으로 증상을 개선시키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증거수준이 부족합니다. 임상적으로 권고는 강력히 하고 있지만 연구자료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다(당연한 것이라서... 연구를 덜해서 일수도?)



6. 우리나라 사람들의 헬리코박터 감염률은 유독 높다.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으면 후진국형인데 거의 70%에 육박한다. 각종 위장 질환과 암까지도 유발할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러면 대다수 헬리코박터균을 가지고 있지만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단지 헬리코박터균의 감염여부를 진단해서 제균치료를 하는 것보다 감염이 되었지만 건강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지 않을까 싶다 -> 감염된 사람에서 병이 일어나고 안 일어나고의 차이를 이해시켜 줘야 합니다.

자낙님 댓글

헬리코박터에 대해서 잠깐 말하자면 무증상의 헬리코박터균 보유자는 '제균치료를 하지 않는것'이 원칙입니다. 원래 치료를 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치료를 해서 얻어지는 이득이 확실하지 않아서입니다. 


현재 헬리코박터균을 치료하는 경우는 모든 단계의 소화성 궤양이 있을시, b세포 림프종이 있을시(MALT type), 조기위암이 있는 경우정도입니다. 이 경우는 확실히 제균치료를 하지 않는 경우보다 여러모로 이득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는 제균치료를 합니다.

무증상의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했을시 위식도역류질환의 빈도가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하여튼 원래 냅둡니다. 치료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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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던 딴지가, 요즘 과학 만화도 올라오고 좋던 딴지가 왜 이모양이 되었을까요? 이건 걸러져야 할 내용입니다. 검증을 필요로 하는 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이 아닙니다. 물론 현대의학이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을 대체보완의학에서 해결하기도 합니다. 요즘 흔히 가성비라고 하죠? 가성비는 병원(특히 의원)이 훨씬 탁월하고, 해결이 안 되면 대체 보완의학에서 찾아보십시오. 

건강한 상태(Healthy state) -> 안 좋음(illness) -> 질병(Disease) 으로 분류한다면 질병류에 해당하는지는 당연히 먼저 확인해야 할 상황이고, 질병이 아닌 경우라 하면(illness) 충분히 검증된(너무 비싸지 않고, 원재료나 치료방법이 명확한) 대체의학을 찾아보시는 게 모자란 의사로서 드릴 수 있는 가장한 적절한 조언이 될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한방사, 약사를 싫어하는 이유가 밥 그릇 싸움 때문만은 아닙니다. 경제에 관심있으신 분들이라면 느끼시겠지만, 파생상품이 항상 주객전도 하면서 시장을 교란하며 약탈적 금융사회를 지속 가능하게 하죠. 의사가 환자의 건강이 최우선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의사보다는 다른 직종을 택했을 것입니다. 



딴지스들에 대한 부탁과 의료인에 대한 인식

실은 제가 이 말도 안 되는 글에 이런 긴 답글을, 심지어는 잘 알지도 못하는 부분을 올린 건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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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표 하나로 알려주마! 시사인 - 천관율 기자 (링크) 

저한테는 좌절감을 준 기사입니다. 민간형인데 어떻게 공공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요? 실은 공공성이 없다는 말이 맞습니다. 근데 무슨 공공성 운운할까요? 주지하다시피 공식적인 의료 비용이 아주 저렴합니다.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면 무능이고, 알면 의도적 기만일 것입니다. 거기에 위의 시사인 기사는 일부의 의견이라는 비겁한 태도로 '수가인상'이 목적이 아니냐 합니다. 자기들은 양심 있는 기자라 삼성을 거부하고 박차고 나왔지만, 의사들은 돈버러지들이라 돈만 챙겨주면 해결된다는 뉘앙스를 받고는 진심 빡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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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 것처럼 우리나라의 의료구조는 이미 민간형입니다. 공공의 지원이 거의 없다는 말이죠. 근데 미국과 의료비의 차이는 왜 이렇게 많이 날까요? 누군가의 통제 혹은 희생이 없으면 불가능하겠죠? 심평원(우리나라의 의학 교과서죠. 보험 적용 되는 치료의 기준을 정합니다. Docque 수준의(전문적 의학 지식이 없는) 공무원들이 심사기준을 결정하죠 -물론 자문을 받습니다만)은 보험 급여의 지급을 통제하는 역할이 주이다 보니 최신 지견등에 대해서는 적용이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글리벡 사태(글리벡은 유명한 제약회사 노바티스에 의해 개발되어 백혈병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어 ‘기적의 신약’이라고 알려진 신약으로 다른 치료약에 듣지 않는 일부 백혈병 환자에겐 없어서는 안되는 그야말로 ‘필수 의약품’이 된 약. 회사가 책정한 약값이 너무 비싸 일부 환자들은 그 약값으로 한 달에 500만 원이 넘는 돈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현실화 하고, 보험급여대상목록에 올리기 위해 지난 2003년까지 1년 반동안 환우회가 벌인 투쟁 - 편집자 주)도 그렇구요. 거기다 물리치료 처럼 증상에 따라 하는 치료임에도 불구하고 기계적인 적용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환자가 항의하면 다 인정해줍니다. 원칙도 없죠. 물론 보복도 있습니다. 다른 부분의 삭감을 하죠. 

문제는 이런 통제가 지속되다 보니, 좀 훌륭한? 능력있는? 공부 잘하는?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과 - 위험은 높고 수익은 낮은- 를 기피하게 됩니다. 그런 과의 경우 아주 큰 대형병원에서 다른 파트가 적자를 메꿔주는 상황이라, 그 분야의 의사가 되어도 그 분야에서 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지나시다가 흉부외과 간판 보신 적 있으신가요? 또한 'Raksumi' 선생님같이 인간미 넘치는 선생님들은 대형병원(공인된 사무장병원)에서 수익과 적정진료 사이에서 늘 힘들어 합니다(대형 전문 병원들은 비급여를 최대한 이용하여 수익 위주의 병원으로 규제를 빠져나갑니다). 저희같은 조그마한 점빵들은 이런저런 자잘한 비급여나 혹은 비정규직 고용, 간호사 대신 간호조무사, 방사선 기사 대신 직접 촬영 등 인건비 지출을 줄임으로써 수익구조를 맞춰갑니다.

그렇게 되다 보니, 환자는 환자 입장대로 사보험이 없이는 조금 괜찮은 병원 한 번 다녀오면 허리가 휘청하고, 동네 조그마한 의원들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구조가 되지 않으니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의료를 진정 공공재라 생각하면, 나라에서 투자를 해야 하고(의사의 육성 및 고용), 공공재라기 보다는 시장의 성격에 맞다 하면 민간에 맡겨야 하는데, 의료 영역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다 보니 의사들은 진료 시간을 줄이거나, 비급여로 보존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대로 괜찮겠습니까? 'Raksumi'선생님 같으신 산부인과 선생님 분이 지방 군단위에는 있는 곳이 드물 겁니다. 지방에는 산모가 살면 안됩니까? 이제는 일방적 강요말고 합의가 필요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의사들이 꼼수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 되어 가거든요. 결국 실력 행사를 하면 서로 손해보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나라에서는 환자 보는 것 말고, 다른 장사하랍니다. 우리가 환자 보려고 의사한거지, 장사할 거면 뭐하려고 의대를 나왔겠습니까? 저희 아버지가 항상 하시는 말씀 중 넌 그래도 좋은 일하면서 돈 벌 수 있으니 좋은 직업이라고 하신 말씀을 늘 되새기는 저로서는, 또 대부분의 의사들 또한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우리 말이 안통하네뜨 공주님께서 비정상을 정상화 하자고 했는데, 의료에서 마저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보다는 비정상을 악화시키는 길로 가고 있습니다. 화상 채팅 진료 원격 진료의 경우는 또 어떠한가요? 대면해서도, 온갖 진찰을 다해도 확실하지 않아 다른 검사까지 하는 데도 진단이 어려운데, 원격 진료는 가능하지도 않을 것이고 정부의 말대로 병원 갈 필요없이 약만 받는 환자들이라면, 결국은 대형병원으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저같은 동네 점빵은 다 문 닫아야겠죠. 그렇게 되면, 딴지스들이나 일반 국민들의 걱정처럼 진료비의 상승도 기우만은 아닐 겁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직역(職役) 자체를 무시당한 데다 적정한 근로의 대가도 지불하지 않습니다. 이럴 때 코레일이나 다른 직업들은 무얼 했었나요? 의사들이 파업을 할지 안할지는 말단인 저로서는 알 수가 없지만, 전 하고 싶습니다. 

게다가 민간 의료비 지출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민간 보험사 역시 병원(주로 의원)에 갑의 역할을 행사하려 합니다. 환자와 보험사 사이의 부당한(정확히 고지되지 않은)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의사들은 온 몸으로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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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의 처벌이나 사회의 시선은 어떻구요? 의료보험 당연 지정제에 해당하는 모든 병의원들은 의료 보험으로 얻는 수익이 100% 노출됩니다. 물론 비급여의 일부를 누락시켜 신고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성실신고제(수입금액이 일정규모 이상인 사업자에 대해서 세무사 등에게 장부기장내용의 정확성 여부를 확인받아 종합소득과세표준 확정신고를 하는 제도를 말한다. 병원은 연매출 5억원 이상 - 편집자 주)나, 세무조사 이후 7배 환수로 벌을 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세금도 안 낸다. 이런 걸로 비난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래도 돈을 많이 벌지 않느냐? 일반 직장인보다는 많지만, 다른 자영업자처럼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황이고 지속적으로 수익이 감소하는 (그러니까 동네 의원 의사 찌질하다 하지 마시고, 아프면 큰 병원 가기 전에 한 번 찾아가 보세요.) 위기 상황에 예민해지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리베이트 쌍벌제 아시죠? 아직 확정 판결은 아니지만, 쌍벌제가 아니라 일벌제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모든 파업에서와의 마찬가지로 법인은 책임이 없고, 개인이 무한 책임을 지기 때문이죠. 

아청법-정확한 법명칭은 저도 몰라요-은 아시나요? 의사가 수면 마취하고 강간해서 예비 강간범이라, 직역과 관련되지 않는 성추행, 성매수등의 성관련 범죄에도 10년간 자격정지를 선사하셨습니다.

의사들이 한 짓에 비해 과도하게 보상 받았는지 혹은 과도하게 피해를 받았는지는 딴지스 분들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만 제 생각에는 의사들 자체도 '귀족 노조'를 비난하는 것과 같은 프레임에 얽혀 꼼짝달싹 못하고 있는 상태인 듯합니다. 


끄트로...

심평원의 2006년 보고서(2006년에 비해 보험에 해당하는 병원비는 거의 오른 게 없습니다) 각 군별 원가보존율입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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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줄 요약 : 의원 - 73.9% (원내약국 포함), 치과 - 61.2%, 한의원 - 92.7%  약국 - 126.6% 


치과 가면, 한의원 가면 돈 많이 낼 거 예상하고 가시잖아요? 한의원은 기본 진료비의 경우, 200%정도라고 하네요. 의료보험의 재정을 나눠쓰는 양대 축이 의원과 약국인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날까요? 우리나라 복제 약값 수준은 세계 최고수준입니다. 증거는 없지만, 아주 높은 확률로 제약회사와 공무원들간의 썸남썸녀가 생각되는 부분입니다. 

딴지스분들이 지금 부담하시는 의료비가 너무 비싸다 생각하시면(저는 OECD평균에 비해서는 싸다고 생각하지만, 보통들 개인 보험 하나씩 더 갖고 계시니까요. 그냥 보험을 일원화하는 것도 국민들 입장에서는 좋은 방법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런 급여의 분배문제, 혹은 이 건보공단의 흑자(2012년 ~ 13년간 7조, 누적 흑자 : 11조원)가 정말 국민들 건강을 위해 쓰이는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할 때입니다.


[2012~2013년 분기별 건강보험 재정현황(현금흐름기준)]
                                                                                               (단위 : 억원)

자료-국민건강보험공단







택시기사가이해가돼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