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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김진태 의원의 춘천이나 남유진 시장의 구미가 부러웠다. 넘나 부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특히 반기문 센빠이가 와리가리 하다가 나가리 된 이후로는 더욱 그랬다. 정계에 이름이 오르내리며 전국구급 지명도를 가진 인물을 보유하는 것은 지역사회에 속한 이들에게 아주 훌륭한 안줏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성한다. 호기는 늘 가까이에 있고, 등잔 밑은 늘 어두운 법이다. 우리 지역에 이토록 훌륭하디 훌륭한 인물이 있었음을 몰라보고 쌩판 남의 동네 정치인들의 후광만 바라보고 있었던 것이 부끄럽지만, 드디어 우리도 김진태, 남유진 같은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인물을 가지게 되었으니,


충청북도 도의원 김학철 의원이다.


먼저 그의 화려한 약력을 보자


충주고등학교 졸업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제16대 국회의원 보좌관, 비서관

이명박 대통령후보 조직특보

충청리뷰 기자

제18, 19대 국회의원 윤진식 대변인

새누리당 충북도당 대변인

박근혜 대통령후보 충북선대위 대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제16기 자문위원

충청북도의회 제10대 충북경제현안실태조사를위한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위원(현)

충청리뷰 기자, 이명박 대통령후보 조직특보와 박근혜 대통령후보 충북선대위 대변인, 그리고 국회의원 윤진식 대변인. 이 네 가지 간판이 그의 빛나는 삶의 궤적을 쫓는 중요한 열쇠들이다. 이토록 웅대한 간판을 걸기 위해 그는 얼마나 치열한 삶을 살아왔을까. 아쉽게도 도의원 이전의 활동에 대해선 주목할 만한 기록이 별로 없다. 다만 그동안의 지역 정치판 흐름을 대강 후려치며 디벼보겠다.

선거라는 게 어느 동네나 진흙탕 개싸움이기 마련이지만, 충주 지역의 상황은 상당히 괴랄한 형태로 진행되어 왔다. 현직 충북도지사인 이시종은 근 20년간 충주시장, 충주시 국회의원, 충북도지사 등 단 한 차례의 선거에서도 패배하지 않았다. 재밌는 것은 이시종이 시장직을 내려놓자 이후 2명의 시장은 선거법 위반으로, 1명의 시장은 짧은 임기 후 지방선거 패배로 죄다 단명하는 사태를 맞았었다. 팝콘각도 터지고 복장도 터지고!

그런데 필자의 최애캐인 가카가 제위에 등극하사, 이시종에게 위기가 생기니 가카발 윤진식 낙하산 투하였다. 참여정부에서 산자부 장관을 지낸 윤진식은 가카의 쥐꼬리를 붙잡고 대운하, 4대강 썰 등등으로 설레발이 팽배한 충주에 내려와 이시종의 강력한 라이벌이 되었다. 이때부터 김학철 의원의 흔적이 드문드문 보이게 된다. 청주고 동문인 이시종, 윤진식의 싸움은 훈훈하게 '우리가 남이가!' 하며 어깨동무 사진 찍고 다녔는데, 아슬아슬하게 이시종이 이겼다. 결국, 이시종이 국회의원직을 던지고 충북지사에 당선되면서 윤진식은 비로소 국회배지를 따게 된다. 2014년 지방선거에선 충북도지사를 걸고 이시종 vs 윤진식 리매치를 벌였지만 이번엔 고소 고발이 난무하는 무쌍선거판이 되었고, 결과는 이시종의 승리. 한편 이시종이 떠나자 충주지역은 민주당 계열이 지리멸렬하며 기초의회, 광역의회, 시장, 국회의원 모조리 한나라-새누리-자유한국당 일색인 훌륭한 도시로 거듭나게 되었다.

김학철 의원 평생의 주군인 윤진식이 이시종에게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그 역시 호시탐탐 도의원의 자리를 노리며 주군을 좀 더 알차게 보필하는 참모가 되고자 노력했던 것 같다. 2010년의 지방선거에서는 공천에서 탈락하며 울분을 삼키는 표정이 사진에 찍혀 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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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리 애교에 버금가는 뾰로통한 표정의 김 의원(오른쪽)

심쿵했다. 누가 저 표정 좀 모에화 좀 해주시라

( 출처 : 충북인뉴스 )


그리고 드디어! 2014년 지방선거에서 공천을 따는 데 성공하니, 그의 공보를 감상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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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를 확 키우겠습니다!'는 말대로 그의 이름 석 자 뒤에 (충주1)이 붙어 전국 뉴스에 연일 빵빵 터지게 되었으니, '실력 있는' 어그로로 약속을 지켰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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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렇게 우리 사회의 훌륭한 분들은 공보마저도 비슷할까.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주십시오'에서 느껴지는 이 절절함. 왜 그가 피를 토하며 '국회 개새끼론'을 설파하셨는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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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에 나서도 될 만한 인재가 도의원 정도로 고여있던 이유는 도의원이 낼 수 있는 안습한 공약에 있다. 기초의원이나 광역의원이나 정당이 의미가 있긴 한가 싶을 정도로 판박이인, 판박이일 수밖에 없는 공약들은 현행 지방자치제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그러다보니 크고 아름다운 대형 사업에 매달리고, 시민들도 '한 방'을 터뜨려 시를 뭉게뭉게 발전시키자는 얘기에 혹하게 된다. 실제론 지역 발전이 아니라 자신들의 가계경제 발전이 더 큰 목적인 사람도 많지만.


우리 김학철 의원님이 당선되실 수 있던 이유도 그가 졸라 쩌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정당 간판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풍토 덕분이니, 치열한 경쟁을 뚫고 공천을 받은 그 순간 이미 그의 당선은 꽤 유력했다고 볼 수 있다. 비록 한 번은 빠꾸 먹였지만, 늦게라도 공천을 준 새누리당의 선구안엔 정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좌우간 새정치민주연합이 낸 후보와 나름 각축을 벌이다 당선된 김 의원은, 초선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의 선배 의원과 조직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으로 활약하게 된다. 비록 야인이지만 여전히 지역 정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의 주군, 윤진식 빨이라는 얘기가 많다. 역시 의원 배지든 시장 감투든 주군을 잘 만나야 다 된다는 것, 김 의원은 그렇게 '지역 정치의 정석'을 밟아왔다.


그의 활약은 2016년, 2017년 두 해에 걸쳐 빛나는데, 이른바 '김학철 4대 업적'을 디벼보겠다. 4개의 에피소드를 보면 그가 왜 차기 단일 보수 대선 후보가 되어야 하는지, 홍준표의 아성을 강력하게 위협할 수 있는지 훤히 파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2016년 9월, '노래방 갑질 사건'이다.

 

김학철 의원은 충북도청 공무원들에게 ‘기피대상 1호’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해 9월, 강원도 고성의 한 리조트에서 도의회 연찬회 행사를 마친 뒤 이어진 뒤풀이에서 ‘갑질’을 해 파문이 일었던 바 있다. 당시 김학철 의원은 노래방 주인에게 “술 가져 와라. (도의원들인데) 대우가 왜 이렇게 시원찮냐”며 호통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스포츠경제] “도의원한테 대우가 이게 뭐야?” 공무원 기피대상 1호 김학철 

http://www.sporbiz.co.kr/news/articleView.html?idxno=127149


그가 도의원의 자리에 머물러서는 안 되는 첫 번째 이유이다. '마! 내가 도의원인데!'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그분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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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애타게 자신의 존재를 전화기 너머로 외치며 소방공무원들에게 "뭐야 이 병x은?" 류의 황당함을 안겨주셨던 김문수 도지사. 김문수는 소방서 점검이라는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김 의원은 순전히 개꼰대의 자질을 보여주셨다는 점에서 훌륭함이 더욱 빛난다. 갑질, 그것이 차기 단일 보수 대선 후보의 첫 번째 덕목이다.


두 번째, 박근혜 탄핵 이후 설파한 '국회 개객끼론'이다.


 

<그가 목놓아 울부짖은 '개객끼론'은 영상 초반부에 나온다>


"30년 전에 사회주의 망령은 사라졌는데, 어처구니없게도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망령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탄핵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공산주의 망령을 주장하는 종북세력입니다."


"대한민국 국회, 언론, 법조계에 광견병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개가 사람을 물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미친개들은 사살해야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에 250마리의 개새끼들이 있습니다."


멋짐 대폭발이다. 이런 연설을 듣고 있으면 사사로운 논평으로 먹칠을 가하고 싶지 않을 만큼 탄복하게 된다.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달라던 그의 선거 공보대로, 박근혜는 나라의 주인, 국회의원은 개객끼, 그런 국회의원을 뽑아준 유권자들은 부모개로 만든 탁월한 관계정리. 반인반신을 뛰어넘어 박근혜만이 인간이라는, 우상숭배의 새로운 지평을 연 종교 개창적 발언이었다. 공산주의 망령과 종북세력을 운운하며 확인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 대권후보가 가져야 할 최소한의 기본자세까지. 퍼펙트하다. 자유한국당에서 윤리위에 회부되었지만 징계받지 않은 이유가 그걸 증명한다.


여기에 해명까지 완벽했다. '탄핵 절차'에 대한 지적이었다는 해명과 함께.


"저는 소신 발언을 한 것이고, 지금 문재인 의원이라던가 하태경 의원이라던가, 그 양반들은 '보수를 불 태워야 한다'고 하셨어요. 그 양반들하고 저의 힘의 크기는 비교도 안 됩니다. 제 발언은 하나도 위험하지 않지만, 그 양반들의 발언은 정말 위험한 거에요. 그렇지 않습니까?'


으음...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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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는, 주군을 대신해 이시종 지사와 다이다이를 뜬 사건이다.


개요는 이렇다. 2013년 2월, 충북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자 당시 국회의원이던 윤진식 의원이 적극 밀어붙여 선정된 충주 에코폴리스 지구는 2017년 4월 1일, 이시종 지사의 사업 포기 선언으로 나가리 되었다. 같이 추진 되었던 오송과 청주공항 지구 모두 투자 유치 실패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시종 지사는 사업 실패 시 도가 져야 할 재정부담을 우려했단다.


윤진식의 보좌관 시절 자신이 조빠지게 뛰어든 사업이 나가리 될 위기에 처하자, 자유한국당 소속 도의원들은 그의 주도로 의회를 개싸움 현장으로 끌고 갔다. 애초에 부지 자체가 국내 최대 공군부대인 충주 비행장을 끼고 있는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일찍이 가카는 문경새재를 뚫고 충주에 대운하를 내려 하셨는데, 그깟 공군부대 따위 롯데타워 짓듯 쓱쓱 무시해버리면 그만인 법. 그 옛날 박정희 대통령께서 하셨던 것처럼 대규모의 산업단지 개발로 지역 경제 부흥을 꾀하는 전략 역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사 적합한 덕목이지만, 진짜 칭찬할 부분은 이 발언에 있다.


○ 김학철 : 자, 재정부담 얘기를 자꾸 하시는데 청주에 방금 이 시정연설 자료에 보면요. 오송 컨벤션센터 추진과 관련된 얘기가 나옵니다. 1400억이 들어가는 사업이고 충청북도가 700억을 대고 청주시가 700억을 대는 그런 컨벤션센터 추진 사업인데, 이건 재정부담 아닙니까? 700억 들어가는 건 재정부담 아닙니까?

○ 이시종 : 사업에는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재정사업이 있고, 한 개는 민간투자유치사업이 있습니다. 에코폴리스는 민간사업을 우리가 유치하는 개념이고요. 컨벤션은 재정사업, 그렇기 때문에 사업이 다르다 하는 점을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 김학철 : 사업이 다르다 하더라도 우리 도민들이 그거를 그렇게 어렵게, 그거 어려운 말 모릅니다. 청주에 700억 주면서 충주는 700억 안 주더라 그렇게 밖에 이해 안 하실 거고요.

○ 이시종 : 그런 식으로다가 지역감정 개입으로다가 말씀하시면은 그것은 저는 잘못됐다고 보고요.

○ 김학철 : 지역감정을 유발케끔 지사님께서 정책결정에 오류를 저지르셨으니까...

○ 이시종 : 아니 저는 오류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 김학철 : 저는 지역감정 얘기한 적 없습니다, 지사님 입으로 말씀하신 거지.

○ 이시종 : 그렇게 지역감정을 유발시키는 발언은 좀 삼가주셨으면 하는 건의를 드립니다. 

- 충청북도의회 2017.06.08 정례회 제1차 본회의 대집행부질문

 

각 시군에 집행되는 도비 예산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그래도 생길 지역감정을 해소하고 설득해야 할 위치에 있는 도의원이지만, 그딴 거 개나 줘버리고 지역구의 민심을 대변, 지역감정에 불을 살살 지펴주는 이 용감한 발언. 게다가 본인이 뱉어놓고 도지사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적반하장 작전까지. 대놓고 지역감정을 조장해왔던 보수 정권과 정당의 아이덴티티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으니, 대선주자감으로 손색이 없다.


마지막 사건, 그를 전국구급 스타로 만든 '레밍 발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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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집회에서 '전국민의 박근혜 애완화'를 일구셨던 그 발언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국민을 설치류에 비교함으로써 '전 국민의 가카화'를 이룬 발언. 일찍이 그 어느 보수 정치인도 해내지 못했던 친이+친박의 혼연일체 되시겠다. 비록 이 발언으로 인해 자유한국당에서 제명당했지만, 필자는 굳게 믿는다. 몇 년 후 그가 새로이 창당된 보수정당의 대권 주자로 나설 것을. 비록 내년의 지방선거에선 표를 주고 싶어도 줄 수 없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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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 충북인뉴스 )


충주시민들은 그의 발언을 어떻게 들었을까. 홈그라운드인 만큼 여기저기 돌아보았다.

"아니, 일단 어이가 없었고. 우리가 열 받고 어쩌고 하는 것보단 일단 너무 쪽팔리잖아요. 저번 주만 해도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충북 수해 뉴스가 나오니까 비 피해 없냐고 안부 전화 왔었는데, 이젠 놀리려고 전화해서 '어이 레밍시민' 이런다니까요."

- 본인 지역구인 줄 이제 알았다는 카페 사장님


"시장에 와서는 시상에 그렇게 깍듯해 보였던 양반인데, 뉴스 보니까 공항으로 들어올 때 표정이 완전 다른 사람이잖여.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도 성이 안 풀리겠는데, 뭘 잘했다고 눈을 치켜뜨고. 아유 이젠 정치인들 안 왔으면 좋겠어."

- 유세하러 시장에 온 김 의원을 목격했다는 시장 아주머니


"난 그 자식 탄핵 반대 집회 가서 '국회에 개새끼가 있다' 어쩌니 할 때부터 알아봤어. 더 묻지 마 씨x, 열 뻗치니까."

- 필자의 선배


한편, 지역 언론을 질타하는 의견도 있었다.

"제가 김학철이를 찍기는 했지마는, 그런 분인 줄 알았으면 왜 찍었겠어요. 솔직히 이 바닥에서 민주당이나 새누리당이나 도긴개긴이잖아요. 정치인이 어떤 사람인지 서민들이 정보를 알려면 지역언론밖에 없는데, 공약도 똑같고 언론도 하나 마나 한 설명 밖에 안 해주고 말이죠. 그러다 보니까 내가 찍어도 우리 도의원이 누군지 잘 기억도 안 나고. 게다가 그분은 지역언론지 기자였다면서요? 이번에도 큰 언론사들이 막 때리니까 그런 사람인 게 들통난 거지, 안 그랬으면 또 그냥 '저놈들이 원래 저렇지'하고 쓰윽 지나갔을 거 같은데요."


지방선거가 한 해도 안 남은 지금, 늘 자유한국당 일색이던 충주의 민심은 어떨까. 그것도 물어보았다.


"아무리 충주가 좀 모지리 같아도, 정권도 바뀌고 했는데 이번엔 많이 바뀌지 않겠어요?"

- 계속 2번만 찍어왔지만 연전연패했다는 피시방 사장님


"x팔, 그 x끼들은 박근혜 그 꼴나는 거 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어. 제명하면 뭐, 욕 안 할 줄 알았나 보지? 빨리 선거만 와 봐 아주."

- '이번엔 잘하겠지'라는 심정으로 1번만 찍어왔다는 어르신


"놀러 간 의원 중에서 민주당도 있긴 하지마는, 이 꼴을 쳤는데 그래도 한번 갈아야 되지 않겄어?"

- 놀러간 건 그러려니 하는데 김 의원의 말이 너무 괘씸했다는 아주머니


한편, '공무원 기피 대상 1호'라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청주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분께 여쭤보았다.


"새누리, 아니, 자유한국당 충북도당의 핵심 인물이에요. 도의회가 자유한국당 쪽이 우세하니까 도지사 하고 마찰이 잦을 수밖에 없는데, 총대 메고 전략 짜고 뭐 그런. 그쪽 분들이 워낙 의전 이런 거에 민감하셔서 같이 어디 가도 계속 신경 쓰이고. 뭐 하나 하더라도 너무 딴지 거니까. 그러니 아무래도 이쪽에선 다 싫어하죠. 2015년엔 누리예산 포함해서, 집행부에서 제출한 예산안에서 500억 넘게 삭감해버리기도 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언행이 좀... 말을 막 하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그도 놀고먹기만 하면서 도의원직을 수행한 것은 아니다. 어렵게 어렵게 그의 도움을 받았다는 지역 주민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서충주신도시에 중학교가 없어서 아이들 통학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어요. 통학 뿐 아니라 어렵게 마련한 집인데 갈수록 땅값이 떨어질 요소만 자꾸 들리니까. 이사할 땐 시에서 굉장한 청사진을 제시했는데, 막상 오고 나니까 뭐든지 다 잘 안되니까. 특히 용전중학교 설립 문제는 도의회에서 민주당 쪽이 계속 반대해서, 우린 김학철 의원 쪽으로 계속 민원 넣어서 요청했죠. 결국엔 설립 승인이 나긴 했지만."


김 의원과 필자의 모교인 충주고는 '세계로 웅비하는 실력 충주고'라는, 지나다니면서 그 문구를 볼 때마다 어쩐지 목이 뻐근해져 고개를 숙이게 하는 표어를 붙였었다. 오로지 반기문 센빠이를 위한 문구인 줄 알았는데, 세계로 웅비하시다 못해 아예 날라버린 김 의원의 최대 업적은 현재 진행형이다. 좀처럼 활발하지 않은 지역의 시민단체, 지역 정당들이 맘껏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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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충주 시내에서도 시민 사회 연합체들이 계속 논의를 하고 있거든요. 거의 마무리 되는 단계구요. 그렇게 되면 조금 분위기가 다르지 않을까 기대를 해 보고요. 그리고 일단 충주 지역 내에서 정치 분위기가 그렇다는 건, 이전 민주당 정치인들도 문제가 없다고 할 순 없었거든요. 저 같은 경우는 지역에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지신 분들이 함께 하신다면 적극적으로 함께할 거고, 적극적으로 연대할 생각입니다."

- 정의당 충주시위원회 이현석 위원장님


이쯤 되면 단두대의 나라 프랑스로 가신 이유가, 자신의 정치생명을 불살라 지역에 시민의식, 정치의식을 일깨우는 순교자의 마음이 아니었나 감히 짐작해 본다. 충주, 나아가 충북의 모든 유권자가 그의 희생을 받아들여,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정치 환경을 만들어 간다면 비로소 그가 오래도록 추앙받는 정치인이 될 것이라 믿는다. 아 물론, 보수 단일 대선 후보도 꼭 좀 되셨으면 하고. 차기가 어렵다면 당분간 다른 지역에서 국회의원이라도 역임하셨으면 좋겠다. 눈물을 머금고 독자제위들의 지역구에 양보하겠으니 잘 쓰시길 바란다. 거절은 거절하겠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과문의 한 부분을 소개하며 글을 맺겠다.


외유라는 언론의 비판에 제가 정말 서운했습니다. 저는 평소 우리 충북과 제 지역구 충주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서는 문화 관광자원의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중략)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같이 조상들이 만들어 준 유물만으로도 그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나라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런 도시를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막말을 한 것일까요? 불편한 말을 한 것일까요? 세월호를 또 집어넣었습니다. 평소 제 생각입니다.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중략) 노란리본요? 저도 누구보다 먼저 진심으로 안타까워 하며 달아줬습니다. 그런데 3년이 지나도록 노란리본 아직도 달고 다니시는 분들 부모님 돌아가셔도 3년 간 달고 다니실 거죠?


국민 여러분께 감히 말씀드립니다. 미치지 않고서야 어느 선출직 의원이 국민을 들쥐, 설치류라고 말하겠습니까? 아는 게 병이고 만화의 근원이 입이라고 제가 장거리 비행 끝에 쏟아지는 외유비난에 부지불식간 비몽사몽간에 헛소리를 했습니다. 레밍이란 말에 분노하셨고 상처받으셨다면 레밍이 되지 마십시오. (중략) 더 이상의 갈등과 대립은 국민 모두가 바다로 빠져죽게 되는 일입니다. 다 용서했으면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 용서해 주시고, 문재인 대통령 용서해 주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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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야 말로 사과문의 정석, 사과문의 교과서가 될 명문이다. 전문을 보시고 싶으면 요기(링크)를.






빵꾼

트위터 : @hi_hestroy


편집 : 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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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교양서를 쓰고 있는, 딴지가 배출한 또 하나의 잉여 작가
딴지의 조선사, 문화재, 불교, 축구 파트를 맡고 있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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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시시콜콜한 조선의 일기들』
『시시콜콜 조선복지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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