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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희극에 비해 비극을 연출한 자에게 (작품성이 탁월한) '거장'이라는 타이틀은 좀 더 관대하다. 예외적인 경우 몇 있다. 찰리 채플린은 영화사에서 희극으로 거장의 타이틀을 얻은 첫 경우겠으나 그의 영화는 희비극의 경계에 있었다. 1980년대와 90년대를 독식하다시피한 스티븐 스필버그는 결국 그의 액션 어드벤처를 버리고 '쉰들러 리스트'를 찍고 나서야 아카데미의 구애를 받았다. 그런 의미에서 제임스 카메룬은 '타이타닉'을 자신의 필모에 일찍 집어넣은 걸 감사해야 한다.


2.

수많은 감독과 영화가 있었다. 80-90년대, 90-2000년대의 거장을 꼽을 때 적어도 아시아권의 문화권에 있었던 사람이라면 나는 반드시 성룡과 주성치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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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성룡과 주성치는 닮았으면서도 다른 표현의 길을 간다. 두 거장은 인간의 아주 작은 욕심을 현실적으로 담아내는데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 인간이 가지는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고 싶은 주인공이었던 성룡은 같이 살게된 여자의 방문을 훔쳐보는 형제들을 나무라면서도 자신도 그 욕망에 주저하고(오복성) 라면을 끓으는데 젓가락 대신 연필 뒷꽁무니를 쓰다가 지우개까지 먹는 덤벙이이기도 하다(폴리스 스토리) 스쿠터를 타는 여자친구를 자신의 주장을 듣게 하기 위해 엉덩방아 찧게 만들고(폴리스 스토리2) 싸우다 맞은 정강이를 정말 아파한다.(쾌찬차) 비극적이고 과묵하며 정의를 위해서 불사신 같은 영웅의 서사를 기록하는 영웅이 아니다. 맞으면 아파하고 가끔 지우개도 먹고 여친에게 사고도 치는 동네형으로서 현신한 주인공. 영화사에서 성룡이 최초로 만들어낸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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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성치는 그 반대편의 척도에서 인물을 다룬다. 인간이 가지는 최소한의 부끄러움마저 팔아먹은 주인공이었던 주성치는 홀로 망상 속에 셀프 슬로우모션을 걸고(도성) 너무나 가기 싫은 고등학교 잡입수사에 위장해 분필세례를 맞는다(도학위룡) 자신을 사랑하는 만두집 곰보여자에게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로 상처를 주고(소림축구) 개인의 작은 욕망을 위해 한 마을을 팔아먹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쿵푸허슬) 큰 사고로 개과천선해 패악의 원흉에서 정의의 사도로 조변석개하는 캐릭터가 아니다. 여전히 쪼잔하고 이기적이지만 거창하게 정의가 이런 것이다 말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부끄러움, 그 창피함에 무엇인줄 알게 되어서 옳은 길로 가는 것 뿐이라고 말한다. 본의 아니게 정의로워진 주인공. 영화사에서 주성치가 최초로 만들어 낸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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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간의 욕망을 이렇게 장기간에 걸쳐 하나의 캐릭터로 만들어 온 감독. 우리가 거장이라고 말하는 몇몇 빼고는 성룡과 주성치 뿐이다. 그들 영화에서 희극을 걷어내고 보면 인간의 세세한 군상의 리얼리티가 한지에 먹물 떨어지듯 번진다.


6. 

주성치와 성룡의 영화사적 가치가 얼마나 갈 것 같냐고 묻는다면 나는 만년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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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껄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