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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지어진 지 20년 정도 된 아파트는 ‘낡은 집’으로 간주합니다. 오랫동안 살 수 있게 만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재건축 연수는 20년 전후라고 합니다. 반면 미국, 프랑스, 독일은 각각 103년, 86년, 79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를 몇 번 부수고 짓는 동안 미국, 프랑스, 독일 사람들은 한 집에서 계속 살고 있었다는 말이죠.


콘크리트 강도도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건물이 오랫동안 버티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강도가 중요한데 말이죠. 미국은 400~500㎏/㎠의 강도를 유지하며, 동남아 역시 강도가 300~400㎏/㎠에 이릅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210~270㎏/㎠ 수준에 불과합니다.


반면 경량목구조 전원주택은 치명적인 하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100년, 200년 사는 데도 큰 지장이 없습니다. 유연한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하자 없이 짓고 보수도 잘했을 때 이야기이긴 하지만요.



정말로 골조 끝!


오래오래 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기초겠죠. 심혈을 기울였던 건물의 기초, 골조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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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체에 두른 비계(집 외관에 치는 파이프 테두리와 발판), 일명 ‘아시바’.
집을 짓는 과정 중 가장 긴장되는 때는 비계를 칠 때와 거둘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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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생긴 계단. 이 계단을 통해야 방으로 올라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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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주택의 벽은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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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세우고 나니 실내가 작아 보인다. 대기하고 있는 자재와 물품들이 이제 집의 일부가 되겠지.


완성되면 끝입니다. 그러니 진행중일 때 체크해야 할 것을 모두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건축주 입장에서는 이게 제대로 지어지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외부 감리를 통해서 올바르게 시공이 되고 있는지 필히 체크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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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조의 예뻤던 시절은 지나가고 외장재를 두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여러 공정이 휙휙 지나가는 것을 보다 보면 목조주택을 짓는 속도에 놀라고 맙니다. 한 공정 이후에 다른 공정까지 며칠이면 대부분 끝나기 때문에 사진으로 남겨놓으시길 추천해드립니다.



파이브 스타 인증


저희 부부는 ‘파이브 스타 인증제도’를 통해서 나은 집을 짓기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이전과의 차이는 ‘구조설계에 따른’ 인증입니다(목조건축협회에서 합니다). 이 집이 얼마나 튼튼한지 하중에 따른 문제가 없는지 검토를 받는 것입니다. 단순히 건축사를 통해서 설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 전문 건축사를 통해서 다시 구조도를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과정엔 비용이 들어갑니다만, 다행히 저희 집의 설계를 맡아준 곳이 파이브 스타 인증 협력사였습니다. 인증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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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도면에 따른 비용 100만 원
한국목조건축협회 인증비용 160만 원


총 260만 원을 투자하여 3차에 달하는 실사와 인증을 받았습니다. 저희가 이번에 받은 것은 ‘못 박기’였습니다. 골조가 완성되는 순간이 워낙 짧기 때문에 골조를 완성한 뒤 1차 실사를 받습니다.


1차 실사 때는 공학박사가 배치되어 집 구조재를 살펴보고 시공사와 건축주에게 설명을 해줍니다. 잘못된 부분이 없었는지 검토하고 시정하도록 조치를 취합니다. 만약 시공사에서 이런 시정조치를 무시할 경우 파이브 스타 인증을 받을 수 없습니다(비용을 내고 인증을 신청했음에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30% 정도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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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검토를 거친 우리집 설계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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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검증을 받는 순간. 꼼꼼하게 살펴보시는 파이브 스타 공학박사님.


집 짓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260만 원이라는 비용 역시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겉만 예쁜 집만 생각한다면 인테리어나 외장재에 더 투자를 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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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의 눈으로 발견한 못 간격. 곧바로 시정조치!


간격이 규격에 비해서 좀 더 넓기 때문에 조금 더 못을 촘촘히 박고, 시정사항에 대해 보고를 하라고 했습니다. 간혹 ‘모두 뜯어내라’는 조치가 나온다고도 하던데, 저희는 간격에 못을 하나씩 더 박으면 되는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파이브 스타 인증 실사가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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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걱정 없는 이유


흔히 목조주택은 쉽게 썩거나 비에 취약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건조되지 않은 통나무로 짓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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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릴 것을 대비해 두르기 시작한 하우스랩 (타이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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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안전하게 짓기 위해서는 자재 선택이 중요하다.


경량목구조에 쓰이는 나무는 건조한 나무입니다. 생재(S-GRN)가 건조재(S_DRY)로 변하는 것이죠. 나무가 잘 마르면 힘이 3배나 세집니다. 건조가 잘된 나무는 썩거나 변색되지 않습니다. 방부처리도 자연스럽고, 단열 성능도 우수합니다.


- OSB합판의 오해와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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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어느 정도 숨을 돌릴 수 있는 것은 OSB합판 등급이 Exposure 1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타이벡.


OSB합판은 구조목이 세워진 골조를 둘러싸는 것입니다. 경량목구조의 피부를 형성하는데 기초가 되죠. OSB합판에도 노출 등급이 있으니 어떤 OSB합판을 사용하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Interior

실내용 접착제로 제작한 합판으로 실내에만 사용가능.

인테리어 등급을 받은 OSB합판을 외부에 사용하면 안 됩니다. 외기에 오래 노출될 경우 변형이 되기 때문이죠.


Exposure 1

외부에서 노출되어도 괜찮음(3번 이내까지는 비를 맞아도 무방) - 노출용X

장기건축, 목조주택 시공 시 많이 사용합니다. 집을 짓는 동안에 맞을 소나기를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Exposure 2

단기 건축 지연에 따라 내외부 중간 정도의 접착제를 사용. 2차례 이내에 비를 맞아도 됨. - 노출용 X


Exterior

영구적 노출이 가능. (실질적으로 OSB합판에서는 없다는 통설)


Exposure 1을 많이 사용합니다만, 인테리어 시엔 외장재를 사용하지 않으셔도 되니 참고만 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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튼튼한 집을 지어주시는 고마운 분들


- 타이벡(하우스랩)


‘Exposure 1’ 등급 OSB합판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고, 소나기에 집이 썩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경량목구조에는 듀폰사의 ‘타이벡’이 더 좋습니다.


타이벡이란?

가볍고 불에 잘 타지 않으며 화학물질에 내성이 강하다. 목조 건축물을 시공할 때 습기를 막기 위해 외벽 내장재로 사용되는데 단열시스템의 습기를 통과시키는 기능이 있어 건축물 내부의 결로현상을 방지한다. 또한 외부의 찬 공기 침투를 막고 내부 따뜻한 공기가 밖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기 때문에 보온재 또는 단열재로써도 기능한다. 약 30%의 에너지 절감 효과가 있다고 평가된다. 또한 방사능과 유해물질 등에 노출되어 작업하는 특수환경용 작업복을 만드는 재료로도 쓰인다. 고밀도 폴리에틸렌(HDPE)은 인체에 무해하며 재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환경친화적이다. 

- 두산백과



구조목으로 골조를 세운 다음 OSB합판을 붙인 뒤, 집 전체를 두르는 천 같은 것이 ‘타이벡’입니다. 한 번 더 집에 물기가 스며들지 않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죠. 등산복 고어텍스와 비슷합니다. 고어텍스가 땀은 배출하면서 비를 막아주듯, 타이벡은 습기는 밖으로 내보내고 외부의 물기는 막아줍니다. 실제로 타이벡에 물을 떨어트리면 또르르 흐르기만 할 뿐 침투하진 않습니다.


유사한 기능에 한 스펙, 서라운드, 텍톤, 유로 벤트 등이 있습니다.


- 레인스크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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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전체에 대어놓은 막대기, 즉, 외벽에 두르는 상은 ‘레인스크린’입니다. (레인스크린의 대용품으로 ‘드래인랩’이 있지만 강수량에 따른 내구성을 꼭 참고한 뒤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최근 목조주택을 지을 때 레인스크린을 빼고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만약 레인스크린을 사용하지 않고 하우스랩(타이벡)위에 바로 EPS 50mm 단열재를 붙이면, 외부로 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외벽에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하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때이므로 레인스크린 설치는 꼭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차후 발생할 비용이 높다는 점에서 투자가치가 있습니다.


목조주택이 물에 내구성을 갖게 하는 기술이 많이 발전했습니다만, 아무리 좋은 자재라고 하더라도 시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하자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자 없는 집은 건축자재와 시공이 완벽할 때 만들어지기 때문이죠.






한 번에 보는

'아파트를 버리고 전원주택을 짓다'




양평김한량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