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4. 11. 11. 화요일
정체불명 불안해하지마








편집부 주


이 글은 정체불명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불안해하지마님의 글은 2번 더 납치될 시, 

삼진 아웃의 원칙에 따라 

딴지 필진으로 임명되어 강제 노역에 동원됩니다.

  




 












먼저 밝힐 것이 있다.
내가 알바를 하면서 여러 궁금한 점들을 기사님들에게 물어보았다. 최대한.
그러나 미약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소 부정확하고 일반화하기 힘든 내용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이런 면도 있다 이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다.
미안타. 어쩌겠나. 다 나의 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1 .택시총량제 조사, 개꿀알바의 시작


어야다 보니 4일간 '택시총량제'라는 조사 알바를 하게 되었다. 처음엔 정말 생소했다. '교통량조사'라고 적혀있어서 일정 구간을 지나가는 택시의 대수를 세는 건 줄 알았다. 근데 알바하기 전날 10분 정도 만났더니 종이를 나눠주면서 숙지하고 오라고 하더라. 난 그때 "이게 뭐야 시바." 이러고 말았다. "뭐 어떻게 되겠지." 하고 한번 읽어보고 치웠다. 그리고 출근을 했다.
 
 
3260888.jpg
 


암튼, 나를 포함한 총 5명의 남자 알바와 'XX산업관계연구원'에서 우리 '시'로 출장을 나온 직원 3명 총 8명이 우리 '시'의 모든 택시들 중 컴퓨터로 무작위로 뽑은 (개인택시+법인택시) 500대의 택시를 작업하게 되었다. 직원분의 말에 의하면 택시가 몰려들어 정신이 없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약간의 추위만 빼면 개꿀알바였다. 




2. 미터기엔 신비로운 구멍이 있다
 
알바들은 직원들한테서 SD카드를 지급받았다. 이걸 잘 조준해서 미터기에 '삽입'한 후 입력 버튼을 누르면... 
으잉? 말이여 방구여? 난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어딜, 뭐 시바 어떻게 꼽고 누르란 거야? 그런 신비한 구멍이 있긴 해? 


g.jpg


그런 우리들의 황당한 표정들을 본 직원은 택시 한 대가 오자 시범을 보여주었다. 졸라 쉬웠다.

먼저 우리가 다룬 미터기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터기에도 종류가 있다. 우리가 다룬 종류는 4가지다.


한국MTS, 광신GIT-SMART, 드래곤 골드, 금호KH-TOP(300)




내가 담당한 것은 한국MTS와 광신 미터기이다. 작동하는 방법은 둘 다 같다. 조또 복잡해 보이는 것은 드래곤 골드가 가장 복잡해 보였다. 금호미터기 역시 난이도는 낮다. 몇 번의 버튼질만 하면 끝이다.
 

3260882.jpg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볼 것이다. 기사님들도 처음 본다고 하더라. 한국MTS와 광신의 미터기 여는 방법과 SD카드를 넣는 구멍이 달린 위치는 같다. (위 사진은 한국MTS 미터기를 열고 왼쪽 측면에서 구멍이 보이도록 찍은 사진이다.)



3260884.jpg  


SD카드를 넣으면 이렇게 화면이 바로 바뀐다. 만약 바뀌지 않았을 경우엔 미터기를 OFF하고 다시 ON하면 된다. 그래도 작동하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그냥 보내드린다. 아마 기계적 이상이 있겠지. 물론, 그 기계 이상인지 뭔지 모를 원인 때문에 미터기가 고장나 운행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렇게 파란 화면이 나오면 '구분↓' 버튼을 눌러 '5.운수회사 타코 자료 저장'으로 간 뒤 '입력' 버튼을 누른다.(위 사진) 다음엔 '구분↓' 버튼을 눌러서 '4.전체 데이터 저장'으로 간 뒤 '입력'을 누른다. (아래 사진)



3260885.jpg  



직원분 말에 의하면 2개월 정도의 자료를 복사해서 가져간다고 하던데 '전체 데이터 저장'이라는 문구를 보면 그런가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자, 다음엔 저장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린다. 저장이 다 되면 완료되었다고 글자가 나온다. 그럼 빈차 버튼을 누르고 SD카드를 빼고 인사를 하고 서명을 받은 뒤 끝내면 된다.

그리고 택시마다 저장되는 시간이 다른데. 졸라 짧은 택시도 있고 2~5분 정도 걸리는 택시도 있다. 왜냐고? 아마 미터기에 저장된 데이터 양이 택시마다 다르기 때문이겠지. (저장된 정보가 뭔지는 다시 다루겠다. 뭐 추측이 가능하기도 하다. 별거 아니다.)
 
아래는 드래곤 골드를 작업하는 모습이다.



3260886.jpg  


미안하다. 이것 밖에 없다. 대놓고 찍기가, 좀 그래서.

드래곤 골드는 2인 1조가 되어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게 된다. 알바생이 조수석으로 들어가서 미터기를 열고 노트북에 연결된 선을 미터기 구멍에 꽂는다. 그러면 나머지 한 명은 밖에서 노트북을 보면서 데이터 복사 (노트북으로 전송)가 잘 되는지 확인한다. 복사된 데이터를 다루는 특정 프로그램이 있더라. 신기했다. 택시와 관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있다니. 이름은 잘 모르겠다. 이것 역시 미안타. 나의 불찰이다.

노트북이 직원분의 몸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시바... 존나 미안하다. 독자님덜.

그리고 금호는 사진이 없다. 그냥 하다 보니 못 찍었다. 광신미터기 역시 한국MTS와 작업 과정이 같아서 찍지 않았다.
  
그러면 미터기에서 컴퓨터로 복사해가는 정보가 뭔가? 나도 100% 확실하진 않지만 프로그램 작업을 하는 걸 뒤로 보고나서 졸라 추정하는 바가 있다. 그 화면에 해당 택시가 운행한 거리 / 운행중 영업한 거리 / 금액 2달치(아니면 1달 정도의) 자료가 옮겨져 있는걸 봤으니 아마 이게 포인트일 듯하다.

그럼 왜 이런 작업을 하느냐? (실제로 기사님들 오면 짜증 내는 분들도 있다. 돈도 안 되는데 왜 하냐고.) 궁금한가? 눈치챈 사람도 있을 것 같다. 이짓을 하는 우리의 목적은 처음 밝혔듯이 '택시총량제조사'이다.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택시의 대수를 줄이겠다' 라는 거다.



3. 택시총량제라는 건 왜 하는 거?
 

3328_2675_5829.jpg



택시총량제

택시의 공급과잉 방지를 위해 지역별로 택시총량을 설정해 
총량을 넘지 않도록 택시 대수를 제한하는 제도



그럼 택시가 왜 과잉 공급되었느냐?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근데 여러 이유가 있더라.

먼저 대중교통의 확충, 자가용 및 대여 자동차(렌터카)의 증가와 대리운전업의 성행 등으로 택시 수요는 매년 감소하는데 비해 택시는 과잉 공급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신규 면허에 대한 제재가 없는 것과 감차 보상금에 대한 부담 등도 감안, 감차가 더디게 진행되는 원인으로 꼽힌다. 과잉공급의 이유는 이 외에도 있다. 분명. (그것까지 쓰지 못하는 건 나의 한계다. 정보력이 미개하니, 이해 바란다.)

택시총량제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가 너무 많은 것 같으니 조사를 통해 어느 정도 감차하겠다는 것.
 
이제 저렇게 자료를 모은 뒤에 어찌어찌해서 한다고 결정이 나면 감차는 어떻게 하느냐? 국가에서 택시면허를 사가지고 없앤다고 말하더라. 기사님들에겐 보상금 즉, 면허 값을 받게한다는 것.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쉽지않은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국토부에서 지자체에게 지원금을 쏴준다고 하더라. (택시면허 살 때의 일정 금액) 그게 얼만지 들어보니 기가 막히더라. 대당 350만 원으로 줬다는데 물어보니 택시면허 가격이 약 9000만 원 정도 한다하더라. (물론 지역, 사람마다 다르다.) 나머지는 지자체가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만약 100대 정도 감차한다고 치자. 나머지 86억 5천만 원은 지자체가 부담하는 거다.

너무 많은 부담이다. 그래서 계속 운행하는 택시들의 유류보조금 거기서 몇 % 떼서 기금을 따로 만들어 보탠다고 하던데, 아무튼 이거 어려워 보인다. 돈도 많이 들고 만약 그렇게 한다고 해도 보상금이 양도-양수 시 실거래가격으로 따졌을 때 기사님들 스스로가 만족을 해야 하는데, 과연?  연구원 직원 역시 가능성이 낮다고 말하더라.
 
그리고 감차를 하게 될 경우 대상 선정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이걸 직접 물어보기는 초큼 거시기해서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래서 찾아봤다. 택시감차를 신청한 자 중에서 질병 등으로 인해 택시영업을 못하게 된 자와 연장자 순으로 대상자를 선발한다고 하더라. 즉, 지원자를 받는다는 건데 만약 감차를 해야 하는 숫자에 비해 지원자 수가 턱없이 모자랄 경우는 어떻게 하나? 국가에서 면허를 사서 그 돈을 기사님에게 주는 보상금 방식으로 면허를 줄여나가는 건데 아까 말했듯이 어려워 보인다. 역시 돈 문제는 해결하기 졸라 어렵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다른 도시도 힘들어 보이더라.
 

 
4. 택시기사의 고뇌 
 

2014-09-24_00%3B05%3B21.jpg


만나게 되는 분들에게 물어봤다. 

"장사 잘 되세요?"

"아휴... 손님이 없어...
아침 7시 30분부터 나와서 지금까지 (낮12시) 7천 원 벌었어."
 
미터기에 약 7만 원 넘는 금액이 찍혀있어서

"오늘은 좀 잘 됐나 보네요."

"아휴... 잘 되긴... 없어."

"네?"

"남는 게 없어. 사납금 내고 나면.
11만 원은 벌어야 본전이야. 
7만 원 회사에 주고 점심 저녁 먹고 깨스값 내고 나면 본전이야."

"그면 남는 게 하나도 없 는거 아니에요? "

"그런 거지..."

어떤 기사님은 하루 종일 했는데도 5만 원을 벌었다고 했다. 법인택시라서 자기돈 까서 사납금 채워야 된다더라. '막말로 2~3만 원만 회사에 쏴줘도 지들은 남는 게 있을 텐데'라고 하는 기사님도 있었고.
 
"기사님, 사납금은 왜 그렇게 비싼 거죠?"

"뭐, 물가도 오르고 기름값, 깨스값 오르고 하니까 비싸지고 하는 것 같은데."

어떤 분에게는 다음과 같이 물어봤다.

"기사님 궁금해서 그런데 사납금을 낮추기 위한 어떤 파업이라든지 그런 활동은...?"

"모래알 조직이야. 
우리도 노조 같은 게 있는데, 위에 있는 사람들은 회사랑 결탁이 돼서 
영향력도 크지 않고 단합도 잘 안되고 완전 모래알이야."

"사납금은 지역마다, 회사마다 다 다르죠?"

"그렇지.
(집에서 관련 자료 찾아보다가 12년도 기준으로 12만 원 정도의 사납금이 있다고 한 뉴스 기사를 봤다.)
워낙 손님은 없고 하니까 그냥 손님 찾으러 돌아다니면서 기름/깨스 쓰는 것보다
터미널이나 백화점 앞에 순번 기다리면서 손님 태우고 가는 게 나을 때도 있어.
근데 우리가 터미널에서 줄 서있으면 단속 뜨고 골치 아파. 대책 좀 세워주지."
(사실 이런 부분 때문에 감차를 하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이분들도 그게 불법인 건 안다. 근데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돌아다니다 기름/깨스만 쓰게 되니 스스로도 답답한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 동네에 택시 전용 승강장이 따로 있어서 거기에 사람들이 많은 것도 아니고. 남들은 길을 가다가 택시를 욕한다. 하지만 별다른 해결책이 없고 동네든 시내든 사람이 워낙 없으니 그분들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게 아닐까? 저분들 모두가 게으르다? 글쎄. 모두가 사정이 있듯이 겉만 보고 판단하지는 말자. 이제부터.
 


5. 편의점 알바보다 못하다 

이 조사를 하기 전부터 난 아주 단순하게 택시요금이 오르면 기사님들이 더 많이 버는 줄 알았다. 그냥 그렇게 생각했다. 이제 생각해보니 아니다. 요금이 오르면 오를수록 사람들은 값싼 시내버스를 타고 다닌다. 결국 택시를 타고자 하는 수요는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택시 기사님들 입장에서는 힘들게 된다. 물어봤더니 기사님들 대부분이 그러더라. 그냥 막 비싸지면 오히려 좋은 게 없다고. 적정선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우린 기본 2800원이다.
 

그리고 조사를 하게 되면서 기사분들이 이거 "왜 하냐고" 물을 때마다 난 내가 알고 있는 선에서 다 말해줬다. 미터기 안에 있는 데이터를 복사해서 '시'에서 용역 받아서 조사하고 있는 연구원 측에서 평균을 내고 나서 가공된 자료들을 '시'에 넘겨주면 '시'에서는 택시가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따지게 될 거라고. 증차냐, 감차냐 말이다. 모든 기사분들은 택시가 많은 걸 알고 있으니 감차라고 생각을 하더라. 그래서 민감해하는 분들도 계셨다. 그럴 수 밖에 없다. 돈을 벌든 말든 일단 당장 할 일 자체가 없어지기 때문에 두려운 거다. 이거 역시 괴로움이다.
  
조사를 하다 보니 택시들이 너무 안 오니까 '시'에서 독촉 문자를 넣었던 것 같다. 

'안 가면 불이익이 있다, 참석하기 바람.' 

이런 식의 공무원들의 일처리? 역시 그네 누나의, 아니, 공주님 아래에서 일하는 분덜 답다. 자기들 딴에는 저렇게 문자 보내면 독촉효과가 있을 것 같으니 저리 보낸듯하다. 

기사님들 입장에선 황당하지 않나. 무작위로 선발된 것 뿐인데. 안 가면 불이익이라니. 기사님 몇몇 분은 빡쳐서 '시'에 전화하고 그랬었지. 아무튼 일처리 하는 방식은 그리 좋아보이지 않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말이 있다.

"편의점 알바보다 못하다" 

이외에도 좀 더 쓰고픈 말이 있지만 글빨이 저질이라 더 이상의 저질은 님덜에게 보여주지 않는 게 서로에게 좋을듯해서, 이만 물러난다.
 
 
 



 
.

 
 





정체불명 불안해하지마

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