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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로라는 사람이 내린 진시황제에 대한 평가가 <사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이 되어 있어.

 

진왕(시황제)은 높은 코에 길게 찢어준 눈을 가지고 있다. 또한 매의 가슴과 승냥이의 목소리, 호랑이의 잔인함을 가지고 있다. 나 같이 관직에 있지도 않은 사람에게도 자신에게 필요한 경우 스스로를 내릴 줄 안다. 천하는 모두 그의 포로가 될 것이다. 그와 함께 공존할 수 없다.

 

진왕이 왕위에 올랐을 때, 진나라는 전국 칠웅 중 이미 최강의 전력을 갖추고 있었어. 하지만, 막강한 전력에도 불구하고 진나라에 의한 천하통일이 기정사실화 될 정도의 전력 차이는 아니었어. 이 당시 나머지 나라의 백성들은 진나라에게 무릎을 꿇느니 강물에 몸을 던지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반진 감정이 극에 달했어. 하지만 대세를 거를 수는 없었고, 나머지 6개 나라가 하나씩 진나라 앞에 무릎을 꿇고 있을 때, 진나라의 킹 진왕(시황제)에 대한 암살 프로젝트가 있었으니!

 

진왕(시황제)이 통치하고 있는 진나라에는 연나라의 태자 단이 인질로 체류하고 있었어. 바로 이 자가 진왕(시황제) 암살 프로젝트의 설계자야. 그런데 연나라의 태자 단과 진왕은 유년시절에 조나라에서 인질로 어려운 시절을 함께 보냈어. 이런 연유로 둘은 묘한 동지애를 공유하고 있어, 라고 한 사람만 생각하고 있었어. 연나라 태자 단은 성인이 되어서 왕 vs 인질로 재회하게 되었을 때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진왕을 대했어. 하지만 진왕은 자신의 흑역사를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어. 추억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각인 되는 법이니까 말이야

 

“아이고! 브로! 우리가 이렇게 다시 만날 줄 몰랐어. 코흘리개 시절에 콩 한 쪽도 나눠 먹으며 견딘 보람이 있구먼. 자네 아주 멋있어졌어! 카메라 마사지 받은 사람처럼 말이야. 왕이 좀 피곤해도 할 만하지?”

 

진왕이 찢어진 눈을 치켜세우자 진나라의 대신들이 태자 단에게 왕에 대한 예우를 갖출 것을 요구했어.

 

“이런 무엄한 것들을 보았나? 나와 너희 왕은 어린 시절 생사고락을 함께 한 사이다. 내 지금은 비록 전략적 인질로 이렇게 너희 진나라에 매인 몸이지만, 너희 왕과 나는 보통 사이가 아니다. 안 그런가? 정!”

 

하지만, 연나라의 태자 단이 어린 시절 알던 진왕의 순수한 눈빛은 사라진 지 오래야. 매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진왕은 냉정히 돌아서며 한 마디를 던질 뿐이었어.

 

“개나 소나 과거의 작은 인연을 들이미는데 가소롭기가 그지 없구나. 내 어린 시절의 정을 생각하여 너를 오늘은 특별히 용서해 주겠다. 인질이면 인질답게 조용히 찌그려져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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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자 단은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진왕을 절대 용서할 수 없게 되었어.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하지만, 현실은 진왕에게 인질로 잡혀있는 신세일 뿐이야. 이 일이 있은 후 태자 단의 모국인 연나라에서 인질의 교체를 요구해왔지만, 진왕이 이를 거절 함으로써 둘의 사이는 돌이킬 수 없게 되었어. 사실 둘의 지위가 비슷해야 어느 한 쪽이 손을 내밀거나 화해를 하는데 이 둘은 그냥 태자 단이 죽을 날만 기다리게 된 상황이었어. 자존심 싸움 이전에 단은 목숨을 걱정할 처지였던 거지. 이때 태자 단의 집에 연기처럼 스며드니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는 다름 아닌 해외 망명 전문 브로커였어.

 

“태자님! 지금이 진나라를 탈출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대로 앉아서 어린 시절 친구에게 목을 내놓을 작정은 아니시지요?”

 

“항상 이곳 진나라를 탈출할 기회만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번어기 장군 수배령이 내려져서 온 나라에 데프콘 1 발령 상태인데 무슨 소리냐?”

 

“태자님께서는 뉴스의 이면을 못 보시는군요. 지금 진 나라의 전 병력이 오직 번어기 장군 검거령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다른 블랙 리스트 대상자에 대해서는 감시가 소홀해진 상태다, 이 말씀입니다.”

 

진나라의 장군 번어기가 누구냐? 한 때 잘나가던 장군이었지만 지금은 진왕의 눈밖에 남으로써 그의 가족은 이미 모두 연행된 상태였고, 자신은 해외로 망명을 하기 위해 모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어.

 

‘그래. 여기서 더 이상 머물다가는 태자의 자리도 다른 형제에게 넘어 갈 상황이다. 내가 탈출만 하면 진 왕 네 놈을 반드시!’

 

연나라 태자 단은 이 브로커에게 모든 걸 맡긴 결과, 무사히 탈출에 성공 할 수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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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적국의 인질, 그것도 태자가 연기처럼 사라지자 진왕은 대노하였고, 전군을 비롯한 검경의 고위관리들까지 오금을 저렸어.

 

“지금 진행 중인 모든 작전을 중지하고 연나라 태자 단 검거에 포커스를 맞춰라! 실패 할 시에는 보직해임이 아니라 생매장 당할 수도 있다.”

 

이렇게 온 나라가 태자 단의 검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 태자 단을 탈출시킨 망명전문 브로커는 이번에는 안가에 숨겨둔 번어기 장군을 찾아갔어.

 

“장군님. 제 사전에 불가능한 작전은 없다고 말씀 드렸죠? 이제 장군님이 탈출하실 차례입니다.”

 

이렇게 번어기 장군도 브로커 잘 만난 덕에 태자 단의 모국인 연나라로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어. 진왕을 피해 연나라에서 다시 만난 둘은 브로커를 위해 건배 한 잔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연나라에서는 번어기 장군의 망명을 달가워하지 않았어. 다른 나라로 보내버리던지 진나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신하들의 상소가 끓이질 않았어. 그럴 때마다 태자 단이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하며 나섰어.

 

“아놔. 저 양반 저. 같은 브로커를 두고 있어서 그러는 건가? 지금 사사로운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닌데 말이지. 지금 대세는 진나라인데, 진왕이 눈에 불을 켜고 찾고 있는 번어기 같은 장군을 품고 가자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그러게나 말일세. 진왕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더 그러는 거 같은데, 찌리사에 의하면 궤책이 있다고도 하던데 말이야.”

 

태자 단이 가지고 있던 궤책은 진왕(시황제) 암살 계획이었어. 그는 태자의 개인교사인 태부에게 협객 전광을 추천받았고, 그믐날 밤 독대를 하게 되었어.

 

“하늘 아래 태양이 둘일 수는 없겠지요?”

 

“하오나, 하나의 태양은 진으로 기울고 있습니다. 대세를 거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소. 허나...”

 

“알겠습니다. 소인은 이미 너무 늙었으나, 적당한 인물을 알고 있습니다.”

 

“흠. 전광선생! 이 일은 기밀 유지가 최우선이요. 내 말뜻을...”

 

전광선생은 지체 없이 자객 형가를 찾아가서 태자 단의 궤책을 전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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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가

 

“선생께서 결국 저를 추천 하셨군요. 감사합니다.”

 

“이 작전은 성공한다고 해도, 살아 돌아 올 수 없다는 것은 알고 계시지요?”

 

“진왕을 베고서 살아오기를 바란다면 이미 실패한 작전입니다.”

 

“그리고, 이 작전의 성공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것은 철저한 기밀유지입니다. 저는 제 칼로 자결을 하오니, 부디 꼭 성공해서 저승에서 축배를 듭시다.”

 

전광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결을 하였고, 절친이 죽음으로써 전의를 다지니 자객 형가도 마음을 더욱 굳게 다지게 되었어.

 

기원전 228년 자객 형가와 연나라 태자 단이 드디어 만나게 되었어.

 

“이미 2년 전 한나라까지 진나라에 의해 무너졌소이다. 이제 진 왕의 칼은 우리 연나라를 향하고 있소.”

 

“진왕을 찌르기 위해서는 먼저 그를 만나야 합니다. 그를 만나기 위해서는 2가지가 필요합니다. 먼저 독항의 지도입니다.”

 

이 당시 특정 지역의 지도를 바친다는 것은 그 땅 자체를 바친다는 것을 의미했어.

 

“문제없소. 진왕만 잡을 수 있다면야. 다음은 무엇이요?”

 

“태자님과 같은 브로커를 두고 진 나라에서 탈출한 번어기 장군의 목을 가져가야 할 것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진왕을 피해 우리 나라로 망명한 인재의 목을 진왕에게 바친다니. 지금 제 정신이요?”

 

“그럼 이번 프로젝트는 론칭할 수가 없습니다. 진왕이 완전히 속아 넘어 갈 만한! 그 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정도의 선물은 번어기 장군의 목뿐입니다. 진왕은 아직도 번어기 장군 이야기만 나오면 노발대발 한다고 하옵니다. 대안이 없습니다. 번어기 장군에게는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그 밤이 지나기 전 형가는 번어기 장군을 찾아갔고, 자초지정을 채 설명하기도 전에 번 장군이 말을 꺼냈어.

 

“내가 왜 진작에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부끄럽구려. 진왕을 만날 수 있는 최고의 미끼는 바로 내 머리인데 말이요. 허허허. 이제야 나 때문에 먼저 떠난 가족들을 저승에서 마음 편히 만날 수 있겠소이다.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오.”

 

번 장군은 주저 없이 스스로 자신의 목을 베었고 이로 인해서 진 왕을 만나기도 전에 번 장군과 전광선생까지 목숨을 바치게 되었어.

 

얼마 후, 번어기 장군의 목과 지도를 밀봉된 상자에 넣고 눈물의 출정식이 열렸어. 이 프로젝트의 설계자 태자 단과 극소수의 인원만이 소복을 입고 도열한 가운데, 형가가 애절하기로 김범수의 ‘보고 싶다’를 능가한다는 역수가를 불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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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소소하고 역수는 차다. 장사 한 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고대 중국 최고의 자객 형가를 떠나보내며, 태자 단도 울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 이들을 뒤로 하고, 떠나는 형가는 자신의 조수로 태자 단이 붙여준 진무양을 바라보며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었어.

 

“나리. 저를 힘만 센 무식한 놈으로 오판하지 마십시오. 저는 10살이 되기도 전에 사람을 죽여 본 놈입니다. 전 타고난 킬러 입니다요. 진왕의 목은 반드시 제가 따겠으니 나리는 그저 로비나 잘 해 주십시오.”

 

‘이 자는 내가 찾던 자가 아니다. 이자는 그저 포악한 장사일 뿐이다. 암살에는 담대함이 더 중요한 것을. 이자는 담대함이 결여되어 있는 분노조절 장애자일 뿐이로구나.’

 

진 나라에 도착 후 형가는 로비 자금을 적절히 활용하여, 마침내 함양 궁에서 진왕을 만나게 되었어. 형가는 오랜 수련과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함양 궁에 들어선 후에도 마음에 작은 흔들림 조차 없었어. 하지만 그의 조수, 아니 분노조절 장애자는 궁에 들어서자 마자 마치 암살하려다 걸린 사람처럼 온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어. 이를 수상히 여긴 진왕의 경호팀에서 그의 몸을 수색하기 시작했어.

 

“어이! 촌뜨기? 왜 이렇게 떨어? 대 진나라의 왕을 알현하니 떨리는 건 이해는 하지만 이전 너무 지나치게 떠는데? 꼭 왕 암살 계획이라도 가진 사람처럼 말이야. 낄낄낄

 

“무엄하도다. 감히 진 나라의 대왕에게 바칠 하사품을 그대들이 먼저 확인을 하겠다는 건가? 저자는 나의 보조인데 워낙 담이 약한 자라 저리 떨고 있는 것이다.”

 

형가가 단호하게 경호 팀 앞에 나서니 그들도 수색을 멈출 수밖에 없었어.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고 드디어 형가는 진왕 앞에 다다르게 되었어.

 

“네 놈들이 나에게 바칠 땅이 그려진 지도를 어디 꺼내 보거라. 어차피 내가 곧 다 점령하게 될 테지만 말이다.”

 

형가는 두루마리로 싸여진 지도를 천천히 펼치기 시작했어. 두루마리의 끝에는 치명적인 독이 입혀져 -스치기만 해도- 사망에 이르게 되는 명검이 있었어. 두루마리 지도가 펼쳐지기까지 몇 초의 시간이었지만 형가는 시간의 흐름이 왜곡되는 느낌을 받았어.

 

‘팔만 뻗으면 진왕을 잡을 수 있는 거리이다. 두루마리 끝에 비수를 오른손으로 잡음과 동시에 왼손으로 진왕의 옷을 잡고 내 쪽으로 당긴 후...’

 

형가가 두루마리 끝에 놓인 단검을 오른손에 잡음과 동시에 진왕이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물렸어. 형가도 재빨리 왼손으로 진왕의 옷을 잡았지만, 옷이 찢어지면서 진왕이 뒤로 넘어졌어. 양쪽이 다시 일어난 후에 광경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큰 기둥을 사이에 두고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형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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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왕의 경호병력은 어딜 갔냐고? 진나라의 법률은 너무도 엄격하여 왕이 있는 곳에 그 어떤 누구도 무기를 휴대 할 수가 없었어. 또한 최고의 무장 근위병들은 궁 밖에서 대기 중이었고, 왕의 명령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었어. 이 넓은 공간에서 단검을 가진 최고의 자객과 장검을 가진 진왕만이 문제를 해결 할 수가 있었어. 진왕은 생각지도 못한 암살 시도에 당황한 나머지 허리에 차고 있던 긴 칼을 빼지도 못하고, 형가의 공격을 피하고만 있었어.

 

일촉즉발 위기의 순간에 신하 하나가 손에 잡히는 대로 물건을 형가에게 집어 던졌고, 이게 명중되며 진왕에게 찰나의 시간을 벌어줬어. 이틈을 이용해 진왕은 장검을 마침내 뽑아 들고 형가를 공격하기 시작했어. 최고의 자객이 가진 맹독 덧칠 된 단검도 진왕의 장검과 승부가 되지를 않았어. 형가는 진왕의 장검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지고 말았어. 형가의 조수-분노조절 장애자-는 바닥에 엎드린 채 일어나지도 못하고 있었어. 쓰러져 있는 형가에게 진왕이 다가가서 물었어.

 

“지도가 펼쳐졌을 때 충분히 나를 찌를 수 있었는데 왜 그리하지 않았느냐? 여기까지 온 너를 망설이게 한 것이 무엇이냐?”

 

“너를 인질로 잡아 빼앗긴 우리의 강토를 되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이 패착이었다. 그대로 너를 찔렀어야 하는데, 아무 미련이 없다. 어서 베어라.”

 

“모르는 소리! 진짜 패착이 무엇인지 아느냐? 아무리 천하가 어지럽다고 해도, 이 따위 테러로 대세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냐? 암살 프로젝트 자체가 패착이었다. 어리석은 놈들. 어차피 천하는 나의 손에 의해서 통일이 될 것이다.”

 

진왕은 이렇게 암살 고비를 넘기고, 그의 말대로 500여년간 이어지던 춘추전국 시대를 그의 손으로 마무리 지었어.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제라는 네이밍을 셀프로 하사하였어. 이상이 진왕이 진시황제라 불리기 이전의 암살에 대한 이야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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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6일, 저자가 국가보훈처 주최 행사 패널로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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