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0년대를 살아온 올드게이머들이라면 ‘콘솔게임’이란 단어에서 플라스틱으로 만든 네모난 콘솔 기기와 팩 또는 카트리지방식, CD나 DVD등의 디스크로 된 패키지 게임을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실제로 만질 수 있고, 눈에 보이는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 유형의 기기와 게임 타이틀들 말이다.
그런 인식을 바꾼 것이 스팀으로 대표되는 다운로드 방식의 PC게임 플랫폼과 소니, MS가 만들어낸 온라인 스토어다. 지금에 와서는 ‘게임을 산다’라고 하면 실물 패키지 형태의 게임보다 다운로드 형태의 게임들이 더 익숙해져 있을 정도이다.
처음 다운로드 방식의 게임 판매가 시작되었을 때만 해도 게이머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무형의 소프트웨어에 돈을 지불하는 것을 꺼려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직접 패키지를 사서 모으고, 책장 한편에 소장해 두면서 뿌듯해 하곤 했었는데, 그런 즐거움이 단지 모니터 화면 속에 있는 라이브러리에 제목만 적혀있는 상태로 바뀌었으니, 과연 그것이 ‘나의 소유물’이 맞는지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만도 하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것을 증명하듯 최근 10년 사이에 게임의 다운로드 판매량은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다운로드 판매량은 전통적인 패키지 판매량을 턱밑까지 쫓고 있고, 기존의 유통체계는 생존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단계까지 와있다. 이런 게임 유통체계의 변화에 또 한 번의 대격변이 준비되고 있으니, 바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유튜브, 넷플릭스, 왓챠, 옥수수 등을 통해 소비자들은 영화나 드라마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 따로 다운로드를 받거나 별도의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을 설치할 필요도 없고, PC나 태블릿, 휴대폰, TV 등 어디에서나 바로 시청이 가능한 만큼, 그 편리함이란, 한 번도 안 써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렇게 스트리밍 서비스가 가능해지게 된 것은 컨텐츠를 제공하는 회사의 기술적인 성장도 있지만, 처음 인터넷이 시작된 이후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통신 속도의 영향이 더 크다. 스트리밍 서비스가 처음 시작되던 때만 해도 벅스나 멜론 등 저용량의 MP3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가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는 인터넷 속도의 발전에 따라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통해 고화질 동영상까지 실시간 전송이 가능해졌다.
이런 흐름에 맞춰, 게임 업계에서도 몇 년 전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했다. 국내에선 LG가 스마트TV 및 유선 인터넷망을 통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도했었고, PC에선 그래픽카드 제작사인 NVIDIA가 2017년부터 지포스 나우(GEFORCE NOW)라는 PC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다. 콘솔 게임계에서는 소니가 PS NOW라는 이름으로 PS3의 게임을 스트리밍을 통해서 플레이스테이션4(이하 PS4)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PS NOW의 경우, 아직 국내는 서비스되지 않고 있고, 몇 년이나 전에 나온 구세대의 게임을 현세대기에서, 그것도 스트리밍을 통해서 플레이하는 것이라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국내 기준으로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PS4와 PS vita간의 리모트 플레이였다. 리모트 플레이는 자신의 PS4에서 게임을 실행시키고, 그것을 인터넷으로 스트리밍해 PS vita에서 그대로 플레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현재는 윈도우나 모바일에서도 가능해졌다. PS4의 패드를 연결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된 만큼 회선만 받쳐주면, 어디서나 플레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콘솔게임기인 엑스박스원 역시 윈도우10과 연계된 스트리밍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PC나 노트북, 서피스 등 윈도우10 기반의 어떤 기기든 엑스박스 앱을 설치하기만 하면, 언제 어디서든 엑스박스원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다. 자신의 기기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구독료 등의 추가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고.
다만, 게임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음악이나 영상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달리 아직까지 보편화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스트리밍 과정에서 생기는 화질의 열화와, 스트리밍에 따른 딜레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음악이나 영상의 경우, 인터넷 회선이 불안정하거나 속도가 느리더라도 일정 용량을 미리 다운받아 두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게임의 경우 항상 실시간으로 게임화면을 유저에게 보내줘야만 한다.
또, 다운로드만 받으면 되는 동영상 스트리밍과 달리, 게임은 게이머가 하는 조작을 실시간으로 전송해서 보내는 업로드도 필요하다. 즉, 유저가 지금 A버튼을 누른다고 했을 때 그 신호를 기기에 전달하고, 그것이 반영되어 움직이는 화면을 다시 유저에게 보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시간차가 발생한다. 이것을 흔히 인풋렉(Input Lag) 또는 딜레이라고 한다.
시뮬레이션이나 턴제 RPG와 같이 빠른 반응속도가 필요 없는 게임장르에선 약간의 딜레이가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지만, FPS나 레이싱, 대전격투 등과 같이 빠른 조작이 필요한 게임에서, 인풋렉은 치명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에 아직까지 스트리밍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 상식을 깨기 위해 나온 것이 바로 올해 GDC에서 발표한 구글의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스태디아(STADIA)’다. 스태디아는 클라우드 방식을 사용하여 마치 넷플릭스와 같이 PC, 태블릿, 모바일 등 어떤 기기에서든지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주는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다.
과연, 구글의 스태디아가 게이머들의 기대처럼 스트리밍 시대를 가능하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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