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0. 대공황의 미국 어딘가에서

1. 이슈, 볼륨, 코믹스

2. 빅뱅과 골든 에이지 : 2차대전

3. 냉전과 실버 에이지 : 냉전, SF, 민권 운동, 베트남전

4. 중간기 혹은 브론즈 에이지 : 오리엔탈리즘, 탄압에서의 탈출, 안티 히어로

5. 모던 에이지 혹은 현재 : 영상화, 시빌 워, 9.11테러, 애국법, 소수자

6. 누구보다 빠른

 

 

 

2. 빅뱅과 골든 에이지 (1)

 

 

제리 시걸과 슈스터

 

1932, 클리브랜드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친구가 있었다. 제리 시걸은 영화, 펄프 픽션, 코믹 스트립, SF 팬이었고, 취미를 공유하는 슈스터라는 동창이 있었다. 졸업 시걸은 작가를 지망했고 자비출판으로 SF잡지를 만들어 자신의 소설을 실었다. 슈스터는 친구의 소설에 삽화를 그려주며 일러스트레이터로 성장했다.

 

1933, 제리 시걸은 자신의 잡지인Science Fiction: The Advance Guard of Future Civilization” - 번역하면과학 소설: 미래 문명의 사전 경고” - 자신이 단편을 하나 실었다. 제목은초인의 통치 The Reign of the Superman였다. Bill Dunn 이라는 과학자가 모종의 약물을 만들어 스스로에게 사용, 독심술과 정신 조종과 예지 능력을 얻어서 악용한다는 이야기였다. 슈스터가 그린 삽화에는 던이 민머리로 등장한다. 그래서 후일 슈퍼맨의 주요 인물인 렉스 루터 Lex Luther  원형으로 여겨진다.

 

수퍼히어로통사_2_1_초인의지배_1933.jpg

Jerry Siegel, The Reign of the Superman, Science Fiction: The Advance Guard of Future Civilization #3, 1933 1

단편 소설은 허버트 S. 파인 Herbert S. Fine 이라는 펜네임으로 발표됐다.

 

시걸과 슈스터 듀오의 바람과는 달리, 싸구려 동인지에 가까운 잡지는 주류 시장에 끼지 못했다. 그래서 둘은 신문의 코믹 스트립 시장으로 진출해보려 자신들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원고를 들고 사람들을 찾아갔다. 출판 만화 시장이 시작되어 코믹 스트립 조합들이 신문과 출판 시장의 유통 권력을 얻고 있던 시점이었으니, 조합에 가서 편집자들을 만나는 식이었다. 시걸이 준비한 장르는 모험물과 코미디물이었고, 반응은 좋지 않았다. 시걸의 회상에 따르면, 자신들이 가져간 코믹 스트립은 기존의 경향과는 약간 다른 방향이었고 그래서 편집자들은스펙타클한 요소가 없어서 별로 흥행하지 못할 이라고 부정적 평을 했다고 한다. 이에 속이 뒤틀린 시걸은 제대로 스펙타클한 캐릭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시걸의 아버지는 시걸이 17세일 강도로 인해 사망했다. 시걸은 시절의 기억에서, 누구나 구원할 있는 강력한 영웅 캐릭터를 구상했다. 초월적인 완력과 방탄 피부를 가지고 계열의 악당 과학자 캐릭터에 맞서 싸우는 영웅 캐릭터였다. 이름은 니체의 철학에서 가져온 것으로 강하게 추정된다.

 

니체의 세계관에서, 인간은 위버멘쉬 Übermensch 라는 존재의 경지로 진보해가는 존재다. 위버멘쉬의 개념은 완성된 인간으로서, 삶을 긍정하고 세계의 부조리를 뛰어넘어 나은 단계를 지향하는 인간상이다.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초인(超人)으로 번역해왔지만, 이럴 경우엔 니체가 부정하고 싶어했던 초월성이 강조되어 개념의 오해가 생기게 된다. 그래서 최근 제시된 번역어는 극복인(克服人)이다. 영어에서도 위버멘쉬는 초인이라는 의미가 강조된 Superman, 극복인의 의미가 조금 들어갔지만 여전히어떤 경지를 넘어간 사람 의미가 강한 Overman으로 번역되곤 했다. 이런 오역의 자장 아래에 있었을 제리 시걸은, 새로운 컨셉의 영웅 캐릭터의 이름으로 수퍼맨을 골랐다. 신체적 측면에서는 초월적이고, 윤리적 측면에서는 완성된 초인이었다. 비록 오독에서 출발한 것으로 보이는 명명(命名)이었지만, 후세의 작가들이 수퍼맨을 니체의 위버멘쉬에 가깝게 묘사해가고 있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이렇게 수퍼맨의 프로토타입이 구상되었다. 하지만 아직 코스튬은 디자인되지 않았고, 프로토타입 수퍼맨은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얼마 후의 버전에서는 망토를 두르긴 했지만, 여전히 프로토타입은 여전히 시장에 데뷔하지 못했다.

 

 

 

고난의 행군

 

1933 4, 신문 지면을 포기한 사람은 직접 출판사들에 접촉했다. 그들의 프로토타입 수퍼맨 원고를 처음 받아준 출판사는 시카고에 위치한 출판사였다. 출판사는 탐정 : 비밀 작전 번호 48 Detective Dan: Secret Operative No. 48 이라는 코믹 스트립의 단행본을 출판한 참이었다. 코믹스의 시대가 열리기 직전이었기에 표지에는 카툰이라고 적혀있었고, 구성 또한 코믹스 직전의 단계인 코믹 스트립의 타블로이드판 형태였다. Famous Funnies  성공 이전이었기에 출판사 입장에서는 모험이었다. 탐정 댄의 단행본은 초기에는 팔려나갔고, 그래서 사람은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탐정 댄과 유사한 스타일로 수퍼맨 원고를 만들었다. 하지만 갑자기 탐정 댄의 판매량이 급감해버리자 출판사는 수퍼맨의 출판을 취소해버렸다. 제리 시걸은 상처를 받았다.

 

수퍼히어로통사_2_1_수퍼맨1933.png

1933, 출판이 취소된 버전의 수퍼맨 표지.

 

시걸은 실패의 원인을 자신들이 어린 무명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고, 최소한 명이라도 유명한 작가라면 출판사는 몰라도 조합은 받아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슈스터 몰래 다른 유명 그림작가들과의 접촉을 시작했다.

 

처음 시걸에게 회신을 코믹 스트립 작가는 레오 오밀리아 Leo O’Mealia 였다. 아시아계 악당 캐릭터의 원형을 보여준 만추 Fu Manchu 시리즈에 참여한 있는 유명 작가는 시걸의 원고를 받아 그림 원고를 만들었다. 버전의 수퍼맨은 멸망 직전의 지구에서 과거로 탈출한 초능력자였다. 오밀리아는 신문 조합에 연재 신청을 했지만 신청은 반려되었고, 오밀리아는 쿨하게 포기했다. 얼마나 쿨했냐면, 완성된 원고를 시걸에게 보여주지도 않았다. 파기했거나 기억에서 지워버린 것으로 추정된다. 1934 6월에는 시카고에 사는 러셀 키튼 Russel Keaton  회신을 보내왔다. 로저스 Buck Rogers 라는 전설적인 코믹 스트립에 참여했던 그림작가도 시걸의 원고로 편을 그려냈다. 버전의 수퍼맨은 성인이 아닌 아이 상태에서 과거의 지구로 왔고, 그래서 그를 입양한 가족으로부터 클라크 켄트 Clark Kent 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는 스토리가 추가되었다. 키튼의 원고는 11월에 완성되었고, 역시 신문 조합에 연재 신청을 넣었지만 반려되었고, 키튼 또한 쿨하게 프로젝트를 포기했다. 키튼 버전의 원고 역시 현재는 유실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자기 유명세와 커리어가 있는 작가들은 시걸과 달리 수퍼맨 캐릭터에 절박함이 없었다. 시걸은 자신과 똑같이 절박한 그림작가는 친구인 슈스터임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슈스터도 친구의 외도(?) 알아버렸다. 슈스터는 그동안 둘이서 함께 만들었던 수퍼맨의 설정 원고들을 모조리 불태워버리는 것으로 분노를 표현했다. 그래서 프로토타입 원고들은 현재 표지 정도만이 남아있고, 내용은 사람의 회고로만 있다.

 

1934 말에 재결합한 듀오는 수퍼맨의 설정을 구체화시켰다. 이제 클라크 켄트수퍼맨은 가슴에 S자가 그려진 스판덱스 코스튬을 입게 되었다. 출신은 멸망한 미래 지구가 아닌 멸망한 외계 행성 크립톤 Krypton 으로 바뀌었다. 위장 신분용으로 기자 직업도 생겼고, 자신이 수퍼맨임을 모르지만 수퍼맨의 활동을 지지하는 동료 기자인 로이스 레인 Lois Lane  얻었다. 현재의 수퍼맨 설정의 대부분이 1934~35 동안 만들어졌다. 조합에는 정나미가 떨어진 시걸과 슈스터가 설정을 들고 다른 출판사를 찾아가 이런 식으로 말했다.

 

저희는 코믹 스트립을 만들고 싶어하는 작가들입니다. 요즘은 코믹스라고 부른다면서요? 괜찮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관심 있으신가요?”

 

코믹스라는 시장에 발을 내디딘 신생 출판사,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즈는 관심이 있었다.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즈

 

말콤 휠러-니콜슨 Malcolm Wheeler-Nicholson 이라는 퇴역 군인이 있었다. 1890년에 태어나 육군 기병대에서 복무한 휠러-니콜슨은 당시 최연소 소령 진급 등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천성이 낙천적인 사고뭉치였던 같다. 그의 커리어는 상관과의 갈등, 상관과의 법적 공방, 필화 사건에 의한 군사법정 회부, 암살 시도에 의한 피격, 민사 소송 패소 등으로 얼룩져있고, 1923년에 33세의 나이로 사실상 불명예제대 했다. 낙천적인 휠러-니콜슨은 호구지책을 위해 작가로 빠르게 전업했다. 주된 소재는 경험을 활용한 군사 소설과 모험 소설이었다. 그의 작가 커리어는 성공은 아니었지만 망할 정도는 아니었고, 그래서 본인 소유의 작은 출판사를 차리기도 했다. 그러던 그는 1933, Famous Funnies  필두로 출판 만화 시장의 등장과 성장을 보게 되었다.

 

수퍼히어로통사_2_1_말콤휠러니콜슨.jpg

DC 코믹스의 전신인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즈의 창립자, 말콤 휠러-니콜슨의 군시절

 

코믹스의 시대를 예감했는지 휠러-니콜슨은 다음 해인 1934,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즈라는 코믹스 전문 출판사를 창업해 New Fun: The Big Comic Magazine 이라는 잡지를 1935 2월부터 발간했다. 잡지는 이전의 코믹스 잡지의 이슈와는 달리 기존에 존재하던 코믹 스트립 작품을 코믹스화하지 않았다. New Fun  실린 코믹 스트립 형식의 만화들은 잡지에서 선을 보이는 오리지널 컨텐츠였다. 같은 12월에는 New Comics 라는 잡지도 추가로 런칭했다. 따라서 내셔널 얼라이드는 작가들이 필요한 참이었다. 그래서 원고를 들고 찾아온 시걸과 슈스터는 일자리를 얻었고, New Fun  New Comics  만화를 연재할 있었지만, 하지만 아직 수퍼맨 원고는 빛을 보지 못했다.

 

둘은 일단 다른 캐릭터부터 데뷔시켰다. 당시 만들었던 캐릭터 닥터 오컬트 Doctor Occult 라는 초자연 현상 탐정 캐릭터는 지금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DC코믹스에서 조연급으로 사용하는 캐릭터로 남아 있다. 수퍼맨이 뒷전으로 갔던 이유는 간단하다. 사장과 회사를 믿을 수가 없어서였다.

 

모험심 넘치는 휠러-니콜슨의 경영은 지나치게 공격적이었고, 험난했다. 기존에 유명한 컨텐츠를 다루는 것도 아니고, 유명한 조합에 가입한 회사도 아니니, 안정적인 가판대 유통망을 잡기엔 힘이 부쳤다.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간신히 헤쳐나가는 생활을 40대에 맞은 퇴역 소령 작가는 아무래도 사업가 체질은 아니었던 같다. 작가들에 대한 급여가 밀리기 시작하다가 미지급 단계로 넘어가는 일이 늘어났다. 하지만 사고뭉치 휠러-니콜슨 사장은 일을 벌이려 했다.

 

번째로 창간한 디텍티브 코믹스 Detective Comics  1937 3월에 창간했는데, 이상은 여유자금이 없었다. 시장에 대한 노하우와 투자자가 필요했다. 마침 갖고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해리 도넨펠드 Harry Donenfeld  리보위츠 Jack Liebowitz  그들이다. 루마니아계 이민자인 도넨펠드는 잡지와 펄프 픽션 업계에서 커리어를 쌓았고, 우크라이나계 이민자인 리보위츠는 도넨펠드의 오랜 고객의 아들로 도넨펠드의 회계사로 들어가 파트너 지위까지 올라온 젊은 유망주 사업가였다. 사람에겐 돈과 인맥과 경영 노하우가 있었다. 휠러-니콜슨은 도넨펠드와 리보위츠를 동업자로 해서 잡지의 명칭에서 이름을 따온 회사 디텍티브 코믹스 INC. Detective Comics, INC., 통칭 DC 따로 만들어 디텍티브 코믹스를 창간하는 성공했다.

 

수퍼히어로통사_2_1_도넨펠드리보위츠.jpg

해리 도넨펠드() 리보위츠(), DC 코믹스를 있게 경영진

 

하지만 창간만 성공이었다. 내셔널 얼라이드와 DC 경영 상태는 여전히 나빴다. 결국 동업자들은 휠러-니콜슨을 이대로 경영자 자리에 둬서는 되겠다고 판단했다. ‘못한다 못한다 말만 들었지 20세기 미국 만화 시장 버전이다.

 

휠러-니콜슨은 디텍티브 코믹스의 창간을 밀어붙였지만 현금 유동성과 파산의 위기가 끊이지 않자, 1938 아내와 함께 쿠바로 재충전 휴가를 떠났다. 그가 휴가에서 돌아왔을 잠긴 사무실과 경영권 포기 소송이 기다리고 있었다. 소송을 담당한 판사는 하필 도넨펠드의 친구였다. 사실 냉혹한 사업가 도넨펠드는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다. 10 전쯤에도 형들이 운영하던 출판사에 들어가서 끝내는 형을 내쫓고 회사를 장악했던 경험이 있다. 결국 휠러-니콜슨은 이제는 제호명을 More Fun Comics  바꾼 New Fun  지분만을 인정받고 경영권을 넘겨야 했다. 사업가로서 은퇴를 당한 말콤 휠러-니콜슨은 가끔 글을 쓰는 작가로 지내다가 1965년에 뉴욕 아일랜드에서 사망하게 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파산한 내셔널 얼라이드를 DC 인수해 자회사로 삼으면서 도넨펠드와 리보위츠의 반란은 최종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1938년의 DC 아직 어려운 상태였고, 경영자는 휠러-니콜슨이 남겨준 난장판을 수습해나갔다. 도넨펠드는 잡지사 시절의 인맥을 풀가동하면서 유통망을 개척했고, 리보위츠는 회사 내부를 교통정리하면서 컨텐츠를 발굴하는 편집장 역할을 했다.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시걸과 슈스터는 프로 데뷔까지 했는데도 절망에 빠져 있었다.

 

 

 

모두에게 기회가 온다

 

시걸과 슈스터는 입사하던 1935 6월에 이미 수퍼맨의 설정 원고를 휠러-니콜슨에게 보여준 적이 있다. 휠러-니콜슨은 수퍼맨 원고 대신 다른 원고를 출판하기로 결정했고, 수퍼맨의 출판 결정은 10월이 되어서야 승낙했다. 하지만 10월의 시걸과 슈스터는 이미 휠러-니콜슨의 경영 능력에 의문을 품은 뒤였다. New Fun #6  제공한 원고에 대한 급여가 지불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휠러-니콜슨을 무시하고, 다시 스스로 조합 쪽을 뚫어보기로 마음먹은 상태였다. 그래서 Famous Funnies  라이센스를 갖고 있는 조합 하나인 맥클루어 신문 조합 McClure Newspaper Syndicate  원고를 제출했다.

 

한편 리보위츠는 1937 12, 시걸과의 면담 자리에서 액션 코믹스라는 이름의 잡지를 창간할 계획을 말했다. 휠러-니콜슨을 내쫓을 생각을 아직 흉중에 품은 상태였을 것이다. 시걸은 잡지에 실을 만한 설정 원고들을 내보여줬고, 리보위츠는 매우 만족했다. 이때 리보위츠가 시걸과 슈스터의 능력을 신뢰하게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걸이 보여준 원고 중에 수퍼맨 원고는 없었다. 그리고 해가 바뀌어 1938 1, 맥클루어 조합에서 일하는 맥스 게인즈 Max Gaines 라는 직원이 시걸과 리보위츠에게 3 통화를 걸어왔다. 사람의 대화를 재구성해보면 이런 식이 것이다.

 

게인즈 : 시걸 , 조합에서 출판을 거부했습니다.

시걸 : ... 실패야...

리보위츠 : 무슨 원고인데?

게인즈 : 거부는 거부인데... 제가 Famous Funnies 출판 때도 참여해본 사람이라서 보는 눈이 있어서 드리는 말입니다. 우리 조합의 결정이 틀린 같아요. 제가 보기엔 원고 팔릴 같거든요?

시걸 : 위로는 감사합니다...

게인즈 : 위로가 아닙니...

리보위츠 : 지금 무슨 원고를 얘기하는 거지?

시걸 : 수퍼맨이라는 거에요...

리보위츠 : 그게 뭔데? 나한테 가져와봐. (수퍼맨 설정 원고를 읽은 ) , 시걸! 이거 대박이잖아!

시걸 : ...?

리보위츠 : , 액션 코믹스에 넣자고 보여준 원고도 괜찮았지만, 이건 이상이잖아! 이런 조합에 가져가냐? 우리 회사 소속 아니야? 나한테 먼저 보여줬어야지!

시걸 : ? 진심이세요? 저기, 원고는 사장님에게 먼저 보여드린 적이 있어요. 사장님이 오케이하긴 했지만... 사장님이 워낙, 워어낙 믿음직해야죠...

리보위츠 : 하아, 말콤 인간 진짜 어떻게 해야겠군. 시걸. 이번엔 계약서도 제대로 쓰고 급여도 제대로 지급할 거야. 그리고 게인즈 ?

게인즈 : ?

리보위츠 : 당신 말마따나 보는 있으신 같은데, 저랑 동료 도넨펠드랑 같이 보십시다.

게인즈 : , 스카우트인가요?

리보위츠 : 그건 만나서 얘기하기로 합시다. 그리고 시걸? 자네는 빨리 슈스터와 원고 작업 해와. 설정 다듬을 시간 얼마 준다.

 

게인즈는 도넨펠드와 리보위츠를 만나 스카우트 이상의 제안을 받게 된다. 독립할 기회였다. 게인즈는 도넨펠드의 자금 지원을 받아, 내셔널 얼라이드의 협력사인 아메리칸 퍼블리케이션즈 All-American Publications  창업했다. 후일 회사에서 런칭하게 캐릭터 중에는 원더우먼, 그린랜턴, 플래시 DC 코믹스의 메인 캐릭터들이 있다. 그리고 내셔널 얼라이드 퍼블리케이션즈, 디텍티브 코믹스 INC., 아메리칸 퍼블리케이션즈의 연결된 회사는 21세기 현재의 DC 코믹스의 전신이 된다.

 

도넨펠드와 리보위츠의 입장에서도 이는 기회였다. 게인즈의 출판업 경력은 출판 만화를 시작하기 직전의 이스턴 컬러에서 시작했다. 이스턴 컬러에서 시작해 맥클루어 조합까지 사람이니 예사 인물이 아니었다. 알고 보니 코믹 스트립이 출판 유통의 영역으로 오면서 코믹스가 되어가는 초기 역사의 중심에서 Famous Funnies  출판했던 실무 당사자였다. 그런 사람답게, 게인즈는 가판대 유통망에 대해 도넨펠드만큼 알고 있었다. 게인즈는 아메리칸의 설립 외에도 자신의 유통 라인 일부를 가져와 회사의 유통망 문제에 도움을 주었다. 그러는 동안 시걸과 슈스터는 신이 나서 원고 작업을 했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수퍼히어로통사_2_1_도넨펠드리보위츠게인즈.jpeg

맥스 게인즈(), 해리 도넨펠드(), 리보위츠(), DC 코믹스의 전신인 회사를 일궈낸

 

 

 

빅뱅: 액션 코믹스 #1

 

당대의 다른 코믹스 이슈와 비슷하게, 액션 코믹스 또한 여러 작품이 함께 실리는 앤솔로지 형식으로 기획되었다. 그래서 최초의 수퍼맨 출판 이슈는 13페이지 분량이었다. 13페이지 원고에 대한 급여는 130달러로 책정됐다. 작가는 이에 만족했고, 시장의 관습에 따라 저작권과 판권을 DC 넘기는 계약서에 서명했다. 사람이 연재했던 다른 작품의 캐릭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후일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된다.

 

어쨌든, 액션 코믹스의 이슈가 DC, 디텍티브 코믹스 INC.에서 발간되었다. 커버 날짜는 1938 6. 실제 판매는 5월부터 시작됐다. 판매 날짜와 커버 날짜가 다른 이유는 유통 때문이다. 출판 인쇄를 후에 판매처로 배송하는 시간을 감안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엔 며칠이면 전국 배송이 완료되지만, 미국과 같이 넓은 나라에서는 최소 주가 걸린다. 비행기로 배송한다 쳐도, 항공 배송이 가능한 목적지는 주의 거점 도시들뿐이며 가격도 비싸다. 육상 배송을 이용해야 거점 도시 외에도 배송이 가능하며 가격도 훨씬 싸다. 과거 출판 잡지가 많았던 시절의 한국에서도, 2 말이 되면 3월호가 입고되는 등의 상황을 있었다. 따라서 액션 코믹스 #1 판매는 1938 5월에 시작되었지만, 내셔널 얼라이드와 디텍티브 코믹스의 유통망이 닿는 가판대 모두에서 접할 있었던 날짜는 6, 아마도 중순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두가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다. 액션 코믹스 #1 폭발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1 인쇄 부수는 20 부였는데, 금방 매진되었다. 2 후의 #3 100 부의 판매를 기록했다. 수퍼맨 캐릭터가 단시간 내에 흥행성을 증명하자, 내셔널 얼라이드는 수퍼맨만의 시리즈를 하나 만들기로 결정했다. 64페이지 풀컬러의 계간지로 기획된 수퍼맨 #1 캐릭터의 데뷔 1주년인 1939 6월에 판매가 개시되었다. 수퍼맨 #1 코믹스 역사에서 처음으로 캐릭터 하나만을 다루는 이슈가 되었다.

 

수퍼히어로통사_2_1_수퍼맨1.jpg

최초의 솔로 코믹스 이슈인 수퍼맨 #1 표지.

 

수퍼맨의 초능력은 이름 그대로였다. 무한에 가까운 근력, 빛에 가까운 빠르기, 중력을 무시하는 비행 능력, 강력한 정신력과 감각, 엑스레이 시력, 지구를 뒤덮는 청력 범위, 방탄과 내화성의 강철 피부, 진공에서도 호흡이 가능한 생존력, 명석한 두뇌, 강력한 레이저를 발산할 있는 안구, 저온으로 발산 가능한 입김 등등. 여기에 윤리도덕을 지키며 이상을 추구하는 면모까지 하면 가히 니체의 위버멘쉬 이상의 인간상이다.

 

이를 분석해본다면, 당시의 사회상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수퍼맨이 적절하게 채워줬다고 있다. 대공황으로 인한 경제 불황, 공권력 시스템의 낙후로 인한 범죄 문제, 2차대전이 벌어져 뒤숭숭한 세계 분위기 등으로 인해 혼란한 미국인들에게, 안정감을 있는 강인한 아이콘으로서 수퍼맨이 제시되었다고 해석할 있는 것이다. 수퍼맨은 () 표상인 동시에 강력한 징벌이며 하늘에서 내려오는 구원으로 묘사된다. 인간의 모습을 신이나 다름없는데, 신이 스펙타클한 재미를 갖추고 있다. 수퍼맨의 히트는 그만큼 미국인들이 당대의 환경에 크게 지쳐있었음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그리고 수퍼맨은 새로운 유형의 영웅 캐릭터였다. 기존의 영웅 캐릭터는 고난을 극복하는 것으로 영웅성을 보였다. 수퍼맨은 고난 극복만이 아니라 타인을 구원하는 것으로도 영웅성을 증명했다. 아킬레스와 수퍼맨의 차이는 여기에 있다. 인간 평균보다 한참 위에 존재하기에 천상의 신과 같지만, 인간 사이에 존재하기로 결정하고 그들을 도우려 한다는 점에서는 예수나 부처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2013년에 발매된 DC 캐릭터들의 격투 게임 인저스티스 Injustice  부제는 우리 사이의 , Gods Among Us .

 

수퍼히어로통사_2_1_갓어몽어스.jpg

 

수퍼맨으로 인해 시작된 캐릭터 유형인 수퍼히어로는, 그래서 초능력을 가진 것이 전부가 아니다. 캐릭터가 자신의 능력을 통해 자신이 속한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려 하는 유형이 수퍼히어로이고, 방향을 반대로 돌린 것이 수퍼빌런이다. 따라서 수퍼히어로 캐릭터는 당대의 사회적 필요나 사회적 환경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당대를 가장 빠르게 반영하게 되어 있는 캐릭터 유형이다. 번째 수퍼히어로인 수퍼맨부터가 그러한 역할로 시작했다. 수퍼맨은 작품 내에서는 세계를 구했고, 작품 밖에서는 회사와 작가를 구했으며, 나아가 미국인들에게 필요한 위안을 제공했다. 문학의 치유 기능이다.

 

 

 

설정 정립

 

회사의 문제를 번에 해결해준 수퍼맨이지만 아직 문제는 있었다. 1914년생인 시걸과 슈스터가 아직 혈기방장한 20대라는 점이었다. 이들은 자극적인 소재를 쓰고 싶어했다. 성적 표현, 강렬한 범죄 내용, 사회적 이슈의 반영 등등. 하지만 회사의 생각은 달랐다. 1939년은 대공황의 말기였지만 시대를 사는 당대인의 입장에선 나아지기만 하지 끝나지 않는 불황이었고, 2 세계대전까지 터져서 뒤숭숭한 시기였다. 회사의 경영진들이 보기에, 수퍼맨은 이런 시대 상황 하의 미국인들에게 위안을 파는 정도면 사회적 역할을 차고 넘치게 수행한 것이었다. 오히려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어두운 요소를 최소화해야 했다. 따라서 작가들을 통제할 누군가가 필요했다. 답은 편집자였다.

 

1940, 휘트니 엘스워스 Whitney Ellsworth 라는 편집자가 수퍼맨의 담당 편집자로 발령 받았다. 엘스워스는 수퍼맨의 주요 타겟 독자층을 어린 독자로 잡았다. 그래서 수퍼맨은 작중에서 살인을 금지 당했고, 성적 요소가 배제되었다. 엘스워스의 결정은 살인을 절대 기피하는 절대선의 인물로서 수퍼맨의 방향성을 결정했다. 인간 사이의 신으로서 기능하는 수퍼맨의 특성을 파악했다고 수도 있다.

 

후임 편집자들도 제각각의 자취를 수퍼맨에 남겼다. 그중에서 가장 공헌을 편집자는 모티머 와이징어 Mortimor Weisinger 이다. 와이징어는 작가들과 1 차이의 동년배였고, 역시 SF 팬보이였다. 와이징어는 수퍼맨의 기원 스토리와 초능력의 원리 등의 설정을 세세하게 매만졌다. 수퍼맨의 남극 기지인 고독의 요새 Fortress of Solitude, 크립톤 행성의 범죄자들이 수감된 틈새 차원 감옥인 팬텀 Phantom Zone, 수퍼맨을 비롯한 크립톤인들을 약하게 만드는 약점이자 현재는 미국식 영어의 구어 표현에 당당히 등재된 크립토나이트 Kryptonite 등의 설정이 와이징어의 흔적이다.

 

수퍼히어로통사_2_1_수퍼맨와이징어.gif

지구의 태양은 크립톤의 붉은 태양과 달리 노란 태양이었기에,

크립톤인인 수퍼맨에게는 초능력을 부여했다는 설정은 모티머 와이징어가 부여했다.

 

하나의 독립적 캐릭터이자 새로운 캐릭터 유형의 선두주자로서, 수퍼맨은 점점 다듬어지면서 시장에서 가치를 증명해나갔다. 메가 히트를 다른 작가들 중에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나도 저런 캐릭터 만들어볼 있겠다.’

 

사람들은 케인 Bob Kane , 에버렛 Bill Everett , 버르고스 Carl Burgos , 파커 Bill Parker 등의 작가들이었다. 회사도 있었다. 타임리 코믹스는 아예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였다.

 

 

 

참고문헌)

김정현, “니체, 생명과 치유의 철학”, 책세상, 2010

백란이, “그래픽노블”, 2018, 커뮤니케이션북스

Barry Marx, Joey Cavalieri, Thomas Hill, Steven Petruccio, ‘Major Malcolm Wheeler-Nicholson DC Founded’, “Fifty Who Made DC Great”, DC Comics, 1985

Brad Ricca, “Super Boys: The Amazing Adventures of Jerry Siegel and Joe Shuster – the Creators of Supermans.”, St. Martin’s Griffin, 2014

Gerad Jones, “Men of Tomorrow: Geeks, Gangsters and the Birth of the Comic Book”, Basic Books, 2005

Jerome Siegel and Joseph Shuster vs. National Periodical Publications, INC. et al, 미국 뉴욕 법원 판결문, 1948.

Jerome Siegel and Joseph Shuster vs. National Periodical Publications, INC.,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문 Case No. 69 Civ.1429., 1973.

John Kenneth Muir, The Encyclopedia of Superheroes on Film and Telivision, Mcfarland & Co, 2011

Larry Tye, “Superman: The high-Flying History of America’s Enduring Hero”, Random House, 2012

Les Daniels, “Superman: The Complete History: The Life and Times of the Man of Steel”, Chronicle Books, 1998

Ron Goulart, “Ron Goulart’s Great History of Comic Books”, Contemporary Books, 1986

Thomas Andrae, ‘Of Superman and Kids with Dreams’, “Nemo: The Classic Comics Library #2”, Fantagraphics Books INC., 1983, 8.